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이 말이 많다

(2008년. 싸이월드 블로그 기록물)

머슴.
머슴은 생각이 있으면 안됩니다.
머슴이 자기주장을 하는 그 순간부터, 그는 더이상 훌륭한 종이 아닙니다.
그는 주인이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머슴은 생각도, 말도 없습니다.
오로지 순종만 있습니다.
시키는 건 무조건 따릅니다.
이유를 묻지 않습니다.
이것이 훌륭한 머슴입니다.

머슴.

이거 바보 아니야..??
그런데 이것이 참된 종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Paul, a servant of Christ Jesus, called to be an apostle and set apart for the gospel of God. Romans 1:1.

얼마전 교회의 성경퀴즈대회에 참석했다가 제 자신의 성경지식수준에 충격을 받아 성경공부를 좀 구체적으로 해야겠다 생각해왔는데, 오늘 하용조 목사님의 로마서 강해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2002년도의 하용조 목사님..확실히 젊으시구만..ㅋㅋ”

이런 푼수같은 생각을 하면서 로마서 강해를 듣기 시작했는데..

이 바보같은 훌륭한 머슴이야기를 듣는 순간..!! 휘유~더이상 설교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바울은 자기자신을 그리스도의 종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지금까지 제 자신을 그리스도의 종이라고 고백해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제대로 된 머슴은 생각도, 말도 없답니다.

오로지 순종만 있답니다.

시키는 건 무조건 따른답니다.

이유를 묻지 않는답니다.

이것이 훌륭한 머슴이랍니다.

몰랐던게 아닌데..

분명히 성경을 읽고 말씀을 들으며, 나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아야 한다고 몇번이나 되새겼었는데..

전 결코 훌륭한 머슴이 아니었었습니다.

오히려 멀어져 가는 길을 일부러 선택해왔던것 같습니다.

음..
제가 고등학교때부터 제 자신에 대해 알아차린게 있었는데..
제가 좀 어리버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리버리하다는 그 사실자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는데..
농담진담도 못알아 듣는건 좀 어렵더군요.
제가 농담을 잘 하지 못하는 건 좀 스트레스를 받아도 괜찮았는데..(그냥 듣고 웃는 건 잘 하니까~)

농담진담을 구별하지 못하는건.. 정말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제 부족한 센스때문에 대화가 끊길때가 많았거든요..ㅠㅠ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저는 모든 대화를 심각하게만 몰고 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제가 워낙 세상것에 별로 관심이 없고..(연애인이나 옷, 화장 이런것들에요~) 아는 건 나름대로 하나님밖에 없어서, 저와의 대화는 주로 믿음생활에 관련된 걸로만 연결되곤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런 대화를 나눠야만 뭔가 이야기를 한 것 같다는 만족감을 느꼈는데, 대부분의 친구들은 이런 대화를 부담스럽게 느끼더라구요..ㅜㅜ

그런데 어쩝니까.. 아는게 이거밖에 없는데..

그래서 제게 연애인이나 옷, 화장, 가십거리 이런것들은 일종의 학습대상이었습니다. 여전히 그렇기도 하구요..

어쨌든!! 이래저래 이런것들을 모르고 대화에 끼지 못하는 그 소외감, 농담진담을 알아듣지 못할 때 암묵적으로 무시되는 것 같은 그 비참함.. 위의 학습거리에 대한 학습의욕부진..결국 전 이런 의미없는 감정들을 유발시키는 저의 어리버리함을 나름대로 탈피해보고자, 제 나름대로의 생각과 논리를 분명히 해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실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시작한 것도 이러한 맥락 가운데 있었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엉켜있던 생각들이 풀리고 정리가 되더라구요. 한번 써본 내용은 완전히 제 생각이 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덧..

제 생각이 너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내가 옳아!! 내 생각이 맞아!! 이 길로 가야해!!” 라고 주장하게 될 만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져버렸습니다.

머슴이 참..
말이 많아져 버렸습니다..ㅠㅠ

이 머습이 본연의 신분을 잊고, 자기 생각과 고집을 세우며 자기주장 하다가 주인이 있어야 할 자리까지 완전히 차지하려고 나대게 될까봐 걱정됩니다.

떼찌!!
머슴이 말이 많다!!!

 

하나님..
제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것.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전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정말 전 하나님밖에 없기에.. 하나님 당신께 만큼은 최고로 인정받고싶기에 꼭 훌륭한 종이 되고싶어요. 훌륭한 종이 되기로 선택하고 싶어요.

네.. 하나님. 그렇게 선택하겠습니다. 그렇게 살겠습니다. 비워보겠습니다. 지워보겠습니다.
제 자신을 머슴같이 종같이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살아보겠습니다.

하나님. 그런데 꼭 도와주셔야 해요. 아직 진짜 잘 모르겠어요. 어떤게 진짜 머슴같이 종같이 사는것인지..

앞으로의 로마서 강해듣는 시간들이 기대되요. 그 가운데 하나님께서 말씀해주시길 기대합니다. 하나님. 사랑해요. 제겐 하나님 당신밖에 없는거 아시죠?? ㅠㅠ

제 삶의 이유와 사랑되시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08년. 싸이월드 블로그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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