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사고

기억이 가물하다.. 그와중에 블랙박스는 왜 먹통이었는지, 기억을 되살려보기도 쉽지 않다.

처음엔 너무 당황스러워서, 내가 차선을 변경하려 했었나 싶었는데, 사진 찍어본걸 보고 기억났다.

‘아 맞다.. 차선밖으로 버스가 좀 튀어나와있어서 왼쪽으로 살짝 더 간다고 가면서 박았구나.. 버스가 정류장에서 멈출걸 왜 생각 못했을까.. ‘

사고 순간 너무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어서 옆으로 슁슁 달려가는 차를 멍청하게 바라보며 안절부절 하다 겨우 차에서 내렸다.
기사님도 내려서 걸어오시더니, 보험회사에서 접수하고 언제 올수 있는지 먼저 알아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네네!! 하고 차로 돌아와서 보험회사에 접수.. “제가 버스를 박았어요..”

접수하고 남편에게도 연락하고 이래저래 하는 동암, 버스에서는 승객들이 내려서 정류정 근처에 서성이고, 누구는 사고장면을 찍고.. 그랬는데, (미안해 우리 하브.. )

나중에 출동매니저가 전화로 먼저 물어보는것이 일반버스였냐 마을버스였냐, 그리고 승객은 얼마나 타있었냐 였다.

아.. 난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 승객이 얼마나 내렸는지.. 갑작스레 분주해져보인 정류장을 돌아보면 그래도 십여명은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걸 세고 있을 정신이 없었다.

버스는 살짝 기스가 난 정도였고 우리차만 찌그러져서 누가 다쳤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다. 휴우.. 초보 맞다. 그것 먼저 인식하고 승객이 괜찮은지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기사님께 괜찮으신지 여쭤봤더니, 괜찮을거 같은데 나쁜 사람이 없어야 할텐데.. 라셨다. 그게 무슨 말이고…?

뒤에 차가 계속 오고 있으니, 기사님이 일단 트렁크를 열으라고 알려주셨다. 사고난다고.. 아, 그렇구나. 트렁크를  열어야하는구나..

기사님은 멀찌감치 뒤에서 교통 정리를 해주고 계셨다.. 내가 해야하는거였을텐데 ㅠㅠ 죄송해라..

뒤에서 차가 아무래도 너무 막혀서 민망함을 감추질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내 과실이 분명하면 그냥 차를 빼라고 하셔서 그게 났겠다 싶었다. 그래서 기사님에게 이야기 하고 차를 빼서 버스 뒤에 세우려는데, 차가 R을 놔도 안빠지네..?? 이게 이상하게 박혔는지 자연스럽게 안빠졌다. 그래서 무리해서 빼긴 어려울것 같았는데, 기사님이 이러나 저러나 비슷하니 그냥 빼라 그래서 뺐더니, 희안하게 차가 붕 떴다가 떨어졌다. 내가 무리한거 같다 ㅠㅠ 허리가 아프다 ㅠ

현장 출동 매니저가 오더니 기사님과 이래저래 처리하고, 내 차는 조금 앞에 골목에 대라고 해서 거기까지 차를 몰고 가는데 이게 뭔가 이상하다.. 바퀴가 무슨 판대기에 계속 쓸리는 느낌..아무래도 주행은 어렵겠다.

결국 레카차 불러 공업소에 맡기고.. 얼빠진 상태로 경의선을 타고 돌아오는데, 버스랑 사고 검색하니 대부분 버스 과실 사고이지 승용차 과실 사례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하긴.. 눈뜨고 버스를 박는다는게 내가 생각해도 황당하다..

그런데 승객이 다치거나 치료를 받는 상황이 무서운 상황이라는걸 알게됐다. 아 그래서 몇명이 탔는질 물어보셨구나.. 그래서 나쁜사람이 없어야 할텐데라고 하셨구나..

하아..좀처럼 마음이 진정이 안되는데.. 회사에사 교통사고 처리만 십년 이상 하신 아버님이 진정시켜주시고 (결론은 사망사고만 아님 괜찮다..), 남편도 보험회사에 맡기고 나중에 보험료만 더 내면 된다는 식으로 안심시켜준다.

아무 새로운 일도 없는 평안한 하루가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또 느꼈다.. 요즘 이걸 느낄일이 너무 잦아서 좀 힘든데.. 그래서 또 느끼기가 좀 버거운데.. 부디 당분간, 몇달 만이라도 조용했으면 좋겠다.

(2023.03.12.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울타리

2022.10.23.

오늘은 잠을 자기가 어렵다.

울타리가 걷어지면 다가올 외부의 적을 두려워했건만.. 날카로운 칼은 이미 울타리 안에 있었다.

나는 떳떳했고, 솔직했다. 실수는 있었지만, 바로 인정했다. 요령은 없었지만 진실했고, 정직했다.

난 애살은 없지만, 진심은 언젠가 통하리라 생각했고, 통하고 있다고 착각하기까지 했었다.

그게 아니었다는 걸 인정하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내가 의미있었다 생각했던 관계가 진실되지 않았다고 인정하는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던가. 너무 열심히 살았나, 너무 무결함을 추구하였나.. 꼭 그런것 같진 않다. 그냥 맡겨진 것에 최선을 다 하려고 했을 뿐이다. 다만 몰입을 할 때 주변을 잘 못본다는 단점은 있다. 숨도 가쁘게 쉬며 몰입하게 되니. 나의 이러한 강점과 약점을, 가까운 동료에게 인정받고 격려받기를 기대하는 건 사치였던것 같다. 아마 나 또한 주변을 못돌아본 업보이겠지만.. 인정하기 쉽지않고 날 자꾸 방어하게 된다.

