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전담간호사와 전문간호사

임상전담간호사라는 존재(국내에서는 일명 PA로 불리는 존재)가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음지에서 일하다 조금씩 스멀스멀 드러나더니 이번에 시범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완전히 양지로 드러났다.

그동안 뜨거운 감자 같아서 여기서도 저기서도 얼버무리고 있던 임상전담간호사가 이제 한국 의료계를 안정화 시키는 Key로 작용을 할지, 아니면 현재의 이슈가 안정화 되면 다시 그냥 뜨거운 감자 신세가 될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나는 비교적 초창기에 임상전담간호사의 역할을 약 4년간 했다. 당시 비뇨의학과는 전공의 미달로 인해 어려운 미래를 예측하고 있었고, 나는 적성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던 수술실을 나오는 것이 급했던지라 새로운 인력에게 무슨 일을 시켜야 할지 결정도 못한 채 급하게 공고부터 낸 과로 겁 없이 이동을 했다.

막상 가봤더니, 전공의 1년 차 TO가 총 6명이었는데 그 중 1명만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2년 차는 2명이었나..? 요즘은 상상이 안되지만 그 때는 그렇게 비뇨기과가 인기가 없었다.

한참 임상전담간호사로 근무하던 중 간호 부원장님의 소집이 있었다. 모든 임상전담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였는데, 그 곳에서 부원장님은 전문간호사 자격이 있는 간호사들이 임상전담간호사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셨다.

일반간호사의 경력 사다리와 전문간호사의 경력 사다리를 별도로 구축하여, 전문간호사를 체계적인 시스템 내에서, 궁극적으로는 합법적으로 관리하고자 하였던 간호 부원장님의 소신과 미래 비전은 확고했고, 따름직 하였다. 하지만 당시 부원장님의 호소력 짙었던 목소리는 메아리에 그쳤다.

청사진을 보여주시기 전, 부원장님은 만반의 준비를 하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병원 및 국내 의료계로부터의 상당한 저항이 예상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단 전문간호사라는 인력을 인정하기 시작하면 이것은 권한의 허용 및 비용과 직결되는 문제가 되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3년의 석사 과정을 마친 후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두 번에 걸친 자격 시험을 통과해야만 될 수 있는 전문간호사는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었으나 이들을 흡수할 수 있는 체계는 없었고, 병원의 많은 부서에서는 전공의를 대체할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따라서 특정한 자격이 없는 간호사들을 무작정 채우기보다는 석사과정을 마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문간호사 자격을 인정받은 이들을 그 자리에 채우고, 그들의 역할을 시스템 안에서 인정함으로써 근거를 만들어 미래를 그리고자 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선봉장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던 무적 장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앞세워 함께 돌진해 나아갈 군사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당시 간담회에서 부원장님으로부터 그 뜨거운 청사진을 들은 후, 객석에서 나온 질문 중 하나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럼 이미 일반대학원 석사를 한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내가 생각하기엔 이것이 그 때의 한계다.

오늘 전문간호사협회로부터 정책 브리핑 메일링을 받았다.

대 찬성이다. 진료지원 인력을 전문간호사제도로 흡수하는 것.

그런데, 진료지원인력 중 전문간호사 자격이 없는 경우 유예기간(2~3년)을 부여하여 법률적 안전성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한다라는 대목에서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보인다.

첫째로, 임상전담간호사가 특정 기간 내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 훈련을 별도로 받아 전문간호사가 되면 개개인 간호사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명확히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그리고 많은 간호사들은 지금까지 순수하게 1)자신의 자기 발전, 혹은 2) 환자에게 좀 더 나은 간호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지 만으로 그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전문간호사가 됐다. 하지만 국내에 천 명 이상으로 늘어난 임상전담간호사에게 어떠한 상응하는 보상도 없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일하기 위해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전문간호사 과정을 이수하라고 한다면.. 과연 통할까 싶다.

둘째로, 만약 전문간호행위에 대한 수가체계나 보상체계가 명확하게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유예기간을 시작하고, 그 기간 내에 현재의 전문간호사과정을 통한 전문간호사 자격을 득할 것을 권고한다면, 그 교육과정을 이수할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결국 주어질 보상도 없는데 시간 뿐 아니라 3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서 교육과정을 이수하라고 하면 누가 하겠는가? 적어도 이들을 고용하는 병원에서 장학금이라고 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국가에서도 이를 위해 비용적으로도 철저하게 지원 해야 하지 않겠는가?

