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설. 논리연구. 3절. 심리학주의, 그 논증과 통상적 반증에 대한 견해

앞서 1절과 2절에서 논리학은 기술적이고, 규범적이라는 사실과, 이러한 규범적인 논리학은 이론적 기틀을 갖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후설은 이에 이어 논리연구 3절에서 논리학의 이론적 기틀이 과연 심리학에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펼친다.

17. 규범적 논리학의 본질적인 이론적 기초가 심리학에 있는지의 쟁점

그렇다면 어떤 이론적 학문이 학문이론의 본질적 기초를 제공하는가?

현재는 심리학이 논리학의 본질적인 이론적 기초라는 관점이 우세하다.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이 논리적 기술학에 유일하고도 충분한 이론적 기초를 준다고 이야기 한다. 밀은 “논리학의 이론적 토대는 총체적으로 심리학에 의거하며, 기술의 규칙들을 정초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심리학에 포함한다”고 기술하기도 하였다.

18. 심리학주의자의 논증

심리학주의자의 입장: “어떤 소재를 기술적으로 처리하였는지가 그 소재의 성질에 대한 인식을 전제하게 되는데, 인식을 처리하는 규칙을 다루는 논리학은 당연 심리학에 귀속되지 않겠나?”

19. 이에 대립된 측의 통상적 논증과 심리학 주의의 응답

반대 입장: “논리학은 사유작용의 규범 법칙을 다루고, 심리학은 사유작용의 자연법칙을 다룬다. 논리학의 원리를 심리학에서, 즉 우리의 오성을 관찰한 것에서 찾는다면 사유작용의 우연적 법칙에 대한 인식으로 통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성의 우연적 규칙이 아니라 필연적 규칙을 추구한다”

심리학주의자의 입장: “오성의 필연적 규칙도 사유 작용의 법칙의 특수한 한가지 경우에 불과하다.특수한 경우라고 하여 심리학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것은 부조리하다.”

반대 입장: “근본적으로 심리학의 과제와 논리학의 과제가 다르다. 심리학의 법칙은 심리와 경과를 인과적 차원에서 규명하고자 하지만 논리학은 그 인과적 결과가 아니라 진리의 내용, 즉 참인 결과를 위해 필요한 성질과 필요한 경과를 규명하고자 한다.”

이에 대한 후설의 입장: “그런데 논리학도 인과적 연관의 문제를 도외시할 수는 없으며, 자연적 연관을 연구하지 않고 이념적 연관을 추구할 수는 없다.”

반대입장: “논리학은 심리학에 기초를 둘 수 없다. 모든 학문이 논리학과 규칙과 조화를 이룸으로써만 학문이기 때문이다. 심리학도 논리에 근거할 때 심리학일 수 있는것이다. 이것은 순환론이다.”

이에 대한 후설의 입장: “이는 논리적 규칙에 따라 추론하는 것과 논리적 규칙으로부터 추론하는 것을 동일시한 관점이다. 심리학이 논리적 규칙으로부터 추론되는것인가? 그건 아니지 않는가?”

  • YJi: 즉, 후설은 심리학주의자들이 심리학이 논리학의 이론적 기반이라고 하는 것에 반박하고자 하지만, 당시까지 그러한 심리학주의자에 대한 반대입장의 논지가 튼튼하지 못했음 또한 지적하고 있다.

20. 심리학주의자들의 논증이 놓친 빈틈

후설의 입장: 심리학주의자의 논쟁을 통해 확인 된 것은, 단지 심리학이 논리학을 기초짓는데 함께 관여한다는 사실일 뿐이다. 어디에도 심리학이 논리학에 본질적 기초를 제공한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심리학에 독립적으로 자신의 현존재를 이끌어 갈 ‘순수논리학’이 자리 잡을 곳이 바로 이곳일 것이다.

모든 논리적 규제가 궁극적으로 관련되고 그래서 논리적 진리에 관해 논의하는 경우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어야만 할 질리가 곧바로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진리 속에서 논리학 전체에 본질적인 것을 쉽게 보게되고 그 진리의 이론적 통일을 ‘순수논리학’이라는 명칭으로 쉽게 이름붙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으로써 (순수논리학의) 참된 상태가 특징지어진다는 사실을 나는 실제로 입증할 수 있기 바란다.

Ref. Edmund Husserl(2018). 논리연구 1 (이종훈,역). 서울: 민음사. (원서출판 1900).

논리연구 1권 3절 감상평

요약해보자면,

논리학은 실천적 기술학이고, 규범학이다. 그리고 그에 따라 그 규범적 명제가 타당화될 이론이 필요하다. 그런데 학계에서는 이 이론이 심리학에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였다. 심리학주의자의 의견(즉, 모든 사유작용에 대한 법칙은 심리학에 귀속된다)에 대한 반대 입장은 논리학의 규범적 특성에 기반하여 있어왔으나 그 논리가 부실한 수준이었다. 한편 너무나도 자명해보였던 심리학주의자의 입장 또한 허점이 있었으니, 심리학이 논리학의 기초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논리학의 본질적 기초가 된다고 증명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논리학만의 본질적 기초가 될 순수논리학이 필요하다.

라는 뜻인 것 같다.

확실히, 인간의 논리적 사유작용을 생각해볼 때 이는 심리학과 무관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그 규범적인(당위적인) 특성을 심리학에서의 우연적 인과법칙에서 찾는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것도 맞고, 이런 심리학만이 논리학의 본질적인 기초가 된다고 보긴 어렵긴 어렵겠다. 어쨌든 인간이 신이 아닌 이상 심리학은 그 사유의 필연적 법칙을 규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심리학이 아니고서, 순수 논리학이라 할지라도, 과연 인간이 그 사유의, 논리의, 필연적 법칙을 규명하는 순수 논리학을 전개해나갈 수 있을까?

내용은 조금씩 이해가 되어가고있다. 그리고 순수논리학이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것도 알겠다. 그런데 과연 후설이 찾아갈 순수논리학이란 것이 사유의 필연적 법칙을 제시하는 논리학만의 본질적 기초가 될 수 있을지는 궁금하다. 아니면 사유의 필연적 법칙 이야기를 하는 건 반심리주의학 입장이고, 후설은 이것까지 찾으려는 건 아닌건가..?

여전히 어렵다. 어려워.. 뭐.. 일단 후설 선생님의 글을 읽어가곤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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