울타리가 곧 사라질거라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졌고
울타리 안에서 이미 날 향해있던 날카로움을 발견한 후 넉다운 되어버린 하루다.

시간이 좀 걸릴것 같다.

2022.10.27

곪은 건 터지는법.
사람이 벼랑끝에 서면,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살려달라고 소리치거나, 떨어지거나.

벼랑 끝.
난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이고, 복이 많은 사람이라 세상에 별로 두려울게 없었다. 그게 교만이었을거고, 그게 아마 가까운 이들의 마음을 곪게 했을거고, 그게 결국 날 벼랑끝에 서게 했다.

난 근데 적어도, 가족이라 생각했고, 방어해왔다.
나에게 권한이 생기는 만큼 더 지켜주려고 했고, 인정해줬고, 보호해줬다.
기대는 말았어야 했는데, 그래.. 기대한 것도 잘못이겠다.

요즘은 잠을 잘 못자도 피곤하지가 않다.
이상하리만큼 깨어있다.
소주 약 2병에 맥주 반병 정도.
오늘은 그렇게 마시고도 새벽 2시 33분에 잠을 못자고 이러고 있다.

인정한다. 분명 쌍방과실이다. 나만 희생양이 아니다. 내가 분명히 교만하고 건방졌고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나 혼자 너무 잘났었다. 그리고 요령이 없었다.

그래도 너무 아파, 이제는 독을 품어야 하나 싶었는데, 남편이, 하나님이, 스승님이 그건 말리신다.

그래서 날을 세웠던 오늘의 나를 반성하고 [Blind]에게 손을 내밀며 용서를 구해보았지만, 돌아오는건 또 거절.. 시간이 필요한걸까, 시간은 필요한걸까, 과연 시간이 도와줄까..?

이전엔 내가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엔 신뢰하는 분들의 “할수 있어. 믿어. 너만의 문제가 아니야. 해결될거야. 괜찮아. 잘했어.” 이런 말들이.. 그냥 내 주위를 뱅뱅 돌 뿐이다. 자신이 없다.

그래서 그냥.. 일정부분 포기하고 가기로 정했다.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세계는, 그냥 사회일 뿐이었다는 것을 이젠 인정하고,
앞으로는 그냥 원칙대로만 가련다.

내가 뭐.. 너희들 도움이 필요해서 일을 맡겼겠니.. 내가 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였단다. 내가 너흰 믿고 갈수 있다 생각했었는데, 안될것 같아. 아직 못갈것 같아.
어쩔수 없어ㅡ 난 내가 할수 있는만큼 마음을 좀 열어 보았었고, 손을 내밀어 보았었고. 거절한건 너희야..

슬프다. 인정하기 쪽팔리고.. 괴롭다..

10월 29일.

마음을 독하게 먹었더니 많은게 선명해져온다.

일단 그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주변의 감정선들이 보인다.

내가 심각하게 무뎠구나.

오히려, 목소리을 더 크게 내려는 의지까지 보인다.

내가 많이 우스웠구나.

하나님.
하나님 아시지요.
하나님 제 마음의 중심을 아시지요.
제가 인간미가 좀 없었을지언정
이렇게 미움당할, 나쁜 사람은 아닌거 맞지요..?
주님.
제가 억울합니다. 맞아요 억울해요. 정말 억울합니다.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기댈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괴로웠어도, 아무리  신경쓰였어도, 제가 제 편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았고,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렇네요. 마음 아파요 주님.
알어요 주님은 아신다는 것. 그래도 이런 시간은 힘들어요. 단련되지 않았던 근육이 건드려진것 같아요.

제게 지혜를 주세요.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세요.
제 마음의 양심은, 지금은 이렇게 떠날때가 아니라고 외치고 있는데, 그것이 저의 강한 자아인건지, 아니면 주님이 주신 마음이신건지 구별할수 있게 해주세요.
사람이 갈 길을 정하더라도, 인도하시는 건 주님이신걸 알아요.
주님. 제가 알게 해주세요.
사람 보기엔 우스워지는 것까지 감당해보도록 할테니, 지혜를 허락해주세요.
하나님 제가.. 힘들어요. 주님이 사랑하시는 딸이 힘들어요. 저를 구해주세요. 주님. 절 들어 건져주세요. 그리고 주께서 복수해주세요. 복수의 칼은 주께 맡길께요. 제가 나쁜 사람 되지 않을께요. 너무 그러고 싶지만, 하려거든 할수도 있을것 같지마는, 그러지 않으려고 애쓸테니 주께서 도와주세요. 하나님이 도와주세요.

(2022.10.23.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물사마귀와의 전쟁

아이 콧등과 눈꺼풀에 생긴 물사마귀 때문에 전신마취까지 할 줄이야..

아이들 전신마취 하고 깨는걸 매일같이 경험하던 저도, 막상 우리아이가 전신마취를 한다니 살짝 긴장이 되더라구요. 막, 만의 하나를 생각하게 되고..😐

그래도 결국 무사히 잘 수술 받았습니다!! ^^

우리 아이는 세브란스 안과병원의 윤진숙 교수님께 수술을 받았고, 수술은 당일입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수술 전 준비:
수술을 받는 당사자는 3일 이내의 코로나 검사 결과지가 있어야 해서 입원 3일전에 병원 안심진료소에서 입원전 선별검사를 받았고 2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당일 입원 시 보호자는 별도의 검사가 필요하지 않았고 수술 접수 시 코로나 관련 증상에 대한 간단한 문진만 이루어졌습니다.

