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는 환자가 자기자신을 믿도록 돕는 것이다.

(2022.10.13.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병원에서 이런저런 처치를 하다보면 유난히 겁이 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병원에서 뭔가 해야하고, 그게 자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걸 안다면 싫은게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잘 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유난히 공포에 사로잡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그렇게 울며불며 몸으로 버티는 아이들을 마주하면, 처음에는 어르고 달래보지만 나중에는 쫒기는 시간에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었습니다.

우리 딸래미 치과 치료 전까지는 말이죠.

 

 

 

제 딸은.. 병원 포비아로 치면 제가 그동안 마주한 모든 아이들 중 최고였습니다.

아마도 충치 치료의 첫 경험이 아이에게 배신감을 줬던게 분명합니다. 제가 고집을 부려 갔던 (수면이나 웃음가스를 하고싶지 않아) 일반 치과에서, 아이에 대해 섬세하게 접근하지 못하고 가장 심각하게 썩은 이부터 건드리는 바람에 아이가 그 소름끼치는 통증을 무방비 상태로 경험했고 완전히 패닉이 된 적이 있었거든요.

평소 굉장히 안정적인 정서를 자랑하던 아이가 그  치과경험 이후에는 미용실에서 머리 감는것도 두려워하며 우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다른 이유로 병원에 검사하러 가는 짧은 시간 동안, 긴장감을 몸이 이기지 못하고 배탈이 나버리기도 했구요. 제 딸의 돌변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그리고 그 정도가 제가 만나본 모든 아이들을 초월하고보니, 이제는 병원에서 대하기 까다롭다 생각되는 아이가  없어졌습니다.

다 그저 사랑스럽고 안쓰럽습니다.

오늘 만난 10살 여아도 그랬습니다. OO이는 오늘 소변 검사를 위해 소변 줄을 넣어야 하는 처치를 극도로 두려워하며 저항했습니다.

평소에 굉장히 안정적이고 말을 잘 들어주던 아이라서 이 검사도 씩씩하게 할 것만 같았는데,  알고보니 과거에 검사를 했을 때 마음의 준비도 안됐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소변줄이 몸으로 들어와서 놀랐던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에구.. 안쓰러워라.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그 힘든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시간을 좀 주었지만  좀처럼 진정이 안됐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과 마음이 더 지치는 것을 알기에 잠시 시간이 지난 후 “이제, 우리~엄마는 잠시 밖에 계시도록 하고 우리끼리 한번 해보자. 선생님 딸도 보니까 엄마가 같이 있을 때 더 마음이 약해져서 못했지만 오히려 혼자서 간호사 선생님이랑 더 잘하더라구. OO이도 분명히 혼자서 잘 할수 있을것 같아.” 하고 말해준 뒤 아이 어머니를 잠시 커튼 뒤에 나가서 기다리시도록 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없지만 커튼 밖에 있는 것을 확인 후 조금 더 진정이 되어서 침대에 올라 자리를 잡았고, 저와 다른 간호사 둘이 함께 아이에게 검사의 단계 단계를 설명하며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지금 카테터를 넣을 거고 같이  “아~~” 라고 소리를 내면 훨씬 안아프게 할 수 있어. 준비 됐어? 아~~~~”OO이는 그 이후 검사를 아주 잘 마쳤고, 우리는 아이를 아주 크게 칭찬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씩씩하게 침대에서 잘 내려와서 검사실을 씩씩하게 나갔습니다.

오늘 OO이가 자기 자신을 조금 더 믿을 수 있게 되었을까요?? 그랬기를 바라봅니다.

(2022.10.13.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Leave a Comment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