셋째로, 법률적 안전성을 획득할 수 있는 공식적 기회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 현재의 전문간호사 교육과정 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현재는 전시상황과 같다. 이럴 때는 무엇보다 신속하게 인력을 준비시켜서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의 전문간호사 과정은 현재 일하고 있는 천여명 이상의 임상전담간호사를 2-3년 이내에 절대 흡수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 근무하고 있는 임상전담간호사로 한정하여 “신속 교육과정”을 별도로 마련해서, 그 유예기간에만 한정적으로 운용하여 전문간호사 자격 주는 방식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동시에, 현재 전문간호사 교육과정은 수술지원에 대한 교육은 거의 포함하고 있지 않다. 수술실 PA에 대한 교육과정에 대한 개발이 매우 시급하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현재의 전문간호사의 분과를 어떻게 체계적이면서 간략하게 통합할지에 대한 대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또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제시해야 할 것이다.

베를린 장벽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때에.

전문간호사들이 합법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내에서 그 전문간호를 제공하게 될 날이 내일이 될지, 10년 후가 될지.. 가늠이 안되지만, 분명히 언젠가는 오리라 믿는다.

갑자기인것 같지만 전혀 갑자기가 아니었던 그 장벽 같이 갑자기.

후설. 논리연구. 들어가는 말(연구의 필요성)

1. 논리학에 대한 정의와 그 학설의 본질적 내용에 관한 논쟁

논리학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정의는 쉽사리 내려지지 않았으나, 확실한 건 밀(J.S.Mill)이 흄의 연상심리학에 영향을 받아 귀납법적 논리학의 체계를 완성한 이래 논리학에서 “심리학적 경향”이 우세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리학의 “형식적 경향”, “형이상학적 경향”또한 계속 전파되며, 논리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원리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2. 원리적 문제에 대한 논의를 갱신할 필요성

여러 사상가들이 논리학을 확실한 길로 이끌려고 하였으나 완전히 성공하지 못한 까닭은, 그들이 추구한 “목표”가 불분명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학문의 “목표”는 그 학문의 “정의”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정의는 학문의 경계를 명백하게 포함해야 한다.불명확한 경계로 인하여 전혀 다른 분야가 혼합 되는 것은 위험하다.

이에 따라 저자는 본 연구를 통해 현대의 심리학에 기초한 논리학이 이러한 위험에 놓여있음과, 이로인하여 논리적 인식의 진보가 억제되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3.쟁점. 선택해 나아갈 길

현재 논의의 진영은 다음의 두 입장으로 정리된다.

  1. 논리학은 심리학에 독립적인 이론적 분과이며, 동시에 형식적이고 논증적인 분과이다.
  2. 논리학은 심리학에 종속적인 “기술학”이다.

본 연구에서는, 이 두 개 사이의 논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 논리학의 본질적 목적을 해명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하여

  1.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2번 입장의 의미와 정당성을 확인하고,
  2. 모든 기술학의 중요한 기초를 형성하고, 순수한 논증적 학문의 특성을 지닌 이론적 학문을 선별해낼 것이다.

후설(Husserl) 공부하기 – 부제: 사태 그 자체로에서 후설 그 자체로의 환원.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후설에 대한 강의를 결재했다.

현상학적 방법론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데, 2차 문헌만 가지고 응용하는 것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다.

뭐.. 꼭 현상학의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남편 하나 이해시키지 못하는 게 한심스러워서만은 아니지만, 내가 남편 하나 설득 못시키면 누굴 설득시키겠는가..?

그래서 결국, “사태 그 자체” 에서 “후설 그 자체로” 환원했다.

일단 후설의 “논리연구”와 “순수 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이라는 비교적 후설 초기 연구에 대한 박승억 교수님의 강의를 들어보기로 했다.

우선 표현 자체에 익숙해지자 싶어 후루룩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문득 문득 부상하는 정체성 혼란..

‘나는 어디에…? 나는 누구…?’

