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요도재활실 간호사

(2019.08.14. 페이스북 기록물. 방재실 20년사에 실릴 원고를 준비하며)

간호사가 된지는 올해로 10년차, 그 중 소아비뇨의학과 간호사로 살아온 지는 8년차, 그 중 방광요도재활실 간호사로 역할을 한지는 5년차이다. 나의 성향과 강점 그리고 약점이 있는 그대로 인정되고 존중되는 문화에 속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겐 매우 큰 축복이었다. 수술실을 그만두고 퇴사하려고 하였을 때 붙들어주시고 소아비뇨의학과 임상전담간호사를 적극 권해주신 이윤아 파트장님(현 수술간호팀장)과 김경애 팀장님께 감사하다.

매너리즘

‘매너리즘’이라는 단어는 아마도 소아비뇨의학과에 속한 모든 의료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가 아닐까. 잊을만 할 때쯤 한번씩 한상원 교수님께서 언급하시는 ‘매너리즘’이라는 단어는 ‘언급’이라는 중립적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가볍고, ‘분노’라는 단어가 오히려 더 적절할 것이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한상원 교수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태도는 매너리즘과 게으름이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것이라 그 분노가 지극히 적절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 교수님의 꾸지람을 오롯이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이유는 나름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수님으로부터 나의 행동과 태도가 조직구성원의 기본자세로부터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지 꾸짓으시는 ‘전체’메일이나 장문의 카톡을 받았던 많은 순간들이 기억난다. 온몸이 화끈거리게 되는 그 민망함과 억울함을 나는 그냥 삼키지 못하고 교수님께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을 하고 넘어가야만 했는데, 그만큼 난 당당했으며 무너진 자존감을 다시 높이지 않고서는 더 일을 할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교수님 눈에는 ‘새로운 발전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 이 순간’이 게으른 순간이었고 주어진 일만 하고 있는 것(주어진 일만 잘하는 것도 칭찬받아야 할 것 같은데)은 근무 태만 이었다. 수년의 시간이 걸려 그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는데, “난 억울하다” 고 젊은 간호사가 반항 아닌 반항을 할때마다 당신의 의도를 말씀해주시면서 마음을 풀어 주셨기에 가능했던것 같다(하지만 여전히 가끔씩..). 한상원 교수님께서는 물은 계속 흘러야하고, 그 자리에 익숙해지는 순간 퇴보의 길을 걷는다는 확신을 가지고 계셨다. 당신이 그렇게 살아오셨다는 것을 어떤 방식으로든 알 수 있었기에 그 신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나에게도 어느 순간 ‘매너리즘’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뭔가에 익숙해질 때 쯤은 누가 말하지 않는데도 듣고 있는 것 같이 새로운 부담감이 올라온다. ‘이대로 괜찮을까?’ 라는 부담감. 가끔씩은 떼어버리고 싶은 목소리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소아방광요도재활실의 발자취를 생각할 때 떼어버릴 수가 없는게 그 부담감이다. 그래서 매너리즘이 나를 유혹할 때마다 정신을 바짝 차리려고 애쓰는 시간을 살고 있다.

권한과 책임

우리 소아비뇨의학과는 간호사의 성장을 위해 투자하고, 간호사의 능력을 인정하고, 간호사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과이다. 국내 외 학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학술 논문을 쓰도록 독려하며 각자 영역의 전문성을 인정한다. 나 또한 방광요도재활실에서 배뇨 치료와 상담을 주체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나의 판단은 존중받는다. 심지어 조직 구성원도 좋다. 서로의 업무 영역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지원해준다. 꿈의 직장이라고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당연히 그만큼의 책임이 필요하다.

