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사고

기억이 가물하다.. 그와중에 블랙박스는 왜 먹통이었는지, 기억을 되살려보기도 쉽지 않다.

처음엔 너무 당황스러워서, 내가 차선을 변경하려 했었나 싶었는데, 사진 찍어본걸 보고 기억났다.

‘아 맞다.. 차선밖으로 버스가 좀 튀어나와있어서 왼쪽으로 살짝 더 간다고 가면서 박았구나.. 버스가 정류장에서 멈출걸 왜 생각 못했을까.. ‘

사고 순간 너무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어서 옆으로 슁슁 달려가는 차를 멍청하게 바라보며 안절부절 하다 겨우 차에서 내렸다.
기사님도 내려서 걸어오시더니, 보험회사에서 접수하고 언제 올수 있는지 먼저 알아보라고 하셨다. 그래서 네네!! 하고 차로 돌아와서 보험회사에 접수.. “제가 버스를 박았어요..”

접수하고 남편에게도 연락하고 이래저래 하는 동암, 버스에서는 승객들이 내려서 정류정 근처에 서성이고, 누구는 사고장면을 찍고.. 그랬는데, (미안해 우리 하브.. )

나중에 출동매니저가 전화로 먼저 물어보는것이 일반버스였냐 마을버스였냐, 그리고 승객은 얼마나 타있었냐 였다.

아.. 난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 승객이 얼마나 내렸는지.. 갑작스레 분주해져보인 정류장을 돌아보면 그래도 십여명은 되지 않을까 싶지만.. 그걸 세고 있을 정신이 없었다.

버스는 살짝 기스가 난 정도였고 우리차만 찌그러져서 누가 다쳤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다. 휴우.. 초보 맞다. 그것 먼저 인식하고 승객이 괜찮은지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기사님께 괜찮으신지 여쭤봤더니, 괜찮을거 같은데 나쁜 사람이 없어야 할텐데.. 라셨다. 그게 무슨 말이고…?

뒤에 차가 계속 오고 있으니, 기사님이 일단 트렁크를 열으라고 알려주셨다. 사고난다고.. 아, 그렇구나. 트렁크를  열어야하는구나..

기사님은 멀찌감치 뒤에서 교통 정리를 해주고 계셨다.. 내가 해야하는거였을텐데 ㅠㅠ 죄송해라..

뒤에서 차가 아무래도 너무 막혀서 민망함을 감추질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내 과실이 분명하면 그냥 차를 빼라고 하셔서 그게 났겠다 싶었다. 그래서 기사님에게 이야기 하고 차를 빼서 버스 뒤에 세우려는데, 차가 R을 놔도 안빠지네..?? 이게 이상하게 박혔는지 자연스럽게 안빠졌다. 그래서 무리해서 빼긴 어려울것 같았는데, 기사님이 이러나 저러나 비슷하니 그냥 빼라 그래서 뺐더니, 희안하게 차가 붕 떴다가 떨어졌다. 내가 무리한거 같다 ㅠㅠ 허리가 아프다 ㅠ

현장 출동 매니저가 오더니 기사님과 이래저래 처리하고, 내 차는 조금 앞에 골목에 대라고 해서 거기까지 차를 몰고 가는데 이게 뭔가 이상하다.. 바퀴가 무슨 판대기에 계속 쓸리는 느낌..아무래도 주행은 어렵겠다.

결국 레카차 불러 공업소에 맡기고.. 얼빠진 상태로 경의선을 타고 돌아오는데, 버스랑 사고 검색하니 대부분 버스 과실 사고이지 승용차 과실 사례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하긴.. 눈뜨고 버스를 박는다는게 내가 생각해도 황당하다..

그런데 승객이 다치거나 치료를 받는 상황이 무서운 상황이라는걸 알게됐다. 아 그래서 몇명이 탔는질 물어보셨구나.. 그래서 나쁜사람이 없어야 할텐데라고 하셨구나..