수술 전 검사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엑스레이,EKG(만5세 이상)가 필요했고, 우리 아이는 EKG에서 애매한 부분이 확인돼서 수술 전 주 소아 심장과 진료도 보았었습니다. EKG를 더 길게 촬영하고, 심장초음파까지 한 결과, 다행히도 정상이었습니다. 모두 정상 소견으로 문제없이 마취할 수 있다고 컨펌되었습니다.

수술 전날 오후, 수술 예정시간 및 내원 시간을 전화로 안내를 받았고, 금식은 전일 자정 12시부터 하도록 하였습니다.

수술 당일 아침:
수술실은 안과병원 1층에 있었고 (입구에서 한층 내려가야 1층입니다) 접수에서 코로나 검사결과 확인 및 보안경을 제출하고 슬리퍼로 갈아신은 후 입실을 했습니다.

보안경은 안과병원 3층 안경원에서 5천원에 판매를 했습니다.

보안경

안정실 내 어린이 구역은 별도로 마련되어있었고, 우리 아이는 14번 자리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아이는 환자복으로 갈아입었고, 저는 덧옷을 받아 입었습니다.

곧 수액이 들어가는 주사를 맞았고 (역시나 소리는 질렀지만… 어린이 구역이라 다행이었다는…), 전공의 선생님이 와서 수술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었고 저는 동의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도 오셔서 지난번에 차마 말씀 드리지 못했던 눈썹 부위의 물사마귀의 존재도 직접 다시 말씀드릴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눈에 보이는 건 최대한 다 제거해주신다고 했습니다.

대기가 길어지긴 했으나, 안정실 간호사 선생님이 어느 정도 길어질 것 같은지 진작에 말씀해주셔서 기다림에 큰 지침은 없었습니다. 10시인 줄 알고 갔는데 12시 넘어서 수술을 받긴 했지만서도 말입니다. 여유롭게 놀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술 대기중

다만, 전날 저녁을 8시에 먹었던 아이가 금식 14시간이 경과하자 배고프단 이야길 하기 시작했고 15시간이 경과하자 빨리 수술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군요.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다행히 16시간이 넘어가기 전에 전공의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러 왔고, 아이는 수술 소식을 그렇게 반가워할수 없었습니다!

수술 및 회복:
저와 아이는 함께 수술방까지 들어갈 수 있었고, 아이가 수술 침대에 누웠을 때 저는 바로 옆 의자에 앉아서 아이 손을 잡아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데에서 1차적으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의사 선생님께 “저 정말 잠들어요?? 잠들지 않으면 어떡해요?? 잠들지 않으면 수술 하지 않을거죠??” 라고 재차 확인을 하다 스르륵 잠들었고, 전 다시 안정실로 와서 대기를 했습니다.

15여분 지나자 교수님이 오셔서 수술이 잘 끝났음을 알려주시고 수술 부위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바이러스도 좀 지져줘야 사라져서 살짝 지져주셨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듀오덤을 잘 붙여주라고 당부해주셨습니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직접 오셔서 설명해주셔서 또 감동받았네요.

한 30여분이 지나자 아이가 회복실로 나왔으니 회복실로 가면 된다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회복실에 갔더니 아이는 곤히 자고 있었고, 저는 바로 옆에 앉아 아이가 깰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그때 회복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아이가 지금 얼마나 안정적인 상태인지, 수술실에서의 마취 상태가 얼마나 안정적이었는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정말 크게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또한번의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천천히 잘 일어났고, 회복실에서는 30여분간의 모니터링을 마치고 안정실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많이 피곤해하긴 했지만 깨어있으려고 잘 노력해줬고, 물은 바로 조금씩 섭취할 수 있었습니다.

전신마취 후 안정실에서. 고생했쪄 마이 스위리~♡

안정실로 돌아와서 1시간 남짓 있었는데, 아이가 소변도 보고 걸어다니는 것을 확인 한 후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와 함께 본관 3층 푸드코트에서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던 죽을 먹고 베스트 드라이버 아버님 덕분에 꾸벅꾸벅 졸면서 아주 편하게 집으로 무사 귀환할수 있었습니다.

제거된 물사마귀

이게 제거된 물사마귀의 흔적입니다. 음…딱봐도 그냥은 안없어지게 생긴 놈들이네요.. 전 툭 짜면 물이 쭉 나오려나 했는데 그런 성질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아이의 피부부위는 듀오덤으로 드레싱을 하고 있고, 듀오덤을 붙이지 못하는 눈의 부위에는 안연고를 발라주고 있으며, 항생제는 하루 세번 복용하고 있고, 아이는 우주인같은 보안경을 아주 잘 착용하고 있습니다. 예쁜 콧등에 흉터만 제발 안생기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네 식구. 이번기회에 확실히 다짐했습니다.
무서워도, 겁이나도.. 다음부턴 뭐든지 초장에 잡자!!! 초가삼간 다시는 태우지 말자!!

닥터딥은 일년 넘게 발랐지만, 우리 아이 물사마귀에는 큰 도움이 안됐고 같이 바른 제 피부만 더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율무패치도, 한약도 큰 도움은 안됐습니다. 아연도, 철분도,율무차도, 율무팩도, 멀티비타민도, 유산균도, 규칙적인 운동도… 하아.. 정말 할 수 있는건 다 해봤는데.. ㅠㅠ

그래도 지속적으로 아이 면역력 강화에 힘을 써서 다시는 물사마귀 바이러스, molluscum contagiosum 의 공격에 이쁜 얼굴 괴롭히지 않게하렵니다.