분명히 나의 시각과 청각은 강의를 지각하고 있을 터인데, 나의 의식만큼은 강의를 지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는 수많은 순간들.. ‘나는 간호학자인가 철학자인가..?’, ‘순수 의식이 어떤 속성을 갖는지는 나와 무슨 상관인가??’, ‘다양체고 뭐시기고, 유클리드 기하학,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어쩌고..이게 다 뭐인교..’, ‘차라리 메를로-퐁티 강의를 들어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신체적 현상학적 관점이나 더 학습할걸 그랬나..’, ‘현상학자는 어쩌다 현상학자가 되는걸까?’ …………..’어? 강의 들어야지..!!!!!!!!!!!!!!!!!!!!!’

그래도 어찌저찌됐든 속도감 있게 한번 쭉 들어보니, 나의 위치 파악정도는 어렴풋하게 되긴 한다.

  • 후설은 모든 경험과학이 정초하기에 마땅하고 타당하고 온전한 기반이 되는 지식(철학)을 추구하며 그것을 현상학이라 칭하였고, 현상학이 탐구 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을 던졌다.
    • 그리고 그 이후에 수많은 현상학자들이 그 과제를 섬세하게 탐구해나가며 여전히 그 숙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즉, 경험과학이 정초하기에 마땅하고 타당하고 온전한 기반이 되는 지식을 찾고 있는 것이다.
      • 그리고 경험과학을 탐구하는 나와 같은 학자들은 1) 현상학의 지식 찾기 방법론을 수용하여 각각의 경험과학을 더 엄밀하게 탐구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2) 현상학에 기반을 둔 경험과학을 세움으로써 더 엄밀한 지식체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즉,

  • 나는 내가 간호학을 어디에 정초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 간호 현상을 탐구하기 위해 현상학의 방법론에도 익숙해야 한다.
  • 그러면서 그 현상학이라는 토대 위에 간호지식체를 세워가는 일을 해야 한다.

이건 그냥 어렴풋이만 그려봐도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다.

요즘 간호학을 포함하여 수많은 경험과학들은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AI, 빅데이터 등을 적극 활용하며, 나름의 긴장감을 가지고 따라가고 적용하려고 애쓰고 있으나.. 나는 이런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때 따라가더라도, 그 학문과 전문직이 꼭 놓치지 않아야 할 본질을 잘 지킨 상태에서 그것을 수용할 때 더 의미 있는 사회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모종의 믿음 같은 게 있었다. 그러다 만난 현상학인지라.. 여기가 내가 누울데인가 싶었는데~

진짜 누울때가 되어서도 끝은 안날 수도 있겠다는 상황파악이 좀 되어가다보니, 약간은 주춤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일단 하는 만큼 해 봐야지. 어렵다..

2020년대에 임신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경험하게 하는가? 임신 여성의 적응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논문 리뷰)

소개

본 연구는 국내의 여성이 임신에 적응해가는 현상에 대한 탐색 연구로, 임신 적응의 본질적 구조와 의미를 밝히기 위해 시행되었다.

연구 방법

  1. 연구 참여자: 임신 29주에서 39주 사이의 건강한 임산부 10명
  2. 자료 수집: 전화 인터뷰(임신과 관련된 전반적인 생각, 느낌, 기분, 감정, 생활사건, 일상생활, 배우자 및 태아와의 관계, 감정 및 어려움을 조절하는 방법 등)
    • 인터뷰 기간: 2018년 8월21일~2019년 4월 26일
  3. 자료 분석: Giorgi의 기술적 현상학
    • 1단계: 전체적 맥락과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참여자 진술의 텍스트를 여러번 정독
    • 2단계: 연구자의 학문적 관점에서 참여자가 진술한 현상에 대한 의마단위 구분
    • 3단계: 나누어진 의미단위를 조합하여 주제화한 후, 연구자의 학문적 관심에 따라 ‘학문적 용어’로 변형.
    • 4단계: 도출된 각 중심의미를 통합 및 분류하고, 참여자의 관점에서 파악한 경험의 의미단위를 핵심상황으로 분류 및 체계화하여 상황적 구조를 기술함.
    • 5단계: 상황적 구조 기술문을 통합하여 전체 참여자의 관점에서 파악된 경험의 의미인 일반적 구조를 기술함.
  4. 연구자 준비
    • 제 1저자: 모성간호학 석사 및 박사, 질적연구 분석 및 연구방법론 수업 이수, 지역사회 여성의 산전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중재 경험 있음.
  5. 연구 타당성 확보: Guba와 Lincoln 와 Sandelowki의 엄밀성 확보 기준을 따름.