하아..좀처럼 마음이 진정이 안되는데.. 회사에사 교통사고 처리만 십년 이상 하신 아버님이 진정시켜주시고 (결론은 사망사고만 아님 괜찮다..), 남편도 보험회사에 맡기고 나중에 보험료만 더 내면 된다는 식으로 안심시켜준다.

아무 새로운 일도 없는 평안한 하루가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또 느꼈다.. 요즘 이걸 느낄일이 너무 잦아서 좀 힘든데.. 그래서 또 느끼기가 좀 버거운데.. 부디 당분간, 몇달 만이라도 조용했으면 좋겠다.

(2023.03.12.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울타리

2022.10.23.

오늘은 잠을 자기가 어렵다.

울타리가 걷어지면 다가올 외부의 적을 두려워했건만.. 날카로운 칼은 이미 울타리 안에 있었다.

나는 떳떳했고, 솔직했다. 실수는 있었지만, 바로 인정했다. 요령은 없었지만 진실했고, 정직했다.

난 애살은 없지만, 진심은 언젠가 통하리라 생각했고, 통하고 있다고 착각하기까지 했었다.

그게 아니었다는 걸 인정하는건 쉬운일이 아니다. 내가 의미있었다 생각했던 관계가 진실되지 않았다고 인정하는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왔던가. 너무 열심히 살았나, 너무 무결함을 추구하였나.. 꼭 그런것 같진 않다. 그냥 맡겨진 것에 최선을 다 하려고 했을 뿐이다. 다만 몰입을 할 때 주변을 잘 못본다는 단점은 있다. 숨도 가쁘게 쉬며 몰입하게 되니. 나의 이러한 강점과 약점을, 가까운 동료에게 인정받고 격려받기를 기대하는 건 사치였던것 같다. 아마 나 또한 주변을 못돌아본 업보이겠지만.. 인정하기 쉽지않고 날 자꾸 방어하게 된다.

울타리가 곧 사라질거라는 사실에 마음이 무너졌고
울타리 안에서 이미 날 향해있던 날카로움을 발견한 후 넉다운 되어버린 하루다.

시간이 좀 걸릴것 같다.

2022.10.27

곪은 건 터지는법.
사람이 벼랑끝에 서면,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살려달라고 소리치거나, 떨어지거나.

벼랑 끝.
난 자아존중감이 높은 사람이고, 복이 많은 사람이라 세상에 별로 두려울게 없었다. 그게 교만이었을거고, 그게 아마 가까운 이들의 마음을 곪게 했을거고, 그게 결국 날 벼랑끝에 서게 했다.

난 근데 적어도, 가족이라 생각했고, 방어해왔다.
나에게 권한이 생기는 만큼 더 지켜주려고 했고, 인정해줬고, 보호해줬다.
기대는 말았어야 했는데, 그래.. 기대한 것도 잘못이겠다.

요즘은 잠을 잘 못자도 피곤하지가 않다.
이상하리만큼 깨어있다.
소주 약 2병에 맥주 반병 정도.
오늘은 그렇게 마시고도 새벽 2시 33분에 잠을 못자고 이러고 있다.

인정한다. 분명 쌍방과실이다. 나만 희생양이 아니다. 내가 분명히 교만하고 건방졌고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나 혼자 너무 잘났었다. 그리고 요령이 없었다.

그래도 너무 아파, 이제는 독을 품어야 하나 싶었는데, 남편이, 하나님이, 스승님이 그건 말리신다.

그래서 날을 세웠던 오늘의 나를 반성하고 [Blind]에게 손을 내밀며 용서를 구해보았지만, 돌아오는건 또 거절.. 시간이 필요한걸까, 시간은 필요한걸까, 과연 시간이 도와줄까..?

이전엔 내가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엔 신뢰하는 분들의 “할수 있어. 믿어. 너만의 문제가 아니야. 해결될거야. 괜찮아. 잘했어.” 이런 말들이.. 그냥 내 주위를 뱅뱅 돌 뿐이다. 자신이 없다.

그래서 그냥.. 일정부분 포기하고 가기로 정했다.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세계는, 그냥 사회일 뿐이었다는 것을 이젠 인정하고,
앞으로는 그냥 원칙대로만 가련다.

