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가진 여성과 성

(2023.03.15.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저는 이번에 박사 4학기를 꾸려나갈 수업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의 “장애인 가족 연구”수업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간호하는 주요 환자인 이분척추증을 가진 아동 및 성인은 배뇨장애 외에도 보행장애, 지적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동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족들 또한 저의 간호 대상자입니다. 그러나 전 배뇨 및 배변 외 장애를 가진 아동과 보호자들이 겪는 삶을 자세하게 들여다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장애인 가족연구 수업은 저의 인사이트를 키워주고 향후 가족에게 더 좋은 중재를 제공해주는 데 기반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제가 특수교육의 백그라운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의 임상 경력을 들으신 교수님께서는 수업 수강을 허락해주셨습니다.

조별 과제로 이루어지는 지라, 3분의 특수교육을 전공하시고 현장에서 교사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과 한 조가 되어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저희 조가 첫번째 맡아서 발제를 한 주제는 다름아닌 지적장애를 가진 딸 (혹은 여성 가족원)의 성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보호자의 목소리입니다.

저도 병원에서 비슷한 사례를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사춘기에 진입한 아이(경미한 지적장애를 동반한 딸)가 야한 생각을 하면 요실금이 생기고, 그런 일이 잦은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해요~ 라는 엄마의 고충이었습니다. 성인의 경우 그런 사례들이 종종 있어서, 질환 특성상 그런 경우들이 좀 있긴 하다 정도로 말씀을 드리긴 하였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 보호자께서 진짜 알고 싶으셨던 내용은 아이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해야하나요가 아닐까 싶습니다. 당황스러운 이슈에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그리고 이러한 질문에 누가 답해줄 수 있을지 몰라 곤란한 보호자의 목소리였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런 보호자의 목소리가 어떠한가에 대한 주제범위 문헌고찰 연구를 기반으로 발제하였습니다.

Powell, R. M., Parish, S. L., Mitra, M., & Rosenthal, E. (2020). Role of family caregivers regarding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for women and girls with intellectual disability: A scoping review. Journal of intellectual disability research, 64(2), 131-157.

보호자의 목소리는 크게 지적장애를 가진 딸 (혹은 여성 가족원)의

월경과 폐경: 가족 돌봄자가 딸의 월경 관리를 돕고, 행동을 보며 월경을 예측하고, 폐경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 하지 않아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이 자신의 몸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함 등.

예방접종 및 예방검진: 지적장애가 있는 아동이 B형간염 예방접종을 온전히 마칠 확률이 정상아동에 비해 낮고, 자궁경부암이나 유방암 검진은 시설에 있는 경우보다 집에서 거주하는 경우에 훨씬 덜 받음 등.

성과 건강한 관계 지원: 가족돌봄자는 본인과 지적장애가 있는 자녀(혹은 가족원)을 위한 성교육을 필요로 함 / 일부 가족돌봄자는 지적장애가 있는 가족원과 성에 대해 이야기하길 불편해함 & 성인이더라도 성관계란 위험하고 반드시 결혼후에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 경험이 있음 /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은 가족돌봄자가 성적 필요와 감정을 억제하게 함에 따라 표현을 잘 못하고 관련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음 등.

건강관리 제공자와의 협력: 건강관리제공자는 가족돌봄자의 통찰력을 필요로 하고, 가족돌봄자는  교육 받길 원함 등.

피임 및 불임: 많은 경우 월경억제, 임신 예방 등의 목적으로 가족간병인이 먼저 피임을 요청하고, 불임수술을 먼저 요청하고 시술하기도 하며, 때로는 의료인이 먼저 불임수술을 권함 등.

등과 관련된  5가지의 주제로 분류되었습니다.