(2022.10.18.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간호는 환자가 자기자신을 믿도록 돕는 것이다.

병원에서 이런저런 처치를 하다보면 유난히 겁이 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병원에서 뭔가 해야하고, 그게 자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걸 안다면 싫은게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잘 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유난히 공포에 사로잡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그렇게 울며불며 몸으로 버티는 아이들을 마주하면, 처음에는 어르고 달래보지만 나중에는 쫒기는 시간에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었습니다.

우리 딸래미 치과 치료 전까지는 말이죠.

제 딸은.. 병원 포비아로 치면 제가 그동안 마주한 모든 아이들 중 최고였습니다.

아마도 충치 치료의 첫 경험이 아이에게 배신감을 줬던게 분명합니다. 제가 고집을 부려 갔던 (수면이나 웃음가스를 하고싶지 않아) 일반 치과에서, 아이에 대해 섬세하게 접근하지 못하고 가장 심각하게 썩은 이부터 건드리는 바람에 아이가 그 소름끼치는 통증을 무방비 상태로 경험했고 완전히 패닉이 된 적이 있었거든요.

평소 굉장히 안정적인 정서를 자랑하던 아이가 그  치과경험 이후에는 미용실에서 머리 감는것도 두려워하며 우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다른 이유로 병원에 검사하러 가는 짧은 시간 동안, 긴장감을 몸이 이기지 못하고 배탈이 나버리기도 했구요. 제 딸의 돌변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그리고 그 정도가 제가 만나본 모든 아이들을 초월하고보니, 이제는 병원에서 대하기 까다롭다 생각되는 아이가  없어졌습니다.

다 그저 사랑스럽고 안쓰럽습니다.

오늘 만난 10살 여아도 그랬습니다. OO이는 오늘 소변 검사를 위해 소변 줄을 넣어야 하는 처치를 극도로 두려워하며 저항했습니다.

평소에 굉장히 안정적이고 말을 잘 들어주던 아이라서 이 검사도 씩씩하게 할 것만 같았는데,  알고보니 과거에 검사를 했을 때 마음의 준비도 안됐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소변줄이 몸으로 들어와서 놀랐던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에구.. 안쓰러워라.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그 힘든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시간을 좀 주었지만  좀처럼 진정이 안됐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과 마음이 더 지치는 것을 알기에 잠시 시간이 지난 후 “이제, 우리~엄마는 잠시 밖에 계시도록 하고 우리끼리 한번 해보자. 선생님 딸도 보니까 엄마가 같이 있을 때 더 마음이 약해져서 못했지만 오히려 혼자서 간호사 선생님이랑 더 잘하더라구. OO이도 분명히 혼자서 잘 할수 있을것 같아.” 하고 말해준 뒤 아이 어머니를 잠시 커튼 뒤에 나가서 기다리시도록 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없지만 커튼 밖에 있는 것을 확인 후 조금 더 진정이 되어서 침대에 올라 자리를 잡았고, 저와 다른 간호사 둘이 함께 아이에게 검사의 단계 단계를 설명하며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지금 카테터를 넣을 거고 같이  “아~~” 라고 소리를 내면 훨씬 안아프게 할 수 있어. 준비 됐어? 아~~~~”OO이는 그 이후 검사를 아주 잘 마쳤고, 우리는 아이를 아주 크게 칭찬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씩씩하게 침대에서 잘 내려와서 검사실을 씩씩하게 나갔습니다.

오늘 OO이가 자기 자신을 조금 더 믿을 수 있게 되었을까요?? 그랬기를 바라봅니다.

(2022.10.13.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간호는 진정성 있는 눈맞춤이다

전 Jean Watson의 돌봄이론을 좋아합니다.

돌봄이론은
간호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고,
간호사로의 소명을 인식하게 하며,
간호사도 간호를 통해 성장한다고 믿는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왓슨의 돌봄 이론은 하루의 간호를 시작하기에 앞서 성찰할만한 내용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리고 전 그것을 인스타그램에 조금씩 공유를 하며 저 또한 그 내용을 성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오늘 하루 대상자와 진정성 있는 눈맞춤을 하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의 이러한 다짐은 오늘 저의 하루를 조금 더 나은 하루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오늘 마주친 수많은 눈들 중 한 어머니의 눈이 제게 많이 남습니다. 초등학생 2학년이 된 여자아이의 어머니의 눈은, 처음엔 다소 피곤해보이셨습니다.

아이는 다리에 힘이 부족하여 휠체어보행을 하고 있었고, 아이의 어머니는 여전히 하루 종일 아이의 도뇨를 직접 해주고 계셨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 있을 때라도 도뇨시간이 되면 잠시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도뇨를 한 후 다시 학교에 데려다 주시는 상황이었습니다.

아..  오롯이 아이만 지켜내는 삶을 살고 계시는구나.

아이 어머니는 저의 “OO이도 혼자 도뇨할 때가 되었어요.”라는 질문에 당황하시며 왜 이 휠체어를 보지 못하냐는 듯한 눈빛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OO는 다리에 힘이 없어요.”

“우리 이분척추증이 있는 아이들중에는 OO이같이 휠체어보행을 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어요. 그리고 스스로 도뇨도 매우 잘하구요. OO이도 팔의 힘으로 변기에 앉는 연습먼저 시작해보면 좋을것 같아요.”

아이 어머니는 처음엔 믿기 어렵다는 눈빛을 보이셨지만 저의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계속 들으시더니 조금씩 귀를 더 기울여주셨습니다.

“정말 잘 할 수 있어요. 코로나 이전같으면 캠프를 같이 가서 언니들 보면서 배워봐도 좋을텐데..

