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가 되는 목적의 관념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수단과 예상되는 결과의 관념을 이르는 말.
처음에 생각해봤듯이, 보통 지향이라고 하면 1번의 정의를 생각하기 쉬운 것 같다.
하지만 현상학에서의 “지향성”은 2번의 정의를 의미하며(의식이 어떤 대상을 향하고 있는 일), 이는 의식의 속성을 말한다 (네이버 사전에 있어서 살짝 감동했다).
의식은 의식 자체와만 연관되거나 의식으로 점유된 것이 아니라 ‘어떤 것’에 대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어떤 것’에 대한 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사실.
2. 현상학과 지향성
그렇다면 현상학에서는 왜 그토록 지향성을 중요하게 다루는가?
그 이유는 이 “지향성”에 대한 연구가 주체와 대상 간의 차이 뿐 아니라, 그 둘의 연결성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지향적” 속성은 자기-초월적 성격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향적 속성을 가진 마음은 평소 폐쇄된 곳에 갇혀 있다가 어떤 자극에 의해 세계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세계 내에 자리 잡고 있으며 세계에 관여 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세계 내 존재). 또한 우리가 의식하는 ‘대상(세계)‘들은 단순히 의식 안에서만 발견될 수 있게끔 단순히 의식 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타내고, 현시하고, 그 자체로 존재하는 그대로 현전하도록 구성되어 우리의 의식과 연관된다.
우리는 평소 우리에게 나타내는 대상에 대해 성찰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기 쉬우나, “지향성”을 주요 관점으로 삼는 현상학은 이러한 사유 작용(cogito)과 사유 대상(cogitatum)의 상관관계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그렇게 함으로써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 사이의 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즉, 현상학은 주관적 경험 자체에 대한 좁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상이 어떻게 있는 그대로 나타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들이 지닌 의미와 더불어 나타날 수 있는지를 이해하고자 한다. 대상에 대한 철저한 철학적 검토는 대상들의 나타냄의 방식과 상관된 경험의 구조로 우리를 이끈다. 그리고 나타내는 대상들을 탐구할 때, 우리는 또한 우리 자신을 나타나는 대상들에게 있는 자로서 드러낸다.
결국 지향성의 교훈은 마음은 본질상 열려있고, 세계는 본질상 현시 가능하므로 마음과 세계는 동시에 탐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 나의 성찰
나는 현상학자가 아니니 의식의 지향성 그 자체에 대해 연구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가 간호 대상자들과 그들의 세계를 다루는 간호 현상을 연구할 때, 이 의식의 지향성은 놓치지 않고 가져가야 할 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간호 대상자들은 그들의 세계(혹은 질병)를 어떻게 인식하고 경험하는가, 그리고 그 세계(질병)는 간호대상자에게 자신을 어떻게 나타내는가?
현상학은 현상에 대한 학문 또는 현상에 관한 연구를 의미한다. 이 때 “현상”은 어떤 대상의 내용적 특성이라기보다는 대상이 자신을 나타내는 방식을 의미한다. 모든 것은 각기 자기 자신을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내고 우리에게 달리 주어진다. 즉, 현상학은 다양한 대상이 어떻게 자신을 나타내어(appears) 우리에게 주어지는가(givenness)에 대한 철학적 분석이라고 할 수 있다.
2. 자명종 시계에 대한 현상학적 관점
단 자하비는 자명종 시계를 현상학적으로 고찰하여 설명하였다.
우리는 우리 앞에 있는 자명종 시계의 특정 면 만을 볼 수 있지만, 그 면 말고도 많은 면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의심하지 않고 있다(그렇지, 지금 나는 노트북의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지만, 이 모니터 뒤의 판은 흰색이고, 13인치고, c타입으로 충전하고…).
우리는 모든 것이 보이는 면 외에도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자명종 시계는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배경 안에 존재한다(그렇지, 지금 나는 노트북 모니터와 책을 돌아가며 보고 있지만, 노트북과 책이 놓여져 있던 책상은 검정색이고, 외발이고, 옆에 마우스가 놓여져 있고, 오랜만에 온 카페 도노즈 안에 있고..)
“지각 경험은 결과적으로 현전과 부재의 상호작용을 포함한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것은 결코 고립된 상태로 주어지지 않고, 보는 것의 의미를 촉발하는 지평(horizon)에 에워싸인 채로 주어진다.”
자명종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는 자명종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은 그 앞에는 다른 컵, 펜, 책 등이 있을 수 있다. 그것들은 우리의 관심은 아니고 배경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주의를 원래는 배경이었던 자명종 앞의 책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내가 지금 타이핑을 하면서 난 모니터에 쓰여지는 글씨에 집중하고 있고, 열심히 움직이는 내 손가락은 전혀 신경도 안쓰다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내 손가락이 얼마나 열일을 하고 있는지 바라보게 되는 것같이..)
