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이 좋아요

전 박사 과정을 하고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박사 과정이라는 과업 덕분에 인생이 너무 바쁘지만, 덕분에 인생이 조금 더 윤택해진다고 느끼고 있기도 합니다.

일단 재밌습니다. 공부를 조금씩 더 ‘잘’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요기서 공부를 잘 한다는 건, 성적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성적은 원래 좋기도 했고.. ㅋ)공부하는 기술이 늘어간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알고자 하는 지식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 그 기술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알게 된 지식들을, 병원 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간호하는데 조금씩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습니다.

현실과 이론, 혹은 현실과 연구간의 차이를 발견해보고, 왜 그런일이 생겼는지 고민할 수 있는것도 즐겁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결국 환자를 위한 산물이 나올 것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전 매우 오랜시간동안, 그러니까  제가 석사과정을 할 때까지만 해도  “도대체 언제까지 배울건데?? 도대체 언제 배운걸 남 줄건데?” 라는 자조섞인 내적 질문에 한심스러워 하기도 했었습니다.

마치 취미처럼 계속 공부는 하고 있지만, 진짜 환자에게 배운걸 잘 주지는 못하고 계속 자기발전만 하는 것 같아서, 수준에 안맞게 사치부린다 싶어 괴로웠던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박사과정을 하면서는, 이제는 배운걸 주고 있고, 앞으로 더 제대로 줄 수 있을 것 같아 매우 기대되고 즐겁습니다.

박사과정, 재미있습니다^^

(2023.3.28.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2022년을 마무리하며

2021년, 그러니까 작년은 생각지 못했던 둘째의 임신과 뜻하지 않았던 병가,그리고 그 와중에 여러 외부 과업의 수행 등으로 정리가 되는데, 세달의 병가는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어찌보면 내게는 처음 주어지는 직장으로부터의 장기 off 였고, 둘째 출산 전 첫째와 찐시간을 보낼수 있는 기회였다.

그 와중에 간호 인생에서 굵직한 강의 의뢰가 최대로 많았고 (보수교육 2편, 외부강의 2건 및 자문 등), 박사학위 과정도 꾸역꾸역 해내면서, 뭔가 내 커리어가 궤도에 이르렀나 싶었던 그런 한해였다.

그래서 몸은 어렵고, 주변에는 미안했지만, 보람은 있었던 2021년이었다.

2022년, 그러니까 지난 한해에는..

둘째 출산도 출산이지만내가 지난 10여년간 일터에서 제대로 산 것이 맞는지.. 치열하고 괴롭게 외로운 시간을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등산을 마무리하고 하산을 해야하나 고민해야했다.

난 돌아본다고 돌아본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는 앞만보고 달렸고 가까운 주변의 마음은 얻지 못한 외톨이라는 것이 표면위로 드러난 꼴인것 같았고,, 이는 나의 지난 시간을 후회하게 하고, 반성하게 했고, 그리고 포기하고 싶게 했다 (여전히 ing..)

내 컴퓨터 옆에는 “여기는 브니엘”이라는 메모를 써붙여 놓고 쳐다볼수밖에 없다.

하나님, 제가 씨름을 합니다. 버티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다행히 주변에 여전하게 존재해오던 천사들의 따뜻한 손이 나를 잡아주고, 끌어주고, 밀어주어 여전히 걸어가고는 있지만, 내 인생을 돌아보며 고백하는 반성과 함께 밀려오는 억울함은 뭐랄까, 사람 눈을 바로 쳐다보기가 어렵게 만든달까.

그래서 2022년은 아직 정리가 안됐다.

연말이고 신년인데도 좀처럼 텐션이 올라가지지 않는 것이,  아마 그래서인것 같다.걷고는 있지만 에너지가 달린다.ADIEU 2022. 이유가 있겠지. 분명히 그럴테다.그리고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께서, 분명 정리를 해주실테다.

사랑하게 하소서. 더욱.

