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나를 사랑하기

(2008년. 싸이월드 블로그 기록물)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갖는 기대감은 누구든지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상대평가하든 절대평가하든,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자가평가하게 됩니다.

전 이 자가 평가때문에 때로는 우쭐해지고 자신감 충천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울해지고 자존감이 완전상실된 상태에 이르게 되기도 한답니다.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음..좀 더 생각해보면..

스스로를 상대평가 하는 사람들은 아마 주변의 자신보다 잘나가는 분 덕분에 자극도 받고 충격도 받을테고, 주변의 좀 못나가는 분 덕분에 위로도 받고 느슨해지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스스로를 절대평가는 축에 꼈던 것 같습니다.
수험생 생활 시절만 돌아봐도 알수 있는데..
가끔 애들이 친구들이 이런 얘기 하던거 기억하세요?

“OO는 진짜 공부 열심히 하는 거 같아. 쟤 하는거 보면 내가 정말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까..?”

“맞어, 맞어. 난 맨날 졸고 있는데..ㅠㅠ”

그런데 결정적으로 저는 이런 이야기들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없었으니..왜냐!!!???

누가 얼만큼 하는지엔 도통 관심도 없었고 눈도 가지 않았거든요. 그냥 저만 잘 하면 되는거였죠. 만약 지난번에 10등했으면 이번에 8등하면 기분 좋은거고, 지난번엔 80점 맞았으면 이번에 85점 맞으면 기분 좋은거고^^

스스로 절대평가 하는 것의 행복이란~ 캬앗~

주변 사람들이 얼만큼 하는지에 별로 관심이 갖지 않았던 만큼, 이 때까지 살면서 그다지 경쟁의식을 크게 느껴오지 않아 마음의 여유를 잘 지켜올 수 있었습니다.

“나도 쟤만큼 잘하고 싶다.”
“나도 쟤만큼 예쁘고 싶다.”
“나도 쟤만큼 잘나가고 싶다.”

만약 이런 생각을 하며 늘 항상 경쟁하며 살아야 했다면.. 으윽.. 가뜩이나 이상한 제 성격.. 더 베렸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 타고난 절대평가 기준은 제게 있어 축복이지요.

그러나 이것을 완전히 좋은 것 만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은!!
늘 항상 제 스스로에게 굉장히 높고 형이상학적 수준을 기대해왔었기 때문입니다.

“난 지난번엔 이정도였으니 이번에도 최소한 이정도는 기대해야지!!”
“난 뭘 하든 최소한 이정도는 해야돼!!”
“난 이 정도는 지킬 줄 아는 얘가 되야해!!”

공부든, 인간관계든, 도덕성이든, 신앙이든, 뭐든지간에 말입니다. 그런데 그러다 만약 제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좌절감이나 죄책감을 갖기도 했죠.

견디기 쉽지 않은 좌절감..ㅜㅜ

그런데!!!
[향기로운 인격만들기]를 읽다가 이런 저의 모습을 분명하게 표현해주는 것을 읽게 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다행히 저만 이런게 아니더군요!!! 헤헷..안도감..

이상적인 자아
우리는 모두 우리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희미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완전한 ‘나’는 어떤 모습일까에 대하여 우리 모두가 상상해 볼 수 있다. 잠시 동안 완전한 자신에 대하여 생각해보라.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완전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하여 생각해보라. 이렇게 생각해보는 과정에서 당신이 상상해보는 이상적인 모습과 실제적 모습과의 사이에 긴장이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 우리 모두는 상상 속에 있는 완전한 모습의 이상적인 자아와, 실제로 존재하는 현실의 자아와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다. 만일 이 두개의 자아가 싸우면, 우리는 계속적인 갈등을 경험한다. 우리가 원하는 모습도 사실이고 또한 실제 존재하는 자아도 사실인데, 이 둘은 서로 싸움을 할 것이다.

진정한 자아
진정한 자아는 우리가 되고 싶은 모습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모습을 말한다. 진정한 자아는, 아무리 이상적인 모습이 되려고 노력했었다 할지라도 이상적이 아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의 실제는, 우리의 자아가 타락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상적인 것은 잃어버렸다. 우리는 연약하고 타락한 상태에 높여졌다.
이상적 자아와 실재와의 관계
이상적인 자아와 진정한 자아와의 사이에 현존하는 문제는, 이상적인 자아가 진정한 자아를 수용할 수 없는 것으로 단정지으면서 진정한 자아를 정죄하고 화를 낸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 둘 사이에 원수관계가 성립되며, 모든 적수들이 그러하듯 그들은 점점 더 사이가 벌어지게 된다.
-헨리 클라우드,[향기로운 인격 만들기]

그리스도인으로서 저는 교회를 다니며 어렸을 때부터 높은 도덕적 기준을 들어왔었습니다.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적질하지 말라 등등.. 예수님께서는 심지어 형제를 욕하는 것만으로도 살인죄를 지은 것이고, 음란한 생각을 한 것만으로도 이미 간음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헐..

