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상 닥쳐서 하는것을 싫어하는듯 하다. 나름의 기한을 정해놓고 마감이 닥치기 전에 미리 완성해둬야 마음이 편하다. 그러고보니 학창시절 시험공부도 그랬고, 과제도 그랬고, 일터에서 발표를 준비할 때도 그랬고, 심지어 휴가를 계획할때도 그랬다(휴가는 5개월 전부터 계획해둬야 제맛..ㅋ). 내가 나의 시간을 통제하는것이 중요하다.
올 한해, 예측하긴 했지만 일+alpha에서 alpha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이 알파가 일이라면 일이고 알파라면 알파겠지만 어쨌든 쉴새없이 바쁜 체험 삶의 현장이다.
하반기에 주어진, 알파라고 칭하고 싶은 나의 과업은 초록 한개 제출, 질질 끌어온 논문 한개 마무리, 학회와 심포지움에서의 발표 혹은 강의 3개, 방재실20주년책 편집발행, 그리고 겨울 캠프이다.
초록 한개는 무사히 제출 후 발표여부를 기다리는 상태고, 논문 리비전도 마감 이틀을 남겨놓고 드디어 제출했다.
오늘 내게 주어진 업무 중 가장 당혹스러웠던 업무는 입원중인 청소년 환자인 K에게 자가 도뇨를 교육해달라는 과제였다. 내게 업무를 전달하며 부탁한 이도 나의 황당함을 미리 감지했는지 “아무래도 안되긴 하겠지만, 시도는 해봐야 할것 같으니 부탁한다.”라며 어차피 버리게 될것 같은 시간에 미리 사과하는 듯 했다.
내가 그 아이를 경험해본 적은 한차례 있었는데 도저히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 같아 보였다.
눈빛은 허공을 바라보거나 눈마주침을 피했고, 질문에는 전혀 리액션이 없었고, 뭔가 말을 하는 듯 할때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이의 상태를 검사하기 위해 “기침 해볼래?”, “배에 힘 줘볼래?” 등의 행동을 요청할때는 전혀 반응하지 않고 기분 나쁘다는 듯이 몸을 비틀곤 했다.
그런데 그 아이에게 스스로 도뇨하는 법을 알려주라는 것이었다.
될까..?
자가도뇨 교육을 하더라도 3-4주 정도 계획을 잡고 점진적으로 하나씩 해나가야겠다 마음을 먹은 후 매주 성취해나가야 할 단계를 적어 프린트해놓고 아이와 엄마를 맞이했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가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말씀하시길, 학교에선 본인이 혼자 한다고 들으셨다는 것이었다. 집에서는 혼자 절대로 안해서 진짜 하는 것은 못보긴 했지만..
난 놀라서 ‘여러’차례 “보조 교사 선생님이 해주시는게 아니라구요? 정말 본인이 한다고 들으셨어요?”라고 되물었다. 난 K뿐만 아니라 엄마의 느린 톤의 목소리로 엄마까지 이미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후, 아이는 매우 느린 속도긴 하였지만 정확하게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자가도뇨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카테터는 어떻게 준비하고, 윤활젤리는 어떻게 짜두고, 장갑은 어떻게 준비해두고, 기저귀는 어떻게 풀러서 준비해두고.. 느리지만 분명한 자신만의 프로세스가 있었다.
엄마도 ‘”너 장갑 끝은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잖아~ 엄마 그렇게 안하잖아.” 라며 도뇨관을 잡게되는 손의 청결에 대해 느리지만 정확한 지적의 목소리를 내며 아이를 교육했다.
“K! 정말 잘하네! 바로 그거야. 그렇게 앞으로도 꾸준히 집에서도 해봐야해!!.”라며 감동해하는 나의 얼굴을 보는 엄마의 얼굴에서도 안도감을, 아이의 눈빛에서도 부드러움을 감지할수도 있었다.
