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종합 시험부터 박사 학위 논문 연구 동의 모임(Committee)까지.

박사 학위 논문 연구 동의모임(Committee)이 무사히 끝났다.

나는 석사 때 학위 논문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동의 모임이란 것 자체가 처음이라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지 긴장 반 기대 반이었기에, 나와 비슷한 처지(학위 논문을 처음 쓰는 입장)에 있는 사람에게는 이 글이 약간의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며 소회 및 기록을 남긴다.

1. 종합 시험 통과까지

연세대학교 간호대학에서는 종합 시험이 논문 연구계획서 심사로 이루어진다.

종합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공통 필수 과목 15 학점 + 선택 과목 6 학점, 총 21 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공통 필수 과목은 입학 시 교과 과정에 따라 약간 차이가 날 수 있는데, 나의 경우가 그러했다. 난 2020년 입학했으나 교과 과정이 2022년에 개정된 바, 변경된 과정의 필수 과목 중 중복 이수할 필요 없는 과정에 대해서는 사전에 수강 면제 신청을 해두었다.

공인 영어 점수 제출도 필수인데, 박사 학위 입학 시 제출했다면 그것으로 대체 가능하다. TOEIC은 550점 이상, TOEFL은 PBT 500점 이상, IBT 63점 이상 등으로 허들이 결코 높지 않다.

박사 과정 필수 과목인 “연구의 실제” 과목은 1학점이긴 하지만 한 학기 전체의 공이 들어갈 정도로 중요하고 큰 프로젝트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위 논문을 계획 중인 여러 동료들과 함께 교과 담당 교수님의 지도를 받아가며 학위 논문 연구를 개발해나갈 수 있다. 이번에는 13명의 원생이 함께 수업을 들었고, 동료의 피드백은 소중했다.

원래 난 이 과목을 이전 학기에 6학점 수업을 들으며 추가로 같이 들으려고 하였으나, 이미 이 과정을 지나간 선배님들이 다른 과목을 들어가며 이 과목을 들을 계획을 하고 있는 날 뜯어 말려 주었다. 천만 다행. 덕분에 난 지난 한 학기 동안 학위 논문 연구 계획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데, ‘프로젝트를 해치워야지’ 하고 달려가는 게 아니라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한편 내가 하려고 했던 것 같이 다른 과목을 하면서 같이 하는 원생도 있었는데, 그 또한 매우 잘 해나가는 걸 목격하긴 했다 (대단했다). 또 한편 그 과정을 통해 개발한 연구계획서로 이번에 종합시험을 치루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종합시험까지 통과하긴 했지만 실제 연구는 조금 더 개발 한 후 진행하기로 한 경우도 있었다.

어쨌든 종합 시험은 그렇게 각자가 개발한 연구 계획서를 잘 다듬어서 15페이지 이내의 분량(표, 그림, 레퍼런스 제외)으로 정리하고, 표절 검사 결과와 함께 제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연구계획서는 간호대학의 3분의 교수님들로부터 블라인드 심사를 받았고, 결과는 약 한 달 뒤에 나왔다.

다행히 무사히 통과했는데, 더 좋았던 점은 그냥 통과라는 결과만 받는 것이 아니라 심사 의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심사 의견이 담긴 PDF는 메일로 받았다.

2. 주심 및 부심 섭외

학위 논문 연구 진행을 앞두고 중요한 부분은 주심 및 부심 교수님을 모시는 일일 것이다.

나는 주심은 애초에 박사 과정을 지도해주신 최은경 교수님께 부탁을 드렸는데, 이는 최은경 교수님이 내가 아는 한 이분척추증을 가진 대상자에 대한 연구를 국내에서 가장 많이 하셨고,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이시며, 무엇보다도 그 대상자를 진심으로 사랑하시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떤 고민도 없이 주심을 부탁드렸다.

다만 교수님께서는 처음에는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 방법이 ‘질적 연구’인데다가 ‘현상학’까지 가지고 온 터라 질적 연구를 더 잘 아는 교수님께 주심을 부탁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씀을 막상 들으니, ‘혹시 교수님께 이 연구가 (방법론에서) 좀 부담스러우신걸까? 다른 분께 부탁을 드려야 하나?’ 하고 1초 정도 고민이 되긴 했었는데, 그래도 교수님 만큼 이 주제를 같이 애착을 가지고 지도해주실 수 있는 분을 더 찾기 어려울 것 같았다. 역시 그랬고, 교수님은 결국 열심히 한번 공부해보면서 해보자고 주심을 수락해주셨다. 이후 연구원 선생님께 들어보니, 교수님께서는 질적 연구 책을 한 무더기 구입하셨다고 한다 (난 정말 복이 많은 사람).