이 논문을 발제하며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현실적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이슈이며 체계화된 교육과 사회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성 이라는 것은 인간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중 하나이고, 장애가 있다고하여 asexual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만큼, 그것을 억누를수 밖에 없는  가족돌봄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지적 장애가 있는 이들에게 어떤 성교육과 상담을 제공하고, 사회적으로는 어떤 체계로 이들과 가족을 지지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활용할 수 있는 성교육 지침서가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서울시립 중랑 청소년 성문화센터에서 배포한 자료입니다.

저도 이를 자세히 참고하여 임상에서 필요로 하는 분들께 잘 전달해야겠습니다.

(2023.03.15.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간호학의 현상학적 연구 현황에 대하여(논문 리뷰)

질병 체험에 대한 간호 현상학적 탐구 현황을 분석하여 한글로 발행된 논문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발행된 지 6년 정도 경과하긴 하였지만 이런 리뷰 연구가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감사합니다. 고문희 교수님).

본 연구의 저자는 대부분의 간호학 관련 저널을 포함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인 CINAHL full text를 활용하여, 2006년 1월부터 10년간 ‘현상학(phenomeno*)’ 및 ‘체험(lived experience)’을 주제어로 하여 문헌 검색을 하였고, 그 결과 질병 체험 연구는 121편으로 확인되었다. 이 질병체험은 1)투병 당사자의 경험, 2)돌봄 제공자의 경험, 3)의료인의 경험, 4)제 3자의 경험 등으로 분류되었고, 저자는 이 중 투병 당사자의 직접적 질병체험이 다뤄진 62편을 분석하였다.

간호학의 현상학적 질병 체험 연구 동향 분석 결과

1. 탐구된 체험의 질병 유형으로는 만성질환이 가장 많았다.

이는 만성질환의 탐구 현상의 범위가 넓고, 지속적인 돌봄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러다보니 연구 참여자에 대한 접근성이 높기 때문일 것으로 해석되었다.

2. 자료 수집 방법

주요 자료수집 방법은 목적 표집 모집, 반구조화 심층면담, 녹음 및 필사로 확인되었다.

3. 연구 참여자 수는 8명 전후가 가장 많았다(최소-최대: 3-20).

저자는 샘플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력, 즉 많은 정보보다는 한 사람의 적절하고 풍부한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분석한 문헌 중 샘플이 ‘포화’되었음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포화’라는 개념은 근거이론 연구에 합당하므로 현상학적 연구에서는 신중하게 사용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였다.

4. 연구 접근 방법

연구 접근 방법은 van Manen(17편) > Smith의 IPA(10편) > Giorgi(5편)=Colaizzi(5편) 순으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여러 학자를 혼합하여 사용하거나, 특정 지침 없이 ‘하이데거 버전의 현상학’ 등으로 제시된 경우도 있었다.

5. 연구 접근 방법에 따른 철학적 기반

철학적 기반에 대한 분석 결과, 연구 접근 방법에 따른 일관된 철학적 전통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van Manen을 활용한 경우는 주로 하이데거의 해석학적 전통을 주요 기반으로 제시하였고, Giorgi의 경우 후설, Colaizzi의 경우 후설과 하이데거를 제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어떠한 철학적 배경도 제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며, 철학적 기반을 제시한 수준 또한 차이가 컸다.

6. 연구 진실성(엄밀성)

연구 진실성 확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으며, 가장 많이 제시된 것은 Lincoln과 Guba의 기준(7편)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기준이 실제로 현상학적 연구의 기준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므로 연구자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제언하였다. (예를 들어 후기 실증주의자의 경우에는 삼각검증, 참여자 확인, 감사 등의 체계적 방법 선택 / 구성주의적 입장이라면 오랜기간의 관여, 심층적이고 풍부한 기술 / 비판적 관점이라면 성찰 및 동료 검증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한편, 현상학적 환원을 언급한 경우는 11편이었으며, 다양한 목적과 수준으로 제시되었다. ‘환원’에 대한 이의가 있는 경우에서 환원 대신 ‘해석학적 반성’을 방법으로 채택한 경우도 있었다.