최은경 교수님과 신상희 선생님은 나에게 중요한 롤모델이시다. 최은경선생님이 교수님으로 임용되시기 전에 배뇨치료전담간호사로서 어떻게 방광요도재활실에서 일하셨는지를 직접 보고서도 내가 선뜻 그 자리를 채워보겠다고한 것은 용기였을까, 교만이었을까. 교만에 더 가깝다는 것은 근무하고 오래지 않아 깨달을 수 있었다. 진료에 필요한 검사와 상담, 그리고 배뇨 치료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그냥 마땅히 해야할 기본 중에 기본이었다. 그 가운데서 환자와 보호자의 요구에 세심하게 기울이고 이에 대해 의료진으로써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천해 내는 것이 중요한 자세였고, 그 가운데 나의 전문성을 획득하고 믿을만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것도, 또한 동료 간호사들에게 인정받는 리더십이 되는 것도 내게 주어진 과제였다.

최은경 교수님은 방광요도재활실 실무에 계실 때 이분척추증 환자의 도뇨관 급여화를 위해 직접뛰셨고, 배변 문제와 관련해 역행성 관장을 도입하시고 이러한 배변 관리의 효과에 대해 논문도 쓰셨다.성인이 된 환자들이 당면한 고충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이분척추증 환자의 성기능과 관련된 연구도 진행하셨다. 그리고 실무를 떠나서도 이분척추증환자의 자가관리와 삶의 질 등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를 진행 중이시다. 연구주제를 보면 환자를 향한 마음을 알 수가 있는데 정말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면 이렇게까지 하실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그렇게 마음을 다해 열심히 사시는 모습을 직접 보니 그분을 존경할 수 밖에 없었다.
그에 비해 나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했다. 처음에 방광요도재활실 근무를 시작하면서 매주 UDS conference 시간에 자유 주제로 공부를 한 후 발표를 하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밑천이 없는 나의 수준을 직면하게 되는 무서운 시간이었다. 가뜩이나 작아질 때, 나보다 방광요도재활실을 오래 다닌 환자와 보호자의 눈빛에서 ‘저 사람 믿을 수 있어?’ 라는 마음이 느껴질때마다 ‘시간이 약 일거야.’라고 세뇌하며 버티기도 했다. 이분척추증 환자 중 몇명이 계속 병원내원을 미루다 결국 응급실로 왔을 때는 “방광요도재활실이 있는데 이런 추적 손실이 말이 되나?”라는 지적을 들었고, 필요한 검사를 제때 받지 못했던 것이 확인되면 “진료실에서 거르지 못하는 게 있더라도 방광요도재활실이 거르고 필요한 것은 진료실에 이야기 해야지!” 라는 꾸중을 들었다. 그러다 뭔가 해보겠다고 이야기를 하면 “선배들이랑은 상의는 해보고 하는 말인가?” 라며 기를 누르기도 하셨다(실제로 상의를 해볼 생각도 못했었기에 할말은 없었다). 돌아보니 이러한 죄책감, 황당함, 자괴감의 시간을 통해 방광요도재활실의 책임을 확실히 알게 되었던것 같다. 그리고 선배님들이 해오셨던 것 같이 임상 경험을 정리하고 새로운 지견을 발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업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문제는 나에게 ‘연구력’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였다. 그래서 아동간호 석사과정을 마쳤고, 지금은 임상에서 적용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 시간 동안 신상희 선생님이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셨다. 신상희 선생님은 내게 ‘존경하는 선배님’이자 대학원과 임신, 출산, 육아를 함께한 ‘동지’ 같은 존재이다. 매사에 임하시는 자세와 생각에 본을 보이셨고, 후배인 나를 진심으로 믿고 밀어 주시는 정신적 지주셨다. 그래서 함께 일할 때 즐겁고 시너지가 나는 느낌을 받는다. 선생님의 리더십을 다시 가까이서 보고 느낄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책임감을 갖는게 책임이었을까.책임감이 당연해졌을 때 즈음,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인정 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권한과 책임을 누리며 하루하루 조금씩 성장해 온 것 같다.