하지만 남은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였다. 나의 어줍잖은 판단으로 아이가 홀로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한번의 기회를 소멸시킬뻔 했다. 진심으로 부끄러웠다. 내가 뭐길래 겉모습으로 수준을 판단하는가. 내가 정말 싫어하는 성질인데, 나에게서 오늘 또 발견했다.
의료진으로서,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경계해야 할 성질이다.
형제 여러분, 영광스러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답게 여러분은 사람의 겉모양만 보지마십시오.
야고보서 2:1 KLB
이것저것 다 고민해보고 적용해봐도 좀처럼 호전이 안되는 경우는 “정말 정말 정말 ×100” 답답하다.
물론 소아요실금와 아동의 정서문제 간에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오긴 했으나, 그와중에 막상 환자나 보호자가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없고, 치료 과정에 대한 순응도가 떨어지면 이거 꼭 치료해야 하나 싶어진다.
현재 환자 및 부모가 치료에 대한 니즈도 없고 이미 가시화된 문제도 인식되지 않는데, 훗날 발생 가능할 정서 문제 및 가족문제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이것저것 다 해보는게 맞나 싶기도 하다.
일단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신경적인, 해부학적인 문제가 다 배제 된다면, 적극적인 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환자와 가족의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도와 정서행동 상태 먼저 평가한 후 치료의 적극성 수위를 조절하는건 어떨까.
그런데 그렇다면, 정서행동 문제 및 가족 문제 등 심리 사회적인 문제 말고는 신체적 건강 상태에는 장기적으로도 받게 되는 큰 영향이 확실히 없는가??
“소아 난치성 과민성 방광. 꼭 치료 해야하나?”
당분간 닥친 일들만 좀 정리하면 이부분을 연구 주제로 삼고 고민좀 해봐야겠다!! 그동안 너무 그냥 답답해만 했었다.
Pediatric refractory overactive bladder.
Does it must be treated?
Sometime, I’m struggled with this subject. Especially when child and their caregiver do not have will for active treatment or show low compliance on the treatment process.
There are many many papers about the emotional, behavioral problem and family problem caused by child’s incontinence or other LUTS. I know! I’m even writing paper about this problems. But if child’s emotional behavioral or parent’s stress were not clear, and their compliances on the urotherapy process were low and came to ‘Bladder urethra rehabilitation clinic’ just as doctor told them to, I end up feeling heavy and thinking ‘does it must to be treated.’
Assessing the level of child’ and parents’ needs for treatment and their emotional behaviral status before starting active treatment process might be the key. For them and for urotherapist.
Sometime, their caregiver just wanted to make sure ‘it’s not a big problem’.
But can I gurentee if I left it untreated when child and their parents don’ need the treatment, it will not cause any other long term problems?
I want to make sure urotherapy for child with refractory overactive bladder is not just to prevent but it is nessessary.
코로나는 오프라인으로만 진행되던 공개강좌를 온라인 공개강좌로 변화시켰다 (since 2020).
그리고 올해는 유튜브에 녹화본이 업로드되었다 (since 2024).
김상운 교수님의 “이분척추증 환자의 요실금 치료”
소아정형외과 박건보 교수님의 “이분척추증 환자의 정형외과적 치료”
소아재활의학과 나동욱 교수님의 “이분척추증 환자의 재활치료”
그리고 나의 “이분척추증 환자의 대변관리와 삶의 질”
소아신경외과 심규원교수님의 강의는 사정 상 업로드하지 못했다.
오프라인으로 공개강좌를 할 때만 해도 그것이 최선 같았다.
공개강좌를 통해 환자 보호자 및 의료진이 진료실 밖의 비교적 자연스러운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고, 그 가운데 이루어지는 대화는 훨씬 편안했다. 쉬는시간에는 소아정형외과의 김현우 교수님과 박건보 교수님께서 아이들의 발 변형 상태를 하나하나 점검해주시기도 했었다. 보호자들이 강의를 듣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연세대학교 자원봉사동아리 멘토스가 아이들과 놀아줬고, 도뇨관 업체는 홍보 부스를 차린 후 강의 참석자를 위한 간식을 제공하기도 했었다.
