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세계 적응하기 feat.외로움

이웃 언니나 오빠랑 ‘단 둘’이 있을때는 분명 본인 위주로 재밌게 잘 놀았었는데 (아이 위주로 아주 잘 놀아주었었는데), 그랬던 언니 오빠들과 다같이 함께 모이면 다소 외롭게 되어버리는 아이를 보았다.

외로움은 OO의 마음이었을까 내 마음이었을까.

괜히 신경쓰여 아이 옆에 가서 앉았더니 놀이에 집중하다가 “엄마도 같이 할래?”라고 말을 붙여온다. 언니랑 오빠랑 같이 안놀면 심심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니”. 단호박.

진짜 아닌건지, 어린것이 멋적어서 아닌건지.

오랜만에 찾아보니, 아이는 같이 모여 같은 놀이를 하지만 실제로는 따로 노는 ‘병행놀이’를 하는 발달단계를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나마 다행이다.

어쨌든 아이는 지금 집 밖의 세상이 집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배워가는 중이다.

(2019.08.27. 페이스북 기록물)

너와 나의 연결고리 feat.딸과 나

아이랑 1분도 놀아주지 못했다. 통근버스 한시간을 겨우 버티고, 평소에 10분이면 도착할 집까지 30분이 걸려서 걸어온 후, 집에와서 엄마께 부탁하고 좀 더 누워있었는데도 두통이 가시질 않았다.

맥아리 없이 누워서 아이한테 핸드폰으로 뽀로로를 보여주고, 루돌프 동화도 틀어주고, 겨우 약발이 좀 받아 몇 번 일어나 업어준 후 잠자리에 다시 누웠는데,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꿈나라에서 재밌게 놀자고 했다. 뜬금없이 자동차 이야기를 하길래..

꿈나라 가서 자동차 탈까?
싫어
그럼 버스 탈까?
싫어
그럼 비행기 탈까?
싫어. 비행기에서 아파서 토했잖어.그러니까 버스타자!! 부릉부릉~

아이는.. 이번 여행 귀국길에 5시간 중 3시간동안 토했었다.

최근까지도 계속 비행기타고 후아힌 또 가자 약속~! 이렇게 먼저 고리걸길래 비행기 구토사건은 꿈중에 있나보다 했는데, 오늘 어린이집에서 비행기 그림을 보고 아이가 토했었단 얘기를 했단다. “내가 너~무 몸이 안좋아서 비행기에서 토했어.”

30분동안 주저 앉고 서고를 반복하며, 이것이 입덧하는 이의 어지럼증일까, 숙취의 현상같은 걸까 세상의 비슷한 증상을 겪을 이들과 같이 괴로워하며 걷다가 ‘하나님 제발 조금만 도와주세요.’ 하는 순간 참을 수 없이 vomit.. 아..뭐지..? 다행히 조금 걷다보니 엄청 굵은 빗줄기가 걱정말라는 듯이 쏟아졌다.

아이에게 붙어서 누워 “엄마는 OO랑 꼭 붙어있을때 너무 행복해. 꼭 붙어서 자면 내일 하나도 안아플것 같아.”라고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조금 불편할 때 늘상 하듯이 “엄마, 비켜줄래?”라고 말하곤 1초도 안지나서 “아니야! 안비켜줘도 돼!”라며 나를 꼭 끌어안아줬다.

연결고리에 행복하고, 진짜 아프기 싫다.

(2019.8.12. 페이스북 기록물)

속이 멀쩡하다

어제는 남편이랑 저녁때 급 데이트를 하느라 엄마가 아이를 재워주셨다.

남편이 석사논문만 끝내놓으면 가서 방청하고 싶다던 ‘다스뵈이다.’를 보고 들으러 가기로 한 것이다.

남편 혼자 보내서 혼자만의 시간을 줄지, 아니면 요즘 이래저래 심경이 복잡하니 같이 가서 힘이 되어줄지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 결국 늦게 도착해 서서 방청하느라 다리가 아파 중간에 나오긴 했지만 아이는 이미 잠든 뒤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원래는 엄마나 아빠 중 한명이 꼭 같이 있던 시간인데 이상하게 없어 그런가 아이가 울면서 엄마 올때까지 안잔다고 했단다.