말씀대로 살고 싶었던 만큼 이런 말씀을 내면화 시키려고 해왔었고, 그랬던 만큼 제 안의 많은 것들을 못난이 취급 해왔었습니다.

제 이상적 자아는 제가 생각만으로도 친구들에게 화를 내지 않는 천사같은 아이, 생각으로도 음란한 생각 하나 안하는 정결한 아이이고 싶어하지만, 현실적 자아는 절대 그렇지 못했거든요. 화도 내고, 야한생각도 하고.. 그러다 만약..

막 욕하는 마음이 생기면 금새 깜짝 놀라서 ‘아니!! 니가 이런 마음을 품어?? 당장 사라져!!!!!’

막 야한 생각이 들면 무슨 더러운 똥을 밟은 양, ‘아니!! 니가 이런 생각을 해?? 구역질나!! 당장 꺼져!!!’

라고 제 스스로에게 소리를 질러왔습니다. 누구에게도 잘 소리지르지 않는 제가..ㅠㅠ 제 스스로에겐 아주 가혹하게..ㅠㅠ

문제는..!!
어쨌든 막 욕하는 마음을 품었던 것도, 막 야한 생각을 했던 것도 제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성적이 생각대로 나오지 않는 것도, 인간관계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던 것도, 모두 제 자신의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마치 제가 아닌 것인 양 무시하고 밟아왔으니.. 진짜 제 모습이 건강하게 살아있겠습니까?? ㅠㅠ

더군다나 제가 저의 이런 못난 부분들을 인정하지 못하고 완벽한 천사같은 애가 되려고 하는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일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권위와 은혜까지 인정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걸 알았습니다. 힝.. 그런걸 보면.. 전 그동안 예수님의 진짜 은혜의 크기를 완전 축소해서 생각해왔었던 것 같습니다.

“기록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롬 3:10)

But..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롬 8:1)

“이는 저가 우리의 체질을 아시며 우리가 진토임을 기억하심이로다.”(시 103:14)

아니 그럼 어떻게 하라굿??

이런 개인의 이상적인 기준을 버리고 그냥 생긴대로 살라는 거야?? 마음 편하게 살라는거야??

Oh, No~No~

헨리클라우드 박사는 우리의 이상적인 자아를 삶의 목표로 삶고 우리의 현실적인 자아를 수용하고 사랑해주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상적인 자아를 삶을 필요, 요구 조건으로 삶는 것과 삶의 목표를 삶는 건 천지차이겠지요!!?? ^^)

어쨌든 이 이상적인 자아도, 현실적인 자아도 모두 나 자신의 일부니까요.. 이 둘을 화해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결론이 너무 심플한가요? 그런데 제 생각에도 이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나님도 용서하신 제 자신을 만약 제가 정죄하고 있다면, 그건 예수님이 기꺼이 흘리신 그 보혈을 무시하는 꼴이 되잖아요. 그리고 완벽하지 못한 제 자신을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는 건, 선악과를 따먹은 이브의 욕망과 다를 바 없는 거잖아요.. 하나님이 되고싶어 하는 가장 무서운 인간의 욕망..

정말..하나님께서 이미 제게 허락하신 많은 좋은 것들을 생각하며, 그리고 제게 있는 악한 것들로부터 저를 구원하시기 위해 죽기까지 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제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
그동안 무시해왔었던 제 완전하지 못했던 제 모습들을 하나하나 꺼내서, 그동안 무시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ㅋㅋ)

앞으로는 인정하고 사랑해주겠다고 사랑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내 안의 좋은 것도 나, 나쁜 것도 나!!

이제껏 무시당해온 윤혜안에 있는 윤혜야. 내가 앞으로는 널 그냥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께.
그동안 더러운 냄새난다고, 구역질난다고 냅다 버리려고 했던거 미안해..그래도 넌 내 자신인데 말이야..

예수님이 널 사랑하신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내 마음으로 진심으로 사랑해주지 못했던 거 정말 미안해.

앞으로는 꼭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께. 꼭 그럴께.

또 실수한다고 해도 상처주지 않고 너그럽게 이해해줄께. 사랑해줄께. 그러니까 앞으로는 아프면 아프다고, 슬프면 슬프다고, 화나면 화난다고 자신있게 얘기해. 알겠지??

그동안 정말 미안했어!!

(2008년. 싸이월드 블로그 기록물)

Leave a Comment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