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하는 코타키나발루 4박5일 결혼 10주년 여행 – 2일차- feat.가야스트리트, 선데이마켓, 이펑락사, 샹그릴라 탄중아루 탄중씨뷰,먹방, 도미노피자, 그랩, 여행비용

아침은 다행히 맑았다.
일기예보 상 일주일 내내 강수확률 8-90프로를 보고 온 상황에서, 비오지 않는 아침을 맞이할수 있는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천천히 일어난것 같은데도 한국보다 1시간 느린 덕분에 우리의 아침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남편이 알아본 맛집이 숙소 근처에 있다 했다. 식사하기 위해 나와보니, 아침부터 거리가 많이 분주해보였다. 알고보니 장이 서는 날. 운이 좋은건지, 의도치 않게 가야스트리트 선데이마켓을 마주하게 되었다. 여러 일상 용품도 팔고, 기념품같은것도 팔고 그러긴 했는데.. 언뜻 보기에 눈에 딱 들어오는 것도 없고, 무엇보다 이 찌는 더위가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아서 인파를 뚫고 앞으로 나가기에 바빴다. 심지어 서아가 계속 안아달라는 통에.. 정신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조금 덜 덥고, 서아가 보채지만 않았다면.. 여름 휴가용 원피스 몇벌은 기념품처럼 샀을수도 있을것 같긴 하다. 어쨌든 우리는 밥집으로 고고.

가야스트리트 선데이마켓, 의도치 않은 보너스를 받은 기분.

남편이 일아봤다는 락사 맛집(이펑락사)이라는 곳에 갔는데, 이른 시간부터 웨이팅이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먹어봐야지. 다행히 순환율이 높아서 금방 들어가긴 했는데.. 음.. 뭐랄까.. 양도 너무 소박하고..맛도 좀 별로였다. 한국인들이 많이 먹는다는 걸 시키긴 했는데, 서우도 국수는 맛이 이상하고 밥은 탄맛만 났단다. 음.. 그리고 서아는 거의 입에 대지를 않았다. 우리 입맛엔 좀 아닌걸로.. 그래도 서우가 “서우 용돈”으로 산 우리의 “현지식 첫 끼”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이펑락사. 국수 깨작. 젓가락질하길 좋아하는 28개월 여아.
이펑락사. 할머니가 주신 용돈으로 한국에서 진작에 환전을 해온 첫째가 쏘는 첫 현지식!
이펑락사. 맛은 뭐.. 그럭저럭.. 현지 분위기 느낄 수 있어 좋았음.

다시 숙소쪽으로 돌아오는 길은 거의 사람에 밀려서 가야하는 수준으로 혼잡해져있었다. 서아는 졸려서 정신을 못차리는 상태. 인파에 치여 밀려밀려 앞으로 가다가, 등의 인기척이 괜시리 좀 싸해서 허리 뒤로 가버린 핸드백을 앞으로 확 돌렸는데.. 소름.. 핸드백 지퍼가 열려있었다. 분명히 닫아놓았었는데..우리가족이 환전하기로 하고 뽑아돈 돈 전부와 신용카드, 심지어 서우지갑, 핸드폰이 떡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다. 계속 앞으로 걸으며 모든 게 다 무사하다는 것을 0.2초만에 파악한 후, 인기척을 낸 대상자와 최대한 멀리 빨리 가야겠다 판단하고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몇미터 앞으로 간 후 인파에서 떨어져서 모든게 다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남편에게 가방을 넘겼다. 끝도없이 안아달라며 엉기는 둘째와 돈을 동시에 간수하는게 어려울 것 같았다. 아찔했지만 감사했다. 우리의 여행의 시작이 괴로워질뻔 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마음을 추스린 후 목이 말라 호텔 앞에 위치한 카페로 들어갔다. 올드타운커피. 이게 여기있었네. 숙소 참 잘 잡았다.

식스티3 앞 올드타운커피. 에어컨 너무 좋아. 더위 탈출. 애들은 영혼 가출.
커피는 남편이 라떼랑 가장 비슷하다는 걸 시켜왔는데 왠지모르게 맥심 커피 같았다.

땀을 좀 식힌 후 숙소에 돌아왔는데, 식스티3 건물 입구의 유리가 완전히 아작이 나있었다. 무슨 차량이 급발진 한 것 같이 유리가 통째로 깨져있었는데 한국인 여행객의 이슈였던듯 했다. 한분이 머리로 유리를 깨게 된건지 온가족이 그분의 머리를 살펴보며 발을 동동구르고 있었다. 유리를 피해가며 겨우걸어서 우리 숙소로 들어갔는데,괜찮냐고 말한마디 못걸었던게 뒤늦게 내심 죄송했다. 잘 해결되셨는지요..

그랩 기다리며.
식스티3 건너편의 포토존에서.
그랩 기다리며. 날씨 맑음.

빨리 이 찜통더위를 해결하러 숙소에 가서 수영하자 하고 짐을 싸고 그랩을 불러 출발했는데, 찜통 더위가 황당해하게 비가 어마무시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보통 동남아에서 경험했던 스콜은 전반적으로 맑은 하늘에서 내리는 소낙비였는데, 이 비는 먹구름을 같이 몰고온 비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밖에서 점심이라도 먹고 오는건데.. 방 입실 시간을 기다리며 가장 가성비 없고 후회되는 식사를 하게 되었다.. 로비에 붙어있는 식당이었는데 미니햄버거랑 코리안스타일 치킨, 그리고 새우가 들어간 스프링롤, 마실것 4잔을 시켰는대 무려 7만원돈이 나왔고.. 코리안스타일 치킨 때문에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 느껴졌다. 살다살다 그런 이상한 맛의 양념치킨은 처음 먹어본다.

