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이 내 옆에

두 딸 사이에 끼어서 누워있는 밤. 첫째는 내게 등을 대고 누워 코를 쌕쌕 골며 자더니 이내 다시 돌아누워 내 시원한 왼팔을 감아 안았고, 둘째는 내 왼쪽에 기댄채 움직이 없이 누워 깊은 잠에 빠져있다. 나는 다소 불편하게 찌그러저 있지만, 이젠 이정도의 압박과 체온의 따뜻함이 당연하다. 그런데 당연하다고 언어화하는 순간 갑자기 낯설어짐은 왜일까? 언제 내가 이렇게 엄마가 되었나. 시험이나 과제를 끝낸날 지겹도록 누워서 콘칩과 스크류바를 먹으며, 이리뒹굴 저리뒹굴 만화책을 보던 시절엔 그것이 당연했는데, 그것이 벌써 20여년 전 일이고, 나는 지금 두 딸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내가 이런 불편할 수 있는 자세를 기꺼이 유지하며 함께 체온을 나누고 있는 이유는, 내가 아이들에게 오롯이 … 더 읽기

물사마귀와의 전쟁

아이 콧등과 눈꺼풀에 생긴 물사마귀 때문에 전신마취까지 할 줄이야.. 아이들 전신마취 하고 깨는걸 매일같이 경험하던 저도, 막상 우리아이가 전신마취를 한다니 살짝 긴장이 되더라구요. 막, 만의 하나를 생각하게 되고..😐 그래도 결국 무사히 잘 수술 받았습니다!! ^^ 우리 아이는 세브란스 안과병원의 윤진숙 교수님께 수술을 받았고, 수술은 당일입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수술 전 준비: 수술을 받는 당사자는 3일 이내의 코로나 검사 결과지가 있어야 해서 입원 3일전에 병원 안심진료소에서 입원전 선별검사를 받았고 2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당일 입원 시 보호자는 별도의 검사가 필요하지 않았고 수술 접수 시 코로나 관련 증상에 대한 간단한 문진만 이루어졌습니다. 수술 전 검사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엑스레이,EKG(만5세 이상)가 필요했고, 우리 아이는 EKG에서 애매한 … 더 읽기

클래식 피아노

오늘은 남편으로부터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았습니다. 요즘 저를 클래식에 입문하게 만든 임윤찬님의 CD와 손열음님의 책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남편으로부터의 선물을 준비했다는 사진을 받고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즘 제 임윤찬님 사랑은 남편이 시샘을 할 정도이고, 손열음님의 책은 제가 요즘 전자책으로 대여해서 막 읽기 시작했던 책이었던지라..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피아노는 제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배우기 시작했었고, 남들 하듯이 바이엘, 체르니 100, 30, 40을 하다가 50을 할때쯤 렛슨은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친구 따라 간 작은 교회에서 반주를 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전 계속 피아노와 아주 멀지 않은 사이로 지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클래식에는 별 관심이 가지 않았었습니다. 클래식 명곡을 배울 때 그 과정이 … 더 읽기

모유수유와 대상포진

증상 발현 1주 차  출산 후 약 5개월 경과된 어느날, 견갑골 부위가 욱신욱신 쑤시기 시작했습니다. 폼롤러로 등을 꾹꾹 눌러줘도 해소되지 않는 깊은 뻐근함.. 그리고 며칠 뒤, 뭐가 물린것 같이 간지럽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긁어도, 모기약을 발라도 해결되지 않는 괴로운 가려움에 남편에게 등을 보여줬더니, 보이는 건 기미 뿐..ㅜ.ㅜ 등에 웬 기미?? 기미가 나도 가려울 수 있나..? 혹시 다른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하고 피부과에 찾아갔는데 피부에 발진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고,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도 그냥 항히스타민제를 먹어보고 증상이 계속되면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간 항히스타민제를 먹었는데도 해소되지 않는 가려움과 동시에 등 뻐근함. 이건 도대체 뭐지 하며 남편에게 등좀 봐달라고, 아직도 모기 물린거 없냐고 종종 보여줬었는데, … 더 읽기

피고임의 추억..?

그냥 아주 연한 핑크빛 액체였습니다. 왜 핑크빛일까.. 병원에 전화하여 상태를 이야기했더니 또 반복되거나, 피가 다량으로 나오면 바로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큰 걱정 안하고 있었는데, 그날 오후, 연한 핑크빛 액체가 왈칵 하고 또 나왔습니다. 그리고 전 그 날 (10주+1)부터 눕눕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 융모막하 혈종 진단 초음파를 이리 저리 보던 전공의 선생님은 뭔가 의아하다는 듯이 계속 이리저리 초음파를 돌려 보았습니다. 저는 뭐, 별거 있겠나 싶은 마음으로 별로 긴장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는데, 전공의 선생님은 분명 심상치 않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라는 듯, 안도감을 주려고 애쓰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습니다. 최근에 혹시 무리하신 일이 있으실까요? 여기에 기존에 없던 피고임이 생겼어요. 교수님께서 확인해주셔야 하겠지만, 좀 … 더 읽기