내가 뭐.. 너희들 도움이 필요해서 일을 맡겼겠니.. 내가 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였단다. 내가 너흰 믿고 갈수 있다 생각했었는데, 안될것 같아. 아직 못갈것 같아.
어쩔수 없어ㅡ 난 내가 할수 있는만큼 마음을 좀 열어 보았었고, 손을 내밀어 보았었고. 거절한건 너희야..

슬프다. 인정하기 쪽팔리고.. 괴롭다..

10월 29일.

마음을 독하게 먹었더니 많은게 선명해져온다.

일단 그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주변의 감정선들이 보인다.

내가 심각하게 무뎠구나.

오히려, 목소리을 더 크게 내려는 의지까지 보인다.

내가 많이 우스웠구나.

하나님.
하나님 아시지요.
하나님 제 마음의 중심을 아시지요.
제가 인간미가 좀 없었을지언정
이렇게 미움당할, 나쁜 사람은 아닌거 맞지요..?
주님.
제가 억울합니다. 맞아요 억울해요. 정말 억울합니다.
그래서 너무 힘들어서, 기댈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괴로웠어도, 아무리  신경쓰였어도, 제가 제 편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았고,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렇네요. 마음 아파요 주님.
알어요 주님은 아신다는 것. 그래도 이런 시간은 힘들어요. 단련되지 않았던 근육이 건드려진것 같아요.

제게 지혜를 주세요.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세요.
제 마음의 양심은, 지금은 이렇게 떠날때가 아니라고 외치고 있는데, 그것이 저의 강한 자아인건지, 아니면 주님이 주신 마음이신건지 구별할수 있게 해주세요.
사람이 갈 길을 정하더라도, 인도하시는 건 주님이신걸 알아요.
주님. 제가 알게 해주세요.
사람 보기엔 우스워지는 것까지 감당해보도록 할테니, 지혜를 허락해주세요.
하나님 제가.. 힘들어요. 주님이 사랑하시는 딸이 힘들어요. 저를 구해주세요. 주님. 절 들어 건져주세요. 그리고 주께서 복수해주세요. 복수의 칼은 주께 맡길께요. 제가 나쁜 사람 되지 않을께요. 너무 그러고 싶지만, 하려거든 할수도 있을것 같지마는, 그러지 않으려고 애쓸테니 주께서 도와주세요. 하나님이 도와주세요.

(2022.10.23.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물사마귀와의 전쟁

아이 콧등과 눈꺼풀에 생긴 물사마귀 때문에 전신마취까지 할 줄이야..

아이들 전신마취 하고 깨는걸 매일같이 경험하던 저도, 막상 우리아이가 전신마취를 한다니 살짝 긴장이 되더라구요. 막, 만의 하나를 생각하게 되고..😐

그래도 결국 무사히 잘 수술 받았습니다!! ^^

우리 아이는 세브란스 안과병원의 윤진숙 교수님께 수술을 받았고, 수술은 당일입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수술 전 준비:
수술을 받는 당사자는 3일 이내의 코로나 검사 결과지가 있어야 해서 입원 3일전에 병원 안심진료소에서 입원전 선별검사를 받았고 2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당일 입원 시 보호자는 별도의 검사가 필요하지 않았고 수술 접수 시 코로나 관련 증상에 대한 간단한 문진만 이루어졌습니다.

수술 전 검사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엑스레이,EKG(만5세 이상)가 필요했고, 우리 아이는 EKG에서 애매한 부분이 확인돼서 수술 전 주 소아 심장과 진료도 보았었습니다. EKG를 더 길게 촬영하고, 심장초음파까지 한 결과, 다행히도 정상이었습니다. 모두 정상 소견으로 문제없이 마취할 수 있다고 컨펌되었습니다.

수술 전날 오후, 수술 예정시간 및 내원 시간을 전화로 안내를 받았고, 금식은 전일 자정 12시부터 하도록 하였습니다.