7. 제한점

저자는 본 연구의 제한점으로, 질병 체험의 본질적 주제 및 사실적 구조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보고되었는지는 분석하지 못했고, 상호주관적 체험이 어떻게 드러났는지도 탐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상학적 연구의 전반적인 동향을 분석하여 간호학의 현상학적 탐구의 현황 및 나아갈 방향을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어줄 정리를 해 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렇게 간호학자들이 현상학적 연구에 진지하고 충직하게 헌신하는것은 돌봄 대상자들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아름다운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된다.(…)  돌봄 제공 전문직의 여러 분야에서 현상학적 접근의 연구가 증가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어렵지만, 현상학의 근본이념과 뿌리를 알고자 하는 치열한 노력을 통해 간호학에서의 현상학에 대한 오해와 오류의 덩굴을 정리해가야 할 것이다(고문희).

참고문헌

고문희. (2018). 질병체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의 현황. 대한질적연구학회지, 3, 20-30.

2020년대에 임신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경험하게 하는가? 임신 여성의 적응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논문 리뷰)

소개

본 연구는 국내의 여성이 임신에 적응해가는 현상에 대한 탐색 연구로, 임신 적응의 본질적 구조와 의미를 밝히기 위해 시행되었다.

연구 방법

  1. 연구 참여자: 임신 29주에서 39주 사이의 건강한 임산부 10명
  2. 자료 수집: 전화 인터뷰(임신과 관련된 전반적인 생각, 느낌, 기분, 감정, 생활사건, 일상생활, 배우자 및 태아와의 관계, 감정 및 어려움을 조절하는 방법 등)
    • 인터뷰 기간: 2018년 8월21일~2019년 4월 26일
  3. 자료 분석: Giorgi의 기술적 현상학
    • 1단계: 전체적 맥락과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참여자 진술의 텍스트를 여러번 정독
    • 2단계: 연구자의 학문적 관점에서 참여자가 진술한 현상에 대한 의마단위 구분
    • 3단계: 나누어진 의미단위를 조합하여 주제화한 후, 연구자의 학문적 관심에 따라 ‘학문적 용어’로 변형.
    • 4단계: 도출된 각 중심의미를 통합 및 분류하고, 참여자의 관점에서 파악한 경험의 의미단위를 핵심상황으로 분류 및 체계화하여 상황적 구조를 기술함.
    • 5단계: 상황적 구조 기술문을 통합하여 전체 참여자의 관점에서 파악된 경험의 의미인 일반적 구조를 기술함.
  4. 연구자 준비
    • 제 1저자: 모성간호학 석사 및 박사, 질적연구 분석 및 연구방법론 수업 이수, 지역사회 여성의 산전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중재 경험 있음.
  5. 연구 타당성 확보: Guba와 Lincoln 와 Sandelowki의 엄밀성 확보 기준을 따름.