(2023.03.22.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두 딸이 내 옆에

두 딸 사이에 끼어서 누워있는 밤. 첫째는 내게 등을 대고 누워 코를 쌕쌕 골며 자더니 이내 다시 돌아누워 내 시원한 왼팔을 감아 안았고, 둘째는 내 왼쪽에 기댄채 움직이 없이 누워 깊은 잠에 빠져있다.

나는 다소 불편하게 찌그러저 있지만, 이젠 이정도의 압박과 체온의 따뜻함이 당연하다.

그런데 당연하다고 언어화하는 순간 갑자기 낯설어짐은 왜일까?

언제 내가 이렇게 엄마가 되었나.

시험이나 과제를 끝낸날 지겹도록 누워서 콘칩과 스크류바를 먹으며, 이리뒹굴 저리뒹굴 만화책을 보던 시절엔 그것이 당연했는데, 그것이 벌써 20여년 전 일이고, 나는 지금 두 딸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내가 이런 불편할 수 있는 자세를 기꺼이 유지하며 함께 체온을 나누고 있는 이유는, 내가 아이들에게 오롯이 줄수 있는 시간이 지금에야 허락되기 때문이다.

낮에는 비록 오랜시간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밤에는 지겹도록 엄마살 부비고 자던 기억이라도 남겨주고 싶어서이다.

(2023.03.21.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오늘 간호대학 질적연구 수업에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의 최문희 박사님께서 오셔서 포커스그룹인터뷰(FGI)에 대해 정말 생생하고도 심도 깊은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안그래도 최근, 질적 연구 수업을 듣지도 않은 상태에서 혼합연구방식의 연구법을 선택했었습니다.
우선적으로는 익숙하게 연구 계획에 따라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FGI는 책을 보며 준비하고 진행을 했던터라 (그것도 지난주 토요일까지) 박사님의 강의는 정말 많은걸 깨닫고 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전 그저 FGI는 그동안 탐구되어보지 않은 주제 (10여년 전 대변관리 방식으로 하행성 대용량 관장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이분척추증을 가진 아동이 경험한 관장의 효과와 대변관리 관련 삶의 질) 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들으며 더욱 개인적인 경험을 끌어내게 하는 방식으로 더욱 생생한 경험적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박사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말고 가져가야 할 연구자적 초점을 강조하셨는데, 바로 인터뷰 사이 발생하는 그룹 내 상호작용 이었습니다.  개인이 돌아가며 각자 이야기하는 것은 초점그룹인터뷰의 가치를 살릴수 없고, 서로가 주고받는 영향과 역동을 잘 캐치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네번의 소그룹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룹별 특성에 따라 볼 수 있었던 상호작용의 특성이 확실히 다르긴 했었습니다. 다만 그것에 대해 인터뷰 중과 직후에 면밀하게 따져보려고 하진 않았어서, 그 역동을 돌이켜 생각해보려니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여자 청소년들 간, 남자 청소년들 간, 성인 여자 간, 성인 남자 간 보여준 상호작용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이건 나중에 논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제가 더 집중해서 사회를 봤더라면 더 풍성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었을 갓 같습니다.

기회가 되어 또 FGI를 할 기회가 생기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학기는 질적 연구의 학기인것 같습니다. 질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게, 이미 진행중이던 질적 연구도 있고, 질적 연구 문헌을 통합하는 작업도 해야 하고, 그룹 프로젝으로 질적 연구를 하나 새로 수행도 해야하고, 별도의 질적 연구 강의도 수강할 계획도 하고 있습니다.

연구자 자신이 도구가 된다는 질적연구는, 그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고 도전이 됩니다. 한편 그만큼 연구자에 대한 신뢰를 세상에 쌓아야 한다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이 질적 연구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떤 연구자가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양적 언구를 할땐 그게 너무너무 재밌고, 질적 연구를 배워보니 이것도 너무 매력적입니다.

어쨌든 이번 학기는 질적연구에 풍덩 빠져볼 생각입니다.

