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만 8세 초등 여아)의 시력: 0.2, 0.2 근시 (-1.5, -1.5 디옵터)

회사에 있는데 아이 하교 시간 즈음에 전화가 왔다.

엄마, 할 말이 있어~ 오늘 시력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아 맞다. 오늘 학교에서 시력검사를 한다고 했었다. 별 일이야 있겠어..

0.2, 0.2래!!

응? 0.2?

뭔가 잘못 됐겠지..

“설마.. 양쪽 눈 다?”

응! 왼쪽, 오른쪽, 두 눈 다!

아이는 그게 뭘 의미한 지는 모른채 나에게 말했겠지만, 나는 상상할 수 없는 수치에 무척이나 놀랐다.

정말 맞는 수치인지 담임선생님께 재확인을 위해 하이톡을 보냈고, 선생님 역시 이게 아마추어인 당신이 재신거라 아주 정확하진 않을 수 있지만 나쁜 건 맞는 것 같으니 안과에 한번 가보길 권하셨다.

그때부터 갑자기 palpitation이 생겼다.

그래, 지난번에 교회에 가던길에 너무나도 자명하게 보이는 간판 글씨가 아이 눈에는 안보인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눈이 간지럽다는 증상이 겹쳤어서 알레르기 약을 넣고는 괜찮아진 것 같았었다. 아.. 근데 그때 내가 시력은 괜찮겠다고 판단했던 것도 휴대폰 간이 검사를 통해서였었지. 부랴부랴 내가 다시 그 어플을 켜서 나의 안 좋은 쪽 눈을 검사해보니 그 눈도 말도 안되게 좋게 측정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맞다. 이건 근본적으로 먼 글씨를 보는게 아니었구나..

아 정말 마음이 불안해졌다. 제발 일시적인 것이길..

주말에 아이 아빠를 시켜 병원에 가보게 해야 하나 (하필 토요일 오전에 근무였다), 야간에 문 여는 안과는 없나 찾아보다가 (우리 동네에선 안과가 정말 귀한가보다.. 요즘 야간 진료 안하는 데가 없던데, 여긴 야간에 여는 안과가 없더라..), 일단 퇴근 후 어디라도 가서 다시 정확하게 검사해보자 하고 아이 시력을 잘 검진해준다는 동네 안경원을 찾았다.

안경원에서는 소문대로 정말 꼼꼼하게 시력을 검사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받은 결과는,

0.15, 0.2.

이게 무슨 일이고..

나는 한쪽 눈의 시력이 0.2 이다. 다행히 나머지 한쪽이 1.2인지라 그 1.2의 시력으로 안경 없이 살고 있다.

다만 가끔 눈이 너무 피곤할때는 약간 겹쳐보이는 느낌이 있을 때도 있고, 좋은 쪽 눈에는 난시가 있어 야간 운전이 좀 힘들다. 그래서 안경을 맞춰놓긴 했으나 여전히 습관이 안되어 방치중.. 그래도 일상에 큰 문제는 없다.

나의 좋은 눈을 가리고 0.2인 눈으로 앞을 바라봐 보았다.

안보였다. 뻔히 잘 보이던 글씨가 안보였다.

울컥했다. 첫째가 세상을 이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고..?

일단 안경을 맞추긴 해야겠으나, 안경을 앞으로 써야 한다는 것도 심란하고, 이렇게 세상을 바라봐왔다는 것도 심란하고..

일단 아이가 마음에 들어하는 테를 고르고, 안경을 맞춰서 씌워줬더니, 아이는 불편하다긴 커녕 잘 보인며 세상 좋아했다. 그걸 보니 또 심란하고..

다음날, 진정하고 아이의 이전 시력이 어땠는지를 다시 찾아보았다.

불과 1년 4개월 전 시력이 1.0, 1.0 이었다.

이렇게 갑자기 나빠졌다고? 이거 괜찮은건가?

안과에서 오래 근무한 지인이 떠올랐다. 오랜만이긴 하지만 연락할만한 사람이 딱히 없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연락을 했더니, 전화를 해주었다. 지인도 딸이 근시를 진단받아 안경을 씌워야 했던 경험이 있었고, 드림렌즈도 시도하다 지금은 안경+아트로핀으로 유지중인 상태였다고 하였다. 우리 아이 이야기를 듣더니, 일단 가성근시 검사를 해볼 것을 권하였고 (오잉? 가성근시? 안경원에선 그런 얘기 안해줬는데..), 근시가 맞다면 안경+아트로핀, 혹은 드림렌즈, 혹은 드림렌즈+아트로핀 이렇게를 고려해보라고 하였다.

가성근시는 또 뭐임..?

찾아보니, 가성근시는 일시적인 근시 상태였다. 아이들은 안경 씌우기 전에 가성 근시 검사를 꼭 해볼 것이 권유가 되고 있었는데, 진짜 근시가 아닌데 안경 먼저 씌워버리면 그 안경에 눈이 맞춰져버리면서 진짜 근시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불현듯 이미 학교에 안경을 쓰고 간 아이가 떠올랐다. 무식한 엄마 덕분에 눈이 나빠지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또 불안해졌다.

결국, 이리저리 고민하다, (내가 이 상황에 매우 당황스러워 하고 있음을 동네방네 알리며 겨우) 오후에 반차를 쓰고 (다행히 오후에 진료도, 검사도 없어서, 그나마 내 마음이 좀 낫긴 했다) 아이를 데리고 안과에 갔다.

안과에서 측정한 시력은 마찬가지로 0.2, 0.2 였고 (-1.5 디옵터), 가성 근시를 진단하는 ‘조절 마비 굴절 검사’를 하게 되었다.

혹시나 했던 나의 기대는

아이 안경 잘 맞추셨네요. 딱 맞아요. 계속 씌우시면 되겠어요.

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무너져버렸다.

아.. 이렇게 아이가 안경과 동행하게 되는건가..

아트로핀과 드림렌즈에 대해 문의했더니, 한번 시작하면 꾸준히 하지 않는 이상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일단 진행 속도를 봐서 꼭 필요하다 싶으면 먼저 권하신다 하였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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