㥠友

(2021.8.28. 페이스북 기록물)

엇그제, 괜시리 더 피곤하고 지쳐있었는가, 남편이 운동하러 나간다는 게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서 운동 다녀올수도 있다고 말하는 남편에게

“알겠어. 운동이나 가!'”

라고 볼멘소리를 던졌고, 남편은 당황해하며

“잘 다녀오라고 부드럽게 얘기해도 겨우 다녀올텐데 그렇게 얘기하면 어떻게 가”

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난 괜히 더 뾰루퉁 해져서 그런거 아니라고, 다녀오라고. 운동 한다 하지 않았냐고, 빨리 가라고 쏘아 붙였다 (거참..성격 이상하네..)

옆에 누워있던 아이가 깜짝 놀라며 나를 꼭 안았다.

그러더니 나의 얼굴을 쓰다듬다가, 아빠에게 더 그러지 말라는 듯이 나의 입을 조심스럽게 막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가지 말라그래~.”

“응?”

“아빠 가고싶지 않은걸 수 있잖아~”

그래서 내가 다시,

“아빠는 운동 가고 싶었는데, 엄마가 가지 말라그랬다가(실은 마음만 그랬지 말로 하지 않고서는) 가라 그런거였어.”라고 말해줬더니,

“그럼 아빠 하고싶은대로 하게 해줘. 가족끼리는 마음대로 편하게 할수 있어야하는거야. 나도 그런적 있다니까~ 이전에 그때 그런적 있었어가족끼린 그럴수 있는거야

라고 말하며 까르르 웃는거였다.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밖에서는 본인의 의지와 마음을 어쩔수 없이 제한할게 생기겠지만, 집에서 만큼은 아빠엄마에게 편안하게 생각과 마음을 표현해달라도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눠오던 중이었다.

그랬던 아이로부터 아빠의 마음을 존중해주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맞네.. 맞어.. 그래야겠다..’라고 절로 생각을 하게 되더라.

요즘 남편은 회사에서는 회사에서대로, 집에서는 집대로.. 제대로 쉬지고 못하고 본인의 욕구는 없이 스트레스와 동행하며 살고 있다. 내가 더 잘해주지는 못할망정 타박을 하다니.. ㅠㅠ 한심…

세상에 태어나 만 5년을 산 작은 아이가, 부모의 갈등을 알아채고 나름의 경험담을 부드럽고 유쾌하게 이야기히며 중재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사소한 일에 남편에게 너그럽지 못했는지 깨닫게 했다.

아이 앞에서 갈등을 날카롭게 나타낸 것도 부끄러운데..

좀 더 잘 다듬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새삼 마음먹게 된 날이었다

(2021.8.28. 페이스북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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