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욕 VS 균형

난 평소에 별로 가지고 싶은게 없다. 남편이 가끔 나에게 선물해주기 위해 뭐가 필요하냐고, 뭐가 가지고 싶냐고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매우 난감하다. 정말 별로 필요한게 없기 때문이다. 그냥 가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그걸 그냥 살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평소에 크게 꿈을 갖지도 않았다. 20대 때는 치열하게 고민도 하고 꿈이라고 설정해보기도 했으나, 요즘은 내 꿈은 오늘을 잘 사는 것으로 설정하고 매일의 삶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때가 되면 기회가 다가오고 길이 열리더라는 것을 삶으로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역량을 내가 오늘 최대한으로 사용하고 발전시키는 것, 그것이 내 꿈이라면 꿈이었다.

어쩌면 그 덕분인건지, 오랜만에 내 마음을 뜨겁게 하고 나의 관심을 사로잡는 기회가 보였다. 정말 가지고 싶고, 잡고 싶었다. 어쩌면 30대 중반까지 도대체 ‘사랑’이 뭐야? 하며 이성에 전혀 관심없던 청년이 갑자기 연애에 빠지고 결혼을 결정하고 싶어하는게 이런 기분일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는 그냥 무작정 달려가기에는 세상에 하나뿐인 엄마를 잡고 서있는 아이가 보인다. 이미 나름 많은 희생을 하고 있는 딸이다. 그리고 지금 상당히 균형을 잘 맞춘 삶을 살고 있어서 누가봐도 “왜?” 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균형감을 잃지않고 하고 싶은걸 주저함 없이 하고싶다. 근데 내가 아는 나는, 몰입하면 주변을 잘 못돌아본다. 이것이 실은 내가 가장 우려하는 점이다.

엄마로서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매일의 짧은 시간만큼은,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꼭 지켜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자랑스러운 엄마라 해도, 곁을 지켜주지 않는 엄마는 항상 아쉬울테니..

그래서 나의 눈길을 끄는 반짝이는 보석에게 알려줬다. 난 이런 사람이라고. 약간 안어울릴수 있을수 있다고. 말해주고도 후회막심. 그래도 그 보석이 날 주인으로 알아 본다면 주저하지 않고 다가오겠지. 아니라면 아쉽겠지만.

(2019.10.09.페이스북 기록물)

덕업일치業一致

남편이 요근래 매일 같이 언급하던 삶의 모양.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매일같이 괴로워했는데 도대체 여기서 ‘덕’이 뭘 말하는 걸까 찾아봤더니 세상에, 덕후(오타쿠)의 덕질의 ‘덕’ 이었다.

결국 남편은 스피노자의 삶에서 답을 찾았다며 위로받고 있기는 하지만, 난 정말 남편이 덕업일치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정말 즐겁게 빠져서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온몸을 던졌으면 좋겠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돌아보면, 꽤 덕업일치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내가 몸 담을 수 있는 바운더리 안에서 나의 성향과 강점을 최대한 잘 살릴 수 있는, 나름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것은 분명 하나님의 은혜이다.

나의 영역을 잘 가꿔야지라고만 생각하던 중, 새롭게 가슴 설레게 하는 도전거리가 튀어나왔다. 기회라는 생각이 되고, 뛰어들어보고 싶다. 누가봐도 덕업일치 한다고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어왔지만, 나 스스로는 진정성있게 100프로 그렇다고 이야기 하진 못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도해오신 삶을 돌이켜보았을 때, 나의 이런 설레는 마음이 역마살인건지 아니면 하나님의 주시는 소망인지 잘 분간이 안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최대한 침착하고 잠잠히,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며 한걸음씩 조심스럽게 나아가려고 애쓰고 있다. 이 길이 그분의 뜻이 아니라면 꼭 막아주시길, 그러나 그분이 주신 기회라면 잘 감당 할 수 있길.

어쩌면 나에게 주어진 덕업일치 삶으로의 초대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만약 아니라 해도, 잠시동안이나마 새로운 시각으로 병원을 바라보게 되었던 이 경험이 나에게 큰 자산으로 남을 것 같다.