연구 결과

  1. 임신을 인지했을 때
    • 임신으로 인한 불안과 부담감, 당황스러움
      • 계획적으로 임신하였음에도 걱정, 심란함, 무서움.
      • 임신으로 아기에게 아내를 빼앗길 것을 걱정하는 남편.
      • 비계획 임신으로 부담, 놀람, 당황스러운 마음
    • 가족과 친구의 기쁨과 축하로 괜찮아짐
  2. 임신으로 여러 상황이 변화해 나갈 때
    • 신체적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
      • 오랜 입덧의 고통을 홀로 견딤
      • 임신 유지와 출산을 위한 건강 관리
      • 임신에 적응하기 위해 산모교실 참여
    • 임신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
      • 임신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을 억제하려는 마인드 컨트롤
      •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가족의 지지
      • 사회 망을 통한 심리적 지지 획득
    •  임신으로 인한 재정 부담과 역할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
      • 임신, 출산에 필요한 재정적 부담감
      • 일과 아기 중에서 아기를 선택한 의식의 전환
    • 태아와 관계 맺기
      • 태아의 존재를 인정하고 태동에 의미를 부여함
      • 태아에게 엄마보다 더 적극적인 아빠
    • 아기를 중심으로 새로운 부부관계 적응
      • 부모 역할을 위한 동반자
      • 부부 간에 이해와 배려로 맞춰감
      • 아내를 더욱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남편
        • 남편의 위로와 공감이 필요함
  3. 출산이 다가올 때
    • 출산에 대한 막막함
      • 자연분만에 확신 없음
      • 부부가 함께 출산을 준비함
    • 출산에 대한 두려움
      • 임신 여성의 출산 두려움
      • 배우자의 출산 두려움
      • 출산 두려움 완화를 위한 산전 교육 참여
  4. 산욕기를 준비할 때
    • 도움이 필요한 산후 조리와 수유계획
      • 산후조리 계획을 세움
      • 자신없는 모유 수유
  5. 육아 대책을 세울 때
    • 상상 이상으로 벅차게 다가오는 육아
      • 육아 현실에 대비하지 않은 부모 역할의 막막함과 벅참
      • 독박 육아로 앞이 캄캄함
      • 믿을 만한 정보의 부족과 산전 교육의 실질적 도움
    • 아빠의 육아 참여 의지
      • 아빠들의 육아에 대한 의지와 걱정
      • 아빠의 육아 담당
      • 남편의 아기 돌봄과 애착 형성에 대한 아내의 바램
    • 직장 맘의 경력 단절과 육아에 대한 부담
      • 직장 맘의 경력 단절의 숨막힘과 우울
      • 직장의 업무 조장과 배려 필요

리뷰 소감

본 연구는 일반적인 여성이 임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것을 Giorgi의 현상학적 방법론을 사용하여 탐색한 연구로, 임신을 한번이라도 직접 경험한 여성에게는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것 같은 사실들의 나열로 보일 수 있겠으나,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임신에의 적응 현상을 이해 하는데 근거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서 도출한 임신 적응과정에서의 본질에서 신체적인 적응 과정은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지만, 정서적, 사회적인 차원은 잘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직장 맘”이라는 단어를 본질로 도출했고 이것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만 보아도, 이 연구가 2020년대 여성의 임신 적응에서의 사회적, 언어적 현상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2050년대에는 지금의 이 연구가 드러내는 임신 적응 현상이 생경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나, 지금 이 시대를 살며 임신을 두 번 경험한 나로서는, 이 논문이 현상을 잘 반영했다고 평가한다.

Reference

고민선, 김지순, & 안숙희. (2020). 임신 여성의 적응에 관한 Giorgi 의 기술적 현상학 연구Korean J Women Health Nurs26(4), 346-357.

장루가 있는 여성의 임신 경험 (논문 리뷰)

소개

‘장루를 가진 상태에서 임신이 가능할까?’

‘나는 괜찮을까? 아이는?’

아마도 이는 장루를 가진 많은 젊은 여성들의 고민이리라.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되지 않아왔기에 의료진들조차 이들에게 어떤 조언도 쉽게 해주지 못했을 것이고, 장루가 있는 많은 여성들은 혼자 씨름했어야 했을 것이다. 이에 호주의 Ian Whiteley와 Janice Gullick은 이들의 경험과 인식을 분석하기로 하였다.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대상자는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이나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으로 인해 장절제술을 받고 장루를 가진 채 임신한 경험이 있는 여성으로, 호주 내 2개 대학병원의 장루 클리닉을 통해 모집하였다.