다음 고민은 부심 교수님을 정하는 일이었는데, 나의 경우에는 지도 교수님께서 내 연구의 주제 및 방법과 관련된 전문가이신 세 분의 부심 교수님 리스트를 명확하게 해주셨었다. 그 중 한 분은 교수님께서 직접 섭외를 하여 알려주셨고, 두 분께는 내가 먼저 부탁 드리고 수락을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분이자 정말 중요한 한 분, ‘현상학’ 전문가를 어떻게 모셔야 할 지에 대해 지도교수님과 함께 오랫동안 많은 고민을 하였다.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가 현상학적 질적 연구인데 요즘 간호학계에서는 이 방법론으로 연구를 아주 많이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 실은 현상학 뿐만 아니라 질적 연구로 학위논문을 하는 경우가 요즘은 거의 드물다. 하지만 나는 이미 현상학에 매료되었고, 이 방식으로 연구를 해야만 했다(너무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동안 현상학적 질적 연구 방식에 대해 다양한 논조의 비판이 지속적으로 있어왔던 만큼, 제대로 공부하고, 제대로 연구하고, 제대로 심사 받으며 연구를 진행해야만 했다.

처음에 나는 주저함 없이 이남인 교수님(서울대 철학과 교수님이자 현상학의 대가)께 메일로 연락을 드렸다. 이남인 교수님의 책 및 동영상 강의를 통해 현상학의 응용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이남인 교수님은 간호 현상학에 대해 정말 진심으로 관심이 있으신 것 같았다. 나의 연구 방법이 이남인 교수님으로부터 배운 것을 토대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교수님께 직접 검토 받고 조언을 들을 수 있으면 정말 영광일 것 같았다. 그런데 결국 메일의 회신은 받지 못했다. 두번이나 보냈는데도 회신을 못받았고, 서울대 철학과 사무실에 알아본 결과 퇴임 예정이시고 했다. 바쁘시거나, 사정이 있으시리라.. 결국 개인적으로는 너무 아쉽지만 이남인 교수님과의 연결은 일단 포기하기로 하였다.

그 이후엔 국내 학자 중 현상학적 질적연구에 대해 다루거나 연구를 직접 수행한 결과를 다룬 여러 논문을 읽어보며 저자의 프로필 및 연구력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이 현상학에 대해 잘 아는 분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한편 나의 연구 계획서의 현상학적 방법론에 대한 타당성에 대한 검증이 시급해져왔다. 그 때, 지도교수님께서 오박사님께 한번 연락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셨다. 교수님께서 직접 현상학적 질적연구를 찾아 온라인 강의를 들으셨다는 데 (바쁘신 와중에 지도학생을 위해 온라인 강의까지 시간 내어 들으신 교수님께 또 한번 찐 감동을..) 그 때, 강의를 해주신 박사님이셨다. 그렇게 오박사님께 연락을 드리게 되었고, 연구계획서의 방법론적인 부분을 검토 받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질적 연구자인 오박사님과의 미팅은 매우 큰 의미가 있었다. 짧지만 굵었던 미팅을 통해 질적 연구자의 시선에서 내가 작성한 연구계획서의 방법론에 대해 평가 받을 수 있었다. 오박사님은 현상학이 모든 질적 연구의 백그라운드라고 생각하셨지만, ‘현상학적 질적연구’와 ‘철학으로서의 현상학’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계셨다.

현상학이 모든 질적 연구의 배경이 된다는 데는 나도 동의하지만, 한편 나는 질적 연구가 ‘현상학’이라는 철학에 튼튼하게 정초되어 있을 때 ‘현상학적 질적 연구’의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박사님과의 대화 결과, 나의 이러한 관점과 오 박사님의 질적연구자적 철학이 다소 상충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오 박사님께서 현상학적 질적연구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분이신 만큼 여러 조언을 받아가며 연구를 더 개발해야겠다 생각하고 부심을 부탁드렸고, 박사님은 부심을 수락해주셨다.