수술 당일 아침:
수술실은 안과병원 1층에 있었고 (입구에서 한층 내려가야 1층입니다) 접수에서 코로나 검사결과 확인 및 보안경을 제출하고 슬리퍼로 갈아신은 후 입실을 했습니다.

보안경은 안과병원 3층 안경원에서 5천원에 판매를 했습니다.

보안경

안정실 내 어린이 구역은 별도로 마련되어있었고, 우리 아이는 14번 자리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아이는 환자복으로 갈아입었고, 저는 덧옷을 받아 입었습니다.

곧 수액이 들어가는 주사를 맞았고 (역시나 소리는 질렀지만… 어린이 구역이라 다행이었다는…), 전공의 선생님이 와서 수술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었고 저는 동의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도 오셔서 지난번에 차마 말씀 드리지 못했던 눈썹 부위의 물사마귀의 존재도 직접 다시 말씀드릴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눈에 보이는 건 최대한 다 제거해주신다고 했습니다.

대기가 길어지긴 했으나, 안정실 간호사 선생님이 어느 정도 길어질 것 같은지 진작에 말씀해주셔서 기다림에 큰 지침은 없었습니다. 10시인 줄 알고 갔는데 12시 넘어서 수술을 받긴 했지만서도 말입니다. 여유롭게 놀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술 대기중

다만, 전날 저녁을 8시에 먹었던 아이가 금식 14시간이 경과하자 배고프단 이야길 하기 시작했고 15시간이 경과하자 빨리 수술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군요.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다행히 16시간이 넘어가기 전에 전공의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러 왔고, 아이는 수술 소식을 그렇게 반가워할수 없었습니다!

수술 및 회복:
저와 아이는 함께 수술방까지 들어갈 수 있었고, 아이가 수술 침대에 누웠을 때 저는 바로 옆 의자에 앉아서 아이 손을 잡아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데에서 1차적으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의사 선생님께 “저 정말 잠들어요?? 잠들지 않으면 어떡해요?? 잠들지 않으면 수술 하지 않을거죠??” 라고 재차 확인을 하다 스르륵 잠들었고, 전 다시 안정실로 와서 대기를 했습니다.

15여분 지나자 교수님이 오셔서 수술이 잘 끝났음을 알려주시고 수술 부위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바이러스도 좀 지져줘야 사라져서 살짝 지져주셨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듀오덤을 잘 붙여주라고 당부해주셨습니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직접 오셔서 설명해주셔서 또 감동받았네요.

한 30여분이 지나자 아이가 회복실로 나왔으니 회복실로 가면 된다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회복실에 갔더니 아이는 곤히 자고 있었고, 저는 바로 옆에 앉아 아이가 깰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그때 회복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아이가 지금 얼마나 안정적인 상태인지, 수술실에서의 마취 상태가 얼마나 안정적이었는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정말 크게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또한번의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천천히 잘 일어났고, 회복실에서는 30여분간의 모니터링을 마치고 안정실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많이 피곤해하긴 했지만 깨어있으려고 잘 노력해줬고, 물은 바로 조금씩 섭취할 수 있었습니다.

전신마취 후 안정실에서. 고생했쪄 마이 스위리~♡

안정실로 돌아와서 1시간 남짓 있었는데, 아이가 소변도 보고 걸어다니는 것을 확인 한 후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와 함께 본관 3층 푸드코트에서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던 죽을 먹고 베스트 드라이버 아버님 덕분에 꾸벅꾸벅 졸면서 아주 편하게 집으로 무사 귀환할수 있었습니다.

제거된 물사마귀

이게 제거된 물사마귀의 흔적입니다. 음…딱봐도 그냥은 안없어지게 생긴 놈들이네요.. 전 툭 짜면 물이 쭉 나오려나 했는데 그런 성질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아이의 피부부위는 듀오덤으로 드레싱을 하고 있고, 듀오덤을 붙이지 못하는 눈의 부위에는 안연고를 발라주고 있으며, 항생제는 하루 세번 복용하고 있고, 아이는 우주인같은 보안경을 아주 잘 착용하고 있습니다. 예쁜 콧등에 흉터만 제발 안생기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네 식구. 이번기회에 확실히 다짐했습니다.
무서워도, 겁이나도.. 다음부턴 뭐든지 초장에 잡자!!! 초가삼간 다시는 태우지 말자!!

