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이 내 옆에

두 딸 사이에 끼어서 누워있는 밤. 첫째는 내게 등을 대고 누워 코를 쌕쌕 골며 자더니 이내 다시 돌아누워 내 시원한 왼팔을 감아 안았고, 둘째는 내 왼쪽에 기댄채 움직이 없이 누워 깊은 잠에 빠져있다.

나는 다소 불편하게 찌그러저 있지만, 이젠 이정도의 압박과 체온의 따뜻함이 당연하다.

그런데 당연하다고 언어화하는 순간 갑자기 낯설어짐은 왜일까?

언제 내가 이렇게 엄마가 되었나.

시험이나 과제를 끝낸날 지겹도록 누워서 콘칩과 스크류바를 먹으며, 이리뒹굴 저리뒹굴 만화책을 보던 시절엔 그것이 당연했는데, 그것이 벌써 20여년 전 일이고, 나는 지금 두 딸 사이에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내가 이런 불편할 수 있는 자세를 기꺼이 유지하며 함께 체온을 나누고 있는 이유는, 내가 아이들에게 오롯이 줄수 있는 시간이 지금에야 허락되기 때문이다.

낮에는 비록 오랜시간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밤에는 지겹도록 엄마살 부비고 자던 기억이라도 남겨주고 싶어서이다.

(2023.03.21.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물사마귀와의 전쟁

아이 콧등과 눈꺼풀에 생긴 물사마귀 때문에 전신마취까지 할 줄이야..

아이들 전신마취 하고 깨는걸 매일같이 경험하던 저도, 막상 우리아이가 전신마취를 한다니 살짝 긴장이 되더라구요. 막, 만의 하나를 생각하게 되고..😐

그래도 결국 무사히 잘 수술 받았습니다!! ^^

우리 아이는 세브란스 안과병원의 윤진숙 교수님께 수술을 받았고, 수술은 당일입원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수술 전 준비:
수술을 받는 당사자는 3일 이내의 코로나 검사 결과지가 있어야 해서 입원 3일전에 병원 안심진료소에서 입원전 선별검사를 받았고 2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당일 입원 시 보호자는 별도의 검사가 필요하지 않았고 수술 접수 시 코로나 관련 증상에 대한 간단한 문진만 이루어졌습니다.

수술 전 검사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엑스레이,EKG(만5세 이상)가 필요했고, 우리 아이는 EKG에서 애매한 부분이 확인돼서 수술 전 주 소아 심장과 진료도 보았었습니다. EKG를 더 길게 촬영하고, 심장초음파까지 한 결과, 다행히도 정상이었습니다. 모두 정상 소견으로 문제없이 마취할 수 있다고 컨펌되었습니다.

수술 전날 오후, 수술 예정시간 및 내원 시간을 전화로 안내를 받았고, 금식은 전일 자정 12시부터 하도록 하였습니다.

수술 당일 아침:
수술실은 안과병원 1층에 있었고 (입구에서 한층 내려가야 1층입니다) 접수에서 코로나 검사결과 확인 및 보안경을 제출하고 슬리퍼로 갈아신은 후 입실을 했습니다.

보안경은 안과병원 3층 안경원에서 5천원에 판매를 했습니다.

보안경

안정실 내 어린이 구역은 별도로 마련되어있었고, 우리 아이는 14번 자리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아이는 환자복으로 갈아입었고, 저는 덧옷을 받아 입었습니다.

곧 수액이 들어가는 주사를 맞았고 (역시나 소리는 질렀지만… 어린이 구역이라 다행이었다는…), 전공의 선생님이 와서 수술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었고 저는 동의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교수님도 오셔서 지난번에 차마 말씀 드리지 못했던 눈썹 부위의 물사마귀의 존재도 직접 다시 말씀드릴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눈에 보이는 건 최대한 다 제거해주신다고 했습니다.

