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싸이월드 블로그 기록물)
어렸을 때부터 들어오던 별명 아닌 별명이 있는데..
바른생활 어린이, 바른생활 소녀, 바른생활 청년..이게 그것들입니다ㅋㅋ
아!! 바른생활 어린이일 때는 애늙은이라는 별명도 있었던 것 같네요.
음.. 첫째 컴플렉스인걸까요??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척”하기 시작한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선생님의 기대, 친구들의 기대, 이웃들의 기대, 목사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어린나이부터 나름대로 바락바락 애를 썼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바른생활 Something”의 별명을 갖긴 했지만..어렸을 때부터 별로 듣기 좋은 별명은 아니었고,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내가 정말 이런 별명을 갖기 합당한 녀석인지, 진짜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 물음표를 달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때 저는 지극히도 모범생이었고, 엄청 도덕적일 것 같은 애었습니다.음..어쩌면 세상 돌아가는 것에 눈치가 좀 없어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겠지만..아니면 착하게 생긴건가요??
ㅋㅋㅋ
그런데 아직도 좀 그렇게 보이나봐요. 얼마전에 진실게임같은 것을 했는데 제 차례때 친구가 조심스럽게 물어보더라구요.
“아! 윤혜야! 너한테 꼭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물어봐도 될까..?? 다른게 아니고.. 너도 야한거 본적 있어?? “
헐.. ㅋㅋ
음.. 솔직히 지금은 저의 이 모습이 저의 가면인지 제 진짜 모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가지 분명한 건, 세상사람들이 바른생활처럼 판단하는 제 이 모습을 좀 벗어보려고 애쓰는 것은 제게 너무 벅찬 일이란 것입니다. 어쨌든 전 제 있는 모습 그대로 솔직한 모습만 보입니다. 보이는 것 이상, 그 이하도 아닙니다. 어쩌면 그 가면이 제 얼굴에 탁 달라붙어서 이제는 완전히제 자신이 되어버린걸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전 제 자신을 꾸며서 표현할 줄 모릅니다.
그런데 또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제가 “남의 기대”, “남의 시선”을 너무나도 의식하며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인정받기 위해서, 칭찬받기 위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그리고 동시에 두렵게 여기는 것.. 어제도 잠깐 글에 적었듯이 “관계”입 니다. 이 관계가 깨지는 것을 너무나도 두려워합니다.
누가 절 싫어하는 것을 못견딜만큼 두려워합니다. 누가 제게 실망하는 것 또한 못견딜만큼 두려워합니다. 살다보면 절 싫어하고 못마땅해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도 당연한데, 그것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리고 나를 어떻게든 좋아하게, 최소한 싫어하지는 않게 만드려고 애를 써왔습니다. 물론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요..결국 상처만 더 깊어졌지만요..
한번 한 친구가 제게 그러더라구요. 그 친구와 심하게 틀어진 후 제가 막 그 관계를 회복시키려고 애 쓸때였는데..
“너는 니 생각밖에 못하는것 같아. 니가 지금 이렇게 화해하려고 하는게 날 위한거니 널 위한거니..?”
두둥!!!!
이 이야기를 듣고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절 위한거였거든요. 이 뒤틀린 감정을 스스로 감당해낼 방법이 없어서 어떻게든 빨리해결하고 더 이상 생각하거나 아파하고 싶지 않았거든요..그 친구가 더 이상 절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든 확인하고 도장을 찍어버리고 싶었거든요. 어쨌든 전 누가 절 싫어한다는 사실에 생활에 지장이 될 정도로 질색을 하는 애입니다.
그런데 오늘 뭔가 분명히 정리가 되었습니다. 얼마전부터 읽기 시작한 [향기나는 인격 만들기]를 읽으면서요.
이 책에 따르면 저는 제 경계선과 남의 경계선을 분명하게 설정하지 못했더군요.
음.. 엄밀히 말하면 오늘 제가 이야기 하고 있는것들은 남의 경계선을 분명하게 설정하지 못한데서 오는 문제였습니다. 제 경계선 분명하지 않았던건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하고..
결론 먼저 말하면, 다른 사람의 감정과 느낌은 다른 사람의 소유인 것인데 제가 그것까지 소유하려고 했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제 행동과 제 감정 등 제 경계선 안에 있는 것에 대한 책임만 있을 뿐인데, 제 행동과 제 감정에는 전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은채, 아니, 책임이 있는지도 모른채 남의 감정에만 책임을 지려고 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제 생각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이 변해주지 않으면 그 상처의 책임을 완전히 그 상대방에게 지워버렸지요.