아이도 나처럼,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빼앗길 수 없는 시간이 있는것 같다.

하여간 너무 속상해 하는 아이를 본 울 엄니도 괜히 안쓰러워 눈물이 살짝 나셨다는데 아이가 그것을 보고 바로 울음을 뚝 그치더란다.

그러더니 겨우 달래지며 침대에 누워서 자기 전에 하는말, “할머니. 아까는 미안했어요.”
아직 세돌도 안됐는데.. 어른 속을 헤아린다.

이럴때 우리 엄마 워딩, “속이 멀쩡하다.”

다 느끼고, 다 알고, 다 표현하게 된 내 딸..
속이 멀쩡하다.

(2019.8.8.페이스북 기록물)

워킹맘

워킹맘

아주 가끔 힘들때가 있다.

단단한 자존감과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 덕분에 좀처럼 쉽게 지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가끔씩 깊은 우울이 찾아온다.

아무것도 할 힘이 안나는 상태.

잠잠히 돌아보니 엄마 윤혜와 직장인 윤혜 사이의 안정감이 흔들릴때 발생하는 일인듯 하다.

엄마 윤혜 만으로 살아본 시간이 얼마 없었다. 출산 휴가 기간인 3개월이 전부다. 그나마 그 기간에도 대학원 실습 차 병원에 와서 시간 맞춰 유축을 해야하곤 했었다. 온전히 엄마만으로 살아본 기간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나에게는 퇴근 후 저녁시간과 주말이 너무 중요하다. 퇴근 후 서우가 잠들때까지 주어지는 2시간, 그리고 주말에 함께 하도록 주어지는 약 14시간. 일주일에 서우에게만 집중할수 있는 시간은 고작 38시간이다. 난 그것이 침범될 때 힘들다.

최근 갑작스레 근무 패턴이 바뀌며 3주에 한번 토요근무를 하게 되었고, 학회나 병원 행사 때문에 토요일에 집을 비워야 할 일들이 유난히 몰렸었다. 엄마 윤혜에 대한 기본적인 책임과 서우에 대한 마음만 아니었다면 나에게 큰 스트레스원이 아니었을 것들인데.. 지금은 나의 균형을 깨뜨리는 스트레스원으로 작동한다.

스트레스를 이성으로 버티며 극복했다 여기고 지내다가도, 서우의 갑작스런 고열같은 상황은 깊은 우울감을 촉발시키고 만다. 그리고 같은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무엇이 중요해? 지금 행복해?’

분명히 행복하고 충분히 만족했었던것 같은데. 그랬던 기억만 남고 마음은 공허하다.

무기력한 상태를 좀처럼 즐기지 못하는 나는 어쨌든 바쁘게 뭔가를 하기는 하지만, ‘에너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마치 숨쉬기 어려울 때 공기를 생각하게 되듯이.

현재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내가 내세울수 있는 답은 아니다. ‘적당히 포기할건 포기하고’에서 포기의 대상이 아이가 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엄마 윤혜와 직장인 윤혜의 균형을 맞추고 싶다.

(2019.7.25. 페이스북 기록물)

남편의 석사학위

남편의 석사논문이 드디어 책으로 완성됐다.

처음 세브란스에 이직을 준비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우신 세브란스에 정직하고 건강한 하나님의 일꾼 한명 들이시라고 간구했었다.

병원에 막상 입사하니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존재로서 무슨일을 할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결국 답을 내리지 못한채 즐겁게 할 수 있는 공부를 하며 찾아보기로 잠시 결정을 뒤로 미뤘었다.

그리고 논문의 과정, 안할수도 있었지만 하겠다고 선택했다. 이 과정을 지나가야만 할것 같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정말 괴롭게, 힘들게 완성했다.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사는, 누구보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 그 안의 다이아몬드를 발견하고 사귐을 결정했었다. 10년전에.

그는 여전히 물음표 달린 앞길에 답답해하지만, 하나님은 지금도 그를 사용하고 계시며, 길을 예비하고 계신다는 것을 믿는다.

남편 수고했옹♡♡♡

(2019.7.6. 페이스북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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