“실제로 이러한 주제의 변화 가능성은 정확히 나의 주제가 그 변화와 함께 주어지는 장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장 안에서 내가 정신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한편 그 자명종은 지각하는 자의 신체를 통해 지각된다. 신체적으로 보고, 만지는 등 상호작용을 하며 자명종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즉, 지각을 한다는 것은 “부동의 정보 습득의 문제라기보다는 신체적 활동”이다. (모니터, 책, 컵, 마우스 등등은 눈으로 인식하고, 손가락으로 타이핑하고 만지는 등을 통해 알게 되는 것 같이..)
그리고 그 자명종이 우리에게 나타나는 방식은 순간적이고 단절된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간적 구조와 배열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처음 그 조명종을 마주했을 때보다 2분 지난 후, 그리고 10분 지난 후, 그리고 지금.. 그 자명종은 나에게 점차 다르게 자신을 나타냈을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또 다르게 나타낼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바탕으로,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과 기대를 가지고 현재를 접한다.” ‘저 자명종을 우리 사무실에 가져다 두기에도 적절하겠다’라는 판단은 그냥 자명종을 보자마자 생기는 판단이 아니다. (지금 내 노트북은 내게 너무 소중하고, 너무 소중하고, 너무 소중하다. 대학원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샀고, 지금 공부하느라 매일같이 쓰고 있고, 내일도, 모래도, 글피도,, 계속 계속 내 도구가 되어줘야하니까..)
한편, 그 자명종은 누군가에게는 절대 집에 둘 수 없는 자명종일 수 있다. 즉, 그 자명종은 나에게 나타났지만, 나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단 자하비의 “현상학 입문”은 내게는 너무 두근거리고 행복한 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전혀 관심이 가지 않는 책일 수도 있겠지.)
3. 나타냄과 실재
무엇인가가 내 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면, 그것은 그 자체가 드러난 것인가, 그것의 배후에 있는 우리가 밝혀내야 할 어떤 진짜가 있는 것인가?
고전적으로 과학과 철학은 우리에게 드러난 현상의 배후에 있는 진실을 찾고자 하였으나, 현상학은 그 현상이 주는 것이 바로 그 자체로 어떤 것이기 때문에, 그 배후에 있는 것은 요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현상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실재를 감추고 있다는 주장을 거부한다. 다만 현상학자에게는 “그 자체로 현전하고 우리로 말미암아 이해될 수 있는 세계(현상학적 관심)”와 “그 자체로 존재하는 세계(과학적 관심)”는 두 개의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두가지 현시(manifestation) 방식의 구분일 뿐이다.
“현상학자들은 접근할 수 없고 파악할 수 없는 저편으로 말미암아 객관적 실재성을 정의하기보다 객관성을 지정할 올바른 장소가 저편이 아닌 나타내는 세계 내에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4. 나의 성찰
나는 결과가 급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 “그래서 뭘 해야 하는건데?”
어쩌면 ‘나보다도 성격이 급하고 정확하고 의미있는 결론을 최대한 빨리 듣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교수님’의 ‘가뜩이나 바쁜 회진 시간’에 ‘회진을 가이딩’하며 환자를 ‘daily로 브리핑’하면서 얻은 습관일 수도 있고, 고민을 하는건 너무 소진 되는 일이니 빨리 결론을 내는 게 속 편한 아빠의 유전적 소인 인 것일 수도 있겠으나, 어쨌든 난 결론이 중요한 사람이었고 여전히 좀 그렇다.
그런데 살다 보니 내가 아는 결론은 그래봐야 특정한 경계 안 에서의 진실일 뿐이고, 그 경계 밖 세상까지 고려한다면 그 진실에는 의문을 약간 남겨놓아야만 했다. 이것이 모든 의학 및 간호학 논문의 마지막에 나오는 Limitation. 모든 결론은 그 Limitation안에서 해석해야 하고 우리는 그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이다.
이런 인식을 하던 차에 만난 것이 바로 현상학이었다. 모든 객관성을 지정할 장소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세계 내에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현상학. 현상학은 나에게 내가 평소 일을 하든 공부를 하든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어야 할 철학이라고 자신을 나타냈다.
