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하는 코타키나발루 4박5일 결혼 10주년 여행 – 3일차- feat.샹그릴라 탄중아루, 프라이빗 비치, 수영장, 먹방, 반딧불이 투어, 맹글로브 투어, 하이말레이시아, 6월 우기, 비오는 날의 석양.

여기는 코타키나발루. 오늘도 눈은 일찍 떠졌다. 그래도 서아 만큼은 푹 재우고 싶었는데, 나의 인기척 때문인지 아이도 일찍 일어나버렸다. 아이는 일어난 후에도 어제 머리 부딪힌 게 크게 남았는지, 자꾸 머리가 아프다 했다. 어제 많이 놀랐던 건지, 진짜 아픈 건지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좀 추이를 보기로 했다.

공기가 상쾌하니 업그레이드한 발코니로 성큼 성큼 나가 산책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서아를 데리고 나갔는데, 밝게 깬듯한 아이가 매가리 없이 계속 안아달라고 투정을 부리는 게 아닌가. 피곤해서 그런 것 같긴 한데… 한번 조식을 좀 먹여볼까 하고 데리고 가봤으나 아이는 계속 의자에 누워서 자려고 하고, 몸을 제대로 못가누며 나한테 계속 엉겼다. 불안해졌다. 어제 혹시 머리를 크게 다친 게 아닐까. 결국 나는 조식은 포기하고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나나 남편 둘 다 이미 예민할 대로 예민해져 버렸다.

아침부터 손가락을 필요로 했던 둘째.

조금이라도 재워보려 했으나 아이는 잠에 쉽사리 들지 못했다. 그래서 차라리 기분 좋게 놀아보기로 결정했고, 실제로 아이는 수영복과 튜브를 보더니 에너지를 조금씩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래 놀이와 수영을 하며 에너지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감사..

서우는 어제 만난 친구를 한참이나 기다렸는데 도통 오질 않았다. 아이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며 같이 놀았는데, 다행히 그 둘은 오후가 되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서우의 수영복이 달라져서 그 친구는 서우를 알아보지 못했고, 서우도 긴가민가 하면서 쉽사리 말을 걸지 못했다. 결국 내가 나서 “어제 같이 놀았던 친구지?”하고 말을 걸자 그 아이는 기다렸다는 눈빛으로 끄덕였고, 그 둘은 그렇게 드디어 재회했다. 알고보니 그 친구의 동생이 새벽에 급하게 병원에 다녀오면서 아침엔 놀 정신이 없었다더라. 둘째들은 왜 다 그렇게 아픈걸까…

인생 놀이를 찾음.
같이 놀 친구를 기다리며.
친구와의 재회.
언젠가 다시 만나자 친구야.

어쨌든 그 둘은 그렇게 다시 만나 행복해했으나 이를 어쩌나..우리는 오늘 반딧불이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남편은 속상해 했다. 반딧불이 투어 괜히 하기로 했다고 핀잔을 놓기 시작했다. (으잉..? 어쩌라고..?) 애들이 이제서야 잘 노는데 이걸 끊어야 한다는 게 속상하다며.. 그런데 난 남편이 이제는 바꿀수 없는 예약건을 가지고 짜증을 내는걸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남편에게 확 짜증을 내버렸다. “뭐!! 그래서 어쩌라고!! 가지마!! 그럼 그냥 가지마!!” 남편도 자신이 어이 없는 투정을 부렸다는 것을 인정했는지 금방 수그려주었다.

한편, 우리는 서아를 반디불이투어를 나가기 전까지 푹 재웠다. 그리고 깰 시간에 맞춰 또 한번 “먹방”에다가 잡채와 떡볶이, 간장치킨(마늘치킨 이었나? 하여간 너무 바사삭 맛났다)을 시켰다. 서아는 다행히 적당한 때 깼고 역시 잡채는 성공적이었다(사랑해요 먹방 Mukbang). 푹 자고 일어난 아이가 잘 먹으니 이제야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아이 컨디션 Ok. Good.

열 No.

뇌진탕 Almost No.

