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케? (단 자하비 “현상학 입문” 중 제 1부, 제 3장. 방법론적 고찰)

현상학자 후설은 세계를 밝히기 위해 의식을 탐구하였고, 의식을 단지 세계 내의 일부로 존재하는 한 대상이라기보다 세계에 대한 주체로 간주하였다.

또한 후설은 세계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사태 자체’로 돌아가야만 하며, 이를 위해 우리 의식은 에포케라고 부르는 것을 수행하는 일, 곧 특수한 괄호치기나 판단중지를 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 때 무엇을 괄호치거나 판단 중지해야 하는가? 에포케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한 해석에는 많은 의견 불일치가 있어왔고, 단 자하비는 3가지 대표적인 오해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1. 에포케에 대한 일반적 해석

오해 1. 우리가 괄호쳐야 하는 것은 우리의 선입견, 사유의 습관, 편견, 이론적 가정이다. 현상학은 대상을 향한 전회이다!

이 관점에서 현상학은 열린 마음으로 대상들이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 한다. 이때 현상학은 연역적이라기보다는 기술적(descriptive) 과제이며, 현상의 특이성을 존중하기 위해 가능한 세세하게 기술해야 한다.

나도 이것이 에포케라고 배웠다. 대상에 대한 선입견, 편견, 이론적 가정 등을 내려놓는것. 그런데 아니라고?

단 자하비는 이것이 현상학의 일부 특성을 의미하는 것은 사실이나 현상학적 분석의 범위를 적절하게 포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단 자하비에 따르면 현상학은 대상을 향한 전회만을 포함하지 않는데, 오해1의 관점은 대상과 주체 혹은 세계와 마음의 상호 관계나 상관 관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현상학의 체계적 야심을 결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대상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되, 그것이 우리 의식에 어떻게 경험 되는지에 대한 관계 또한 놓치면 안될 것 같다 (내 생각).

오해 2. 우리가 괄호쳐야 하는 것은 세계의 대상들과 사건들에 대한 우리의 습관적이고 자연적인 집착이다. 현상학은 주체로의 귀환이다!

이 관점에서 현상학은 우리 내면의 경험에서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양상을 주제화하고 기술하도록 우리의 관심 범위를 넓힌다.

단 자하비는 이 또한 현상학의 일부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현상학적 분석의 범위를 적절하게 포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현상학은 주체로의 귀환만을 포함하지 않으나, 이 관점도 대상과 주체 혹은 세계와 마음의 상호 관계나 상관 관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현상학의 체계적 야심을 결여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가 그동안 차마 관심을 주지 않았던 경험을 포착하고 탐색하더라도 그 차원이 세계와의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리고 가지고 있기에 그래왔는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것 같다 (내 생각).

한편 이런 오해도 있다.

2. 의식과 실재

오해 3. 현상학은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에만 관심을 가지며 존재에 대해서 물을 수 없다. 우리가 괄호쳐야 하는 것은 실제로 현존하는 세계다.

이 관점에서는 현상과 사태가 어떻게 나타나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에만 초점을 맞춘다. 실재로 존재하는지를 묻는 것은 현상학적으로 부적절하다고 간주된다.

하지만 단 자하비는 후설은 세계와 참된 존재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 몰두하였으므로 에포케를 이렇게 해석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하였다.

3.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에포케를 하라는 것인가?

단 자하비는 에포케를 “실재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에 대한 특정한 독단적 태도를 중단시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이 때 말하는 실재에 대한 독단적 태도는 우리의 전이론적 삶에도 스며들어 있는 자연적 태도, 즉 우리가 경험에서 마주하는 세계가 ‘우리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태도를 중단하는 것도 포함한다.

실재가 마음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현존한다는 자동적인 믿음을 유보함으로써 실재는 특정 관점에서 드러나고 주제화되며, 처음으로 철학적 탐구의 대상으로서 접근 가능한 것이 된다.즉, 에포케와 환원은 실재를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기보다는 바로 그 실재를 철학적으로 탐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에포케를 통해 실재를 더 이상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에게 주어진 세계의 대상들이 어떻게 주어지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며, 나타내는 대상과 관련된 지향적 작용과 경험적 구조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에포케는 초월적 환원을 위한 첫걸음이자, 적극적인 반성적 운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구성적 연관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4. 에포케는 후설만의 주장인가?

단 자하비는 하이데거나 메를로퐁티가 에포케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으나, 하이데거나 메를로퐁티 또한 철학적 사유의 태도에 이르는데 필요한 반성적 운동에 전념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후설의 에포케와 다르지 않다고 하였다.

5. 나의 성찰

나에게 에포케는 지향적 존재이자 세계-내-존재인 가 의식적으로 결코 분리하기 어려운 현상(대상)을 면밀하고 객관적으로 밝히 드러내기 위하여 나의 일상적인 의식적 습관을 내려놓고, 적극적으로 사태를 새롭게 바라보려고 하는 의지적 작업으로 해석된다. 맞을까..? 단 자하비는 분명히 최대한 쉽게 설명한 것 같긴 한데, 쉽지 않다.

본 글은 단 자하비의 “현상학 입문”을 공부하며 정리하는 글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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