유럽의 노르웨이의 간호사이자 철학자인 카리 마틴센(Kari Martinsen)은 간호가 기술, 도구 중심적으로 돌아가는 당시의 세태에 이의제기를 하며, 건강 관리 시스템에서 얼마나 “돌봄”이 간과 되고 있는지를 지적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석사 학위 논문 (Martinsen, 1975)에서부터 지금까지 40년 이상 지속적으로 현상학을 간호학에 접목시켜 돌봄 과학의 간호 지식을 형성하는 데 헌신하고 있다. 카리 마틴센은 간호사가 현상학적 태도를 수용하고 실천함으로써 환자의 내적 가치와 존귀함을 인식하게 되고, 진정한 치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Norlyk et al., 2023). 그녀의 간호 돌봄 과학에 대한 철학적 고찰은 현재까지 노르딕의 의료 연구, 의료 교육 및 임상 개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Arman, M et al., 2015).
미국에서는 조세핀 패터슨(Josephine Paterson)과 로레타 즈데라드(Loretta Zderad)가 당시 사회와 학계가 모든 인간을 예측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존재로 간주하고, 모든 탐구 방법 중 실증주의적 방법을 최고의 방법으로 여기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간호”를 “생활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살아있는 경험으로 성찰하고 탐색함으로써 간호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결국 그들은 현상학을 간호학에 치밀하게 접목시켰고, 1988년 “Humanistic nursing”을 발간하였다(Paterson & Zderad, 2016). 그리고 그 이후 현상학은 간호학에서 어떻게 간호사가 대상자를 알게 되는지에 대한 방법론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에도 저자들은 현상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줄 수 있는 뉘앙스 때문에 책 제목에 현상학 대신 인본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고 한다(Norlyk et al., 2023).
“많은 사람들에게, 현상학은 아직 좀 이상하고, 낮설고, 금지된 것 같이 들릴거에요.. 누군가에는 매력적으로 들리겠지만요.”
약 4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뉘앙스를 주는 현상학. 여전히 우리는 현상학적 관점보다 인본주의적 관점이라는 용어가 더 편안하다. 그리고 현상학이라는 단어에 약간의 이질감과 거부감을 느낀다. 하지만 인간이 실제로 경험하는 것으로부터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는 현상학을 간호학이 알아차렸을 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너무 닮았고, 너무 필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간호학은 언제 현상학을 만났을까?
한경자
구글스칼라에 검색한 바에 따르면, 1987년 서울대학교 간호 대학의 한경자 교수님께서 최초로 현상학을 간호학에 소개하신 것으로 파악된다. 한경자(1987)는 마들렌 라이닝거(Madeleine Leininger), 진 왓슨(Jean Watson), 안나 오마리 (Anna Omery) 등 주로 미국의 문헌을 참고하여 국내에 현상학을 소개하였다. 한경자(1987)는 당시까지의 대부분의 간호 연구가 양적 연구에 치우쳐져 있었으나, 대상자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경험의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질적 연구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학술대회 보고서를 통해 양적연구와 질적연구의 차이를 제시하고, 현상학적 질적 연구방법의 특성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또한 현상학의 근본적인 원칙(현상, 현실, 주관성 등)과 현상학적 연구 방법의 적용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Van Kamm, Giorgi, Colaizzi의 방법론을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한경자(1987)는 현상학적 연구 방법이 양적 연구와 비교했을 때 일반적으로 용인된 방법론이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천 학문인 간호학이 지속적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으므로 계속 발달 시켜 나갈 것을 제언 하였다.
이후 국내에서 실제로 현상학을 적용한 최초의 연구는 김애정, 최영희(1990)의 연구로 확인된다. 저자들은 대학병원의 입원환자에게 개방적인 질문을 사용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Van Kaam의 연구 방법론에 따라 환자가 인식한 간호돌봄의 구성요소에 대하여 현상학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환자가 인식하는 간호 돌봄의 구성요소로는 관심, 온정/따뜻함, 성의, 함께함, 부드러움, 도움/수발, 편안함, 가르침, 위로가 확인되었고, 비돌봄의 구성요소로는 무관심, 냉담함, 무성의, 함께하지 않음, 거칠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국내의 문화에서 환자가 어떤 것을 돌봄으로 인식하는지를 이해하게 함으로써, 어떻게 간호를 전달 해야 할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주었다는 데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현상학의 태동과 현상학적 간호학의 태동은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바로 실증주의로는 결코 알 수 없는 인간의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으로부터 탐색을 출발할 때, 더 나은 인간의 삶에 대한 실천적 지식이 형성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편, 현상학자 후설(Husserl)은 각각의 학문이 그 학문의 본질적 특성에 맞는 방식의 탐구 방법으로 대상을 탐색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간호학이 그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수많은 현상이 결코 양적으로만 측정할 수 없었음을 직시하게 하였고, 간호 현상을 탐색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방법론으로써 현상학의 가치를 인정하게 하였다. 이렇게 간호학과 현상학이 만났고, 이 둘의 만남은 지난 약 40 여 년 간 수많은 파동을 만들어 내왔다. 파동은 커지기도 하였고, 잠잠해지기도 하며 꾸준히 이어져 왔는데, 필자가 느끼기에 2023년 현재는 다소 주춤하였던 현상학적 운동이 다시 조금씩 일어서는 때가 아닌가 싶다.