반딧불이 투어는 원래는 제셀톤 포인트(?)인가로 가서 흥정을 해볼 것도 고려해보았으나, 애 둘을 데리고 예약만을 위해 나가는 것도 일일 것 같아 출발하는 날 급하게 하이말레이시아를 통해 예약을 했다. 몇 개 한국 업체가 눈에 띄긴 했는데 하이말레이시아라는 이름이 좀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어쨌든 카톡으로 픽업 안내를 받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로비에 갔더니 우리 넷이 어슬렁하고 로비에 진입하자마자 현지인 가이드가 나에게 지윤혜~? 라며 다가와주었다. 가이드 눈치가 하루이틀이 아니시구만..

그렇게 우린 크고 쾌적한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가이드가 갑자기 “날씨가 비가 안오길 바란다” 라는 멘트를 날리는게 아닌가? 이 쨍쨍더워 죽는 날씨에 무슨~? 이라는 순간 창에 맺히는 빗방울들..? 이게 무슨일이고? 그리고 머지않아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세상 황당하게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무슨… ㅠㅠ 바리바리 들고와서 숙소에 놓고 온 우비가 너무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비는 좀처럼 멈출생각을 안했다. 비가와도 이런 저런 투어는 진행한다고 미리 알고있긴 했었으나 오늘도 석양은 확실히 나가리일것이었다.

반딧불이 투어 가는 길의 비.

낚시터 같은 집합지에 갔더니 우리 말고도 여러 팀이 더 도착해 있었었다. 간단한 간식과 커피를 마신 후 천막이 달린 편평한 모터배에 탑승을 했다. 다행히 비바람 까지는 아니래서 우비 없이 있어도 크게 비에 젖지는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미리 의자에 놓여져 있는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아이용으로 작은거를 달라는 3번의 부탁이 결론적으로 다 무시됐다. 결국 서아는 구멍조끼 없이 내가 옆에 앉혀서 신경쓰며 안고 갔다. 실은 그것을 나는 크게 걱정하진 않았는데, 남편은 내내 불안했단다. 특히 구명조끼 달라는 3번의 부탁이 무시된 후 삔또가 나갔었단다. 이러다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뒤집어지면 가뜩이나 깜깜한 밤에 구조될리가 만무하다며..배에서 몇몇의 사람들이 갑자기 일어나서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면 배가 넘어가는 건 일도 아닐거라며. 하긴..강에서 쉬고 있는 악어를 보니.. 아찔하긴 하다. (그래도 뭐..우리 막내 빼곤 다 구명조끼 입고 있긴 했다..;; 애기 사이즈도 있는 것 같긴 하니, 아이 동반 시 꼭 챙겨 받아 입으시거나 직접 가져가실 것을 추천드린다)

하이말레이시아 투어. 맹글로브 및 반딧불이 투어를 기다리는 집합지에서.
맹글로브 및 반딧불이 투어를 하는 배.
통통배 같았지만 꽤나 스피드가 빨랐다.
악어.. 혹여라도 배가 뒤집히면 큰일나겠다 싶다.

어쨌든 한국인 가이드의 맹글로브나무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실은 아무기대 없었는데, 이 맹글로브나무의 특성과 가치는 상당히 의미 있었다. 물을 향해 뻗어나가는 나무, 새끼를 낳는(?) 나무, 엄청난 산소의 보고.  그래서 말레이시아에서도 더이상 수출하지 않는다는 나무. 가이드는 그 나무에 둘러싸여있는 그 순간에 복식호흡 하는 것을 잊지말라 강조했다. 공기가 정말 좋았다.

맹글로브의 새끼나무를 들고.
비 가운데 빛을 보여주기 시작한 하늘.

맹글로브 투어를 마친 후 비빔밥과 미역국을 먹었다. 밥은 역시나 흩날렸지만 맛은 꽤 있었다. 그런데 서아가 미역국을 엎어버리는 바람에 옷을 갈아입히느라 선셋포인트를 갈 때는 배의 맨 뒤에 타고 말았다.

그런데 거기는 명당이었다. 엉덩이 마사지 명당. 그곳은 정말 모터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모터의 진동에 엉덩이랑 정수리가 가려웠다. 우리는 어떻게든 그 달달거리는 자리에서 반딧불 투어를 하는 것 만은 피해야 했다.

다행히 우리에겐 선셋포인트가 있었다. 배에서 내렸다가 다시 타는 절호의 기회. 그때를 노리기로 마음 먹었다.