(2023.03.16.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지적장애를 가진 여성과 성

(2023.03.15.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저는 이번에 박사 4학기를 꾸려나갈 수업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의 “장애인 가족 연구”수업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간호하는 주요 환자인 이분척추증을 가진 아동 및 성인은 배뇨장애 외에도 보행장애, 지적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족들 또한 저의 간호 대상자입니다. 그러나 전 배뇨 및 배변 외 장애를 가진 아동과 보호자들이 겪는 삶을 자세하게 들여다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장애인 가족연구 수업은 저의 인사이트를 키워주고 향후 가족에게 더 좋은 중재를 제공해주는 데 기반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제가 특수교육의 백그라운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임상 경력을 들으신 교수님께서는 수업 수강을 허락해주셨습니다.

조별 과제로 이루어지는 지라, 3분의 특수교육을 전공하시고 현장에서 교사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과 한 조가 되어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저희 조가 첫번째 맡아서 발제를 한 주제는 다름아닌 지적장애를 가진 딸 (혹은 여성 가족원)의 성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보호자의 목소리입니다.

저도 병원에서 비슷한 사례를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사춘기에 진입한 아이(경미한 지적장애를 동반한 딸)가 야한 생각을 하면 요실금이 생기고, 그런 일이 잦은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해요~ 라는 엄마의 고충이었습니다. 성인의 경우 그런 사례들이 종종 있어서, 질환 특성상 그런 경우들이 좀 있긴 하다 정도로 말씀을 드리긴 하였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 보호자께서 진짜 알고 싶으셨던 내용은 아이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해야하나요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황스러운 이슈에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누가 답해줄 수 있을지 몰라 곤란한 보호자의 목소리였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런 보호자의 목소리가 어떠한가에 대한 주제범위 문헌고찰 연구를 기반으로 발제하였습니다.

Powell, R. M., Parish, S. L., Mitra, M., & Rosenthal, E. (2020). Role of family caregivers regarding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for women and girls with intellectual disability: A scoping review. Journal of intellectual disability research, 64(2), 131-157.

보호자의 목소리는 크게 지적장애를 가진 딸 (혹은 여성 가족원)의

월경과 폐경: 가족 돌봄자가 딸의 월경 관리를 돕고, 행동을 보며 월경을 예측하고, 폐경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 하지 않아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이 자신의 몸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함 등.

예방접종 및 예방검진: 지적장애가 있는 아동이 B형간염 예방접종을 온전히 마칠 확률이 정상아동에 비해 낮고, 자궁경부암이나 유방암 검진은 시설에 있는 경우보다 집에서 거주하는 경우에 훨씬 덜 받음 등.

성과 건강한 관계 지원: 가족돌봄자는 본인과 지적장애가 있는 자녀(혹은 가족원)을 위한 성교육을 필요로 함 / 일부 가족돌봄자는 지적장애가 있는 가족원과 성에 대해 이야기하길 불편해함 & 성인이더라도 성관계란 위험하고 반드시 결혼후에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 경험이 있음 /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은 가족돌봄자가 성적 필요와 감정을 억제하게 함에 따라 표현을 잘 못하고 관련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음 등.

건강관리 제공자와의 협력: 건강관리제공자는 가족돌봄자의 통찰력을 필요로 하고, 가족돌봄자는  교육 받길 원함 등.

피임 및 불임: 많은 경우 월경억제, 임신 예방 등의 목적으로 가족간병인이 먼저 피임을 요청하고, 불임수술을 먼저 요청하고 시술하기도 하며, 때로는 의료인이 먼저 불임수술을 권함 등.

등과 관련된  5가지의 주제로 분류되었습니다.


이 논문을 발제하며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현실적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슈이며 체계화된 교육과 사회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성 이라는 것은 인간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중 하나이고, 장애가 있다고하여 asexual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만큼, 그것을 억누를수 밖에 없는  가족돌봄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지적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어떤 성교육과 상담을 제공하고, 사회적으로는 어떤 체계로 이들과 가족을 지지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활용할 수 있는 성교육 지침서가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서울시립 중랑 청소년 성문화센터에서 배포한 자료입니다.

저도 이를 자세히 참고하여 임상에서 필요로 하는 분들께 잘 전달해야겠습니다.

(2023.03.15.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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