Arman, M., Ranheim, A., Rydenlund, K., Rytterström, P., & Rehnsfeldt, A. (2015). The Nordic Tradition of Caring Science: The Works of Three Theorists. Nursing science quarterly, 28(4), 288–296. https://doi.org/10.1177/0894318415599220
Martinsen, K. (1975). Filosofi og sykepleie. Et marxistisk og fenomenologisk bidrag. In: Filosofisk institutts stensilserie.
Norlyk, A., Martinsen, B., Dreyer, P., & Haahr, A. (2023). Why Phenomenology Came Into Nursing: The Legitimacy and Usefulness of Phenomenology in Theory Building in the Discipline of Nursing. International Journal of Qualitative Methods, 22, 16094069231210433.
Paterson, J. G., & Zderad, L. T. (2016). Humanistic nursing.
김애정, 최영희. (1990). 간호사와 환자의 상호작용에서 환자가 인지하는 간호(돌봄) 개념의 구성요소에 관한 연구. 성인간호학회지, 2(1), 52-74. / Ae Jung KIM & Yung Hee CHOI(1990). The Construct of Caring Concept Perceived by Patients in Nurse-Client Interaction. Korean Journal of Adult Nursing, 2(1), 52-74.
한경자. (1987). 간호연구를 위한 현상학적 접근법. Journal of Korean Academy of Nursing, 17(2), 99-104. http://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2033765
학위 논문 연구 주제를 정하고, 연구 방법을 질적연구로 하기로 결정한 후,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접근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유튜브에서 그냥 한번 현상학을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AIR KLASS라는 교육 플랫폼에 ‘간호학과 응용현상학’ 이라는 주제로 패키지 강의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그래도 간호학과 박사과정생인데, ‘간호학과 응용현상학’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강의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 다시 당황스럽긴 하였으나, 연구 방법을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여 수강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남인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놀랍게도 이남인 교수님은 간호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와 방향을 아주 잘 알고 계셨다. 응용현상학이 왜 간호학에 필요한지, 간호학에서 어떤 응용현상학적 탐색이 가능한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논리적으로, 그것도 아주 명쾌하게 설명해주셨다.
난 이남인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여러 문헌을 찾아보며, 현상학을 내 학업의 평생에 가져가야 할 연구 방법론으로 결정했다. 내가 지금까지 계속 갈증을 느껴오던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간호학이 그 가치만큼 이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진정한 간호를 해내기 어려운 이 현실 구조에 깊은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현상학적 탐색과 실천을 통해 간호의 본질을 회복하고 그것의 가치를 성과로서 증명할 수 있다면, 간호학을 더 엄밀한 학문으로 정립하고, 사회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게 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어쩌면 이남인 교수님의 후설(Husserl) 사랑과 비슷한 것일 수도 있겠다. 이남인 교수님의 강의나 책을 들어다보면, 교수님의 후설에 대한 애정을 잔뜩 느낄 수가 있고, 후설의 철학적 사유와 공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전달할까 치열하게 고민하신 것이 느껴진다. 나에겐 간호학이 그런 존재이다.
이남인 교수님의 ‘현상학과 질적연구: 응용현상학의 한 지평’은 굉장히 뛰어난 책이다. 영문으로 번역되지 않아 아쉽다. 번역이 된다면 정말 많이 인용될텐데.. 이 외에도 교수님의 글 중 응용현상학과 관련한 영문 참고 문헌이 별로 없어 정말 많이 아쉽다.
Lee, N. I. (2011). Phenomenology and qualitative research method. Grenzgänge: Studien zur interdisziplinären und interkulturellen Phänomenologie, 25. 이 논문 외 참고할 수 있는 영문 문헌을 아시는 분은 댓글을 부탁 드린다.
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이남인 교수님께 연락을 드려보고 싶었으나, 메일에 답장이 없으셔서 사무실로 연락해보니 퇴직을 앞두고 휴직 중이셨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찾아 뵙고 싶다.
