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공감

퇴근 후 아이랑 하루 종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조금씩이라도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어제는 책을 쓰는 일을 하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오늘은 책 만들어서 가지고 왔냐고 묻는걸 보면 이제 확실히 모든 이야기를 받아들이는구나 싶다. 대충 듣지 않고 진짜로.

오늘은 아이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다가,

“엄마가 오늘 너무 바빴어. 환자가 너~~~무 많아서 환자가 들어오면 ‘이름이 뭐에요~’물어보고, 무슨 검사인지 확인하고, 검사하러 갔다가 와서 앉으면 또 환자가 오고, 그럼 또 ‘이름이 뭐에요~’ 물어보고, 무슨 검사인지 확인하고, 검사하러 갔다 오면 앉을 새도 없이 환자가 기다리고.. 하여간 너~~~~~ 무 정신이 없었어. 하도 그래서 무릎이 아퍼,. ‘호~~’해줘” 라고 상황극을 펼쳤다. 그리고 ‘호!’ 한번 짧게 받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이도 상황극을 펼치기 시작했다.

“엄마 나는 친구랑 누웠다가 앉았다가 누웠다가 앉았다가 누웠다가 앉았다가 해서 등이 아팠어! 호~~ 해줘”

웃음이 나면서도, 왠지 딸에게 공감 받고 위로 받는 느낌이더라. 아이 등에 ‘호~~~~’ 길게 해줬다.

(2019.8.22. 페이스북 기록물)

은혜와 번뇌

아마 한 소주 2병쯤 받은것 같다.

그래도 멀쩡(?)한걸 보면 확실히 내 간은 친탁이다.

받은 술잔만큼 격려와 사랑을 받았다. 이것이 술자리의 문화인건진 모르겠지만..

분에 넘치는 찬사를 너무 많이 받아 몸둘바를 모르겠다. 난 무엇을 향해 살아야 하나.

항상 나의 나됨보다 더 나를 더 높여주시는 리더와 함께 해왔다. 이는 나를 더 성장시켜왔고, 항상 빚진 마음을 가지게 해왔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살아오다 ‘진로’고민을 하고 있는 요즘인지라, 나를 위한 ‘찬사’에 마음이 혼동된다.

내가 방광요도재활실에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나를 위해서 그리고 조직을 위해서 뭐가 더 좋을까 고민하던 요즘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복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해온걸까. 아니면, 적당할 때 물러서는 것이 맞는걸까.

내가 고민을 하는것은 자신감을 잃어서인걸까, 교만해서인걸까.

나를 알아봐주고 인정해주는 곳에 충성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것 같은데, 어느 세상까지 나를 알아보고 인정해줄지 뛰어들어보고 싶다면 그건 신의를 져버리는 것일까?

요 며칠간 여러 각도로 고민해볼 기회가 있었는데, 확실히 내가 속한 조직이 달리 보이긴 한다.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무엇을 향해 달려나가야 할지, 여전히 답은 낼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아무리 계획을 세우고 뜻을 세우더라도 그 길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라는 것이리라. (술먹고 주님 타령이라니..ㅋ)

결국 다시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 그저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자고. 그 뿐이라고.

(2019.10.10.페이스북 기록물)

현실세계 적응하기 feat.외로움

이웃 언니나 오빠랑 ‘단 둘’이 있을때는 분명 본인 위주로 재밌게 잘 놀았었는데 (아이 위주로 아주 잘 놀아주었었는데), 그랬던 언니 오빠들과 다같이 함께 모이면 다소 외롭게 되어버리는 아이를 보았다.

외로움은 OO의 마음이었을까 내 마음이었을까.

괜히 신경쓰여 아이 옆에 가서 앉았더니 놀이에 집중하다가 “엄마도 같이 할래?”라고 말을 붙여온다. 언니랑 오빠랑 같이 안놀면 심심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아니”. 단호박.

진짜 아닌건지, 어린것이 멋적어서 아닌건지.

오랜만에 찾아보니, 아이는 같이 모여 같은 놀이를 하지만 실제로는 따로 노는 ‘병행놀이’를 하는 발달단계를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그나마 다행이다.

어쨌든 아이는 지금 집 밖의 세상이 집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배워가는 중이다.

(2019.08.27. 페이스북 기록물)

너와 나의 연결고리 feat.딸과 나

아이랑 1분도 놀아주지 못했다. 통근버스 한시간을 겨우 버티고, 평소에 10분이면 도착할 집까지 30분이 걸려서 걸어온 후, 집에와서 엄마께 부탁하고 좀 더 누워있었는데도 두통이 가시질 않았다.