닥터딥은 일년 넘게 발랐지만, 우리 아이 물사마귀에는 큰 도움이 안됐고 같이 바른 제 피부만 더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율무패치도, 한약도 큰 도움은 안됐습니다. 아연도, 철분도,율무차도, 율무팩도, 멀티비타민도, 유산균도, 규칙적인 운동도… 하아.. 정말 할 수 있는건 다 해봤는데.. ㅠㅠ

그래도 지속적으로 아이 면역력 강화에 힘을 써서 다시는 물사마귀 바이러스, molluscum contagiosum 의 공격에 이쁜 얼굴 괴롭히지 않게하렵니다.

(2022.10.18.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간호는 환자가 자기자신을 믿도록 돕는 것이다.

병원에서 이런저런 처치를 하다보면 유난히 겁이 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병원에서 뭔가 해야하고, 그게 자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걸 안다면 싫은게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잘 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유난히 공포에 사로잡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그렇게 울며불며 몸으로 버티는 아이들을 마주하면, 처음에는 어르고 달래보지만 나중에는 쫒기는 시간에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었습니다.

우리 딸래미 치과 치료 전까지는 말이죠.

제 딸은.. 병원 포비아로 치면 제가 그동안 마주한 모든 아이들 중 최고였습니다.

아마도 충치 치료의 첫 경험이 아이에게 배신감을 줬던게 분명합니다. 제가 고집을 부려 갔던 (수면이나 웃음가스를 하고싶지 않아) 일반 치과에서, 아이에 대해 섬세하게 접근하지 못하고 가장 심각하게 썩은 이부터 건드리는 바람에 아이가 그 소름끼치는 통증을 무방비 상태로 경험했고 완전히 패닉이 된 적이 있었거든요.

평소 굉장히 안정적인 정서를 자랑하던 아이가 그  치과경험 이후에는 미용실에서 머리 감는것도 두려워하며 우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다른 이유로 병원에 검사하러 가는 짧은 시간 동안, 긴장감을 몸이 이기지 못하고 배탈이 나버리기도 했구요. 제 딸의 돌변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그리고 그 정도가 제가 만나본 모든 아이들을 초월하고보니, 이제는 병원에서 대하기 까다롭다 생각되는 아이가  없어졌습니다.

다 그저 사랑스럽고 안쓰럽습니다.

오늘 만난 10살 여아도 그랬습니다. OO이는 오늘 소변 검사를 위해 소변 줄을 넣어야 하는 처치를 극도로 두려워하며 저항했습니다.

평소에 굉장히 안정적이고 말을 잘 들어주던 아이라서 이 검사도 씩씩하게 할 것만 같았는데,  알고보니 과거에 검사를 했을 때 마음의 준비도 안됐는데 너무 갑작스럽게 소변줄이 몸으로 들어와서 놀랐던 경험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에구.. 안쓰러워라.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그 힘든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시간을 좀 주었지만  좀처럼 진정이 안됐습니다.

그러나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과 마음이 더 지치는 것을 알기에 잠시 시간이 지난 후 “이제, 우리~엄마는 잠시 밖에 계시도록 하고 우리끼리 한번 해보자. 선생님 딸도 보니까 엄마가 같이 있을 때 더 마음이 약해져서 못했지만 오히려 혼자서 간호사 선생님이랑 더 잘하더라구. OO이도 분명히 혼자서 잘 할수 있을것 같아.” 하고 말해준 뒤 아이 어머니를 잠시 커튼 뒤에 나가서 기다리시도록 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없지만 커튼 밖에 있는 것을 확인 후 조금 더 진정이 되어서 침대에 올라 자리를 잡았고, 저와 다른 간호사 둘이 함께 아이에게 검사의 단계 단계를 설명하며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지금 카테터를 넣을 거고 같이  “아~~” 라고 소리를 내면 훨씬 안아프게 할 수 있어. 준비 됐어? 아~~~~”OO이는 그 이후 검사를 아주 잘 마쳤고, 우리는 아이를 아주 크게 칭찬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씩씩하게 침대에서 잘 내려와서 검사실을 씩씩하게 나갔습니다.