데이터 수집은 전화 및 대면으로의 심층 인터뷰로 이루어졌고,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 어떻게 임신을 하게 되었나요?
  2. 임신 중 경험한 것들을 말씀해주시겠어요?
  3. 장루 관련된 합병증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이었나요?
  4. 장루를 가진 채로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셨었나요?
  5. 임신 중 병원에서의 경험은 어땠나요?
  6. 임신 중 염증성 장질환을 가지고 있다는건 어떤 의미였나요?
  7. 임신 중 복부가 커지는 것에 대해 가졌던 염려가 있었나요?
  8. 임신 중 건강과 관련하여 가장 도움이 되었던 사람은 누구였나요?
  9. 임신 중 지지적인 사람이 있었나요? 그와의 경험은 어땠나요?

데이터 분석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관점에서 해석을 함으로써 이루어졌고, Friederich Ast의 원형적인 접근법에 따라 한 사람의 일화를 이야기 전체에 대비하여 해석하거나, 전체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이야기에 대비하여 해석하였다. 실제로 본 연구의 분석 결과 도출된 테마 자체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관점에서 도출되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현상학적 간호연구의 엄밀성을 위해 저자들은 Witt and Ploeg의 (2005) framework for rigour in phenomenological nursing research를 염두에 두며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Consolidated Criteria for reporting qualitative research(COREQ)를 기준에 두고 연구를 보고했다.

  • De Witt, L., & Ploeg, J. (2006). Critical appraisal of rigour in interpretive phenomenological nursing research. Journal of advanced nursing55(2), 215-229.

연구자들은 사전에 예측하고 있는 연구 결과에 대하여 미리 기술해둠으로써 어떤 선입견이 있었는지를 검토하였다(‘참여자들은 임신에 대한 불안이 있을 것이다’, ‘여성들은 장루 관련 합병증에 신경을 많이 쓸 것이다’ 등).

연구 결과

1. 지옥 같았던 염증성 장질환

염증성 장 질환은 굉장히 괴로운 일이었고 여성들의 임신 경험의 밑바탕이 되었다. 참여자 중 6명은 염증성 장 질환이 매우 소모적이었기에, 장루를 갖기 전에는 임신을 차마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진짜 정말 괴로웠어요. 하루에 스무번씩 변기에 앉아야 했고, 그때마다 울면서 기도했어요. 이 통증이 빨리 해결되기만을요. 그래서 결국 수술을 받았고, 전 훨씬 나아졌어요. “

한편 극복력이 생기기도 했다. “지옥을 가지만 결국 돌아오기도 하니, 어쨌든 아이는 갖고 싶었어요”

2. 생명줄 같은 장루

염증성 장 질환의 지옥과 같은 시간을 보낸 여성들에게는 장루가 생명줄 같이 여겨졌다. 메를로-퐁티가 인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그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인식한다고 한 것 같이, 질병의 고통은 장루를 형성함으로 인해 나아졌고, 그 결과 자신을 ‘아픈 존재’에서 ‘살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게 했다.

“난 크론병이 있으니 절대 임신을 못할 것 같았고, 임신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임신을 하면 저 자신도 못 돌볼 것이고, 아이도 못챙길것 같았거든요. 난 모든 약을 다 먹었고, 그건 아이에게 영향을 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아이는 나로부터 영양을 공급 받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수술을 받고 나니, 이제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3. 정상이고 싶은 마음.

참여자들에게 “정상”은 자연적으로 임신하는 것이고, 임신 중 문제가 없는 것이었으며, 임신 중 그들 및 그들의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메를로-퐁티가 인간은 의식적인 존재로서 자연과 문화적 세계 속으로 스스로를 투영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이해를 얻는다고 한 것 같이, 모성은 그들에게 사회적으로 “정상”이게 하는 것이었고, 그들은 임신을 함으로써 정상이길 원했다.

무려 일곱번의 유산을 경험한 한 참여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장루를 가지고 있는건 문제가 안됐어요. 아이를 또 잃을 것이 두려웠죠. 임신을 한 후에야 정상이라고 느껴졌어요. 또 아이를 잃을 것이 무서웠어요.”

