㥠友

엇그제, 괜시리 더 피곤하고 지쳐있었는가, 남편이 운동하러 나간다는 게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서 운동 다녀올수도 있다고 말하는 남편에게

“알겠어. 운동이나 가!'”

라고 볼멘소리를 던졌고, 남편은 당황해하며

“잘 다녀오라고 부드럽게 얘기해도 겨우 다녀올텐데 그렇게 얘기하면 어떻게 가”

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난 괜히 더 뾰루퉁 해져서 그런거 아니라고, 다녀오라고. 운동 한다 하지 않았냐고, 빨리 가라고 쏘아 붙였다 (거참..성격 이상하네..)

옆에 누워있던 아이가 깜짝 놀라며 나를 꼭 안았다.

그러더니 나의 얼굴을 쓰다듬다가, 아빠에게 더 그러지 말라는 듯이 나의 입을 조심스럽게 막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가지 말라그래~.”

“응?”

“아빠 가고싶지 않은걸 수 있잖아~”

그래서 내가 다시,

“아빠는 운동 가고 싶었는데, 엄마가 가지 말라그랬다가(실은 마음만 그랬지 말로 하지 않고서는) 가라 그런거였어.”라고 말해줬더니,

“그럼 아빠 하고싶은대로 하게 해줘. 가족끼리는 마음대로 편하게 할수 있어야하는거야. 나도 그런적 있다니까~ 이전에 그때 그런적 있었어가족끼린 그럴수 있는거야

라고 말하며 까르르 웃는거였다.

아이가 어린이집, 유치원 등 사회생활을 하면서 밖에서는 본인의 의지와 마음을 어쩔수 없이 제한할게 생기겠지만, 집에서 만큼은 아빠엄마에게 편안하게 생각과 마음을 표현해달라도 오랜시간 이야기를 나눠오던 중이었다.

그랬던 아이로부터 아빠의 마음을 존중해주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맞네.. 맞어.. 그래야겠다..’라고 절로 생각을 하게 되더라.

요즘 남편은 회사에서는 회사에서대로, 집에서는 집대로.. 제대로 쉬지고 못하고 본인의 욕구는 없이 스트레스와 동행하며 살고 있다. 내가 더 잘해주지는 못할망정 타박을 하다니.. ㅠㅠ 한심…

세상에 태어나 만 5년을 산 작은 아이가, 부모의 갈등을 알아채고 나름의 경험담을 부드럽고 유쾌하게 이야기히며 중재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사소한 일에 남편에게 너그럽지 못했는지 깨닫게 했다.

아이 앞에서 갈등을 날카롭게 나타낸 것도 부끄러운데..

좀 더 잘 다듬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새삼 마음먹게 된 날이었다

(2021.8.28. 페이스북 기록물)

아이가 그려준 예쁜 엄마

서우가 그려준 예쁜 엄마.
그러고 보니
노란리본이 보이네.
몇년전 오늘, 하필 오프인지라
하루종일 뉴스를 보며 울면서 기도했고..
가라앉는 배를 하루종일 바라본 그 충격에
결혼해도 아이는 못낳겠다 싶었고,
정말 아이를 낳을 생각이란게 전~~혀 안들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어느 순간 마음문 열리더니 찾아온 예쁜 딸. 너.
니가 살아갈 세상이,
노란리본을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는 세상이 되길.
그리고 너는
같이 그 배를 들어올리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나길.

(2021.4.16. 페이스북 기록물)

가재가 노래하는 곳

가재가 노래하는 곳(델리아 오언스)

어렸을 때부터 속독을 즐겨하던 나는, 책을 음미하면서 읽는 것을 어려워 한다.

빠르고 신속하게 큼직한 사건을 읽어내고 결론을 알아내는데 익숙하다.

특히 소설을 제대로 음미하질 못하는 것 같아서 소설을 읽을 때는 의식적으로 그 행간과 단어에 집중하고자 마음을 다잡고 노력하곤 한다. 이 책도 그랬다.

첫 몇페이지는..

아 정말.. 진짜 너무 재밌었다.

완전 빠져들어서 저녁부터 새벽까지 몇 시간동안 싹다 읽어버렸다.

