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고민을 하며 썼던 기록.

(2022.06.15.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아이가 만 4년하고도 5개월일 적에, 치열하게 둘째고민을 하다 써내려간 편지. 언젠가 아이가 왜 본인은 외동인가하며 아빠엄마에게 속상해할때 보여줄려고 써내려갔던 고민의 기록.

우리편

요즘 엄마가 많이 하는 고민이 있어. 원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하다가(네가 2-3살 정도일때까지) 더이상 고민하지 말아야지 결정했다가 (네가 5살될때까지) 요즘 들어 다시 고민을 하게 되었어.

네가 컸을때도 어쩌면 기억할지도 몰라. 바로 동생에 대한 이야기야.

엄마 아빠는 너에게 수시로 물었어.” 동생 있으면 어떨것 같아??”

너는 단호했어. “없는게 좋을것 같아.”

그런 단호한 답을 들었는데도 또 듣고 또 들으면서 어쩌면 마음을 다잡은 것 같기도 해.

엄마가 너를 하나뿐인 외동딸로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결정한 이유는 분명했어.

엄마는 일을 했고, 일하고 돌아온 후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매우 짧았고, 그 시간을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았다는 것. 너에게 물질적으로 부족함 없이 해주고 싶다는 것. 동생이 생긴다면 아빠나 엄마 둘 중 한명은 휴직을 하고, 경력단절도 각오해야 할 수 있으니까.

너의 단호함 & 아빠의 단호함. 너도 그렇지만, 네 아빠도 많이 단호했어. 우리 상황에 맞지 않다고 이야기 하면서 이 주제 자체를 외면했어.

그래서 마음 결심하고 우리 셋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 지금도 그래. 그런데 갑자기 엄마 마음이 흔들리게 된 계기가 있어. 아빠의 단호함에 살짝 틈이 열린거야.

그 안에서 꿈틀대는 마음이 보인거지.. 엄마 눈에는 이렇게 보였어. 이 세상에 우리 편이 한명 더 있어도 좋겠다. 그런데 너의 단호함도 희안하게 좀 누구러졌더라.

이왕이면 여동생이면 좋겠다고. 남동생이라도 내가 여자라서 괜찮다고.

아빠엄마에게 자녀가 한명 더 생기고, 너에게 형제가 생긴다는 것이 1),2)의 희생보다 값진 가치일까에 대해 고민해보게 돼. 긍정적으로 한번 생각해볼께.

막상 돌이켜보니, 시간은 양보다 질로 살아낼 수 있더라. 짧은 시간으로도 너와 아빠엄마는 충분히 친밀해졌고 사랑을 나눴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어. 그렇다면 동생이 생기더라도 주어져있는 짧은 시간을 소중히 잘 사용할 수 있을것 같기도 해.

가정의 재정과 아빠엄마의 경력 문제. 그건 세상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냥 팩트야. 하지만 제대로 된 신앙고백과는 멀어져있긴 하지 . 어쩌면 그 고민 하는 그 수준이 아빠 엄마 신앙의 수준이기도 하겠다. 지금까지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아오게 하신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드러내는 고민.

물론 이성적으로 대책에 대해서는 고민을 하고 준비 해야하긴 하겠지?

그래도 기본적으로 사람은 계획을 하고, 그 길을 인도하시는 건 하나님이라는 믿음이 필요할것 같아. 이 단점을 극복하고 나면 얻게되는 장점은 무엇일까?

  1. 만약 새로 태어나는 존재가 아빠,엄마,너와 결이 비슷하고 건강하게만 태어난다면, 평생을 기쁘게 함께 할 우리편이 한명 더 생긴다는 것일것 같아. 지저분하게 앞에 조건을 단 이유는, 결이 너무 다르고 건강하지 않은 존재가 우리에게서 태어나는 사실은 엄마가 감당하기엔 너무 무섭기 때문이야. 막상 생각해보니 그것만 아니라면 다 감당할수 있을것 같기도 하다.

  2. 엄마 아빠는 하고싶은것도 많고, 살아보고 싶은 삶도 다양하고, 영향력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데 나이가 한살 한살 들어갈 수록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깨닫게 돼. 우리편이 많으면 많을수록 세상에서의 우리 포션이 더 커질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

3.만약 너에게 형제가 있다면, 언젠가 엄마 아빠가 먼저 하늘에 가더라도 그 슬픔을 같이 이겨낼 혈육이 있다는것..뭐 세상엔 웬수보다 더 한 골육지간도 있긴 하더만, 우리와 같은 결의 존재라면..괜찮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너는 어느덧 태어난 지 만으로 4년하고도 5개월이 되었고, 그 사이 엄마도 엄마로 자리잡고 아빠도 아빠로 자리잡고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열심히 사회생활도 자기발전도 하고 있어. 지금의 시간이 너무 만족스럽고 지금대로만 유지된다면 더할나위 없을것 같아.

그럼에도 새로운 생명에 대해 고민을 하는 건, 어쩌면 본능적 고민 일 것 같기도 해. 밥 먹어도 될까? 잠 자도 될까? 이런 고민. 근데 밥도 너무 먹으면 살찌고, 잠도 너무 많이 자면 생활이 안되니까.여러모로 비교해보고 따져보는 거지 뭐.그래도 어쨌거나 이 고민도 빨리 털어버렸으면 좋겠어. 어떻게든 확고하게 결정을 빨리 내려야지.

고민하느라 보내는 시간도 아까우니까.미리 말해두지만, 동생 생기면 어떨것 같냐고 자꾸 물어봤던것 미안해.엄마 아빠가 너에게 보여준 가장 혼란스럽고 헷갈리는 모습중에 한 장면이지 않을까 싶네. 아빠 엄마의 인간적인 모습이었다고 기억해주길 바라.

 

 

(2022.06.15.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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