오늘 OO이가 자기 자신을 조금 더 믿을 수 있게 되었을까요?? 그랬기를 바라봅니다.

(2022.10.13.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간호는 진정성 있는 눈맞춤이다

전 Jean Watson의 돌봄이론을 좋아합니다.

돌봄이론은
간호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고,
간호사로의 소명을 인식하게 하며,
간호사도 간호를 통해 성장한다고 믿는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왓슨의 돌봄 이론은 하루의 간호를 시작하기에 앞서 성찰할만한 내용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리고 전 그것을 인스타그램에 조금씩 공유를 하며 저 또한 그 내용을 성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오늘 하루 대상자와 진정성 있는 눈맞춤을 하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의 이러한 다짐은 오늘 저의 하루를 조금 더 나은 하루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오늘 마주친 수많은 눈들 중 한 어머니의 눈이 제게 많이 남습니다. 초등학생 2학년이 된 여자아이의 어머니의 눈은, 처음엔 다소 피곤해보이셨습니다.

아이는 다리에 힘이 부족하여 휠체어보행을 하고 있었고, 아이의 어머니는 여전히 하루 종일 아이의 도뇨를 직접 해주고 계셨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 있을 때라도 도뇨시간이 되면 잠시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도뇨를 한 후 다시 학교에 데려다 주시는 상황이었습니다.

아..  오롯이 아이만 지켜내는 삶을 살고 계시는구나.

아이 어머니는 저의 “OO이도 혼자 도뇨할 때가 되었어요.”라는 질문에 당황하시며 왜 이 휠체어를 보지 못하냐는 듯한 눈빛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OO는 다리에 힘이 없어요.”

“우리 이분척추증이 있는 아이들중에는 OO이같이 휠체어보행을 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어요. 그리고 스스로 도뇨도 매우 잘하구요. OO이도 팔의 힘으로 변기에 앉는 연습먼저 시작해보면 좋을것 같아요.”

아이 어머니는 처음엔 믿기 어렵다는 눈빛을 보이셨지만 저의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계속 들으시더니 조금씩 귀를 더 기울여주셨습니다.

“정말 잘 할 수 있어요. 코로나 이전같으면 캠프를 같이 가서 언니들 보면서 배워봐도 좋을텐데..

OO야. 이제 OO도 스스로 도뇨할 때가 되었어. 실은 이미 늦었어. 이미 충분히 언니가 되었거든. 지금부터라도 우리 조금씩 연습해서 고학년이 되거든 혼자 해보는걸 목표로 해보자. 우선 화장실에서 혼자 앉는것부터 연습 해보는거야!!.”

다행이 아이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이 어머니께서는 이전에는 인터넷 자조모임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정신건강에 너무 안좋은것 같아서 일부러 외면했었다고 하셨습니다.

아이 어머니께서 충분히 그러실 수 있으나, 자조모임을 통해서 아이가 얻는 부분이 분명히 클 수 있음을.. 그곳을 통해 OO이가 자신과 비슷한 질병을 가진 친구들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고 아주 행복하게 잘 살수 있음을 알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말씀드리자, 아이 어머니께서는 공감이 되며 기대된다는 듯한 눈빛을 하시며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리고 그 카페를 직접 찾아 여기가 맞나 저에게 확인을 하셨습니다.

아이 어머니는 여러가지 상담을 마친후 나가시기 전에  약간 붉어진 눈빛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아이를 못떼어놓았던것 같아요.”

“네 맞아요. 아이는 충분히 잘 할 수 있어요. 믿어주셔도 돼요.”

아이 어머니는 여러가지 TO DO LISTS를 가지고 집으로 향하게 되셨지만, 전 그분의 뒷모습을 보며 조금은 힘을 얻고 가시는구나 하고 느끼며 마음 한켠이 채워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좋은 하루였습니다.

(2022.10.12.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