그러나 미팅 이후 다시 복기를 하며 그 상충되는 관점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번 메일로 여쭤보았는데, 그 때 박사님도 그 관점의 차이로 인해 부심이 쉽지는 않겠다 판단하신 것 같았다. 박사님께서는 나의 메일에 대한 회신으로 매우 부드럽고, 정중하고, 사려 깊게 부심을 거절해주셨고, 그 대신 현상학자를 부심으로 찾아보는 것이 나의 연구에는 훨씬 적합할 것이라고 조언해주셨다.

메일을 받고 정말 감사했다. 정확하게 나의 연구의 방향을 읽고 파악해주셨기에 해주실 수 있는 조언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방법론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는 미뤄졌지만..)

그리고 그 때, 이미 내 안에 있던 두 분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실은 나의 목록에는 이남인 교수님 외 두분이 더 계셨다. 1순위는 현직 현상학자셨고, 2순위는 간호학과 철학을 함께 하셨으나 퇴직을 하신 분이셨다. 이 두 분의 교수님을 지도교수님께 다시 말씀드렸고, 교수님께서 1순위였던 최교수님께 연락을 드려볼 것을 권해주셨다. 그리고 그렇게 부심 교수님이 확정 되었다.

3. 연구 계획서 재정비

종합시험 때 제출한 연구 계획서는 재정비가 필요했다. 심사 교수님으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보완 해야 했고, 종합시험 때는 15페이지 제한에 맞춰 많은 부분들을 빼두었기 때문에 총체적인 재 구성 작업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미리 논문 형식에 최대한 맞춰서 작성하기로 하고, 목차부터 형식에 따라 구성하여 작성을 해두었다. 이게 처음으로 해보니,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다.

4. 동의 모임 일정 취합

주심 및 부심 교수님 확정 후,  각 교수님께 동의 모임 참석이 가능하신 일정을 확인하여 취합하였다. 한 분의 교수님 일정이 부득이 맞지 않아 이메일로 의견을 받아서 동의모임 때 공유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동의 모임 일정이 계획되었다.

5. 온라인 커미티

지도교수님은 안식년으로 미국에 계시는 터라 나는 온라인으로 동의모임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이제 zoom은 모두에게 익숙한 도구가 되었고, 발표자로서는 오히려 덜 떨리는 방식이었다. 어쩔 수 없지만 다행이었다는.

동의모임이라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진행이 될지 기대 반 긴장 반이었지만, 지도교수님께서 주도적으로 진행을 해주셨기에 나는 연구계획만 시간에 맞춰 잘 발표하고 피드백을 경청하면 됐다.

먼저 교수님께서는 외부 교수님도 계시는 만큼 각 교수님에 대해 짧게 소개해주셨고, 서로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이후 나는 8분 가량 연구 계획을 발표하였고, 각 교수님께서 코멘트를 해주셨다. 모든 코멘트는 너무 소중했고, 갈증을 풀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교수님들께서 해주신 조언을 들었을 때 내적 갈등이 생기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질문 혹은 추가 조언을 구하였고, 그것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듣고 나누며 답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현상학자인 최 교수님으로부터 본 연구의 방법론의 타당성에 대해 컨펌 받을 수 있었다.

총 소요 시간은 40분 정도 걸렸고, 커미티 종료 후 카페에 앉아 받은 모든 코멘트를 워드 파일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두었다. 주심교수님께선 이것이 이후 예심 때 코멘트 반영 여부를 검토하는 데 활용이 될 거라고 하셨다.

이렇게 커미티가 무사히 종료되었다.

받은 코멘트를 기반으로 추가 문헌 고찰 및 연구 계획서의 재구성 등 몇가지 작업이 필요하긴 하지만, 가장 시니어 교수님이신 김 교수님의 말씀대로 그야말로 “드림팀”인 심사위원 분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무한 감사하였다. 다행히 잘 해왔던 것 같고, 덕분에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종합시험부터 커미티까지 왔고, 3월 중순 모든 간호대학 교수님과 학생 앞에서 공개 발표를 하고 IRB 승인을 받은 후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내가 바라는 소망은 나의 연구가 그동안 그러나지 않았던 소외된 목소리를 밝혀주고, 그로 인해 그 목소리의 주인과, 그들의 가족과,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데 손톱 만큼이나마 기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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