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새벽 출근길에 지도교수님으로부터 한통의 메일이 전달 되었다.
전달해주신 메일은 한참을 기다렸던 저널로부터의 메일이었다.
‘우훗.. 드디어 온건가!!’
가벼운 마음으로 메일 제목을 클릭했는데, 교수님이 써 보내신 한마디.
“리뷰어 3, 정말 너무하네요.”
리뷰어(Reviewer) 3. 낯선 그 이름.
지난 6개월 동안의 6번의 리뷰 라운드 중에 리뷰어 3는 없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너무하게 등장했단다. 뭐가 얼마나 너무하길래.. ? 고쳐야 할 것들을 많이 제시했나?
걱정되는 마음에 전달해주신 메일을 찬찬히 읽어봤는데,
리뷰어 3는 정말 너무했다.
편집자도 정말 너무 했다.
결과는 리젝(Reject)이었다.
솔직히 이번엔 진짜 될 줄 알았다.
실은 한 4번째 정도 라운드부터는 거의 다 됐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리고 이번 투고 직전에는 “이제는 정말 되겠어요.”라는 교신저자 지도교수님으로부터의 칭찬도 받았었다.
그런데 무시라..? 갑자기 나타나서 리젝이라고라…?
믿고 싶지 않지만 실화이다.
정말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리뷰어 1은 초반에 이미, 하루 속히 이번에 개발한 이론을 임상에서 적용한 결과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코멘트를 주고 리뷰 현장을 떠났고, 리뷰어 2는 내가 개발한 이론에 진정한 호기심을 보이며 아주 섬세한 리뷰를 해주었다. 그는 처음부터 이 이론을 개발하게 된 배경과 의도를 매우 높게 평가해주었다. 물론 그가 납득하지 못한다고 해명하거나 수정할 것을 요구한 부분도 있었으나, 결국 나의 디펜스(defence)에 결국 설득되어 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이 이론을 독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문맥의 흐름 방향까지 제언해주며 감동적인 리뷰를 해주었었다. 무려 6개월 동안 6번의 리비전 과정을 거치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완성도 있는 이론이 되었고, Accept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결국 리뷰어 2로부터는 드디어 완성되었다는 칭찬을 받게 되었으나,갑자기 등장한 리뷰어3가 이 이론을 그냥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그리고 편집자는 그것을 수용했고, 그렇게 종료됐다.
리뷰어 3는 뭐, 나름 자신의 시점에서 보았을 때 할 말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저렇게 리젝을 줄 논문이었다면, 애초에 리비전을 6번이나 시키면 안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너무 좋은 리뷰어를 만나서 이론의 완성도가 높아졌잖아!? 그러니 곧 어디든 게재되어 빛을 볼 날이 있겠지… 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저 메일을 받고 다시 투고하기까지 3주 이상의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재투고를 완료했다.
투고 직전 새로 투고할 저널의 편집위원회 목록을 찬찬히 살펴보니, 내가 사랑하는 간호 이론가이자 본 이론 개발의 계기가 되어준 Jean Watson이 포함되어 있다.
갑자기 더 떨리는데.. 여기서 리뷰를 못 받거나, 리젝되면.. 마음이 더 많이 아플 수 있겠다. 한편으로는 제대로 시험대에 올려놓은 것 같기도 하고.. 아 떨린다.
그나저나, 비합리적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저널은 망할지어다.
내 다시 거기 투고하나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