(2019.10.4. 페이스북 기록물)

나와 피아노와 교회

피아노는 아마도 국민학교 1학년 즈음부터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가동 상가 2층의 엄선생 피아노. 동그라미 5개 채워가며 바이엘을 떼고, 체르니 100, 30, 40을 땔 때쯤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의 첫 교회는 교인이 100명 남짓의 작은 교회였다. 목사님의 딸 중 한명은 피아노 반주를 적당하게 하고 있었고 한명은 성가대 지휘를 했다. 교회에 나간지 얼마 안되어 난 목사님 딸을 대신하여 성가대 반주자로 세워지기 위해 속성으로 세례를 받게 되었다. 수줍음이 많았던 중학생 시절, 반주를 적당히만 해도 ‘오오~~’ 하면서 온갖 환호을 보내던 그 오빠들 덕분에 성가대 반주를 재밌게, 꾸준히 했던것 같다.

나의 청소년기를 꽉 채운 교회생활, 객관적으로 돌아보면 나의 신앙이 곧게 세워지기엔 몇십프로 쯤 상당히 부족한 세속적(?)인 교회생활이었다. 차마 들추기 어려운 몇가지 기억만 세어보아도, 하나님이 얼마나 크신 분인지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아무리 험한 곳에서 날푼이처럼 있어도 하나님 그늘 안에만 있다면 그분은 어떻게든 우리네 인생에 아름답게 간섭 하신다는 것을.

나는 세속적인 교회생활을 하면서도 피아노 반주를 생활같이 하였고, 그 기간동안 신앙이라는 것을 담게 되었던것 같다. 20대 시절 치열하게 나의 신앙의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고, 절대로 떠날 수 없을것만 같던 그 교회를 가정의 이사라는 이벤트로 겨우 떠나게 되었으며, 결국 나의 신앙의 보금자리와도 같은 교회를 찾게 되었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을 따라 가게 된 교회. 그곳에서 처음 뵙게된 인생의 멘토, 오대식 목사님. 그분을 통한 하나님의 말씀은 혼돈 상태였던 나의 신앙의 기준과 질서가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인격적으로 존경하는 목사님을 통해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큰 축복이다. 그분의 말씀만 들으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건 그냥 세속어로 꿀빠는 일인것만 같다.

그런데 운명과도 같이 파주에 높은뜻 교회를 개척하셨다. 나의 목사님은 덕소교회를 지키시지만. 집에서 10분거리에 세워지는 높은뜻 정신. 우린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파주교회로 발걸음을 하게 되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반주를 하게 되었다.

남편은 우리의 목사님을 떠나는 느낌을 시집가는 기분에 비유하였다. 확실한 건 둘 다 결혼하면서 독립할 때보다 더 강한 이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연스러운 일에는 하나님의 손길이 있을것임을 인정할수밖에 없으며, 그 ‘때 탄’ 반주경험을 이렇게 높은뜻 교회에서 사용하심에 감사할수밖에 없다.

뿌려진 씨앗이 되어 열매를 맺어, 시집 잘 갔다 칭찬 받는 우리 가정이 되길 바란다.

(2019.2.3. 네이버 블로그 기록물)

아이랑 함께 잠드는 마음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기침대를 써서 아이를 빨리 스스로 혼자 자게 하고 싶었다. 출산전에 우연히 보게된 ‘똑게육아’라는 책은 엄마 및 부부의 삶을 위한 성경과 같이 읽혀지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나니, 그리고 일을 하다 보니, 아이와 체온을 함께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의 동침을 결정했다.

퀸과 슈퍼싱글 침대를 바닥에 나란히 두고, 아이와 나는 슈퍼싱글에서 붙어자고 남편은 퀸침대에서 잔다. 어쩌다 보니 같은 방 동침이긴 하나 각침이다. 확실히 부부만의 시간은 예전만 못하다.

아이는 9시에 잠들고 알람과 같이 6시15분경 일어난다. 아마도 우리 부부의 출근준비시간에 맞춰서 그 인기척에 깨던것이 아이의 리듬이 되어버린것 같다. 수면 부족을 만성화 시킨것 같아 미안하다.