이런 저런 준비가 들어가긴 했지만 끝내 놓고 나면 매우 뿌듯했다.
그런데 꼭 받는 피드백이 있었다.
실시간으로 방송 해주시면 좋겠어요.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요청이었다.
토요일 오전 일찍 진행하는 강의는 지방에 계신 분이나,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있는 보호자에게 버거울 수밖에 없을 노릇..
그렇게 필요성은 알고 있긴 했었으나, 막상 시작하긴 어려웠다. 솔직히 그땐 각이 잘 안나오기도 했었다. 실시간 생중계를 하려면 카메라, 오디오 시스템은 어떻게 할 것이며, 송출 플랫폼은 어떻게 할 것이며.. 어떻게든 하면 했겠지만, 익숙했던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코로나는 너무 당연하게 온라인 공개강좌를 가능하게 했다. 코로나 때문에 캠프도 미룬 마당에 공개강좌까지 미룰 수는 없었다. 다행히 의료진들도 이에 대해 수용적이었고, 보호자와 환자들은 환영했다.
처음 시행했을 때는 우리 간호사들은 많이 긴장했었다. 혹여라도 중간에 멈추면 어떡하나.. 소리가 잘 안들리거나, 영상이 끊기거나 하면 어떡하나.. Zoom을 잘 모르는 보호자나 환자가 어려워하시면 어떡하나..
그래서 그때는 미리 한 이틀 동안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접속 테스트도 했고, 강좌 시작 후 전화로 일일히 문의를 받아가며 해결해주기도 했었다. 그리고 비상 상황에 대비하여 와이파이도 별도로 준비하고, 사회를 봐야하는 나는 여러 번 사전 테스트를 하면서 연습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온라인 공개강좌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님들 대부분께서 모처에서 강의를 진행하시는 것이 아니라 중앙 회의실로 오셔서 강의를 하신다고 했었기 때문에, 교수님들이 들어오시고 나가시는 타이밍에도 적절하게 잘 대응했어야 했다. 은근히 신경 쓸 게 많았다.
그런데 이게 이년, 삼년 되다보니 이제는 뭐.. 너무 편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익숙해지다보니 미뤄둔둔 피드백들이 슬금슬금 떠오르기 시작했다.
녹화해서 공유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녹화는 워낙에 보관차 하고 있긴 했었다.
그런데 이게 교수님들의 내공과 공력이 들어간 강의다보니 함부로 공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은 그렇게 공유해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조차 죄송해서 차마 입을 못 떼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강의 요청을 하면서 사전에 이런 녹화 및 배포에 대한 동의여부를 여쭈었는데,
세상에나.. 대부분의 교수님들께서 다 동의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너무 자연스럽게 말이다. 이렇게 업투데이트 되어있는 좋은 강의를 무료로 공개한다고?
이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을 기꺼이 동의하셨다. 난 우리 교수님들을 정말 존경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 홍보팀의 도움을 받아 유튜브에 업로드 하였다.
정말 적은 인력으로 33만 구독자를 가진 채널을 아주 잘 운영하고 있는, 진짜 대단한 우리 홍보팀.
언제나 호의적인 우리 하선생님께 줌 녹화한것만 띡 드리고, 약간 생동감 있게 강의자 얼굴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요청드리기만 했는데, 예쁘게 편집하고 썸네일까지 만들어서 짜잔 하고 올려주셨다. 항상 기꺼히 협력해주시는 감사한 우리 홍보팀.
강의는 순차적으로 업로드 되었고, 클리닉 대상자들에게는 그 링크 안내 문자를 돌렸다. 강의에 참석하지는 못했으나 갈급함이 있으셨던 몇몇 분들께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 질환에 대한 강의 영상이 정말 희귀한 고로, 앞으로도 꾸준히 시청될거라 생각된다.
이런 작지만 누군가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변화를 조금씩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그것도 신뢰를 받으며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참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