배움과 적용

방광요도재활실에서 배뇨 치료 전담간호사로서의 역할을 시작한지 6개월차에 들어섰을 때, 어린이병원의 지원을 받아 벨기에의 Ghent university hospital에서 연수를 받을 기회가 주어졌다(2015년 10월 19일-30일). 수년 전에 연수를 다녀오신 김명진 선생님께서 Prof. Dr. Piet Hoebeke에게 의뢰 메일을 보내주셨고, 20년 가까이 배뇨 치료에 몸담아 오신 Catherine과 연결이되었다. 비 신경인성 배뇨장애 전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던 기회였다.

진료실 한개 사이즈의 Urogym이라는 이름의 배뇨치료실에는 하루 최대 6명 환자의 치료가 이루어졌다(바이오피드백, 야뇨경보기 상담, 텐스 상담 등). Urogym 2개 사이에는 요속검사실이 있어 공유되었다. 바이오피드백은 보통 1회차(시작)와 8회차(평가)에 진행이 되었고, 중간 6회는 거주지 근처로 의뢰가 되었다. 바이오피드백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배뇨치료사들이 전국 곳곳에 있어서 의뢰가 가능하다라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Voiding School은 4주 프로그램으로 진행이 되는데 1주차에는 입원하여 하루 2번씩 바이오피드백이 진행되았다. 입원기간동안 놀이치료도 진행이 되었는데 소아정신과 의사의 소아 배뇨장애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배뇨장애를 직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놀이치료 자료들이 인상적이었다. 2-3주차에는 집에서 배뇨치료를 실천하는 숙제를 한 후 4주차에 다시 1주일간 입원하여 배뇨 상태 평가가 이루어졌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비신경인성 방광 문제를 가진 아동 및 보호자 교육 프로그램이 열렸고 catherine이 교육을 주관하였다. 일년에 2번, 일주일간의 캠프가 진행되는데 실제 상황에서의 배뇨, 식이 습관들을 관찰하고 매번 UF를 하면서 치료적인 중재도 이루어진다고 했다.TENS나 야뇨경보기는 업체에서 대여를 받아 집에서 치료를 할 수가 있었고 이러한 옵션이 있는 환경이 부러웠다. 우리 기관에서 UDS conference를 진행하는 것 같이 비뇨기과, 신장과 의사 및 배뇨치료사가 일주일에 한번씩 컨퍼런스가 진행되었는데 나를 배려해준다고 영어로 논의를 진행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이 연수 후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었고, 우리 기관이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나에게 이렇게 투자를 해준 어린이병원과 소아비뇨의학과, 빈자리를 메꾸느라 고생을 한 모든 과원들을 생각할 때, 내가 이곳에서 의미 있는 사람이 되기 전까지는 이곳을 떠날 수 없겠다 다짐하기도 했다.

과에서 학회 참석을 강력하고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지원하는 덕에 국내 학회(대한비뇨기과학회, 소아비뇨기과학회, 소아배뇨장애야뇨증 학회 등)는 적어도 2-3군데씩 참석을 해왔고, 해외 학회 또한 1-2년에 한번씩은 참석을 해왔던 것 같다. 다양한 학회 중 ESPU 학회가 특히 나에게는 영감을 주는 학회인데, ESPUN을 통해 소아배뇨장애를 전담으로 맡아서 일하고 연구하는 간호사와 물리치료사가 한자리에 모여 논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녀올 때마다 ‘언젠가는 나도 좌장이 되어 보고 싶다.’ 라는 큰 꿈을 한번씩 꾸고 돌아왔던 것 같은데 그 마음이 일터로 돌아와바쁘게 일하다 보면 도통 오래 유지 되지 않아, 이런 차원에서 주기적인 학회 참석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연구활동-

처음의 초록 발표는 최은경 교수님의 연구를 대신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APAPU와 ESPU에서 발표를 했었는데, 나의초록이 아닌 최은경 선생님의 초록을 대신 발표한다는 것이 감사하면서도 민망했다. 방광요도재활실에서 본격적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초록 발표는 이제 주어진 과업처럼 여기게 되었는데 뭐부터 해야할까 고민하다 임영재 교수님이 한참 전에 배뇨장애 환자의 CPSQ 데이터 분석에 대해 제안 해주셨던 것을 기억하여 시작했다. 최근에 방광요도재활실에서 주로 신경인성방광에 대한 연구만 나왔던 것 같아 선택한 영역이기도 하다.