잠들때는 나름의 의식이 반복된다. 업어서 노래를 불러주고, 짐볼에 안고 앉아서 짐볼을 통통 튀기며 ‘꿈나라로 갈까요(우리 집만 아는 꿈나라 가기 구호 같은 것이다)’ 챈트를 읊어주고 잠깐 누었다가 다시 한번 업어주고를 한 20여분 반복하다 누워서 한 1분 뒤척이다 잠든다.

아이가 완전히 잠들길 기다리며 같이 누워 있다보면 나도 잠들기 십상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육퇴를 하고 나름의 시간을 보내는데, 고요한 가운데 쌕쌕 거리는 숨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꿈나라 가는건 금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커가는 아이의 체온을 놓칠수가 없어서,
아이의 숨결을 느끼고 싶어서,
다 자는 밤에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나의 욕심에 아이를 내 옆에 두고 잔다.

혹여라도 아이가 잠든 후, 정신줄 겨우 부여잡고 일어날수 있으면 그때부턴 진정한 퇴근이다. 피로가 노곤하게 몸에 뭍어있어 금방 다시 아이 곁을 찾게 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얼마나 의미있게 보내느냐가 워킹맘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 한때는 야식에 드라마가, 한때는 독서가, 한때는 운동이 퇴근의 기쁨이었는데 요즘은 다시 야식에 드라마다. 다시 독서와 운동이 되길 바란다.

다시 돌아와 쌔근히 잘 자고 있는 소중한 아이을 감싸안으면 너무나도 행복한 잠자리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하루를 살아내줬음에 감사하며 진정한 잠자리에 든다.

(2019.1.31. 네이버 블로그 기록물)

결혼을 준비하며

결혼을 준비하며 우린 함께 많은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1. 돈 쓰기 정말 어렵다.
    그냥 믿고 쓸수 있으면 좋으련만.. 정당하게 약속된 물건을 적정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큰 돈이 오가는 곳은 더 부정직해지기 쉽다는 것을 배웠고, 그만큼 돈 쓰기 어렵다는 걸 배웠습니다. 부동산 문제때도 그랬는데 인테리어 문제때도 그러더군요.. 정보 없는 신혼부부가 큰 돈 쓸때는 5~60만원이 우스울 줄 알았나봅니다. 조금씩 야금야금..돈 편하게 믿고 쓰기 정말 어렵습니다.
  2. 정보는 많을수록 좋다.
    처음 알아볼 때는 흥미진진하고 신났습니다. 그런데 점점 그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각각이 미묘하면서도 큰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니 점점 스트레스를 받아가더군요. 우리 둘다 거의 폭발하기 직전까지 이르렀었습니다. 정보조사를 하면 할수록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게더라구요.
    그래도 정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것 같습니다. 적어도 나름의 기준은 생기더라구요.
  3. 기도가 먼저다.
    정말 갑갑했습니다. 그리고 두려웠습니다. 우리에겐 이것이 주어진 최대치인데.. 우릴 먹잇감으로만 보고있는 것 같은 세상이 두려웠습니다. 당당한 소비자인데 금방 을이 되어버리게 되는 상황이 참 갑갑했습니다. 그래서 손잡고 기도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기도하는 게 멋적어서 그것도 아주 짧게.
    ‘하나님. 지혜를 주세요.’
    그런데 지금보니 하나님은 우리가 잡은 그 손 안에 있던 두려움과 긴장까지 다 읽으신것 같습니다.
    좋으신 하나님이 우릴 가엽게 여기시고 천사를 붙여주셨습니다.. 정말 좋은분을 만났습니다. 아직도 너무 얼떨떨하지만.. 너무 일이 갑작스럽게 잘 풀려버려서 오히려 두렵고, 또 상처받을까 걱정되는 면이 없지 않지만.. 기도한 후 기도하는 분을 만났으니. 전 주님을 신뢰합니다~!! 잘 안돼도 주께서 하신 일, 잘 돼도 주께서 하신 일입니다.
    다른것 다 떠나서.. 하나님의 사람을 만났다는 것.. 그건 제가 느낄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믿지는 못하지요.. 하지만 하나님은 신뢰합니다. 그래서 기도가 먼저라는것을 다시금 배운 하루입니다.
    아.. 마음이 많이 복잡했었는데
    지금은 편안합니다.

(2014.5.25. 페이스북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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