OO야. 이제 OO도 스스로 도뇨할 때가 되었어. 실은 이미 늦었어. 이미 충분히 언니가 되었거든. 지금부터라도 우리 조금씩 연습해서 고학년이 되거든 혼자 해보는걸 목표로 해보자. 우선 화장실에서 혼자 앉는것부터 연습 해보는거야!!.”

다행이 아이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이 어머니께서는 이전에는 인터넷 자조모임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정신건강에 너무 안좋은것 같아서 일부러 외면했었다고 하셨습니다.

아이 어머니께서 충분히 그러실 수 있으나, 자조모임을 통해서 아이가 얻는 부분이 분명히 클 수 있음을.. 그곳을 통해 OO이가 자신과 비슷한 질병을 가진 친구들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고 아주 행복하게 잘 살수 있음을 알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말씀드리자, 아이 어머니께서는 공감이 되며 기대된다는 듯한 눈빛을 하시며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리고 그 카페를 직접 찾아 여기가 맞나 저에게 확인을 하셨습니다.

아이 어머니는 여러가지 상담을 마친후 나가시기 전에  약간 붉어진 눈빛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아이를 못떼어놓았던것 같아요.”

“네 맞아요. 아이는 충분히 잘 할 수 있어요. 믿어주셔도 돼요.”

아이 어머니는 여러가지 TO DO LISTS를 가지고 집으로 향하게 되셨지만, 전 그분의 뒷모습을 보며 조금은 힘을 얻고 가시는구나 하고 느끼며 마음 한켠이 채워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좋은 하루였습니다.

(2022.10.12.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클래식 피아노

오늘은 남편으로부터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았습니다.

요즘 저를 클래식에 입문하게 만든 임윤찬님의 CD손열음님의 책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남편으로부터의 선물을 준비했다는 사진을 받고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즘 제 임윤찬님 사랑은 남편이 시샘을 할 정도이고, 손열음님의 책은 제가 요즘 전자책으로 대여해서 막 읽기 시작했던 책이었던지라..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피아노는 제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배우기 시작했었고, 남들 하듯이 바이엘, 체르니 100, 30, 40을 하다가 50을 할때쯤 렛슨은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친구 따라 간 작은 교회에서 반주를 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전 계속 피아노와 아주 멀지 않은 사이로 지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클래식에는 별 관심이 가지 않았었습니다. 클래식 명곡을 배울 때 그 과정이 지루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제게 클래식을 즐길만한 감성이 없었었을까요. 모차르트나 베토벤, 슈만, 쇼팽.. 그냥 넘어야 할 과제물 정도로만 인식이 되었었습니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름다운 피아니스트들을 만나면서 클래식을 대하게 되는 마음이 조금씩 바뀌어감을 느낍니다.

음악에 대해 주어진 천부적인 재능주어진 시간에 대한 최선의 열심을 합쳐 세상에 아름다움을 불어넣어주는 젊은 연주가들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제가 살고있는 이 시간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그동안 제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은 찬송밖에 없었던것 같은데, 역시 신께서 세상에 음악을 있게하셨구나. 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피아노리사이틀 티켓을 구입했습니다. 임윤찬님의 스승이신 손민수님의 피아노리사이틀이 가까운 고양아람누리에서 한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티켓팅을 했는데 기적적으로 한자리 남은 R석을 맡았습니다. 아이들은 남편에게 맡기고 행복한 저만의 100분의 시간을 누릴 호사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프란츠 리스트에 대해 공부해야겠습니다.

(2022.09.30.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예배드린다는 것.

어쩌다 보니 3주 연속 교회를 못갔습니다.

첫번째 주에는 명절이라서, 두번째 주에는 몸살이 나서, 세번째 주에는 강의 일정으로 여차저차 하는 바람에..

첫번째 주와 두번쨰 주는 제 스스로 그나마 인정할만 한데, 세번째 주는 좀 양심에 거리낌이 생깁니다.

마음만 먹었다면 충분히 예배드릴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전 부지런하게 예배에 참여하기 보다는, 느긋하게 놀기를 선택했습니다.


일요일을 주일이라 부르며 교회를 간다는 것, 그건 단순한 규칙적인 의식을 치루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일주일 중 단 하루, 그리고 그 하루 중 아주 잠시만의 시간을 떼어 나를 존재하게 하신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분과의 교제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모님의 존재가 너무 당연하면서 안부에 소홀하게 되어 당신들을 외롭게 하기 쉽게 되듯이, 예배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것, 그렇게 하나님의 은혜를 잊어버리는 것은 너무나도 쉽습니다.

중고등학생 시절, 예배를 드릴때마다 의아했던 점이 있는데, 대표기도를 하시는 어른들께서 거의 매 주일마다 “지난 일주일간 하나님을 기억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살아가는 인생을 부끄럽게 고백하며 회개합니다” 라는 기도를 하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순수하게 하나님과의 사랑에 푹 빠져있던 저는, 도대체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왜 매주마다 저렇게 회개만 하실까, 평소에 잘 하시지.. 라고 의아해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현실세계에서 살아보니, 그나마 매 주일 그렇게 교회에서 회개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상당히 칭찬받을 일이겠다 싶어집니다.

그나마 다행히도 오늘 아침 저의 양심이 저를 깨워 출근길에 말씀을 들었습니다.

“너는 피투성이라도 살아있으라 (에스겔 16:6).”

어느덧 세상에 젖어 그리스도의 향기는 사라진채 피투성이와 같은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할지라도, 살아 있으라.. 살아있으라.. 내가 너를 기억하고 너를 보듬어 주겠노라..

