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2020.9.7. 페이스북 기록물)

어제는 평소보다 피곤했다.

낮잠도 자고, 집에만 있었는데도. 운동 난이도가 높아서 그랬을까, 날씨가 우중충해서 그랬을까.. 하여간 너무 피곤했다.

토요일부터 감기 증상 없이 열만 가끔씩 오르락 내리락 거리던 아이를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눕혔다.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려 그런지 아이의 에너지는 아직 방전이 더 필요한 상태였고, 30분이 지나고, 한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빨리 잠들어야 일어나서 뭐라도 하는데 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자 아이의 뒤척임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시간이 넘어가서 기어이 아이를 울려버렸다.

“엄마가 옆에 있어서 못자는거 같으니까 엄마 나가야겠어! 엄마 나가서 잘테니까 여기서 아빠랑 자! (무논리의 대향현…)”

“으아앙….

엄마. 나도 정말 자려고 노력하는데, 눈이 자꾸 똑 떠져. 정말 노력했어.미안해..”

내가 또 괜히.. ㅠㅠ

추스리고 사과하고 안아주고.

남편이 현 상황의 문제는 방이 너무 더워서였던 것 같다고 진단한 후 방문을 살짝 열어두고 선풍기 바람이 들어오게 했는데, 나의 환절기 알러젠인 ‘찬바람’이 들어와서 코속을 강타하며 짜증2탄을 예고하고 있었다.

“으으…. 문좀 닫아줄래..코에 직바람이 들어와…”라는 나의 부탁은 적절한 온도조절을 위함이라는 목적에 희생되..
는 듯했으나

아이가 데굴데굴 굴러와 작은 손으로 내 코를 덮어주었다.

“엄마. 이러면 괜찮지? 좋은 생각이지?”

아이 손은 따뜻했고, 결국 그렇게 둘이 같이 잠들었다.

어떻게 내 코를 덮어줄 생각을 했을까.

아이의 마음씀이 엄마보다 나았다.

반성문.

(2020.9.7. 페이스북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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