연구 결과

  1. 임신을 인지했을 때
    • 임신으로 인한 불안과 부담감, 당황스러움
      • 계획적으로 임신하였음에도 걱정, 심란함, 무서움.
      • 임신으로 아기에게 아내를 빼앗길 것을 걱정하는 남편.
      • 비계획 임신으로 부담, 놀람, 당황스러운 마음
    • 가족과 친구의 기쁨과 축하로 괜찮아짐
  2. 임신으로 여러 상황이 변화해 나갈 때
    • 신체적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
      • 오랜 입덧의 고통을 홀로 견딤
      • 임신 유지와 출산을 위한 건강 관리
      • 임신에 적응하기 위해 산모교실 참여
    • 임신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
      • 임신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을 억제하려는 마인드 컨트롤
      •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가족의 지지
      • 사회 망을 통한 심리적 지지 획득
    •  임신으로 인한 재정 부담과 역할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
      • 임신, 출산에 필요한 재정적 부담감
      • 일과 아기 중에서 아기를 선택한 의식의 전환
    • 태아와 관계 맺기
      • 태아의 존재를 인정하고 태동에 의미를 부여함
      • 태아에게 엄마보다 더 적극적인 아빠
    • 아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부부관계 적응
      • 부모 역할을 위한 동반자
      • 부부 간에 이해와 배려로 맞춰감
      • 아내를 더욱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남편
        • 남편의 위로와 공감이 필요함
  3. 출산이 다가올 때
    • 출산에 대한 막막함
      • 자연분만에 확신 없음
      • 부부가 함께 출산을 준비함
    • 출산에 대한 두려움
      • 임신 여성의 출산 두려움
      • 배우자의 출산 두려움
      • 출산 두려움 완화를 위한 산전 교육 참여
  4. 산욕기를 준비할 때
    • 도움이 필요한 산후 조리와 수유계획
      • 산후조리 계획을 세움
      • 자신없는 모유 수유
  5. 육아 대책을 세울 때
    • 상상 이상으로 벅차게 다가오는 육아
      • 육아 현실에 대비하지 않은 부모 역할의 막막함과 벅참
      • 독박 육아로 앞이 캄캄함
      • 믿을 만한 정보의 부족과 산전 교육의 실질적 도움
    • 아빠의 육아 참여 의지
      • 아빠들의 육아에 대한 의지와 걱정
      • 아빠의 육아 담당
      • 남편의 아기 돌봄과 애착 형성에 대한 아내의 바램
    • 직장 맘의 경력 단절과 육아에 대한 부담
      • 직장 맘의 경력 단절의 숨막힘과 우울
      • 직장의 업무 조장과 배려 필요

리뷰 소감

본 연구는 일반적인 여성이 임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을 Giorgi의 현상학적 방법론을 사용하여 탐색한 연구로, 임신을 한번이라도 직접 경험한 여성에게는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것 같은 사실들의 나열로 보일 수 있겠으나,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임신에의 적응 현상을 이해 하는데 근거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서 도출한 임신 적응과정에서의 본질에서 신체적인 적응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지만, 정서적, 사회적인 차원은 잘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직장 맘”이라는 단어를 본질로 도출했고 이것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만 보아도, 이 연구가 2020년대 여성의 임신 적응에서의 사회적, 언어적 현상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2050년대에는 지금의 이 연구가 드러내는 임신 적응 현상이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나, 지금 이 시대를 살며 임신을 두 번 경험한 나로서는, 이 논문이 현상을 잘 반영했다고 평가한다.

Reference

고민선, 김지순, & 안숙희. (2020). 임신 여성의 적응에 관한 Giorgi 의 기술적 현상학 연구Korean J Women Health Nurs26(4), 346-357.

장루가 있는 여성의 임신 경험 (논문 리뷰)

소개

‘장루를 가진 상태에서 임신이 가능할까?’

‘나는 괜찮을까? 아이는?’

아마도 이는 장루를 가진 많은 젊은 여성들의 고민이리라.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되지 않아왔기에 의료진들조차 이들에게 어떤 조언도 쉽게 해주지 못했을 것이고, 장루가 있는 많은 여성들은 혼자 씨름했어야 했을 것이다. 이에 호주의 Ian Whiteley와 Janice Gullick은 이들의 경험과 인식을 분석하기로 하였다.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대상자는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이나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으로 인해 장절제술을 받고 장루를 가진 채 임신한 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호주 내 2개 대학병원의 장루 클리닉을 통해 모집하였다.

데이터 수집은 전화 및 대면으로의 심층 인터뷰로 이루어졌고,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 어떻게 임신을 하게 되었나요?
  2. 임신 중 경험한 것들을 말씀해주시겠어요?
  3. 장루 관련된 합병증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이었나요?
  4. 장루를 가진 채로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었나요?
  5. 임신 중 병원에서의 경험은 어땠나요?
  6. 임신 중 염증성 장질환을 가지고 있다는건 어떤 의미였나요?
  7. 임신 중 복부가 커지는 것에 대해 가졌던 염려가 있었나요?
  8. 임신 중 건강과 관련하여 가장 도움이 되었던 사람은 누구였나요?
  9. 임신 중 지지적인 사람이 있었나요? 그와의 경험은 어땠나요?