하나님의 애닳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늠해보며,
너무 쉽게 저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버리시는 그분을 다시 우선순위로 돌이켜보며,
다시금 고백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기도해봅니다.

하나님 아버지.
주님을 기억하지 않고 저의 의지와 욕망대로만 살아갔던 저의 시간을 용서하시고, 저의 이성과 감성과 영성의 온전한 주인이 되어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2022.9.26.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모유수유와 대상포진

증상 발현 1주 차 

출산 후 약 5개월 경과된 어느날,

견갑골 부위가 욱신욱신 쑤시기 시작했습니다.

폼롤러로 등을 꾹꾹 눌러줘도 해소되지 않는 깊은 뻐근함..

그리고 며칠 뒤, 뭐가 물린것 같이 간지럽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긁어도, 모기약을 발라도 해결되지 않는 괴로운 가려움에 남편에게 등을 보여줬더니, 보이는 건 기미 뿐..ㅜ.ㅜ

등에 웬 기미?? 기미가 나도 가려울 수 있나..? 혹시 다른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하고 피부과에 찾아갔는데

피부에 발진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고,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도 그냥 항히스타민제를 먹어보고 증상이 계속되면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간 항히스타민제를 먹었는데도 해소되지 않는 가려움과 동시에 등 뻐근함.

이건 도대체 뭐지 하며 남편에게 등좀 봐달라고, 아직도 모기 물린거 없냐고 종종 보여줬었는데, 어느날 갑작스럽게 하는말..

“어? 물집이 잡혔는데?”

증상 발현 2주차

아니.. 뭐라고라.. 물집이라고라..

사진좀 찍어줘봐 해서 봤더니..

 

 

오른쪽 등 뒤..

상당히 의심스러운 물집이 관찰되었습니다..

가려움과 뻐근한 증상이 생긴지 일주일만에…

상당히 대상포진이 의심스러운 물!집!이 확인되었습니다..

헉… 이거 도대체 언제 생긴 물집이지… 72시간이 경과 되었을까…? 내가 물집 올라온것도 모르고 있던건 아닐까??

대상포진이라면 최대한 빨리 아시클로버를 먹어줘야 하기에, 병원에 출근해서 바로 가정의학과에 당일접수를 하고 진료를 보았습니다.

네. 그리고 대상포진이 맞았습니다.

에구.

전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고, 아직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지만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는 사실과 등가려움에 대해 말씀드리고 약 처방을 받았습니다.

  • 팜비어 750mg 1회/일 * 7일
  • 울트라셋 ER 세미 1T PRN
  • 시잘 5mg PRN

팜비어(대상포진)는 모유수유 중에 먹어도 괜찮지만 씨잘(가려움)과 울트라셋(통증)은 모유로 이행이 있을 수 있으니 가급적 모유수유의 중단을 권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아직 저는 수유를 완전히 중단할 생각은 없어서 퇴근 수 후유는 지속하였고, 팜비어는 일주일 내내, 울트라셋은 통증이 심할 경우에만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먹은 울트라셋도 통증에는 크게 효과적이지 않더라구요..

증상 발현 3주차 

일주일이 지난 시점, 팜비어를 다 먹었는데도 물집은 아직 남아있었고, 가려움증은 호전되었으나, 등 통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내원해서 새로 처방을 받았습니다.

  • 팜비어 750mg 5일 추가
  • 리리카 25mg 2회/일

리리카는 저에겐 상당히 효과적이었습니다.

내가 언제 대상포진이었나 싶을 정도로 통증이 호전이 되는걸 느꼈습니다.

아 이제 나았구나!!!

그런데.. 약효가 떨어질 때쯤 어김없이 다시 통증이 올라오더라구요.

팜비어는 추가 5일을 다 복용하였으나, 통증은 계속 되었습니다.

절망.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되고 호전이 안되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이러다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만성으로 가는거 아니야..??

이 알싸하고 뻐근하고 괴로운 대상포진의 통증은 경험하기 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 통증을 계속 달고산다?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약을 계속 먹게 되니, 이제 슬슬 수유를 중단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모유로 이행되는것으로 알려진 리리카를 계속 복용하는게 아무래도 마음이 쓰여서, 어짜피 6개월까지만 완모 하기로 했던거 이제 완전히 중단하자 결단을 내렸습니다!

증상발현 4주 차

그리고 결국 다시 내원해서 리리카를 추가 처방 받았습니다.

우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지만 이 통증을 계속 안고 갈수는 없었거든요.

혹시 몰라 마취통증의학과 진료도 예약해놓고 며칠만 더 버텨보자 하고 약을 먹었습니다.

먹다가 중단해보고, 다시 또 먹다가 중단해보고.

그렇게 꼬박 한달을 내리 아프더니!

언제 없어질까 걱정되게 아프더니!

딱 40일 아프고 증상이 없어졌습니다!! 

등의 그 괴로움이 없으니 정말 살것 같았습니다.

만성 신경통을 달고 사는 분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통증과.. 모유수유로부터.. !!

실은 모유수유를 이렇게 중단하고 싶지는 않았었습니다.

6개월까지는 완모를 하고, 그 이후에는 천천히 중단을 해서 저녁 막수만큼은 모유수유해주고 싶다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모유수유를 중단하니, 또 나름의 자유로움이 생기더군요. 무엇보다 저녁 때 남편과의 맥주 한캔을 부담없이 즐길수 있게 된 여유!! 너무 좋았습니다^^


모유수유 중 대상포진!!