대기가 길어지긴 했으나, 안정실 간호사 선생님이 어느 정도 길어질 것 같은지 진작에 말씀해주셔서 기다림에 큰 지침은 없었습니다. 10시인 줄 알고 갔는데 12시 넘어서 수술을 받긴 했지만서도 말입니다. 여유롭게 놀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수술 대기중

다만, 전날 저녁을 8시에 먹었던 아이가 금식 14시간이 경과하자 배고프단 이야길 하기 시작했고 15시간이 경과하자 빨리 수술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군요.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다행히 16시간이 넘어가기 전에 전공의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러 왔고, 아이는 수술 소식을 그렇게 반가워할수 없었습니다!

수술 및 회복:
저와 아이는 함께 수술방까지 들어갈 수 있었고, 아이가 수술 침대에 누웠을 때 저는 바로 옆 의자에 앉아서 아이 손을 잡아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데에서 1차적으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의사 선생님께 “저 정말 잠들어요?? 잠들지 않으면 어떡해요?? 잠들지 않으면 수술 하지 않을거죠??” 라고 재차 확인을 하다 스르륵 잠들었고, 전 다시 안정실로 와서 대기를 했습니다.

15여분 지나자 교수님이 오셔서 수술이 잘 끝났음을 알려주시고 수술 부위 사진을 보여주셨습니다. 바이러스도 좀 지져줘야 사라져서 살짝 지져주셨다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듀오덤을 잘 붙여주라고 당부해주셨습니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직접 오셔서 설명해주셔서 또 감동받았네요.

한 30여분이 지나자 아이가 회복실로 나왔으니 회복실로 가면 된다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회복실에 갔더니 아이는 곤히 자고 있었고, 저는 바로 옆에 앉아 아이가 깰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그때 회복실 간호사 선생님께서 아이가 지금 얼마나 안정적인 상태인지, 수술실에서의 마취 상태가 얼마나 안정적이었는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정말 크게 안도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또한번의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천천히 잘 일어났고, 회복실에서는 30여분간의 모니터링을 마치고 안정실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많이 피곤해하긴 했지만 깨어있으려고 잘 노력해줬고, 물은 바로 조금씩 섭취할 수 있었습니다.

전신마취 후 안정실에서. 고생했쪄 마이 스위리~♡

안정실로 돌아와서 1시간 남짓 있었는데, 아이가 소변도 보고 걸어다니는 것을 확인 한 후 퇴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와 함께 본관 3층 푸드코트에서 세상에서 최고로 맛있던 죽을 먹고 베스트 드라이버 아버님 덕분에 꾸벅꾸벅 졸면서 아주 편하게 집으로 무사 귀환할수 있었습니다.

제거된 물사마귀

이게 제거된 물사마귀의 흔적입니다. 음…딱봐도 그냥은 안없어지게 생긴 놈들이네요.. 전 툭 짜면 물이 쭉 나오려나 했는데 그런 성질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 아이의 피부부위는 듀오덤으로 드레싱을 하고 있고, 듀오덤을 붙이지 못하는 눈의 부위에는 안연고를 발라주고 있으며, 항생제는 하루 세번 복용하고 있고, 아이는 우주인같은 보안경을 아주 잘 착용하고 있습니다. 예쁜 콧등에 흉터만 제발 안생기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 네 식구. 이번기회에 확실히 다짐했습니다.
무서워도, 겁이나도.. 다음부턴 뭐든지 초장에 잡자!!! 초가삼간 다시는 태우지 말자!!

닥터딥은 일년 넘게 발랐지만, 우리 아이 물사마귀에는 큰 도움이 안됐고 같이 바른 제 피부만 더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율무패치도, 한약도 큰 도움은 안됐습니다. 아연도, 철분도,율무차도, 율무팩도, 멀티비타민도, 유산균도, 규칙적인 운동도… 하아.. 정말 할 수 있는건 다 해봤는데.. ㅠㅠ

그래도 지속적으로 아이 면역력 강화에 힘을 써서 다시는 물사마귀 바이러스, molluscum contagiosum 의 공격에 이쁜 얼굴 괴롭히지 않게하렵니다.