로비의 식당에 앉아 밥을 기다리며.
제일 비싸게 먹었던 식사. 코리안 스타일 치킨은 제발 먹지 마세요.

그래도 돈값만큼은 써야지. 뷰 좋은 레스토랑에서 한참 비멍을 하며 앉아있다가 업그레이드를 한 방으로 입실했다. 업그레이드를 받았으면 좋았을테지만, 그런 호사는 벌어지지 않았고 내돈내산으로 박당 6만원돈을 더 주고 업그레이드를 했다. 원래는 키나발루 씨윙이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을 데리고는 1층이 나을것 같아 탄중윙 씨뷰로 옮겼다. 발코니는 넓었고, 입실후에도 틈틈히 비멍을 하기에 좋았다.

그런데 비가 좀 잦아들어서 남편이 첫째데리고 수영장을 가보겠다 했다. 나는 그래서 흐리긴 하지만 둘째를 데리고 모래놀이를 하기로 했다. 모래놀이는 챙겨오길 잘했다. 리조트에 있는 프라이빗 비치는 아이가 놀기에 아주 적당했다. 요상하게 기운 없어하던 아이가 모래놀이라도 하는 걸 보니 행복해졌다. 바닷물은 비가 한참 왔는데도 따뜻해서 발 담구고 놀기에도 좋았다. 첫째랑 남편도 미끄럼틀 타며 좋아했다. 수영장 물도 따뜻하다고 어서 오라며 아주 신났다. 그래서 아이 몸의 모래를 물로 씻고 수영장을 갔는데 진짜 따뜻했다. 서아도 조금씩 눈치를 보다 적응을 했고, 서우는 또래 여자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도 6살배기 동생이 있긴 했지만 같이 놀 또래를 찾고 있는듯 했다. 둘은 마음이 잘 통했는지 짧고 굵게 놀고 내일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그 사이 난 혼자 서아를 씻기다 욕조에서 미끄러져서 손가락을 베었다..

구름 아래 촉촉한 비를 맞으며 수영하기 좋았던 날.
너는 무슨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들어와서 씻을때 보니 또 비가 좀 굵어지는 듯 했다. 그렇게 코타키나발루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어떤 석양도 보려주지 않았다.

저녁은 아무래도 서아를 위해 한식을 시켜먹기로 했다. 먹방이라는 한식집이었는데, 진짜 괜찮았다. 밥이야 뭐 날리는 건 어쩔수 없었으나, 잡채랑 마늘맛 치킨, 불닭볶음면. 모두 성공적이었다. 특히 서아가 이제야 제대로된 식사를 했다. 입맛 까다로운 녀석.. 드디어 한끼 먹어 너무 다행이었다. 아! 그리고 도미노 피자도 시켰었지.. 이건 황당하게 그랩기사한테 전화도 못받았는데 배달 완료로 떠서 우리의 짜증을 돋군사건이었다. 리셉션에 나가봤더니 도미노가 그런 사건이 많으니, 그랩에서 나중에 어떻개든 환불을 해주긴 할거라고 해서 포기했었다. 그런데 한 10시쯤 갑자기 방으로 전화가 왔다. 알고보니 그랩기사가 벨보이 구역에 던져두고 떠났던 모양이다. 뒤늦게야 방번호 확인하고 연락이 온것.. 배민이었으면 이래도 환불 받을수 있었겠지. 그랩은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겠다. 하아.. 식은 피자..

코타키나발루 한식집 “먹방”
잡채와 간장치킨 강추
그랩 기사가 그냥 던져놓고 가서 3시간 후 발견된 도미노피자. 도미노피자는 그랩 관련해서 여러 문제가 많단다. 비추.

그 와중에 벌어진 사건.. 서아에게 두번의 낙상사고가 발생했다. 한번은 침대에 앉아있다가 뒤로 넘어갔고, 한번은 또 침대에 앉아있다가 옆으로 굴러떨어졌다. 침대가드를 안한 쪽에서 생긴, 심장 떨어지는 사건이었다. 샹그릴라 탄중아루 침대.. 폭신하고 좋지만 너무 높았다.  나와 남편은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이렇게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둘째날이 비와 함께 저물었다. 일이.. 아니.. 추억 할 거리가 많다.

침대 가드를 설치해두었긴 했는데,
사방에 둘려쳐야 했나보다.

<여행비용: 2일자 지출>

올드타운 커피(커피 두잔, 음료 한잔, 빵 한개): 11,062원
그랩(식스티3에서 샹그릴라 탄중아루): 4,666원
호텔 방 업그레이드 비용(키나발루 씨뷰 –> 탄중 씨뷰): 1박당 약 49000원, 3박에 147,000원
가성비 최악의 리조트 점심(스프링롤, 미니버거, 감자튀김, 치킨, 음료 4잔): 72.589원
리조트 풀바의 아이스크림 1개: 5,531원
식은 도미노피자(라지 한판): 13,502원
먹방(잡채, 밥, 치킨, 불닭볶음면): 13,502원

아이들과 함께하는 코타키나발루 4박5일 결혼 10주년 여행 – 1일차- feat.6월, 감기, 티웨이, 식스티3, 여행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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