4. 미궁 속 임신 경험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산부인과 의사를 포함하여 경력이 많은 의사조차 그들에게 그들의 임신 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고, 장루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말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자연분만이 가능할지 제왕절개가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얘기를 듣지 못했다. 일단 경험을 해야 그제서야 가까운 세계가 된다고 한 메를로-퐁티와 같이, 임신은 그들에겐 미궁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세번째 임신 중 쌍둥이 중 한 명을 뱃속에서 잃은 한 참여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 주변의 누구도 장루와 임신에 대해 몰랐기에 저의 임신은 고위험으로 여겨지게 되었고..[마지막 아이가 사산되었을 때..]저는 이건 제 잘못이라고 느껴졌고, 내 몸이 뭔가 잘못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당연히 누구도 이에 대해 대답해주지 못했어요. 이건 크론병때문인가요, 아니면 장루때문인가요?”

5. 공간을 공유하는 태아와 질병

참여자들에게 뱃속의 아기는 소중했고, 그래서 배는 더 질병 같았다. 인식은 ‘가치의 통일’이며, 현실적으로 직면함으로써 드러나는 것 같이 (메를로 퐁티), 아기는 문제가 있는 곳 안에서 그 문제와 함께 키워야 하는 것 같이 인식되었고, 매일 장 질환과 함께 싸우며 임신하는 것에 대해 느끼게 되는 삶을 살게 했다.

한편, 어떤 참여자는 대장을 제거하고 장루를 형성하는 수술을 하고 나서 아기를 위한 공간이 더 많아졌을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제 임신은 생각보다 편했는데, 아마도 장이 없어서 아이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더 넒어서 그런 것 같아요.”

6. 어두운 터널 같던 임신 기간

임신 기간은 여러 합병증을 감내하며 살아 내야 하는 기간이었다. 혹여라도 임신 중 뭔가 잘못되었을 때의 시간은 매우 느리게 갔고, 두려움이란 것이 모든 경험의 전경이 되었다. 그 기간은 오롯이 견뎌야 하는 시간이었다.

“5주차는 지옥같았어요. 그래도.. 돌아올 수 있을거라 믿었어요. 전 제 삶을 걱정하지 않았어요. 아이 생각 뿐이었어요.  하지만 어두운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았고, 빨리 나가고 싶었어요. “

한편, 장루를 가진 임신 경험이 항상 부정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어떤 참여자는 장루를 가진 후의 첫 두 번의 임신을 매우 편하고 아름다웠던 경험으로 기억했으며, 어떤 참여자는 오히려 임신 중 더 건강한 것 같이 느꼈다고 하였다.

“그 때 전 정말 최상이었요. 제게 에너지는 넘쳤고, 문제가 없는 임산부인 것 같았아요.”

7. 신뢰할 수 없던 몸

많은 참여자들은 그들의 몸을 믿을 수 없었고, 이런 불신은 그들의 질환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참여자들은 그들의 몸이 임신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임신을 감내할 수 있을지 두려웠고, 아이가 충분히 영양 공급을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의 질환에 아이에게 영향을 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하였다.

그리고 장루도 걱정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대부분 어느 정도의 장루 문제가 발생하였다. 심각한 경우에는 장이 빠져나와 임신 중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는 아주 심각하지 않은 문제로 장루 크기나 모양 변화 등이었으며 대부분 돌아왔다. 복부가 늘어나면서 파우치 옆으로 새는 일들이 있었는데, 이는 파우치를 단단하게 붙이거나, 허리까지 올라오는 속옷이나 하의를 최대한 밀착해서 입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한줄평

본 연구는 장루가 있는 여성의 임신 경험을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의 관점에서 생생하게 드러냄으로써 이들에 대한 의료진의 이해를 돕고, 향후 중재 개발 및 계획의 근거가 될 것으로 판단됨.

본 연구가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에 기반하고 있으나, 신체의 현상학이 아주 잘 드러나는 연구는 아닌것으로 느껴짐. 신체의 현상학관점에서 장루를 가진 채 임신을 한 여성의 주관적 신체 경험에 대한 탐색 결과가 세밀하게 드러났으면 개인적으로는 더 흥미롭게 읽었을 것 같음.

Whiteley, I., & Gullick, J. (2018). The embodied experience of pregnancy with an ileostomy. Journal of clinical nursing27(21-22), 3931–3944. https://doi.org/10.1111/jocn.1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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