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2019.7.25. 페이스북 기록물)

워킹맘

아주 가끔 힘들때가 있다.

단단한 자존감과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 덕분에 좀처럼 쉽게 지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가끔씩 깊은 우울이 찾아온다.

아무것도 할 힘이 안나는 상태.

잠잠히 돌아보니 엄마 윤혜와 직장인 윤혜 사이의 안정감이 흔들릴때 발생하는 일인듯 하다.

엄마 윤혜 만으로 살아본 시간이 얼마 없었다. 출산 휴가 기간인 3개월이 전부다. 그나마 그 기간에도 대학원 실습 차 병원에 와서 시간 맞춰 유축을 해야하곤 했었다. 온전히 엄마만으로 살아본 기간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나에게는 퇴근 후 저녁시간과 주말이 너무 중요하다. 퇴근 후 서우가 잠들때까지 주어지는 2시간, 그리고 주말에 함께 하도록 주어지는 약 14시간. 일주일에 서우에게만 집중할수 있는 시간은 고작 38시간이다. 난 그것이 침범될 때 힘들다.

최근 갑작스레 근무 패턴이 바뀌며 3주에 한번 토요근무를 하게 되었고, 학회나 병원 행사 때문에 토요일에 집을 비워야 할 일들이 유난히 몰렸었다. 엄마 윤혜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과 서우에 대한 마음만 아니었다면 나에게 큰 스트레스원이 아니었을 것들인데.. 지금은 나의 균형을 깨뜨리는 스트레스원으로 작동한다.

스트레스를 이성으로 버티며 극복했다 여기고 지내다가도, 서우의 갑작스런 고열같은 상황은 깊은 우울감을 촉발시키고 만다. 그리고 같은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무엇이 중요해? 지금 행복해?’

분명히 행복하고 충분히 만족했었던것 같은데. 그랬던 기억만 남고 마음은 공허하다.

무기력한 상태를 좀처럼 즐기지 못하는 나는 어쨌든 바쁘게 뭔가를 하기는 하지만,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마치 숨쉬기 어려울 때 공기를 생각하게 되듯이.

현재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내가 내세울수 있는 답은 아니다. ‘적당히 포기할건 포기하고’에서 포기의 대상이 아이가 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엄마 윤혜와 직장인 윤혜의 균형을 맞추고 싶다.

(2019.7.25. 페이스북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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