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싸이월드 블로그 기록물)
저는 현재 미네소타에 있습니다. 이곳에 오게 된지도 벌써 9개월이 지났군요
이제 곧 한국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지나온 시간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그리고 2008년도를 돌아보며 제 자신을 반추해 볼 때, 저의 상태를 한 단어로 묘사한다면 “우물 밖으로 건져진 개구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나이 23살. 대학교 3학년까지 마치고 1년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
중학교시절부터 고등학교, 대학교3학년 시절까지. 전 그야말로 한 우물속에 있었습니다.
같은 교회, 같은 공동체, 같은 학교, 같은 친구들.. 대학을 들어가면 좀 달라질까 했지만, 그래도 뭔가 계속 그 우물 가운데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그 우물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 우물 안 개구리들 중에서 가장 성실하고 가장 믿음직스런 개구리가 되려고. 그러면 이 가운데서 가장 착실하고 성실한 종으로 쓰여지지 않을까 하는 소망에서 말입니다.
때로는 정말 너무너무 답답했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니,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이 분명한데 왜 내게 보이는 건 저 조그만 하늘 뿐일까. 하나님은 분명히 날 위해 더 넓은 세상을 예비하셨을것 같은데, 왜 아무도 그 얘기를 해주지 않는걸까. 왜 나처럼 이렇게 우물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동료들이 여기에는 없는 것 같이 보이는걸까.. 아..정말 말도 안 통하고 답답하다. 왜 내가 소망을 말할 때 다들 비웃는 걸까. 난 이상주의, 비현실적 개구리다. 나는 꿈쟁이 개구리다. 외롭다. 답답하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 작은 우물 속의 더 작은 개구리의 부르짖음을 들으셨나봅니다. 하나님께서 온전히 그분의 강권하심으로 이 개구리를 건져내셨습니다. 할렐루야.
이전 환경과 사랑하는 이들을 뒤로해야할 때는 정말 마음이 찢어지도록 아프고 서럽고 외로웠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저의 가슴속에는 마치 제게 새로운 날개가 생긴양 너무나 큰 자유로움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은 저를 우물 안에서 건져내시고, 1년간 세상을 탐험할 시간까지 허락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니 너는 복의 근원이 될찌라. (창세기 12:1-2)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던 아브람..그의 심경이 진심으로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예비한 땅이 있으셨음을 신뢰했기에 움직일 수 있었고, 정말 하나님께서는 이 미국이라는 땅에 제가 지낼 곳, 먹을 것, 만날 사람들, 새로운 기회들을 모두 준비해두셨습니다. 제가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했다면 절대로 마련하지 못했을 것까지 세심하게 모두 준비해두셨습니다.
이 우물 밖으로 건저진 개구리는 지금까지 세상을 탐험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영어를 이번기회에 확실히 배우자!!!”라는 마음도 있었지만(왠지 영어를 잘 해야 세상을 품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제게 있어서 가장 큰 우선순위는 제가 몰랐던 세상을 이번기회에 확실히 경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책도 이것저것 많이 읽어봤고, 이때까지 바빠서 하지 못했던 생각도 실컷 해보고, 신문이나 뉴스도 주의깊게 봐보며, 그리고 여러가지 할 수 있는 경험들을 해가며 이렇게 9개월을 떠돌았습니다.
그런데!! 우물 밖으로 건져진 개구리의 딜레마!!
분명히 우물 밖으로 건져지긴 했는데!! 하나님께선 제게 어디로 가라고 말씀하지 않으셨던 것입니다.
어디든 갈 수 있다는 것은 저로 하여금 너무나도 큰 기쁨과 자유로움을 주었는데, 이제는 정말 어디 목적지를 정해서, 또는 제게 계획된 목적지를 발견해서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어진 것입니다.
예전에 그 우물 안에 있었을 때는, 가야 할 곳이 분명했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가야할 곳을 정해놓고서도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한 후 결정한 것이 아니라 늘 항상 마음에 찝찝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넓고 넓은 광야 한 가운데서, 도대체 하나님이 날 어느 방향으로 부르길 원하시는 것인지 귀만 쫑긋거리면서 어디로도 달려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3개월.. 하나님께서 절 어디로 부르길 원하시는지 확실히 듣길 원합니다. 최소한 제가 다음에 디뎌야 할 곳의 땅은 어디인지 알길 원합니다.
그래서 이 개구리..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까지 야곱처럼 붙들고 씨름하며 하나님과 한판 붙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버르장버리 없는 개구리!!
헤헷
하나님. 제가 하나님 앞에 정결함으로 나아갑니다. 제가 당신 앞에 순종함으로 나아갑니다.
저의 정성과 저의 붙들림을 보시고 제게 응답하여 주옵소서.
하나님. 당신의 강권적인 은혜로 이 세상 구경 실컷 잘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앞으로도 계속 더 이 세상을 탐험하고 경험하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제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정말 이 모든 하나님의 섭리와 손길들..그것들을 보고싶어하는 제 열정과 소망은 아직도 너무나도 큽니다. 어디 안주하는 건 아버지 아시다시피 제 체질이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님. 인생길 어짜피 나그네 길이지만.. 그래도 하나님이 저로 하여금 품게 하실 산지가 있을것임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 산지를 품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준비하며 아버지께 구하고 싶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당신의 눈으로 바라보게 하옵소서. 당신의 눈으로 분별하게 하옵소서.
내맘의 주여 소망되소서 주없이 모든일 헛되어라
밤이나 낮이나 주님생각 잘때나 깰때 함께하소서
지금까지 나를 구원하고 인도하시고, 앞으로도 모든것을 예비해놓고 기다리실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도립니다. 아멘.
(2008년. 싸이월드 블로그 기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