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지 않는 자는 복이 있나니

(2008년. 싸이월드 블로그 기록물)

예전에는 눈에 띄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일단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고 인정받고 칭찬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약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눈에 띄더라도 좀 나중에 눈에 띄고 싶습니다.
인정 받더라도 좀 나중에 인정 받고 싶습니다.

교회를 다닌지.. 이제 10년이 좀 넘었군요. 오홋!! 강산이 한번 바뀌었겠습니닷!! ^^

음.. 교회를 다닌지 10년..
놀랍게도 이 10년 가운데, 나서서 얼굴 드러내놓고 활동하지 않은 것은..딱 2년입니다. 그것도 가장 처음 1년과 가장 최근 1년. 그리고 중간기간 8년은 항상 뭔가 나서서 했습니다. 나서서 뭘 하는 걸 정말 좋아했습니다.

ㅋㅋ어렸을 때부터 제 얼굴에는 뭔가 두꺼운 철판이 하나 깔려 있었던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반장선거할 때 하고싶다고 손드는 애가 저였으니까요..

ㅋㅋ 이런걸 똥베짱이라고 하나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임원선거 때면 손들어서 임원되고..ㅋㅋ 찬양단, 성가대, 교사 등등, 눈에 드러나는 건 왠만큼 다 해본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칭찬과 인정도 받았었죠..생각해보면 열심히 교회활동했던 8년은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먹으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저로 하여금 1여년 전부터 어떤 것도 하지 않게 하시더라구요. 가만히 잠잠히 회중으로서의 자리를 지키도록 인도하셨습니다. 음.. 솔직히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좀 쉬고싶기도 했었기에, 하나님의 이러한 환경으로의 인도하심은 아주 Welcome이었습니닷!!

음.. 눈에 드러나는 것, 임원이나 찬양단, 교사는 현재 하고있지 않지만, 그대신 하나님께서 중보기도의 마음을 주시더라구요. 그래서 현재는 중보기도의 자리만 조용히 지키고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이 자리라도 지키지 않았더라면, 저..성격상 정말 피폐해졌을 것 같습니다..ㅋㅋ

어쨌든, 그럼 저의 10년의 신앙생활은 이렇게 정리가 될까요??

처음 1년은 적응기, 그리고 8년간의 눈에 띄는 신앙생활, 그 뒤의 1년간의 조용한 신앙생활..
그런데 말이죠. 제게 있어서는 이 1년간의 조용한 신앙생활이 결코 수줍은 신앙생활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가장 강력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의 은혜가 얼마나 큰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가 눈에 드러났을 때를 회상하며 말이죠.

음.. 예를 들어..찬양단!!
전 제 신앙생활 10년 가운데 8년동안 찬양단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때로는 피아노로, 때로는 singer로서.
그러나 지금은 잠잠히 회중의 자리에서 찬양합니다.

그런데!!
전 지금이 하나님께 찬양드리기에 훨~~~~~~~~~~씬 더 자유롭답니다!!
지금 찬양할 때 하나님을 훨씬 더 깊게 경험합니다.
훨씬 더 자유롭게 춤을 춥니다.
훨씬 더 자유롭게 하나님을 만납니다.

오히려 지금은, 제 주변에서 다른 지체가 찬양을 하고 있으면, 그 지체의 귀에 제 찬양의 소리가 들어가게 하고싶지 않아 자리를 옮깁니다. 누군가가 제 찬양을 듣는다고 생각하면 제가 제 목소리자체에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찬양할 때 만큼은 다른 사람들과는 떨어진 곳에서 찬양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찬양단도 웬만하면 쳐다보지 않고 눈을 감고 찬양합니다. 그들이 찬양하는 모습을 보면, 은혜가 될 때도 있지만 하나님께 더 집중하기 어려워질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제 지난 8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죠.

예전엔 늘 앞에 서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늘 항상 나를 지켜볼 누군가를 의식하며 찬양을 했었으니까요.
오히려 쳐다봐주길 원하기도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누구의 시선과 관심도 의식하지 않은 채 찬양을 할 수 있을 때 정말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찬양단에 서 있는 사람들이 정말 대단해져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앞에 서서, 회중들을 신경쓰지 않고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을까?? 그건, 정말 보통 수준 이상의 깊은 교제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게 만약 다시 찬양단을 하라고 한다면, 전 그저 제 목소리로만 찬양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보통 찬양단처럼 회중을 바라보고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바라보고 찬양하고 싶습니다. 절 쳐다볼 회중들을 의식하며 진심으로 찬양할 자신이 아직 없습니다.

이런거 보면, 전 아직 멀었습니다.

하나님께만 집중해야할 시간에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시선에 대한 의식을 완전히 떼어버리지 못했습니다.

비단 찬양단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하나님과의 교제 가운데 다른 사람 시선에 대한 관심이란 것이 끼어든 순간부터 많은 것이 희미해집니다.

이건 정말 너무너무너무 안타깝습니다.
하나님과 교제하기에만도 시간이 너무너무 아까운데..

이렇게 블로깅을 할 때도 마찬가지랍니다.
전 그저 하나님께 고백하듯 제 생각을 기록하기로 하고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그것이 많은 분들께 읽히는 걸 보며, 제 하나님만을 향했던 그 태도와 마음이 희미해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하나님께 어떻게 읽힐까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힐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 말이 나와서 말인데..
제 글을 읽으시고 저란 애를 오해하지 말아주세요ㅠㅠ

음.. “얘는 아직 멀었구나.. 아직 어리구나..”라고 생각하신다는 건, 정말 맞는말이니 괜찮습니다. 그저 격려해주세요.

그런데..혹시라도 “얘는 좀 괜찮은 애 같구나. 굉장히 신앙이 깊고 성숙한 것 같아..”라고 생각이 드신다면 그냥 잡생각이었다 하고 던져버려주시기 바랍니다. 그건 절대적으로 환상입니다.

제 블로그는.. 고백의 공간입니다. 제가 아는 하나님을 기록하는..굉장히 개인적이고 인격적인 공간입니다. 전 저보다 하나님이 더 드러나길 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데, 혹시라도 저라는 애가 더 드러나게 될까 겁이 납니다.

눈에 띄더라도 좀 나중에 눈에 띄고 싶습니다.
인정 받더라도 좀 나중에 인정 받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격려를 감사함으로 받되, 그것으로 저의 교만함을 쌓지 않을 수 있도록 하나님과 더욱더 친밀해진 후에, 그 때 세상속에 우뚝 서고 싶습니다.
아직 저는 잠잠히 시간을 기다리며 움틀 준비를 하고 있는 씨앗이고 싶습니다.

 

하나님.
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스도의 상쾌한 향기가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아직 전 세상에 드러나기엔 너무 연약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좀 나중에.. 하나님께서 저를 충분히 연단시키신 후에, 제가 다른 사람의 관심에도 초연하고 하나님만 바라볼 수 있도록 훈련시키신 후에, 그 때 저를 세상가운데 드러내주세요. 그 때 눈에 띄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선한 영향력을 충분히 세상에 나눌 수 있는 자리에 서있게 되었으면 좋습니다.
아직 저는 너무 연약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어린 시선으로 교만해질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저로 하여금 당신께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합니다.
하나님. 제가 절대절대절대로 드러나지 않게 되길 원합니다. 그저 하나님 당신만 드러나기 원합니다. 그러니까 하나님, 절 연단시키시고 훈련시키시고 낮추셔요. 전 당신것입니다. 전 당신의 소유입니다. 당신만 바라보기 원하는 당신의 소유물입니다. 아시죠??

나의 사랑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08년. 싸이월드 블로그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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