전 얼떨결에 대상포진 진단 후 모유수유를 잠시 유지하다 계속되는 통증으로 인해 결국 중단하였지만,

대상포진 시 물집 발현 72시간 이내 최대한 빠르게 복용을 시작해야 하는 항바이러스제는, 수유부라고 하더라도 큰 부담없이 복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시클로버냐 팜비어냐, 이건 의사 소견에 따라서 약간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것 같기는 합니다.

과거에는 아시클로버는 모유수유에 부적절하다고 차라리 팜비어가 안전하다라는 의견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아시클로버가 안전하다는 근거가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근거를 채택하고 진료를 보는지에 따라 아시클로버를 처방하기도, 팜비어를 처방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 업투데이트 된 정보에 따라 아시클로버를 처방받길 원했으나, 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처방해주신 팜비어를 신뢰하고 복용했습니다.

다만 증상 조절 약은 모유수유 이행에 대한 위험성이 제시된 바들이 있으니, 아주 안전한 타이레놀을 제외하고는 주의하며 복용해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수유를 하시는 엄마들, 아무리 건강하다 해도 건강에 과신하지 마시고 좋은 것 많이 드시길 바랍니다. 무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대상포진은 정말.. 또 겪고 싶지 않은 통증이었습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가는거 아니야? 라는 의심은 거의 공포에 가까웠습니다.

부디 좋은 것 많이 드시고 쉬실 수 있을 때마다 푹 쉬시길 바랍니다!!

 

피고임의 추억..?

그냥 아주 연한 핑크빛 액체였습니다.

왜 핑크빛일까..

병원에 전화하여 상태를 이야기했더니 또 반복되거나, 피가 다량으로 나오면 바로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큰 걱정 안하고 있었는데, 그날 오후, 연한 핑크빛 액체가 왈칵 하고 또 나왔습니다.

그리고 전 그 날 (10주+1)부터 눕눕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 융모막하 혈종 진단

초음파를 이리 저리 보던 전공의 선생님은 뭔가 의아하다는 듯이 계속 이리저리 초음파를 돌려 보았습니다.

저는 뭐, 별거 있겠나 싶은 마음으로 별로 긴장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는데,

전공의 선생님은 분명 심상치 않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라는 듯, 안도감을 주려고 애쓰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습니다.

최근에 혹시 무리하신 일이 있으실까요?
여기에 기존에 없던 피고임이 생겼어요.
교수님께서 확인해주셔야 하겠지만, 좀 쉬셔야 할 수도 있을것 같아요.

쉰다?

응?

얼마나?

도통 제가 감을 못잡고 있자, 잠시 누워있으라고, 교수님과 연락되는대로 알려주겠노라고 하고 전공의선생님은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교수님이 외래 진료를 보고 계시는데 일단 그쪽에서 직접 소견을 듣는게 낫겠다 하여 외래 진료실로 이동했습니다.

교수님께서도 매우 당황하시며, 이건 당신이 직접 말씀하셔야 할것 같아서 외래로 오라고 했다며, 도대체 2주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하셨습니다.

멀쩡했던 자궁이 2주 사이에 반이나 떨어졌다고.

네..?

그 때부턴 교수님의 목소리가 웅웅 하고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조건 쉬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무조건 버텨야 합니다.
일찍 나와버리면.. 너무 고생스럽습니다. 그건 안되지 않겠습니까..?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습니다.

몸이 무너질듯 힘이 들다가 9주차 정도 되었을 때 좀 나아지면서 기분이 좋아져서.

그저 기분이 너무 좋고 상쾌해져서 1박2일 강화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긴 했었는데..

특별히 무리한건 전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문제라면 문제였을것 같습니다.

임신 초기엔 정말 극 조심 해야하는게 맞나봅니다. 제가 제 몸을 너무 과신했다 싶었습니다. 

2. 병가 시작

저는 이미 현실감을 잃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교수님.
좀 쉬다보면 나아질 수 있을까요?
지금 아예 휴직을 해야하는 상황인가요?

가능하면 휴직을 하는게 낫겠습니다.
좀 나아졌다 싶으면 이미 임신 후반기라, 몸이 많이 힘들수 있습니다.
의사에 따라 지금 시점에 쉴 필요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으나,
분만실에서 워낙 힘든 경우들을 봐왔기 때문에 전 무조건 쉬시라고 권합니다.

이건 뭐.. 그야말로 청천벽력..

첫째 때도 육아휴직도 안하고 버텼는데..

부서에는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하나..

나의 향후 미래는 어떻게 되려나…

당장 휴직을 하기엔 처리해야할 일이 산적했고, 저의 출산 후 복직 후 미래가 불확실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한달 간의 병가기간을 갖고 그 이후 상태에 따라 추가 병가, 혹은 휴직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3. 눕눕 시작 (누워있고, 누워있고, 또 누워있고, 계속 누워있고…)

집에서 본격적으로 24시간 중 22시간은 누워있는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밥먹을 때, 화장실 갈때만 빼고 계속 누워있었습니다.

그랬더니 한 3-4일 정도 후부터는 허리가 끊어지듯이 아팠습니다. 너무 누워있었더니 없던 허리통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정도 지나니 손목이 끊어지듯 아팠습니다. 누워서 핸드폰만 보다보니 손목통증도 얻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누워서 책이나 핸드폰을 볼 수 있는 독서대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일명 눕서대 (누워서 보는 독서대)

못봤던 드라마, 예능들을 섭렵해가봐, 더이상 지겨워서 못보겠다 싶을때까지 본것 같습니다.

잠도 그렇게 오래 자본적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허리는 부서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언제 이렇게 쉬겠냐 생각하며 쉬는데 집중했습니다.