2006-present Patterns in Applied Phenomenology (Book Series)
2009-present Contributions to Phenomenology (Book Series)
2009-2011 Philosophy (in Korean, Journal, editor in chief)
2012-present Libri Nigri (Book Series)
2012-present Libri Virides (Book Series)
Education
1977-1981 BA, Department of Philosophy, Seoul National University
1981-1983 MA, Department of Philosophy, Seoul National University
1983-1986 Ph. D. Course, Department of Philosophy, Seoul National University
1986-1987 Ph. D. Course, Department of Philosophy, University of Cologne
1987-1991 Ph. D., Department of Philosophy, University of Wuppertal
Bibliographie (읽은 것은 bold체로 표시함. The read literature is indicated in bold.)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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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enomenology and Hermeneutics (in Korean), Seoul: Seoul National University Press, 2004.
Husserl’s Phenomenology and Contemporary Philosophy (in Korean), Seoul: Poolbit Media, 2006.
Phenomenology of Perception. Husserl and Merleau-Ponty (in Korean), Pajoo: Hangilsa, 2013.
Phenomenology and Qualitative Research (in Korean), Pajoo: Hangilsa, 2014.
Beyond Consilience (in Korean), Seoul: Seoul National University Press, 2015.
The Phenomenology of Aesthetic Instinct (in Korean), Pajoo: Seokwangsa, 2018.
The Concrete and the Plural: Studies in Husserl’s Phenomenology and Its Horizon, Würzburg: Königshausen & Neumann, 2021 (forthcoming).
Phenomenology of Intersubjectivity: Husserl, Levinas, and East-West Dialogue (forthcoming).
Journal Articles and Book Chap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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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degger’s Existential Hermeneutics” (in Korean), in: Korean Society for Hermeneutics (Ed.), What Is Hermeneutics, Seoul: Jeepyeongmoonwhasa, 1995.
“Heidegger’s Criticism of Husserl and the Hermeneutic Phenomenology” (in Korean), in: Phenomenology and Contemporary Philosophy 9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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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sserl’s Transcendental Subjectivity and Heidegger’s Dasein,” in: The Ritsumeikan Bungaku 665 (2020).
“The Pluralistic Concept of the Lifeworld and the Various Fields of the Phenomenology of the Lifeworld in Husserl,” in: Husserl Studies 36 (2020).
“Feeling as the Origin of Value in Scheler and Mencius,” in: Continental Philosophy Review 53, 2020.
“Instinct,” in: B. Hopkins and others (Eds.), The Routledge Handbook of Phenomenology and Phenomenological Philosophy, London: Taylor & Francis Group, 2020.
사람이라는 존재는 언젠가는 죽는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본인 자신을 돌보게 끔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사람이라는 존재는 결코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타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여져 있을 수 있다.
자신을 돌보면서, 타인을 돌본다는 것. 그것은 엄청난 균형감을 요구한다.
일례로 자신만 돌볼 줄 아는 사람은 결코 간호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모든 관심과 에너지가 자신의 안위에만 향해 있다면, 간호사로서 다른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을 자격이 없다. 이는 오히려 악에 가깝다. 그로 인해 수많은 환자가 진정한 돌봄을 받을 기회를 박탈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주변의 동료 간호사들도 피해를 입고 제대로 간호를 할 기회를 박탈 당하고, 결국 건강 관리 공동체의 위기까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타인을 돌보느라 본인을 돌볼 줄 모르는 사람 또한 간호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간호사 자신이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고 돌볼 수 있을 때, 간호사 자신의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가 일치하게 되고, 이 때 대상자와 진정한 치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만약 간호사가 타인을 돌보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게 되면, 결국 간호사가 자기 자신을 고갈시키게 된다. 나를 희생시키면서 남을 돌본다는 것.. 가치가 있다 할 수도 있겠 으나, 간호를 하면서 간호사 자신도 살고 타인도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권장하기 어려운 바이다.
간호의 본질은 돌봄이다.
물론 돌봄은 인간 존재의 특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간호가 특히 “돌봄”을 그 존재의 본질로 정의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회적으로 합의한 직업적 의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돌봄은 간호사의 의무다.
나를 돌보고자 하는 본능적 의지를 넘기고 남의 안위를 향해 시선을 옮기는 것은 결코 보통 일 이 아니다. 그리고 타인을 돌보고자 하는 자신의 높은 기준을 희생시키고 자신을 향한 돌봄의 여유를 마련하는 것도 보통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존재의 특성 그 자체인 “돌봄”을 삶의 과업으로 삼고, 그것을 치열하게 성찰 하며 살 수 있는 간호사만큼 인생을 배우고 성장해나가기에 좋은 직업은 없을 것이다.
간호사는 자신을 돌보는 것과, 타인을 돌보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