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이 내 옆에

(2023.03.21.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두 딸 사이에 끼어서 누워있는 밤. 첫째는 내게 등을 대고 누워 코를 쌕쌕 골며 자더니 이내 다시 돌아누워 내 시원한 왼팔을 감아 안았고, 둘째는 내 왼쪽에 기댄채 움직이 없이 누워 깊은 잠에 빠져있다.

나는 다소 불편하게 찌그러저 있지만, 이젠 이정도의 압박과 체온의 따뜻함이 당연하다.

그런데 당연하다고 언어화하는 순간 갑자기 낯설어짐은 왜일까?

언제 내가 이렇게 엄마가 되었나.

시험이나 과제를 끝낸날 지겹도록 누워서 콘칩과 스크류바를 먹으며, 이리뒹굴 저리뒹굴 만화책을 보던 시절엔 그것이 당연했는데, 그것이 벌써 20여년 전 일이고, 나는 지금 두 딸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내가 이런 불편할 수 있는 자세를 기꺼이 유지하며 함께 체온을 나누고 있는 이유는, 내가 아이들에게 오롯이 줄수 있는 시간이 지금에야 허락되기 때문이다.

낮에는 비록 오랜시간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밤에는 지겹도록 엄마살 부비고 자던 기억이라도 남겨주고 싶어서이다.

(2023.03.21.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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