누워있을때 어느쪽으로 누워있어야 하나, 몸통은 들어도 되나 너무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결국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바닥에 등을 대고 눕거나, 양 옆으로 돌려가면서 눕거나 하는 자세로 누워있었습니다.

그렇게 2주가 지나고 (11주+6), 초음파 검사 결과 1/2 정도는 흡수가 되서 좋아졌다고 확인되었습니다!!

4. 눕눕은 언제까지??

이렇게 누워만 있으니 나쁠일은 없겠다, 좋아질 일만 있겠다 싶었는데…

다시 약간의 출혈이 다시 뭍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딱 보니 갈색혈이라 그냥 고여있던게 나오는거겠지 싶어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예정일에 내원했는데, 교수님 의견은 좀 달랐습니다.

별로 좋은 징후가 아니며, 이러다가 자궁 경부가 훅 짧아지는 경우가 있어서 예의주시 해야한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더 쉴 것을 권하셨고, 결국 병가를 더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총 2달 정도 꼼짝없이 누워있었더니,

누워있는게 이제 더이상 지겹지도 아프지도 않고 익숙해졌을 때 쯤 고였던 피가 거의 다 흡수가 되었습니다.

이제 과제는 병가 종료까지 남은 한달을 어떻게 쉬느냐였는데..

병가 후 갑작스러운 활동이 또 무리가 될까봐서 아주 조금씩 움직여보기 시작했습니다.

거실에서 유튜브를 보며 요가를 따라하기도 했고, 아이 유치원 하원을 직접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몸을 움직여 회복시켜가며 총  3달의 안정가료 끝에 (22주)

피고임은 거의 다 없어졌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도 되겠다고 진단되었습니다.

그리고 건강하게 뱃속의 아이와 함께 복직하여, 무려 39주까지 아주 무탈하게 근무 하고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

1. 임신 극초기에 여행은 삼가는게 좋겠습니다.

2. 피고임에는 절대 안정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3개월 정도의 안정이 필요했습니다.

3. 피고임이 있을 때 눕눕의 자세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쉰다는게 중요할 뿐.

4. 피고임은 어쩌면 뱃속의 아가가 하는 첫번째 효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온전히 쉴 수 있도록 지켜주니까요.

(2022.07.20.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첫째에게 임신소식 알리기

임신을 확인하고 나니 동생의 동짜만 나와도,

싫다는데 왜 자꾸 물어봐.

라고 강경하던..

이제는 첫째가 되어버린 자몽이에게 어떻게 동생 소식을 전해야할지가 저희 부부에겐 무엇보다 큰 과제로 다가왔습니다.

언제쯤 알려야 좋을까.

어떻게 설명해야 아이가 잘 받아들일까.

노심초사하며 고민하던 끝에, 저희 부부는 그냥 아예 처음부터 함께하기로..아이와 함께 임신기간의 전 과정을 공유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른 두줄을 본 후 지독히도 안가던 그 느린 일주일의 시간을 겨우 버틴 후, 초음파를 보러가기 하루 전 아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단계로 말이지요.

단계 1. 뭔가 특별한 일이 생겼음을, 매우 기대되고 흥분된다는 밝은 뉘앙스로 알림.

자몽아. 자몽아. 이리와서 앉아봐. 엄청 놀라운 소식이 있어!!

단계 2. 동생은 큰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하늘에서 천사일 적에 가장 친한 친구였다는 설정 (진짜 베스트프랜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선한 거짓말).

자몽이가 천사로 있을 적에 가장 친하게 지냈던 천사 친구 기억나? 기억 안날수도 있긴 한데 하나님께서 우리집으로 보내주셨대. 그런데 자몽이보다 조금 늦게 출발해서 이제 막 도착했다네!!??

이 이야기를 듣자, 아이는 처음엔 신나하는 듯 하더니 곧내 눈빛이 살짝 흔들렸고, 조심스럽게 말하다군요.우리집이 아니라 다른 집이였으면.. 이라고 말입니다.

단계 3. 엄마 아빠도 아직 확실하게는 모르고, 우리 온가족이 함께 가서 확인해봐야 함을 알림. 마치 미션과도 같이 (비장한 뉘앙스로!)

그런데 아기 천사가 진짜 잘 도착했는지 내일 병원가서 엄마 뱃속 사진을 찍어봐야해.

단계 4. 천사친구가 우리집에 무사히 도착한 것이 맞다면, 이건 누구보다도 큰 아이가 축하받아야 할 일임을 강조, 또 강조!! (선물은 필수!!)

만약 진짜 도착한게 맞다면, 이건 자몽이가 엄청 엄청 축하받을 일이야!! 그래서 아빠엄마가 선물도 사줘야할것 같어!

엄마 아빠의 기대되고 흥분되는 모습 때문이었을까, 선물을 받을수 았다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아이는 조금씩 같이 들뜨기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우리 온 가족은 동네 산부인과로 향했고, 전 큰 아이때보다도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초음파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작은 난황이 보였습니다.

자몽아. 자몽이 친구 아기 천사가 무사히 도착해서 집을 지었네^^

아이는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초음파에서 난황밖에 안보이는 그 존재를 바라보며 귀엽다, 귀엽다 하며 흥분해했습니다. 휴우.. 안도..

언니 된거 축하해♡

그날 아이는 1차로 엄청 큰 캐치티니핑 하우스를 받고서는 2차, 3차 선물까지 받은, 진정한 축하 파티, 선물 세레모니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아기천사가 우리집에 왔음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동생은 천사일적에 가장 친한 친구였다고 믿고있습니다^^

(2022.06.24.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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