Ji, Y. (2016. July) Study on emotional, behavioral problem ofchildren with enuresis by child problem-behavior screening questionnaire(CPSQ).ICCS, Kyoto, Japan.
Ji, Y. (2018. April) Study on enuresis in children with clinicallysignificant emotional and behavioral problems. 29th European Societyfor Paediatric Urology, Helsinki, Finland.

소아방광요도재활실 20주년을 맞이하며 바이오피드백 경험을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환자의 범주가 너무 넓어서 방광요관역류가 동반되었던 케이스만 선택하여 18년 경험을 분석하여 발표하였다.

Ji, Y. (2019. April) EFFECTS OF BIOFEEDBACK THERAPY FOR CHILDRENWITH VESICOURETERAL REFLUX: A 18-YEAR EXPERIENCE. 30th EuropeanSociety for Paediatric Urology, Lyon, France.

2016년에 발표한 초록은 2019년이돼서야 submit이라는 작업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revision 후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2018년, 2019년에 발표한초록들도 세상에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정리 되는 대로 하나씩 마무리 하고 싶다.

소아방광요도재활실 20년사를 정리하다 보니, 방광요도재활실의 일들이 잘 기록되어 전달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내가 진행했던 일들도 비록 별게 아닐지라도 언젠가 참고가 될만한 자료로 사용될 수도 있기에 간략하게 정리하여 남긴다. 모든 업무는 방광요도재활실 간호사들과 함께 하였다.

-설문지-

1) 배뇨배변증상설문지 개정: 2016년 5월, ICCS terminology에 들어있는 storage symptom, voiding symptom 및 기타 증상과 배뇨 자세를 모두 포함하고, ROME III criteria를 반영시킨 배뇨배변증상설문지로 업데이트 하였다.

2) 소아비뇨기과 성기능 평가 설문지 제정: 2017년7월, 남성 성기능 평가 설문지(IIEF, PEDT 및 음경의 감각, 요실금, 라텍스 알러지 유무 등의 증상을 평가하도록 문항 구성) 및 여성성기능 설문지(FSFI 및 요실금, 라텍스 알러지 유무 등의 증상을 평가하도록 문항 구성)를 구성하여 만든 후 EMR 서식을 제정하였다.

3) 배변 증상 설문지(배뇨 훈련 전 아동 대상) 제정: 2019년 4월, 배변 훈련을 마치기 전 아동의 배변 증상을 ROME IV criteria 에맞게 평가할 수 있도록 서식을 만들었다.

-교육자료-

1) 이분척추증 환자를 위한 성교육 리플렛: 2015년4월, 이분척추증 환자의 성기능에 대하여 UDS conference 시간에 발표를 한 후 자료를 종합하여 리플렛을 만들어 성상담시 활용하기 시작했다.

2) 이분척추증클리닉 리플렛 개정: 2016년 12월, 이분척추증클리닉의 리플렛을 개정하며 내용을 업데이트 하고, 이분척추증클리닉의 목표 및 생애 주기에 따른 발달과업을 추가하여 제작하였다.

3) 요속/근전도/잔뇨검사리플렛: 2017년 12월,환자만족도 조사에서 ‘검사 및 대기시간에 대한 설명 부족에 대한 불만’이 확인되어 리플렛을 만들어 검사에 대한 설명 및 검사 대기 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4) 배뇨 치료 교육자료 게시:2015년, 검사 및 상담을 위해 방광요도재활실에 들어온 환자 및 보호자에게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목적으로 교육자료를 만들었고(야뇨경보기, 배뇨 알람, 건푸룬, 크랜베리, 만노즈-D 등) 최근에는 디지터액자에 담아 상담테이블에서도 볼 수 있도록 비치하였다.