돌아보니 습관을 못버리고 속독모드로 읽은듯 하다.

작가님과 번역가님의 섬세한 선택까지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는 반성을 다시 해보지만.. 그럴수밖에 없을정도로 정~말 너무 재밌고 궁금했다.

그냥 잠시, 타임캡슐을 타고 노스캐롤라이나의 늪지에 들렀다가 수십년의 시간을 하루같이 보내고 온 느낌이다.

외로움 덩어리로 보여지는 카야에게 있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카야에게 가장 익숙하고, 가장 편안하기에 카야 스스로가 그녀 자신이 되게 하는 곳 혹은 존재의 목적으로 읽혀졌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 있었기에 외로움이 아름다움이 되었다.

뭐.. 사실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하긴 어려운 것이, 그 외로움과 아름다움 사이에는 솔직히 별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아니 아예 없어야 할 추악한 가정사 및 연애사 그리고 ‘죽을 사’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사’들은 카야의 삶이 아름다웠다고 이야기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았고, 이 깨달음은 마음에 잘 새기고 싶은 교훈이 되었다.

(2021.3.3. 페이스북 기록물)

덕분에..

사기병(윤지회 )

덕분에..
미안하지만.. ‘덕분에’ 평범한 하루의 감사함을 기억했다.

두돌 아이 엄마의 갑작스런 위암 4기 진단.

이건 소설이 아니고 진짜 일기였다.
담담하게 그려졌지만 고스란히 전달된 두려움과 슬픔. 애틋함. 간절함.
그 인생을 어떻게 다 이해할까.

상상만 해도 막막하고 먹먹하고 버티기 어려운 삶인데. 상상조차 외면하고 싶은 삶인데. 나였다면 과연 살아낼 수 있었을까.

같은 고민 없이 평범하고 무난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음에 안도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니 그 삶을 살아낸 작가님께 미안했고,

미안하라고 그린 일기가 아님을 알기에 고인께 감사했다.

오늘도 병원에 오가는 수많은 사람이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을 살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걸 기억해야지.. 그래야겠다.

그럴게요.

(2020.12.24. 페이스북 기록물)

반성문

어제는 평소보다 피곤했다.

낮잠도 자고, 집에만 있었는데도. 운동 난이도가 높아서 그랬을까, 날씨가 우중충해서 그랬을까.. 하여간 너무 피곤했다.

토요일부터 감기 증상 없이 열만 가끔씩 오르락 내리락 거리던 아이를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눕혔다.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려 그런지 아이의 에너지는 아직 방전이 더 필요한 상태였고, 30분이 지나고, 한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빨리 잠들어야 일어나서 뭐라도 하는데 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자 아이의 뒤척임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시간이 넘어가서 기어이 아이를 울려버렸다.

“엄마가 옆에 있어서 못자는거 같으니까 엄마 나가야겠어! 엄마 나가서 잘테니까 여기서 아빠랑 자! (무논리의 대향현…)”

“으아앙….

엄마. 나도 정말 자려고 노력하는데, 눈이 자꾸 똑 떠져. 정말 노력했어.미안해..”

내가 또 괜히.. ㅠㅠ

추스리고 사과하고 안아주고.

남편이 현 상황의 문제는 방이 너무 더워서였던 것 같다고 진단한 후 방문을 살짝 열어두고 선풍기 바람이 들어오게 했는데, 나의 환절기 알러젠인 ‘찬바람’이 들어와서 코속을 강타하며 짜증2탄을 예고하고 있었다.

“으으…. 문좀 닫아줄래..코에 직바람이 들어와…”라는 나의 부탁은 적절한 온도조절을 위함이라는 목적에 희생되..
는 듯했으나

아이가 데굴데굴 굴러와 작은 손으로 내 코를 덮어주었다.

“엄마. 이러면 괜찮지? 좋은 생각이지?”

아이 손은 따뜻했고, 결국 그렇게 둘이 같이 잠들었다.

어떻게 내 코를 덮어줄 생각을 했을까.

아이의 마음씀이 엄마보다 나았다.

반성문.

(2020.9.7. 페이스북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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