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2020.8.29. 페이스북 기록물)

운전면허가 있어야 운전을 할 자격이 생기지만, 마음대로 운전해도 될 권리가 부여되는 건 아니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면허를 득한 사람에게만 질서에 맞게 운전 할 자격을 주자고 결정이 된 것 뿐이다.

간호사면허가 있어야 병원에서 환자를 돌볼 자격이 생기지만 그것이 환자의 굉장히 사적인 영역인 ‘신체’를 함부로 해도 될 권리가 부여되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하여, 특정 기준에 따라 면허를 득한 사람에게 윤리적으로 인간의 건강을 돌볼 자격을 주자고 결정이 된 것 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국가자격시험’에 따르면, 국가자격시험은 국가기관 또는 그 대행기관이 전문직업분야에 종사할 사람들의 능력과 자질을 검정하여 자격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에게 일정한 권리와 의무가 발생하게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는 까닭은 전문직업분야의 용역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전문직업인들의 전문성·공정성 및 성실성을 보장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제도는 ‘전문직업분야의 지식·기술 발전’과 ‘자격획득자 및 그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도 기여하는 것이다.

권리가 생기는 이유는 나름의 능력과 자질이 검증되었기 때문이고, 의무가 생기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적 합의에 따라 주어진 권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면허는 ‘면허를 획득한 사람’과 그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의사나 간호사에게 사회가 일방적인 희생과 헌신을 강요할 수는 없다.

여느 월급쟁이나 사업가와 같이 자본주의 사회속에서 지식과 노동을 제공하고 그에 따라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능력과 자질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고급 지식과 노동에는 그에 상응되는 보상이 필요한데, 현재 그 보상기준이 열심히 노력하고 제공하는 만큼이라기 보다 정책적으로 결정이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니만큼 (물론 여느 영역에서와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슉킹하는 비윤리적 비양심적 인간들도 존재하지만..), 그 보상 기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 높은 수준의 의료를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또한 높은 수준의 간호를 원한다면 간호사에게 봉사정신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간호 수가가 생길 것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사회는 그럴 준비가 되어있는가..?

한편..

의사나 간호사에게 부여된 자격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자격이다. 씁쓸하지만 교사가 손을 놓으면 과외교사가 있고, 영양사가 손을 놓아도 누구든지 밥은 해먹을 수 있다. 그러나 의사나 간호사가 손을 놓으면..누가 대신할 수 있는가??

국민 건강관리에 대해 부여된 고유한 의무를 거부하는 순간 사회는 마비가 될 수 밖에 없다. 사회적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래서 현재 그 약점을 활용하는 모양새가 되버렸다. 수습이 될까 싶을 정도로. 그럴 의도는 분명히 아니었으리라.. 할말하않.. 너무나도 답답하고 괴롭다..

의료진은 면허가 ‘현 정부’가 아닌, 사회적 합의로부터 부여된것이었음을 기억하고, 사회는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개선이 필요한 상태임을 알아주면 좋겠다. 워낙 의견은 분분하나, 내 생각은 그러하다.

2020년.. 유난히 다사다난하다..

(2020.8.29. 페이스북 기록물)

Leave a Comment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