데이터 분석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관점에서 해석을 함으로써 이루어졌고, Friederich Ast의 원형적인 접근법에 따라 한 사람의 일화를 이야기 전체에 대비하여 해석하거나, 전체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이야기에 대비하여 해석하였다. 실제로 본 연구의 분석 결과 도출된 테마 자체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관점에서 도출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현상학적 간호연구의 엄밀성을 위해 저자들은 Witt and Ploeg의 (2005) framework for rigour in phenomenological nursing research를 염두에 두며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Consolidated Criteria for reporting qualitative research(COREQ)를 기준에 두고 연구를 보고했다.

  • De Witt, L., & Ploeg, J. (2006). Critical appraisal of rigour in interpretive phenomenological nursing research. Journal of advanced nursing55(2), 215-229.

연구자들은 사전에 예측하고 있는 연구 결과에 대하여 미리 기술해둠으로써 어떤 선입견이 있었는지를 검토하였다(‘참여자들은 임신에 대한 불안이 있을 것이다’, ‘여성들은 장루 관련 합병증에 신경을 많이 쓸 것이다’ 등).

연구 결과

1. 지옥 같았던 염증성 장질환

염증성 장 질환은 굉장히 괴로운 일이었고 여성들의 임신 경험의 밑바탕이 되었다. 참여자 중 6명은 염증성 장 질환이 매우 소모적이었기에, 장루를 갖기 전에는 임신을 차마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진짜 정말 괴로웠어요. 하루에 스무번씩 변기에 앉아야 했고, 그때마다 울면서 기도했어요. 이 통증이 빨리 해결되기만을요. 그래서 결국 수술을 받았고, 전 훨씬 나아졌어요. “

한편 극복력이 생기기도 했다. “지옥을 가지만 결국 돌아오기도 하니, 어쨌든 아이는 갖고 싶었어요”

2. 생명줄 같은 장루

염증성 장 질환의 지옥과 같은 시간을 보낸 여성들에게는 장루가 생명줄 같이 여겨졌다. 메를로-퐁티가 인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그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인식한다고 한 것 같이, 질병의 고통은 장루를 형성함으로 인해 나아졌고, 그 결과 자신을 ‘아픈 존재’에서 ‘살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게 했다.

“난 크론병이 있으니 절대 임신을 못할 것 같았고, 임신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임신을 하면 저 자신도 못 돌볼 것이고, 아이도 못챙길것 같았거든요. 난 모든 약을 다 먹었고, 그건 아이에게 영향을 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아이는 나로부터 영양을 공급 받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수술을 받고 나니, 이제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3. 정상이고 싶은 마음.

참여자들에게 “정상”은 자연적으로 임신하는 것이고, 임신 중 문제가 없는 것이었으며, 임신 중 그들 및 그들의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메를로-퐁티가 인간은 의식적인 존재로서 자연과 문화적 세계 속으로 스스로를 투영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이해를 얻는다고 한 것 같이, 모성은 그들에게 사회적으로 “정상”이게 하는 것이었고, 그들은 임신을 함으로써 정상이길 원했다.

무려 일곱번의 유산을 경험한 한 참여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장루를 가지고 있는건 문제가 안됐어요. 아이를 또 잃을 것이 두려웠죠. 임신을 한 후에야 정상이라고 느껴졌어요. 또 아이를 잃을 것이 무서웠어요.”

