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어제는 평소보다 피곤했다.

낮잠도 자고, 집에만 있었는데도. 운동 난이도가 높아서 그랬을까, 날씨가 우중충해서 그랬을까.. 하여간 너무 피곤했다.

토요일부터 감기 증상 없이 열만 가끔씩 오르락 내리락 거리던 아이를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눕혔다.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려 그런지 아이의 에너지는 아직 방전이 더 필요한 상태였고, 30분이 지나고, 한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빨리 잠들어야 일어나서 뭐라도 하는데 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자 아이의 뒤척임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시간이 넘어가서 기어이 아이를 울려버렸다.

“엄마가 옆에 있어서 못자는거 같으니까 엄마 나가야겠어! 엄마 나가서 잘테니까 여기서 아빠랑 자! (무논리의 대향현…)”

“으아앙….

엄마. 나도 정말 자려고 노력하는데, 눈이 자꾸 똑 떠져. 정말 노력했어.미안해..”

내가 또 괜히.. ㅠㅠ

추스리고 사과하고 안아주고.

남편이 현 상황의 문제는 방이 너무 더워서였던 것 같다고 진단한 후 방문을 살짝 열어두고 선풍기 바람이 들어오게 했는데, 나의 환절기 알러젠인 ‘찬바람’이 들어와서 코속을 강타하며 짜증2탄을 예고하고 있었다.

“으으…. 문좀 닫아줄래..코에 직바람이 들어와…”라는 나의 부탁은 적절한 온도조절을 위함이라는 목적에 희생되..
는 듯했으나

아이가 데굴데굴 굴러와 작은 손으로 내 코를 덮어주었다.

“엄마. 이러면 괜찮지? 좋은 생각이지?”

아이 손은 따뜻했고, 결국 그렇게 둘이 같이 잠들었다.

어떻게 내 코를 덮어줄 생각을 했을까.

아이의 마음씀이 엄마보다 나았다.

반성문.

(2020.9.7. 페이스북 기록물)

엄마! 피로는 좀 풀렸어??

바쁘게 보낸 토요일 저녁, 아이랑 놀아주지 못하고 피곤피곤해하며 일찌감치 잠들었는데, 일요일 아침 눈을떠보니 아이가 나의 얼굴을 미소지으며 바라보면서

“엄마, 피로는 좀 풀렸어?”

라고 물었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하고 “응?” 이라고 되물을 정도로 고차원적인 배려가 담긴 질문이었는데, 서우는 나의 되물음이 무안해질정도로 또박또박 말해줬다.

“엄마 어제 많이 피곤해했잖아. 푹 잘 잤어?”

만 47개월.

놀랍고.. 나보다 낫다!

라고 감동하며

“응! 푹 잤지. 물어봐줘서 고마워.” 라고 하는 순간..

“그래? 그럼! 놀자!!”

“그래! 놀자^^!!’

역시..고단수다.

(2020.7.20. 페이스북 기록물)

천사같은 네 마음 예쁘기도 하여라.

남편이 열심히 애쓰며 성악 발성으로 노래 곡조 한마디를 연습했다.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께
그리고 나에게 ‘어때?’라고 물어오자 솔직히 느끼는대로 대답해줬다.

“음.. 별로야.”

뭐가 별론지 물어보길래 다시 대답해줬다.

“좀 답답하게 들려.”

그리고 결국엔 나의 취향에 맞게 목소리를 뽑아내는걸 듣고야 말았다.

그때 화장실에서 이를 닦던 서우가 급하게 크게 외치며 나왔다!!

“아빠! 좋아. 멋지다!! 아빠 노래 너무 예뻐.”

그러곤 아빠한테 종종 걸어가서 아빠한테 안기는것 아닌가?

또잉..?

어디서 저런 천사가 나왔지?

놀라고 있었는데,서우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며, 아빠에게 안들릴만한 소리로 나를 채근하는 눈빛을 보내며 소근소근 한마디를 던지더라.