5) 표준배뇨치료 “규칙적 수분섭취 및 배뇨 프로그램”: 2017년 7월, 김상운교수님께서 모든 표준배뇨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규칙적인 수분섭취와 배뇨를 강조하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는 없다는 것을 지적하셔서 Emma Derbyshire PhD, R., Hydration for children. Natural hydrationcouncil, 2013 에 따라 아동에게 필요한 수분섭취량을 계산하고, 아이들의 기대방광용적을감안한 6주차 hydration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6) 블로그: 2017년 11월, 어린이병원의 지원을 받아 업체를 선정하여 소아비뇨의학과 블로그개설 작업이 시작되었고 블로그는 5개월이 걸려 완성되었다. 업체와의 계약 종료 후에는 미리 받아 둔 기본적인 디자인서식을 활용하여 소아비뇨의학과 자료를 업데이트 하고 있으며 교수님들의 활발한 Q&A도 진행중이다.

-장비도입

2019년에 들어서 바이오피드백 장비 신설을 추진하게 되었다. 한상원 교수님께서 알아보라고 하셔서 찾아보게 되었는데, 기존에 해오던 방식과 달리 옷을 입은 상태로 체외에서 골반근육의 수축 이완정도를 감지하여 실시간 디스플레이 하는 시스템이었다.게다가 국내에서 개발되었고 로컬병원에 이미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현재 우리 기관에서는애니메이션 바이오피드백을 시행 중인데 같은 프로그램을 하는 병원 자체가 많지 않은 실정 인지라 잘만 활용하면 지방에 있는 환자도 회송을 하여 치료를받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겐트 병원에서 본 시스템처럼 일차적으로 우리 병원에서 교육하고 6-8주 가량 로컬에서 치료를 받다가 다시 내원하여 평가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 기대가많이 되었다. 그런데 바이오피드백 건수만 가지고 자꾸 보류되면서 전화로 계속 타당성 이야기를 하니 참다참다 “우리 소아비뇨기과가 국내외적으로 위상이 높은 만큼 좋은 장비는 도입할 건 도입 하고, 집이 멀어 치료받지 못하던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줄 방도도 찾으려고 하는데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에요? “ 라고 짜증을 냈다. 그런데 “그건과 입장이고, 병원 입장은 좀 다를 수 있어요.” 라고 말하는데진심으로 화가 났다. 돌아보니 내가 소아비뇨기과 사람이 다 되긴 한 것 같고, 사무직인 남편과 이야기해보니 병원에서 예산 관리하는 입장도 이해는 됐다. 우여곡절끝에 얼마전에 기자재 심의 승인을 받았고, 조만간 설치될 예정이다. 따지고짜증을 낸 만큼 잘 활용하여 우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텐스(TENS)는 국제적으로 소아 과민성방광 치료에 사용되는 치료법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에 이에 대한 처방 및 수가가 딱히 없어 수가를 생성하여 소아 환자들의 치료 옵션을 늘여주는데 기여해보고 싶었다. 장비는 재활의학과에서 사용하는 장비를 활용하여 몇가지 파라미터만 바꾸면 충분히 사용 가능했지만, 한국에서 현재 허가받은 텐스 장비의 목적에 과민성방광 치료는 포함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수가를 그대로 사용할 수도 없었다. 보험심사팀의 자문을 얻어 신의료기술허가 절차를 받으려고 한참 걸려 논문도 정리하고 자료도 만들어서 심평원에 제출했는데, 결국 과민성 방광으로 허가받은 텐스 기계를 다시 들여오거나 현재 한국에 들어온 기계로 새로 임상을 해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좌절했다. 전자고 후자고 수지가 안맞아 같이 애써줄 업체를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환경개선