(2022.10.18.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클래식 피아노

오늘은 남편으로부터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았습니다.

요즘 저를 클래식에 입문하게 만든 임윤찬님의 CD손열음님의 책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 남편으로부터의 선물을 준비했다는 사진을 받고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즘 제 임윤찬님 사랑은 남편이 시샘을 할 정도이고, 손열음님의 책은 제가 요즘 전자책으로 대여해서 막 읽기 시작했던 책이었던지라.. 정말 감동을 받았습니다.

피아노는 제가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배우기 시작했었고, 남들 하듯이 바이엘, 체르니 100, 30, 40을 하다가 50을 할때쯤 렛슨은 그만두었습니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친구 따라 간 작은 교회에서 반주를 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전 계속 피아노와 아주 멀지 않은 사이로 지내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클래식에는 별 관심이 가지 않았었습니다. 클래식 명곡을 배울 때 그 과정이 지루해서였을까요, 아니면 제게 클래식을 즐길만한 감성이 없었었을까요. 모차르트나 베토벤, 슈만, 쇼팽.. 그냥 넘어야 할 과제물 정도로만 인식이 되었었습니다. 음악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아름다운 피아니스트들을 만나면서 클래식을 대하게 되는 마음이 조금씩 바뀌어감을 느낍니다.

음악에 대해 주어진 천부적인 재능주어진 시간에 대한 최선의 열심을 합쳐 세상에 아름다움을 불어넣어주는 젊은 연주가들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제가 살고있는 이 시간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그동안 제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은 찬송밖에 없었던것 같은데, 역시 신께서 세상에 음악을 있게하셨구나. 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피아노리사이틀 티켓을 구입했습니다. 임윤찬님의 스승이신 손민수님의 피아노리사이틀이 가까운 고양아람누리에서 한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티켓팅을 했는데 기적적으로 한자리 남은 R석을 맡았습니다. 아이들은 남편에게 맡기고 행복한 저만의 100분의 시간을 누릴 호사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프란츠 리스트에 대해 공부해야겠습니다.

(2022.09.30.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모유수유와 대상포진

증상 발현 1주 차 

출산 후 약 5개월 경과된 어느날,

견갑골 부위가 욱신욱신 쑤시기 시작했습니다.

폼롤러로 등을 꾹꾹 눌러줘도 해소되지 않는 깊은 뻐근함..

그리고 며칠 뒤, 뭐가 물린것 같이 간지럽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긁어도, 모기약을 발라도 해결되지 않는 괴로운 가려움에 남편에게 등을 보여줬더니, 보이는 건 기미 뿐..ㅜ.ㅜ

등에 웬 기미?? 기미가 나도 가려울 수 있나..? 혹시 다른 문제가 있는건 아닐까 하고 피부과에 찾아갔는데

피부에 발진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었고, 피부과 전문의 선생님도 그냥 항히스타민제를 먹어보고 증상이 계속되면 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일주일간 항히스타민제를 먹었는데도 해소되지 않는 가려움과 동시에 등 뻐근함.

이건 도대체 뭐지 하며 남편에게 등좀 봐달라고, 아직도 모기 물린거 없냐고 종종 보여줬었는데, 어느날 갑작스럽게 하는말..

“어? 물집이 잡혔는데?”

증상 발현 2주차

아니.. 뭐라고라.. 물집이라고라..

사진좀 찍어줘봐 해서 봤더니..

 

 

오른쪽 등 뒤..

상당히 의심스러운 물집이 관찰되었습니다..

가려움과 뻐근한 증상이 생긴지 일주일만에…

상당히 대상포진이 의심스러운 물!집!이 확인되었습니다..

헉… 이거 도대체 언제 생긴 물집이지… 72시간이 경과 되었을까…? 내가 물집 올라온것도 모르고 있던건 아닐까??