“엄마~~~ 아빠 노래 예쁜데 왜 답답하대~~!”(쪼릿 눈빛 발사!!)

그러게. 아빠 노래는 예뻤는데 엄마 마음이 너보다 안예뻤네.

아이의 천사같은 마음에 또 한번 감동을 받았다.

(2020.7.6. 페이스북 기록물)

엄마를 미안하게 만들면 나라가 망할..껄..?

경제학적으로 사람은 나라의 돈이고 경쟁력이다. 그런데 나라 곳간이 비워져 가고 있다.
곳간을 다시 채워보려고 이것저것 정책이 나왔지마는, 아직 터닝포인트가 될만한 정책은 등장하지 않은듯 하다.

여성의 학력과 사회적 지위, 경제적 가치가 높아졌지만, 여성이 엄마가 되는 순간 그 학력과 사회적 지위, 생산력은 죄책감의 이유가 된다.

아이에게, 가족에게, 그리고 동료와 조직 리더에게.
왜 그래야 하지..? 왜 엄마라서 미안해야 하지..?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1) 옆을 못지켜 줘서 미안하고.
2) 대신 고생 하실 부모님께 죄송하고(조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신다면)
3) 그 미안함을 견딜 수 없어 결심하고 휴가라도 내면 그 자리를 채워야 할 동료에게 미안하고.
4) 다른 직원과의 형평성을 따져야 할 리더에게 죄송하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방과후 등을 통해 아이들을 국가가 대신 봐주는 것보다, 엄마가 일하다가도 필요할땐 죄책감 없이 아이에게 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는 건데.. 그것이 그리도 어려운가보다.

육아휴직, 육아기 단축근로, 탄력근무 등등이 있으면 무엇하나. 그 빈자리를 메꿔서 직장을 돌아가게 할 인력이 없는데.

나는 그래도 상당히 배려 받는 환경이고 부모님의 도움도 받는 매우 감사한 포지션이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부모님께, 동료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 엄마라서.

아이가 초딩이 되며 많은 여성이 그간의 경력을 내려 놓는 다는 것이 남일이 아니다. 이것또한 경제적 손실

출산률이 낮아진다지만 그것을 애써 높이는데 기여할 생각이 안드는 것도 사실이다. 기여한 공을 인정 받기는 커녕, 부담이 상상도 못하게 더 커질게 보인다.

어떻게 안되려나..

(2019.12.11. 페이스북 기록물)

딸의 공감

퇴근 후 아이랑 하루 종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조금씩이라도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어제는 책을 쓰는 일을 하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오늘은 책 만들어서 가지고 왔냐고 묻는걸 보면 이제 확실히 모든 이야기를 받아들이는구나 싶다. 대충 듣지 않고 진짜로.

오늘은 아이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다가,

“엄마가 오늘 너무 바빴어. 환자가 너~~~무 많아서 환자가 들어오면 ‘이름이 뭐에요~’물어보고, 무슨 검사인지 확인하고, 검사하러 갔다가 와서 앉으면 또 환자가 오고, 그럼 또 ‘이름이 뭐에요~’ 물어보고, 무슨 검사인지 확인하고, 검사하러 갔다 오면 앉을 새도 없이 환자가 기다리고.. 하여간 너~~~~~ 무 정신이 없었어. 하도 그래서 무릎이 아퍼,. ‘호~~’해줘” 라고 상황극을 펼쳤다. 그리고 ‘호!’ 한번 짧게 받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이도 상황극을 펼치기 시작했다.

“엄마 나는 친구랑 누웠다가 앉았다가 누웠다가 앉았다가 누웠다가 앉았다가 해서 등이 아팠어! 호~~ 해줘”

웃음이 나면서도, 왠지 딸에게 공감 받고 위로 받는 느낌이더라. 아이 등에 ‘호~~~~’ 길게 해줬다.

(2019.8.22. 페이스북 기록물)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