4. 미궁 속 임신 경험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산부인과 의사를 포함하여 경력이 많은 의사조차 그들에게 그들의 임신 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고, 장루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말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자연분만이 가능할지 제왕절개가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얘기를 듣지 못했다. 일단 경험을 해야 그제서야 가까운 세계가 된다고 한 메를로-퐁티와 같이, 임신은 그들에겐 미궁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세번째 임신 중 쌍둥이 중 한 명을 뱃속에서 잃은 한 참여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 주변의 누구도 장루와 임신에 대해 몰랐기에 저의 임신은 고위험으로 여겨지게 되었고..[마지막 아이가 사산되었을 때..]저는 이건 제 잘못이라고 느껴졌고, 내 몸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당연히 누구도 이에 대해 대답해주지 못했어요. 이건 크론병때문인가요, 아니면 장루때문인가요?”

5. 공간을 공유하는 태아와 질병

참여자들에게 뱃속의 아기는 소중했고, 그래서 배는 더 질병 같았다. 인식은 ‘가치의 통일’이며, 현실적으로 직면함으로써 드러나는 것 같이 (메를로 퐁티), 아기는 문제가 있는 곳 안에서 그 문제와 함께 키워야 하는 것 같이 인식되었고, 매일 장 질환과 함께 싸우며 임신하는 것에 대해 느끼게 되는 삶을 살게 했다.

한편, 어떤 참여자는 대장을 제거하고 장루를 형성하는 수술을 하고 나서 아기를 위한 공간이 더 많아졌을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제 임신은 생각보다 편했는데, 아마도 장이 없어서 아이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더 넒어서 그런 것 같아요.”

6. 어두운 터널 같던 임신 기간

임신 기간은 여러 합병증을 감내하며 살아 내야 하는 기간이었다. 혹여라도 임신 중 뭔가 잘못되었을 때의 시간은 매우 느리게 갔고, 두려움이란 것이 모든 경험의 전경이 되었다. 그 기간은 오롯이 견뎌야 하는 시간이었다.

“5주차는 지옥같았어요. 그래도.. 돌아올 수 있을거라 믿었어요. 전 제 삶을 걱정하지 않았어요. 아이 생각 뿐이었어요.  하지만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았고, 빨리 나가고 싶었어요. “

한편, 장루를 가진 임신 경험이 항상 부정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어떤 참여자는 장루를 가진 후의 첫 두 번의 임신을 매우 편하고 아름다웠던 경험으로 기억했으며, 어떤 참여자는 오히려 임신 중 더 건강한 것 같이 느꼈다고 하였다.

“그 때 전 정말 최상이었요. 제게 에너지는 넘쳤고, 문제가 없는 임산부인 것 같았아요.”

7. 신뢰할 수 없던 몸

많은 참여자들은 그들의 몸을 믿을 수 없었고, 이런 불신은 그들의 질환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참여자들은 그들의 몸이 임신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임신을 감내할 수 있을지 두려웠고, 아이가 충분히 영양 공급을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의 질환에 아이에게 영향을 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하였다.

그리고 장루도 걱정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대부분 어느 정도의 장루 문제가 발생하였다. 심각한 경우에는 장이 빠져나와 임신 중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아주 심각하지 않은 문제로 장루 크기나 모양 변화 등이었으며 대부분 돌아왔다. 복부가 늘어나면서 파우치 옆으로 새는 일들이 있었는데, 이는 파우치를 단단하게 붙이거나, 허리까지 올라오는 속옷이나 하의를 최대한 밀착해서 입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한줄평

본 연구는 장루가 있는 여성의 임신 경험을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의 관점에서 생생하게 드러냄으로써 이들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를 돕고, 향후 중재 개발 및 계획의 근거가 될 것으로 판단됨.

본 연구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에 기반하고 있으나, 신체의 현상학이 아주 잘 드러나는 연구는 아닌것으로 느껴짐. 신체의 현상학관점에서 장루를 가진 채 임신을 한 여성의 주관적 신체 경험에 대한 탐색 결과가 세밀하게 드러났으면 개인적으로는 더 흥미롭게 읽었을 것 같음.

Whiteley, I., & Gullick, J. (2018). The embodied experience of pregnancy with an ileostomy. Journal of clinical nursing27(21-22), 3931–3944. https://doi.org/10.1111/jocn.1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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