맥아리 없이 누워서 아이한테 핸드폰으로 뽀로로를 보여주고, 루돌프 동화도 틀어주고, 겨우 약발이 좀 받아 몇 번 일어나 업어준 후 잠자리에 다시 누웠는데, 아이에게 너무 미안해서 꿈나라에서 재밌게 놀자고 했다. 뜬금없이 자동차 이야기를 하길래..

꿈나라 가서 자동차 탈까?
싫어
그럼 버스 탈까?
싫어
그럼 비행기 탈까?
싫어. 비행기에서 아파서 토했잖어.그러니까 버스타자!! 부릉부릉~

아이는.. 이번 여행 귀국길에 5시간 중 3시간동안 토했었다.

최근까지도 계속 비행기타고 후아힌 또 가자 약속~! 이렇게 먼저 고리걸길래 비행기 구토사건은 꿈중에 있나보다 했는데, 오늘 어린이집에서 비행기 그림을 보고 아이가 토했었단 얘기를 했단다. “내가 너~무 몸이 안좋아서 비행기에서 토했어.”

30분동안 주저 앉고 서고를 반복하며, 이것이 입덧하는 이의 어지럼증일까, 숙취의 현상같은 걸까 세상의 비슷한 증상을 겪을 이들과 같이 괴로워하며 걷다가 ‘하나님 제발 조금만 도와주세요.’ 하는 순간 참을 수 없이 vomit.. 아..뭐지..? 다행히 조금 걷다보니 엄청 굵은 빗줄기가 걱정말라는 듯이 쏟아졌다.

아이에게 붙어서 누워 “엄마는 OO랑 꼭 붙어있을때 너무 행복해. 꼭 붙어서 자면 내일 하나도 안아플것 같아.”라고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 조금 불편할 때 늘상 하듯이 “엄마, 비켜줄래?”라고 말하곤 1초도 안지나서 “아니야! 안비켜줘도 돼!”라며 나를 꼭 끌어안아줬다.

연결고리에 행복하고, 진짜 아프기 싫다.

(2019.8.12. 페이스북 기록물)

Keep in touch!

요즘 일터에서 방광요도재활실 20년사를 정리하느라 숨쉴틈 없이 바쁘다.

가뜩이나 방학이라 어린이병원도 성수기인데, 널려져 있는 자료들을 시간의 흐름에 맞게 체계화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건지 퇴근길마다 숨을 한번씩 크게 쉬었던 것 같다. 어제는 분명히 즐거운 금요일 퇴근길인데도 몸이 얻어 맞은것 같이 쑤실 지경이었다.

최고로 시원한 병원에서 이렇게 정신없이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문득 나의 1999년은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그때는 싸이월드도 없었던 시절이고, 일기를 가끔씩 이곳 저곳에 쓰긴 썼던것 같은데 보관해 둔 기억은 없었다. 그러다 앗! 하고 한메일이 생각이 났다.

DAUM 메일. 나의 아이디는 lovely67이었다. 67은 윤혜. 486이 ‘사랑해’인 시절 지은 나의 아이디이다. 비밀번호도 다행히 기억이 나서 들어가봤더니 나의 중고등 시절 메일들이 잘 저장되어 있었다. 그때는 메일을 거의 카톡 수준으로 보내던 때였나 보다.

‘”메일 좀 자주 보내”, “메일이 세개나 와있는데 늦게 메일 보내 미얀”, “메일 좀 확인해!” 뭐 이런 메일들이 하루에 몇개씩 와있는 것을 보면..보낸 메일들은 안타깝게도 지워져 있었지만 받은 메일들을 보니 나와 가까웠던, 소중한 사람들이 욱 하고 들어왔다.

오늘 그 중 소중한 사람 한분과 연락이 닿았다. 나의 고딩시절의 태양같은 박재만 선생님. 거의 15년만에 연락을 드리는 것 같은데, 나를 기억하실까 하는 걱정어린 마음에 “가물거릴리가 있나?”라고 말씀해주시며 반겨주셨다.

분명히 몸이 쑤셔서 일어나기 힘들었었는데, 엔돌핀이 확 도는게 뭔지 알게 되었다. 곧 찾아뵈어야지. 진짜 보고싶은 분이다.

Keep in touch 라는 말은 우리나라 표현으로 어찌 번역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누가 들어도 저렇게 적당한 표현이 있을까 싶은 문구다.

‘우리 계속 붙어있자.’ 라는 마음을 담은 듯한 말.

소중했던 사람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할 때는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계속 keep in touch를 해왔으면 나의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울 엄니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권해주시던 모습인데(소중한 사람과 관계의 끈을 놓지 말라는..), 이제 마음으로 그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뭔가 이렇게 현자타임도 만들고, 인생에 중요한 태도를 깨닫기도 하게되니, 20년사 정리는 책 뿐만 아니라 더 많은걸 남길것 같다!! 힘내자!!^-^

KEEP IN TOUCH!!

(2019.8.10. 페이스북 기록물)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