우리의 통통배가 거닐던 강은 바다와 연결되어있었고, 우리가 그 바다에 도착했을 때는 희안하게 비가 멈췄다. 신기한 타이밍에 감사하며 우리는 부랴부랴 가족사진을 남겼다. 여기서 사진 찍는다고 많은 분들이 예쁘게 신경써 입고왔더라. 그러나 우리는 모기 기피를 위한 전투복장으로 왔기에 그냥 기념샷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예쁘게 입고 왔어도 좋았겠다 싶었다. 숙소에서 볼 때와는 확실히 다른 감정이 들더라. 어쨌든 우린 예쁘게 입지도 않았고, 빨리 배를 타야만 했다.

기가 막히게 비가 안 왔다는 것 만으로도 성공적.

급한 보람이 있었는지, 다시 배에 타서는 아까보다는 앞쪽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많은 관광객이 개인 짐으로 자리를 맡아 놓고 석양을 보러 갔던지라, 일단 어디라도 비어있는 앞자리에 자리 잡고 앉은 후, “어? 우리 자리가 어디었더라?”하는 다른 승객의 목소리와 눈빛을 애써 모면해야 했다. 미안.. 어쩔 수 없었어. 우린 애들이 있잖아.

그렇게 우린 약간의 능청과 함께 반딧불이 투어를 시작했다.

이 동네 개똥벌래는 날파리같이 작다했다. 실제로 나무에 조그맣게 전구같이 반짝이는 반딧불이들을 볼 수 있었는데, 가이드가 초록색 불을 비추며 반딧불이를 배로 끌어들였다. 수십마리가 동시에 반짝이며 배로 들어오는 모습은 진풍경이었다. 남편도 나도 아이들도 너무 신기해했다. 다만 서아는 반디불이를 멀리서 볼 땐 좋아 하더니, 반딧불이 제 다리에 앉아 반짝이는 걸 본 이후로는 반딧불이에게 ‘저리가~!!!!’ 하며 반딧불이 날아올 때마다 기겁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내내 나한테 안겨서 반딧불이들에게 “잘있어~ 나는 갈께~ 안녕~”을 연달아 외쳤다는…

한편, 서우 신발에 앉은 반딧불이도 한참을 반짝이다 떠났는데, 이날 반딧불이 비춰져서였을까..서우는 양 발에 합쳐서 스무방이나 모기에게 물려버렸다. 내가 양말을 신겨놨다가 비가 오길래 젖으면 추울까봐 투어 직전에 벗겼는데, 진짜 후회가 막심하다. 전투복을 입으면 뭐해..

어쨌든 코티카니발루의 반딧불이는 사람말을 알아듣는다(는 동심을 우리는 지켜야지). 서우는 특히 행복하자~ 라고 외쳤던 순간의 반딧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배에 탄 우리 모두는 가이드의 구호에 따라 다같이 반딧불이를 향해  “마리마리~ 찐따~ 우리가족 사랑해~ 행복하자~ 자기이름 부르며 ○○야 사랑해~ “라는 등 신나게 외쳤고, 그때마다 반딧불이가 반짝이며 우리에게 날아왔다. 마지막에는 엄청나게 많은 반딧불이가 동시에 한번 반짝였는데, 남편은 조명을 달아놓은 것 같다 하였고 난 설마.. 하는 그런 상태이다. 그것의 정체는 뭐였을까..조명이었을까 반딧불이었을까? 조명이라기에도 너무 많았고, 반딧불이라기에도 너무 많았다. 그게 뭐래도.. 반딧불이인걸로 하자.

이렇게 반딧불이 투어 패키지가 끝났는데, 남편은 투어 끝에 “비싼 돈 주더라도 한국인 가이드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겠다”고 했다. 가이드의 설명과 적당한 텐션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여기와서 계속 예민했던 남편으로부터 긍정적 코멘트를 받으니 뭔가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우린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숙소로 돌아왔고, 남편은 여기와서 삼일 동안 망고를 못먹은 게 도대체 말이 되냐고 상심해하다 결국 홀로 필리피노 마켓에 가서 망고 한무데기를 썰어왔다.

와.. 이제야 좀 휴가 같다.

코타키나발루 6월 우기, 비오는 날의 석양

<여행비용: 3일자 지출>

하이말레이시아 반딧불이 투어(성인 2인, 아동 1인, 유아 1인): 계약금 45,000원 + 현장 지급 (360링깃) 105,000원 = 150,000원
먹방(잡채+밥+떡볶이+간장치킨) : 17,556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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