2016년 2월, 어린이병원전반에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방광요도재활실 옆에 독립적으로 요역동학검사실이 마련되면서 방광요도재활실 내의 구조 배치 변경 및 환경개선작업을 진행하게되었다. 당시 문제점으로 검사, 상담, 치료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혼재되어 있다는 점과 잔뇨초음파 침대에 가림막이 없다는 것, 환아 친화적이지 않은 분위기 등을 제안하였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치료 구역을 분리하고, 팻말로 각 구역을 표시하고, 잔뇨초음파 침대에 커튼을 설치하였다. 환아 친화적 분위기를 만들어보기 위해 내부에 분홍색, 하늘색 등으로 페인트칠을 하려다가 한상원 교수님의 황당하다는 눈빛을 보고 바로 포기하고 실크 벽지를 선택 했었던기억이 난다. 실크 벽지에 인테리어 스티커가 잘 부착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아동 친화적인 분위기는 남겨진 숙제 중 하나이다.

– 환자 리스트 정리

1) 이분척추증 환자 리스트

1000명이 넘는 환자의 추적 손실을 막고 제때 진료를 볼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매번 외래 진료 기록을 열어보고 안오는 환자를 챙기면 될까? 예약을 그냥 취소해버린 환자들은 어떻게 할까? 특별히 챙겨야 할 환자군을 따로 모아야 할까?
이분척추증환자의 f/u loss 를 막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내게 사명같이 다가왔다. 일단 인계되어오던 환자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환자는 없는지 샅샅이 뒤진 후 환자 명단을 최대한 완벽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환자의 진단명과 fu 현황을 쭉 조사한 후 f/u loss 가 된 환자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병원 온지 너무 오래 된 경우에는 연락하기가 주저되어 문자만 남겼었다. 그런데 병원을 한참 안오다 응급실로 오게 되는 경우를 보고서는, 방광기능에 주의를 요했던 경우는 용기를 내서 전화를 해서 상담을 하고 예약을 잡아주기 시작했다. 모든 리스트 환자의 fu 상태를 점검하고 연락을 돌리는것은 1년의 과업이다. 이런 수작업을 뛰어넘는 전산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2)관심환자

임상에서 근무하다보면 나중에 한번씩은 꼭 기억나서 찾아보고 싶은 흥미로운 케이스들이 많다. 가끔식 컨퍼런스 때 “그때 그, 요속이 낮아서 확장을 했던 여자아이가 누구였죠?”, 혹은 “오그멘테이션 하고 임신을 한 케이스가 누구였죠?” 등의 질문을 들었을 때 바로 그 케이스를 찾아서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EMR의 ‘부서별 관심환자 리스트’를 활용하여 정리하기 시작했다. 교수님과 부서원에게 이렇게 관심환자 리스트를 만들어 놓았다고 공유한지 오래되었지만 아직 나의 레이더망에 들어오는 환자들 위주로 업데이트 되고 있기는 하다.

나의 직무가 다른 이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희망이 될수 있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축복이다. 환자나 보호자분들이 방광요도재활실에 들어오셔서 “이곳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선생님이 계셔서 정말 좋아요.” 라는 말씀을 용기 내어 해주실 때마다 큰 힘을 얻게 되고, 나의 마음가짐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곳일 수도 있는데, 나는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가. 육아라는 중요한 삶의 책임이 하나 더 생긴 이후 병원과 가정에서의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했다. 나의 역량이 내가 알고있었던 것보다 많이 부족함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곳을 세우시고, 지켜오신 많은 선생님들의 셀 수 없는 노력과, 주변에서 힘이 되어주는 동료 선생님들을 기억하며 좀 더 단단해지고 싶다.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동료들을 모두 따뜻하게 품을 수 있는 의미 있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고 소망한다.

(2019.08.14. 페이스북 기록물. 방재실 20년사에 실릴 원고를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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