대상포진이라면 최대한 빨리 아시클로버를 먹어줘야 하기에, 병원에 출근해서 바로 가정의학과에 당일접수를 하고 진료를 보았습니다.

네. 그리고 대상포진이 맞았습니다.

에구.

전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고, 아직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지만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는 사실과 등가려움에 대해 말씀드리고 약 처방을 받았습니다.

  • 팜비어 750mg 1회/일 * 7일
  • 울트라셋 ER 세미 1T PRN
  • 시잘 5mg PRN

팜비어(대상포진)는 모유수유 중에 먹어도 괜찮지만 씨잘(가려움)과 울트라셋(통증)은 모유로 이행이 있을 수 있으니 가급적 모유수유의 중단을 권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아직 저는 수유를 완전히 중단할 생각은 없어서 퇴근 수 후유는 지속하였고, 팜비어는 일주일 내내, 울트라셋은 통증이 심할 경우에만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먹은 울트라셋도 통증에는 크게 효과적이지 않더라구요..

증상 발현 3주차 

일주일이 지난 시점, 팜비어를 다 먹었는데도 물집은 아직 남아있었고, 가려움증은 호전되었으나, 등 통증은 더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다시 내원해서 새로 처방을 받았습니다.

  • 팜비어 750mg 5일 추가
  • 리리카 25mg 2회/일

리리카는 저에겐 상당히 효과적이었습니다.

내가 언제 대상포진이었나 싶을 정도로 통증이 호전이 되는걸 느꼈습니다.

아 이제 나았구나!!!

그런데.. 약효가 떨어질 때쯤 어김없이 다시 통증이 올라오더라구요.

팜비어는 추가 5일을 다 복용하였으나, 통증은 계속 되었습니다.

절망.

증상이 3주 이상 지속되고 호전이 안되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이러다가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만성으로 가는거 아니야..??

이 알싸하고 뻐근하고 괴로운 대상포진의 통증은 경험하기 전까지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이 통증을 계속 달고산다?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약을 계속 먹게 되니, 이제 슬슬 수유를 중단해야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모유로 이행되는것으로 알려진 리리카를 계속 복용하는게 아무래도 마음이 쓰여서, 어짜피 6개월까지만 완모 하기로 했던거 이제 완전히 중단하자 결단을 내렸습니다!

증상발현 4주 차

그리고 결국 다시 내원해서 리리카를 추가 처방 받았습니다.

우울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지만 이 통증을 계속 안고 갈수는 없었거든요.

혹시 몰라 마취통증의학과 진료도 예약해놓고 며칠만 더 버텨보자 하고 약을 먹었습니다.

먹다가 중단해보고, 다시 또 먹다가 중단해보고.

그렇게 꼬박 한달을 내리 아프더니!

언제 없어질까 걱정되게 아프더니!

딱 40일 아프고 증상이 없어졌습니다!! 

등의 그 괴로움이 없으니 정말 살것 같았습니다.

만성 신경통을 달고 사는 분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통증과.. 모유수유로부터.. !!

실은 모유수유를 이렇게 중단하고 싶지는 않았었습니다.

6개월까지는 완모를 하고, 그 이후에는 천천히 중단을 해서 저녁 막수만큼은 모유수유해주고 싶다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모유수유를 중단하니, 또 나름의 자유로움이 생기더군요. 무엇보다 저녁 때 남편과의 맥주 한캔을 부담없이 즐길수 있게 된 여유!! 너무 좋았습니다^^


모유수유 중 대상포진!!

전 얼떨결에 대상포진 진단 후 모유수유를 잠시 유지하다 계속되는 통증으로 인해 결국 중단하였지만,

대상포진 시 물집 발현 72시간 이내 최대한 빠르게 복용을 시작해야 하는 항바이러스제는, 수유부라고 하더라도 큰 부담없이 복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시클로버냐 팜비어냐, 이건 의사 소견에 따라서 약간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것 같기는 합니다.

