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니엘 브레이크

“나, 다니엘 브레이크” 라는 영화를 보았다. 다른 무엇보다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복지 신청 과정이 낯설고 복잡해서 다니엘 브레이크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을 때, 한 사회복지사가 그를 도왔고, 그것을 목격한 그녀의 상사가 그 복지사를 불러 한소리 하는 장면이었다. 내용인 즉은, 그렇게 선넘어서 해주다버릇하면 우리까지 제대로 일을 할수가 없게 돼요. 그 상사 뿐 아니라, 관료제 속에서 부속품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한결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었고, 그것은 도움이 필요한 소외된 시민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시스템 속 인간성의 상실. 이 영화를 본 다음날 하루종일 우울했다 그것이 내 안에 더 오래 남아 답답하고 괴로웠던 이유는, 병원 환경에서도 쉽게 경험하는 모습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때로 … 더 읽기

가재가 노래하는 곳

가재가 노래하는 곳(델리아 오언스) 어렸을 때부터 속독을 즐겨하던 나는, 책을 음미하면서 읽는 것을 어려워 한다. 빠르고 신속하게 큼직한 사건을 읽어내고 결론을 알아내는데 익숙하다. 특히 소설을 제대로 음미하질 못하는 것 같아서 소설을 읽을 때는 의식적으로 그 행간과 단어에 집중하고자 마음을 다잡고 노력하곤 한다. 이 책도 그랬다. 첫 몇페이지는.. 아 정말.. 진짜 너무 재밌었다. 완전 빠져들어서 저녁부터 새벽까지 몇 시간동안 싹다 읽어버렸다. 돌아보니 습관을 못버리고 속독모드로 읽은듯 하다. 작가님과 번역가님의 섬세한 선택까지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는 반성을 다시 해보지만.. 그럴수밖에 없을정도로 정~말 너무 재밌고 궁금했다. 그냥 잠시, 타임캡슐을 타고 노스캐롤라이나의 늪지에 들렀다가 수십년의 시간을 하루같이 보내고 온 느낌이다. 외로움 덩어리로 보여지는 카야에게 있어 … 더 읽기

덕분에..

사기병(윤지회 ) 덕분에.. 미안하지만.. ‘덕분에’ 평범한 하루의 감사함을 기억했다. 두돌 아이 엄마의 갑작스런 위암 4기 진단. 이건 소설이 아니고 진짜 일기였다. 담담하게 그려졌지만 고스란히 전달된 두려움과 슬픔. 애틋함. 간절함. 그 인생을 어떻게 다 이해할까. 상상만 해도 막막하고 먹먹하고 버티기 어려운 삶인데. 상상조차 외면하고 싶은 삶인데. 나였다면 과연 살아낼 수 있었을까. 같은 고민 없이 평범하고 무난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음에 안도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니 그 삶을 살아낸 작가님께 미안했고, 미안하라고 그린 일기가 아님을 알기에 고인께 감사했다. 오늘도 병원에 오가는 수많은 사람이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을 살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걸 기억해야지.. 그래야겠다. 그럴게요. (2020.12.24. 페이스북 기록물)

미운 네살, 듣기 육아법

미운 네살, 듣기 육아법 와쿠다 미카 자기 주장을 하기 시작하는 딸래미에게 목소리가 높아지던 차에 접하게 된 책. 기본적이지만 실제적으로 응용 가능하도록 사례들을 제시해주고 있었고, 나의 태도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다. 가장 찔렸던 부분은 ‘아이에게 화를 내는 건 부모가 아이에게 응석을 부리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 이었다. 화내는 것과 꾸짖는 것은 다르다는 팩트. 그러나 여전히 ‘내’가 피곤할 때 ‘아이’가 잠을 안자면 결국 화를 내버리고 만다. 아이에게 “엄마 졸립단 말이야!!” 라는 응석을 엄청 쎄게 부리고 있는 것이다.. 울려버릴 정도로 ㅜㅜ 가장 감동받고 미안했던 부분은 ‘실제로 부모가 무슨짓을 해도 무슨말을 해도 아이는 부모를 용서해준다.’는 것이었다. 며칠전에도 서우를 혼내놓고 심했다 싶어서 사과를 한 후 … 더 읽기

90년대생이 온다

90년대생이 온다. 임홍택 저. 비록 난 86년에 태어난 80년대 생이지만, 밀레니얼 세대로 구분되는 세대로 이 책에서 말하는 90년대 생의 특성을 상당히 많이 지니고 있었다. 뭐, ‘줄임말’이라던지 ‘병맛’을 좋아하진 않으나, ‘일’을 대함에 있어 워라벨이라던지 일터에서의 즐거움, 일터에서 실현하고 싶은 자아, 자유로운 휴가를 추구하는 자세 등은 나의 모습과 같았다. 그런 차원에서, 상당히 이해하고 적응하기 어려웠던 병원이라는 조직에서 10년을 버텼다는 사실에 내 스스로를 토닥이게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나 라는 ‘자아’가 강하고, 할말을 담아두지 못하고 해야만 하는 ‘추진력(?)’을 지닌 요상한 젊은이에게 적응해 준 우리 조직에도 감사하다. 적응 해주셔서 망정이지 이곳이 아닌 다른 부서에 있었더라면 진작에 다른 살길을 찾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병원은 넓고, … 더 읽기

덕통사고 (feat.홍이삭, 싱어게인3)

때는 다행히 방학. 덕통사고가 났다.   덕통사고. 이번에 일종의 “덕후”가 되면서 알게된 용어이다. 덕통사고란 교통사고처럼 예상치 못하게 덕후가 되어버리는 일을 의미한다고 한다. 사연인 즉은, 최근 “싱어게인3″를 보다가 홍이삭 가수의 팬이 된 것이다 (이런 건 덕밍아웃이라고 한단다). 싱어게인(Sing Again)은 그동안 대중의 관심을 못 받아온 가수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인데, 그러다 보니 다양한 인생의 서사를  가진 가수들이 나와서 그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풀어나간다. 무명이라고 스스로를 칭한다 할지라도 가수는 가수니 노래는 얼마나 잘하겠는가? 그런데 심지어 오디션을 통과한 후이니, TV에 출연한 가수들의 노래 실력은 다들 최고였다. 결국 이 과정의 승패는 누가 조금 더 노래를 더 잘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느냐의 문제였고, 나의 … 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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