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와 대상포진

증상 발현 1주 차 

출산 후 약 5개월 경과된 어느날,

견갑골 부위가 욱신욱신 쑤시기 시작했습니다.

폼롤러로 등을 꾹꾹 눌러줘도 해소되지 않는 깊은 뻐근함..

그리고 며칠 뒤, 뭐가 물린것 같이 간지럽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긁어도, 모기약을 발라도 해결되지 않는 괴로운 가려움에 남편에게 등을 보여줬더니, 보이는 건 기미 뿐..ㅜ.ㅜ

등에 웬 기미?? 기미가 나도 가려울 수 있나..? 혹시 다른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하고 피부과에 찾아갔는데

피부에 발진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고,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도 그냥 항히스타민제를 먹어보고 증상이 계속되면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간 항히스타민제를 먹었는데도 해소되지 않는 가려움과 동시에 등 뻐근함.

이건 도대체 뭐지 하며 남편에게 등좀 봐달라고, 아직도 모기 물린거 없냐고 종종 보여줬었는데, 어느날 갑작스럽게 하는말..

“어? 물집이 잡혔는데?”

증상 발현 2주차

아니.. 뭐라고라.. 물집이라고라..

사진좀 찍어줘봐 해서 봤더니..

 

 

오른쪽 등 뒤..

상당히 의심스러운 물집이 관찰되었습니다..

가려움과 뻐근한 증상이 생긴지 일주일만에…

상당히 대상포진이 의심스러운 물!집!이 확인되었습니다..

헉… 이거 도대체 언제 생긴 물집이지… 72시간이 경과 되었을까…? 내가 물집 올라온것도 모르고 있던건 아닐까??

대상포진이라면 최대한 빨리 아시클로버를 먹어줘야 하기에, 병원에 출근해서 바로 가정의학과에 당일접수를 하고 진료를 보았습니다.

네. 그리고 대상포진이 맞았습니다.

에구.

전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고, 아직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지만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는 사실과 등가려움에 대해 말씀드리고 약 처방을 받았습니다.

  • 팜비어 750mg 1회/일 * 7일
  • 울트라셋 ER 세미 1T PRN
  • 시잘 5mg PRN

팜비어(대상포진)는 모유수유 중에 먹어도 괜찮지만 씨잘(가려움)과 울트라셋(통증)은 모유로 이행이 있을 수 있으니 가급적 모유수유의 중단을 권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아직 저는 수유를 완전히 중단할 생각은 없어서 퇴근 수 후유는 지속하였고, 팜비어는 일주일 내내, 울트라셋은 통증이 심할 경우에만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먹은 울트라셋도 통증에는 크게 효과적이지 않더라구요..

증상 발현 3주차 

일주일이 지난 시점, 팜비어를 다 먹었는데도 물집은 아직 남아있었고, 가려움증은 호전되었으나, 등 통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내원해서 새로 처방을 받았습니다.

  • 팜비어 750mg 5일 추가
  • 리리카 25mg 2회/일

리리카는 저에겐 상당히 효과적이었습니다.

내가 언제 대상포진이었나 싶을 정도로 통증이 호전이 되는걸 느꼈습니다.

아 이제 나았구나!!!

그런데.. 약효가 떨어질 때쯤 어김없이 다시 통증이 올라오더라구요.

팜비어는 추가 5일을 다 복용하였으나, 통증은 계속 되었습니다.

절망.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되고 호전이 안되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이러다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만성으로 가는거 아니야..??

이 알싸하고 뻐근하고 괴로운 대상포진의 통증은 경험하기 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 통증을 계속 달고산다?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약을 계속 먹게 되니, 이제 슬슬 수유를 중단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모유로 이행되는것으로 알려진 리리카를 계속 복용하는게 아무래도 마음이 쓰여서, 어짜피 6개월까지만 완모 하기로 했던거 이제 완전히 중단하자 결단을 내렸습니다!

증상발현 4주 차

그리고 결국 다시 내원해서 리리카를 추가 처방 받았습니다.

우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지만 이 통증을 계속 안고 갈수는 없었거든요.

혹시 몰라 마취통증의학과 진료도 예약해놓고 며칠만 더 버텨보자 하고 약을 먹었습니다.

먹다가 중단해보고, 다시 또 먹다가 중단해보고.

그렇게 꼬박 한달을 내리 아프더니!

언제 없어질까 걱정되게 아프더니!

딱 40일 아프고 증상이 없어졌습니다!! 

등의 그 괴로움이 없으니 정말 살것 같았습니다.

만성 신경통을 달고 사는 분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통증과.. 모유수유로부터.. !!

실은 모유수유를 이렇게 중단하고 싶지는 않았었습니다.

6개월까지는 완모를 하고, 그 이후에는 천천히 중단을 해서 저녁 막수만큼은 모유수유해주고 싶다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모유수유를 중단하니, 또 나름의 자유로움이 생기더군요. 무엇보다 저녁 때 남편과의 맥주 한캔을 부담없이 즐길수 있게 된 여유!! 너무 좋았습니다^^


모유수유 중 대상포진!!

전 얼떨결에 대상포진 진단 후 모유수유를 잠시 유지하다 계속되는 통증으로 인해 결국 중단하였지만,

대상포진 시 물집 발현 72시간 이내 최대한 빠르게 복용을 시작해야 하는 항바이러스제는, 수유부라고 하더라도 큰 부담없이 복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시클로버냐 팜비어냐, 이건 의사 소견에 따라서 약간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것 같기는 합니다.

과거에는 아시클로버는 모유수유에 부적절하다고 차라리 팜비어가 안전하다라는 의견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아시클로버가 안전하다는 근거가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근거를 채택하고 진료를 보는지에 따라 아시클로버를 처방하기도, 팜비어를 처방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 업투데이트 된 정보에 따라 아시클로버를 처방받길 원했으나, 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처방해주신 팜비어를 신뢰하고 복용했습니다.

다만 증상 조절 약은 모유수유 이행에 대한 위험성이 제시된 바들이 있으니, 아주 안전한 타이레놀을 제외하고는 주의하며 복용해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수유를 하시는 엄마들, 아무리 건강하다 해도 건강에 과신하지 마시고 좋은 것 많이 드시길 바랍니다. 무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대상포진은 정말.. 또 겪고 싶지 않은 통증이었습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가는거 아니야? 라는 의심은 거의 공포에 가까웠습니다.

부디 좋은 것 많이 드시고 쉬실 수 있을 때마다 푹 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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