과거에는 아시클로버는 모유수유에 부적절하다고 차라리 팜비어가 안전하다라는 의견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오히려 아시클로버가 안전하다는 근거가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근거를 채택하고 진료를 보는지에 따라 아시클로버를 처방하기도, 팜비어를 처방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 업투데이트 된 정보에 따라 아시클로버를 처방받길 원했으나, 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처방해주신 팜비어를 신뢰하고 복용했습니다.

다만 증상 조절 약은 모유수유 이행에 대한 위험성이 제시된 바들이 있으니, 아주 안전한 타이레놀을 제외하고는 주의하며 복용해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수유를 하시는 엄마들, 아무리 건강하다 해도 건강에 과신하지 마시고 좋은 것 많이 드시길 바랍니다. 무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대상포진은 정말.. 또 겪고 싶지 않은 통증이었습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가는거 아니야? 라는 의심은 거의 공포에 가까웠습니다.

부디 좋은 것 많이 드시고 쉬실 수 있을 때마다 푹 쉬시길 바랍니다!!

 

피고임의 추억..?

그냥 아주 연한 핑크빛 액체였습니다.

왜 핑크빛일까..

병원에 전화하여 상태를 이야기했더니 또 반복되거나, 피가 다량으로 나오면 바로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큰 걱정 안하고 있었는데, 그날 오후, 연한 핑크빛 액체가 왈칵 하고 또 나왔습니다.

그리고 전 그 날 (10주+1)부터 눕눕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1. 융모막하 혈종 진단

초음파를 이리 저리 보던 전공의 선생님은 뭔가 의아하다는 듯이 계속 이리저리 초음파를 돌려 보았습니다.

저는 뭐, 별거 있겠나 싶은 마음으로 별로 긴장도 하지 않고 누워있었는데,

전공의 선생님은 분명 심상치 않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라는 듯, 안도감을 주려고 애쓰는 목소리로 입을 떼었습니다.

최근에 혹시 무리하신 일이 있으실까요?
여기에 기존에 없던 피고임이 생겼어요.
교수님께서 확인해주셔야 하겠지만, 좀 쉬셔야 할 수도 있을것 같아요.

쉰다?

응?

얼마나?

도통 제가 감을 못잡고 있자, 잠시 누워있으라고, 교수님과 연락되는대로 알려주겠노라고 하고 전공의선생님은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교수님이 외래 진료를 보고 계시는데 일단 그쪽에서 직접 소견을 듣는게 낫겠다 하여 외래 진료실로 이동했습니다.

교수님께서도 매우 당황하시며, 이건 당신이 직접 말씀하셔야 할것 같아서 외래로 오라고 했다며, 도대체 2주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하셨습니다.

멀쩡했던 자궁이 2주 사이에 반이나 떨어졌다고.

네..?

그 때부턴 교수님의 목소리가 웅웅 하고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무조건 쉬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무조건 버텨야 합니다.
일찍 나와버리면.. 너무 고생스럽습니다. 그건 안되지 않겠습니까..?

특별한 이벤트는 없었습니다.

몸이 무너질듯 힘이 들다가 9주차 정도 되었을 때 좀 나아지면서 기분이 좋아져서.

그저 기분이 너무 좋고 상쾌해져서 1박2일 강화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긴 했었는데..

특별히 무리한건 전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문제라면 문제였을것 같습니다.

임신 초기엔 정말 극 조심 해야하는게 맞나봅니다. 제가 제 몸을 너무 과신했다 싶었습니다. 

2. 병가 시작

저는 이미 현실감을 잃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교수님.
좀 쉬다보면 나아질 수 있을까요?
지금 아예 휴직을 해야하는 상황인가요?

