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8.10. 페이스북 기록물)
요즘 일터에서 방광요도재활실 20년사를 정리하느라 숨쉴틈 없이 바쁘다.
가뜩이나 방학이라 어린이병원도 성수기인데, 널려져 있는 자료들을 시간의 흐름에 맞게 체계화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건지 퇴근길마다 숨을 한번씩 크게 쉬었던 것 같다. 어제는 분명히 즐거운 금요일 퇴근길인데도 몸이 얻어 맞은것 같이 쑤실 지경이었다.
최고로 시원한 병원에서 이렇게 정신없이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문득 나의 1999년은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그때는 싸이월드도 없었던 시절이고, 일기를 가끔씩 이곳 저곳에 쓰긴 썼던것 같은데 보관해 둔 기억은 없었다. 그러다 앗! 하고 한메일이 생각이 났다.
DAUM 메일. 나의 아이디는 lovely67이었다. 67은 윤혜. 486이 ‘사랑해’인 시절 지은 나의 아이디이다. 비밀번호도 다행히 기억이 나서 들어가봤더니 나의 중고등 시절 메일들이 잘 저장되어 있었다. 그때는 메일을 거의 카톡 수준으로 보내던 때였나 보다.
‘”메일 좀 자주 보내”, “메일이 세개나 와있는데 늦게 메일 보내 미얀”, “메일 좀 확인해!” 뭐 이런 메일들이 하루에 몇개씩 와있는 것을 보면..보낸 메일들은 안타깝게도 지워져 있었지만 받은 메일들을 보니 나와 가까웠던, 소중한 사람들이 욱 하고 들어왔다.
오늘 그 중 소중한 사람 한분과 연락이 닿았다. 나의 고딩시절의 태양같은 박재만 선생님. 거의 15년만에 연락을 드리는 것 같은데, 나를 기억하실까 하는 걱정어린 마음에 “가물거릴리가 있나?”라고 말씀해주시며 반겨주셨다.
분명히 몸이 쑤셔서 일어나기 힘들었었는데, 엔돌핀이 확 도는게 뭔지 알게 되었다. 곧 찾아뵈어야지. 진짜 보고싶은 분이다.
Keep in touch 라는 말은 우리나라 표현으로 어찌 번역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누가 들어도 저렇게 적당한 표현이 있을까 싶은 문구다.
‘우리 계속 붙어있자.’ 라는 마음을 담은 듯한 말.
소중했던 사람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할 때는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계속 keep in touch를 해왔으면 나의 삶이 훨씬 더 풍요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울 엄니가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권해주시던 모습인데(소중한 사람과 관계의 끈을 놓지 말라는..), 이제 마음으로 그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다.
뭔가 이렇게 현자타임도 만들고, 인생에 중요한 태도를 깨닫기도 하게되니, 20년사 정리는 책 뿐만 아니라 더 많은걸 남길것 같다!! 힘내자!!^-^
KEEP IN TOUCH!!
(2019.8.10. 페이스북 기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