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2022.10.23~.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2022.10.23.

오늘은 잠을 자기가 어렵다.

울타리가 걷어지면 다가올 외부의 적을 두려워했건만.. 날카로운 칼은 이미 울타리 안에 있었다.

나는 떳떳했고, 솔직했다. 실수는 있었지만, 바로 인정했다. 요령은 없었지만 진실했고, 정직했다.

난 애살은 없지만, 진심은 언젠가 통하리라 생각했고, 통하고 있다고 착각하기까지 했었다.

그게 아니었다는 걸 인정하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내가 의미있었다 생각했던 관계가 진실되지 않았다고 인정하는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던가. 너무 열심히 살았나, 너무 무결함을 추구하였나.. 꼭 그런것 같진 않다. 그냥 맡겨진 것에 최선을 다 하려고 했을 뿐이다. 다만 몰입을 할 때 주변을 잘 못본다는 단점은 있다. 숨도 가쁘게 쉬며 몰입하게 되니. 나의 이러한 강점과 약점을, 가까운 동료에게 인정받고 격려받기를 기대하는 건 사치였던것 같다. 아마 나 또한 주변을 못돌아본 업보이겠지만.. 인정하기 쉽지않고 날 자꾸 방어하게 된다.

울타리가 곧 사라질거라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졌고
울타리 안에서 이미 날 향해있던 날카로움을 발견한 후 넉다운 되어버린 하루다.

시간이 좀 걸릴것 같다.

2022.10.27

곪은 건 터지는법.
사람이 벼랑끝에 서면,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살려달라고 소리치거나, 떨어지거나.

벼랑 끝.
난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이고, 복이 많은 사람이라 세상에 별로 두려울게 없었다. 그게 교만이었을거고, 그게 아마 가까운 이들의 마음을 곪게 했을거고, 그게 결국 날 벼랑끝에 서게 했다.

난 근데 적어도, 가족이라 생각했고, 방어해왔다.
나에게 권한이 생기는 만큼 더 지켜주려고 했고, 인정해줬고, 보호해줬다.
기대는 말았어야 했는데, 그래.. 기대한 것도 잘못이겠다.

요즘은 잠을 잘 못자도 피곤하지가 않다.
이상하리만큼 깨어있다.
소주 약 2병에 맥주 반병 정도.
오늘은 그렇게 마시고도 새벽 2시 33분에 잠을 못자고 이러고 있다.

인정한다. 분명 쌍방과실이다. 나만 희생양이 아니다. 내가 분명히 교만하고 건방졌고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나 혼자 너무 잘났었다. 그리고 요령이 없었다.

그래도 너무 아파, 이제는 독을 품어야 하나 싶었는데, 남편이, 하나님이, 스승님이 그건 말리신다.

그래서 날을 세웠던 오늘의 나를 반성하고 [Blind]에게 손을 내밀며 용서를 구해보았지만, 돌아오는건 또 거절.. 시간이 필요한걸까, 시간은 필요한걸까, 과연 시간이 도와줄까..?

이전엔 내가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엔 신뢰하는 분들의 “할수 있어. 믿어. 너만의 문제가 아니야. 해결될거야. 괜찮아. 잘했어.” 이런 말들이.. 그냥 내 주위를 뱅뱅 돌 뿐이다. 자신이 없다.

그래서 그냥.. 일정부분 포기하고 가기로 정했다.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세계는, 그냥 사회일 뿐이었다는 것을 이젠 인정하고,
앞으로는 그냥 원칙대로만 가련다.

내가 뭐.. 너희들 도움이 필요해서 일을 맡겼겠니.. 내가 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였단다. 내가 너흰 믿고 갈수 있다 생각했었는데, 안될것 같아. 아직 못갈것 같아.
어쩔수 없어ㅡ 난 내가 할수 있는만큼 마음을 좀 열어 보았었고, 손을 내밀어 보았었고. 거절한건 너희야..

슬프다. 인정하기 쪽팔리고.. 괴롭다..

 

10월 29일.

마음을 독하게 먹었더니 많은게 선명해져온다.

일단 그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주변의 감정선들이 보인다.

내가 심각하게 무뎠구나.

오히려, 목소리을 더 크게 내려는 의지까지 보인다.

내가 많이 우스웠구나.

하나님.
하나님 아시지요.
하나님 제 마음의 중심을 아시지요.
제가 인간미가 좀 없었을지언정
이렇게 미움당할, 나쁜 사람은 아닌거 맞지요..?
주님.
제가 억울합니다. 맞아요 억울해요. 정말 억울합니다.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기댈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괴로웠어도, 아무리  신경쓰였어도, 제가 제 편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았고,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렇네요. 마음 아파요 주님.
알어요 주님은 아신다는 것. 그래도 이런 시간은 힘들어요. 단련되지 않았던 근육이 건드려진것 같아요.

제게 지혜를 주세요.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세요.
제 마음의 양심은, 지금은 이렇게 떠날때가 아니라고 외치고 있는데, 그것이 저의 강한 자아인건지, 아니면 주님이 주신 마음이신건지 구별할수 있게 해주세요.
사람이 갈 길을 정하더라도, 인도하시는 건 주님이신걸 알아요.
주님. 제가 알게 해주세요.
사람 보기엔 우스워지는 것까지 감당해보도록 할테니, 지혜를 허락해주세요.
하나님 제가.. 힘들어요. 주님이 사랑하시는 딸이 힘들어요. 저를 구해주세요. 주님. 절 들어 건져주세요. 그리고 주께서 복수해주세요. 복수의 칼은 주께 맡길께요. 제가 나쁜 사람 되지 않을께요. 너무 그러고 싶지만, 하려거든 할수도 있을것 같지마는, 그러지 않으려고 애쓸테니 주께서 도와주세요. 하나님이 도와주세요.

(2022.10.23.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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