가능하면 휴직을 하는게 낫겠습니다.
좀 나아졌다 싶으면 이미 임신 후반기라, 몸이 많이 힘들수 있습니다.
의사에 따라 지금 시점에 쉴 필요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으나,
분만실에서 워낙 힘든 경우들을 봐왔기 때문에 전 무조건 쉬시라고 권합니다.

이건 뭐.. 그야말로 청천벽력..

첫째 때도 육아휴직도 안하고 버텼는데..

부서에는 이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하나..

나의 향후 미래는 어떻게 되려나…

당장 휴직을 하기엔 처리해야할 일이 산적했고, 저의 출산 후 복직 후 미래가 불확실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한달 간의 병가기간을 갖고 그 이후 상태에 따라 추가 병가, 혹은 휴직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3. 눕눕 시작 (누워있고, 누워있고, 또 누워있고, 계속 누워있고…)

집에서 본격적으로 24시간 중 22시간은 누워있는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밥먹을 때, 화장실 갈때만 빼고 계속 누워있었습니다.

그랬더니 한 3-4일 정도 후부터는 허리가 끊어지듯이 아팠습니다. 너무 누워있었더니 없던 허리통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정도 지나니 손목이 끊어지듯 아팠습니다. 누워서 핸드폰만 보다보니 손목통증도 얻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누워서 책이나 핸드폰을 볼 수 있는 독서대도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일명 눕서대 (누워서 보는 독서대)

못봤던 드라마, 예능들을 섭렵해가봐, 더이상 지겨워서 못보겠다 싶을때까지 본것 같습니다.

잠도 그렇게 오래 자본적이 없었던것 같습니다.

허리는 부서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언제 이렇게 쉬겠냐 생각하며 쉬는데 집중했습니다.

누워있을때 어느쪽으로 누워있어야 하나, 몸통은 들어도 되나 너무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결국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바닥에 등을 대고 눕거나, 양 옆으로 돌려가면서 눕거나 하는 자세로 누워있었습니다.

그렇게 2주가 지나고 (11주+6), 초음파 검사 결과 1/2 정도는 흡수가 되서 좋아졌다고 확인되었습니다!!

4. 눕눕은 언제까지??

이렇게 누워만 있으니 나쁠일은 없겠다, 좋아질 일만 있겠다 싶었는데…

다시 약간의 출혈이 다시 뭍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딱 보니 갈색혈이라 그냥 고여있던게 나오는거겠지 싶어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예정일에 내원했는데, 교수님 의견은 좀 달랐습니다.

별로 좋은 징후가 아니며, 이러다가 자궁 경부가 훅 짧아지는 경우가 있어서 예의주시 해야한다 하였습니다.

그래서 더 쉴 것을 권하셨고, 결국 병가를 더 연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총 2달 정도 꼼짝없이 누워있었더니,

누워있는게 이제 더이상 지겹지도 아프지도 않고 익숙해졌을 때 쯤 고였던 피가 거의 다 흡수가 되었습니다.

이제 과제는 병가 종료까지 남은 한달을 어떻게 쉬느냐였는데..

병가 후 갑작스러운 활동이 또 무리가 될까봐서 아주 조금씩 움직여보기 시작했습니다.

거실에서 유튜브를 보며 요가를 따라하기도 했고, 아이 유치원 하원을 직접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몸을 움직여 회복시켜가며 총  3달의 안정가료 끝에 (22주)

피고임은 거의 다 없어졌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도 되겠다고 진단되었습니다.

그리고 건강하게 뱃속의 아이와 함께 복직하여, 무려 39주까지 아주 무탈하게 근무 하고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

1. 임신 극초기에 여행은 삼가는게 좋겠습니다.

2. 피고임에는 절대 안정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3개월 정도의 안정이 필요했습니다.

3. 피고임이 있을 때 눕눕의 자세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쉰다는게 중요할 뿐.

4. 피고임은 어쩌면 뱃속의 아가가 하는 첫번째 효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온전히 쉴 수 있도록 지켜주니까요.

(2022.07.20.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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