나는 착하다. 그리고 그는 나쁘다.
왜냐..
난 나름대로 할만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속이라도 편해졌으면 모르겠는데.. 여전히 “누구누구는 나를 싫어해.”라는 감정은 저의 행동과 저의 감정을 제약했고, 저를 구덩이로 몰고 갔습니다.
허참..생각해보면, 만약 제가 이런 상처조차 받지 않은 채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었다면 그건 완전 천사였습니다.
싫은 감정 하나 내지 않고..
웬만하면 따뜻한 표정으로..
“음..내가 당신에게 무슨 잘못을 하여 당신 기분을 나쁘게 해드린 것 같은데..그런가요..? 제 어떤 것이 당신 기분을 나쁘게 해드렸죠?? 말씀해주시면 고치도록 할께요. 기분 나쁘게 해드린것 죄송해요..”
속은 부글부글 끓으면서..
그런데 저라도 막 화가 났는데 누가 이렇게 다가오면 완전 질려버릴 것 같습니다..ㅠㅠ 이런 접근은 언제나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들더라구요.
그래도 전 나름대로 스스로에게 할 말이 있었죠.
나는 착하다. 그리고 그는 나쁘다.
왜냐..
난 나름대로 할만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때까지 이런 바른생활 컴플렉스에 싸여 가능한 착하게 보이게 하면서, 남의 감정까지 소유하려고 해왔던 것이었습니다. 남의 감정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작 제 스스로는 솔직하지도 못하고 썩어가면서..다른 사람들 눈치 보느라 덫 속에 갇혀 있으면서..
그런거 보면..전 절대로 솔직한 애가 아니었습니다. 착한 가면을 쓰고, 듣기 좋은 말만 하며,속이고 있는 애였던 거죠..ㅠㅠ 죄송합니다
감정을 부인하거나, 감정에 대한 우리의 책임(우리 자신의 감정에 대한)을 무시하는 것은 우리가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행할 수 있는 가장 파괴적인 것이다. 헨리 클라우드.
그래서 오늘 제 스스로 한가지 확실히 해두렵니다!!
윤혜야!!
넌 다른 사람의 감정은 절대 소유할 수 없는 애야.
그것까지 니가 조종하려고 하면 그건 주제 넘는거야.
넌 니 감정이나 잘 책임져.
이때까지 얼마나 많이 다른 사람 기대 때문에 너 자신을 억눌러 왔니??
네 감정을 부인해온 횟수를 한번 세봐. 착한척 하느라..셀수 있어??
네 감정에 대한 책임을 부인해온 횟수를 한번 세봐. 다른 사람 감정 책임지면서..셀수 있어??
일단 너나 잘해 임마!!
하나님.
더이상 착하고 밍숭밍숭한..바른생활 컴플렉스에 싸여 식은 맨밥처럼 맛없는 그런 윤혜이고 싶지 않아요.
음..착한 건 좋은거 같긴 한데 제 스스로를 속이며 겉으로만 착해보이는 그런 건 더이상 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제 스스로의 감정에 자유로울 수 있게 해주세요. 좋은 건 좋다 싫은 건 싫다 확실하게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음..맞아요 하나님. 저 원래 좋고 싫고 분명해요. 그런데 심각한 감정이 개입되어 있지 않은 영역에서만.. 제가 정작 민감하게 여기는 감정의 영역에서만큼은 좋다 싫다 분명히 하지 못했던거 아시잖아요.
상처 주기 싫어서, 상처 받기 싫어서.. 그런데 이런 솔직하지 못함이 더 상처를 줬고 더 상처를 받게 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하나님..당신이 허락하신 제 마음의 공간을 싱싱하게 잘 지킬수 있게 도와주세요.제 마음의 공간이 잘 환기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다른 사람의 기대와 칭찬 때문에 제 스스로를 속이고 다른 사람을 속이는..그런 바른생활 컴플렉스는 이제 벗어버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이 모습이 가면인지 진짜 저인지도 헷갈리지만..일단 제 감정에만큼은 솔직해지고 싶어요. 그리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고 싶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지배하려고도 하지 않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하나님!!
세상에서 제일 자기 자신을 그대로 솔직히 나타내실 수 있었던 그 분,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08년. 싸이월드 블로그 기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