첫째에게 임신소식 알리기

임신을 확인하고 나니 동생의 동짜만 나와도, 싫다는데 왜 자꾸 물어봐. 라고 강경하던.. 이제는 첫째가 되어버린 자몽이에게 어떻게 동생 소식을 전해야할지가 저희 부부에겐 무엇보다 큰 과제로 다가왔습니다. 언제쯤 알려야 좋을까. 어떻게 설명해야 아이가 잘 받아들일까. 노심초사하며 고민하던 끝에, 저희 부부는 그냥 아예 처음부터 함께하기로..아이와 함께 임신기간의 전 과정을 공유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른 두줄을 본 후 지독히도 안가던 그 느린 일주일의 시간을 겨우 버틴 후, 초음파를 보러가기 하루 전 아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단계로 말이지요. 단계 1. 뭔가 특별한 일이 생겼음을, 매우 기대되고 흥분된다는 밝은 뉘앙스로 알림. 자몽아. 자몽아. 이리와서 앉아봐. 엄청 놀라운 소식이 있어!! 단계 2. 동생은 큰 아이가 태어나기 … 더 읽기

둘째고민을 하며 썼던 기록.

아이가 만 4년하고도 5개월일 적에, 치열하게 둘째고민을 하다 써내려간 편지. 언젠가 아이가 왜 본인은 외동인가하며 아빠엄마에게 속상해할때 보여줄려고 써내려갔던 고민의 기록. 우리편 요즘 엄마가 많이 하는 고민이 있어. 원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하다가(네가 2-3살 정도일때까지) 더이상 고민하지 말아야지 결정했다가 (네가 5살될때까지) 요즘 들어 다시 고민을 하게 되었어. 네가 컸을때도 어쩌면 기억할지도 몰라. 바로 동생에 대한 이야기야. 엄마 아빠는 너에게 수시로 물었어.” 동생 있으면 어떨것 같아??” 너는 단호했어. “없는게 좋을것 같아.” 그런 단호한 답을 들었는데도 또 듣고 또 들으면서 어쩌면 마음을 다잡은 것 같기도 해. 엄마가 너를 하나뿐인 외동딸로 키우고 싶다고 생각하고 결정한 이유는 분명했어. 엄마는 일을 했고, 일하고 돌아온 후 … 더 읽기

외동의 장점과 단점, 아니 강점과 약점 (2)

아이가 두돌 쯤 되었을 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냐고. 동생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는, 응이라고 대답했고, 전 왜그랬는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동생이 생기면 좋긴 좋을텐데, 동생을 안아주고 업어주느라.. 우리 자몽이를 못안아주고 못업어줄수도 있어.. 아마 이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동생은 필요 없고, 동생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기 시작한 것이 말입니다. 제가 전해준 팩트가 두돌 아이에겐 퍽 충격이었나봅니다실은,  현실을 인식하게 한다는 명목이었지만, 저 사실을 감당하면서까지 동생을 갖고 싶다고  한다면 진지하게 새로 고민을 해봤을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아이 눈치 안보고 선택할 수 있었던, 외동 부모로서 딸래미를 6년간 키우면서 느낀 외동의 단점.. 두구두구… 거의 없었습니다!! 나중엔 어쩔런지 모르겠으나, 특히 미취학 아이 차원에서는, 좋으면 좋았지, 큰 단점이 … 더 읽기

외동의 장점과 단점, 아니 강점과 약점 (1)

6년간 외동딸을 키워본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제 스스로가 2녀의 맏이라서인지, 가족의 완성은 마치 자녀가 둘이 되어야 하는것만 같았고, 그래서 외동을 결심하고도 외동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치열하게도 고민했었습니다. 물론 출산이라는 것이 계획대로 되는것은 아니지만, 계획을 할 수 있다면 가장 적절한 시기에 건강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그리고 이왕이면 아이들에게도 좋은 터울이면 좋을것 같아, 아이가 만 2-3살을 지낙 즈음에 가장 크게 고민을 했던것 같습니다. 아마 이 글을 찾아서 읽으시는 분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6년간 외동을 키워본 결과, 외동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 나눠보고자 합니다. 100프로 장점과 100프로 단점은 없고, 다만 강점이 되는 부분과 약점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앞으로 … 더 읽기

둘째고민과 외동확정

아이 출산 후, 출산 휴가 90일만 사용하고 복직을 한 저는 일찌감치 외동을 선언했습니다. 몇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었는데, 첫째는, 부족한 시간. 제가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평일엔 약 2시간, 그리고 주말 이틀 뿐이었습니다. 이 짧은 시간때문이었을까, 아이는 저를 유난히 좋아해주었고, 항상 저흰 애틋했습니다. 그 짧은 시간을, 다른 존재와 나눌 수는 없었습니다. 둘째는, 친정 엄마의 희생. 친정엄마께서 아이 양육을 도와주셔서 워킹맘으로 근무를 이어나갈 수 있었지만, 둘째까지 친정엄마에게 의지할 순 없었습니다. 친정 엄마의 희생이 너무 컸습니다. 셋째는, 경제적 한계. 둘째 탄생 후 예상되는 저의 육아휴직은 경력단절(부서 이동 혹은 그에 따른 퇴사 등)을 의미했습니다. 육아휴직을 하면 제가 일하던 직무는 새로운 인력이 하게 되었고, … 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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