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피아노와 교회

피아노는 아마도 국민학교 1학년 즈음부터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가동 상가 2층의 엄선생 피아노. 동그라미 5개 채워가며 바이엘을 떼고, 체르니 100, 30, 40을 땔 때쯤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의 첫 교회는 교인이 100명 남짓의 작은 교회였다. 목사님의 딸 중 한명은 피아노 반주를 적당하게 하고 있었고 한명은 성가대 지휘를 했다. 교회에 나간지 얼마 안되어 난 목사님 딸을 대신하여 성가대 반주자로 세워지기 위해 속성으로 세례를 받게 되었다. 수줍음이 많았던 중학생 시절, 반주를 적당히만 해도 ‘오오~~’ 하면서 온갖 환호을 보내던 그 오빠들 덕분에 성가대 반주를 재밌게, 꾸준히 했던것 같다.

나의 청소년기를 꽉 채운 교회생활, 객관적으로 돌아보면 나의 신앙이 곧게 세워지기엔 몇십프로 쯤 상당히 부족한 세속적(?)인 교회생활이었다. 차마 들추기 어려운 몇가지 기억만 세어보아도, 하나님이 얼마나 크신 분인지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아무리 험한 곳에서 날푼이처럼 있어도 하나님 그늘 안에만 있다면 그분은 어떻게든 우리네 인생에 아름답게 간섭 하신다는 것을.

나는 세속적인 교회생활을 하면서도 피아노 반주를 생활같이 하였고, 그 기간동안 신앙이라는 것을 담게 되었던것 같다. 20대 시절 치열하게 나의 신앙의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고, 절대로 떠날 수 없을것만 같던 그 교회를 가정의 이사라는 이벤트로 겨우 떠나게 되었으며, 결국 나의 신앙의 보금자리와도 같은 교회를 찾게 되었다.

당시 남자친구였던 남편을 따라 가게 된 교회. 그곳에서 처음 뵙게된 인생의 멘토, 오대식 목사님. 그분을 통한 하나님의 말씀은 혼돈 상태였던 나의 신앙의 기준과 질서가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인격적으로 존경하는 목사님을 통해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큰 축복이다. 그분의 말씀만 들으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건 그냥 세속어로 꿀빠는 일인것만 같다.

그런데 운명과도 같이 파주에 높은뜻 교회를 개척하셨다. 나의 목사님은 덕소교회를 지키시지만. 집에서 10분거리에 세워지는 높은뜻 정신. 우린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파주교회로 발걸음을 하게 되었고 나는 자연스럽게 반주를 하게 되었다.

남편은 우리의 목사님을 떠나는 느낌을 시집가는 기분에 비유하였다. 확실한 건 둘 다 결혼하면서 독립할 때보다 더 강한 이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연스러운 일에는 하나님의 손길이 있을것임을 인정할수밖에 없으며, 그 ‘때 탄’ 반주경험을 이렇게 높은뜻 교회에서 사용하심에 감사할수밖에 없다.

뿌려진 씨앗이 되어 열매를 맺어, 시집 잘 갔다 칭찬 받는 우리 가정이 되길 바란다.

(2019.2.3. 네이버 블로그 기록물)

세브란스 이분척추증클리닉 공개강좌의 변천 (since 1999 off-line~2024 youtube 업로드까지)

이분척추증클리닉 공개강좌는 그 역사가 25년이 다 되어간다 (since 1999).

코로나는 오프라인으로만 진행되던 공개강좌를 온라인 공개강좌로 변화시켰다 (since 2020).

그리고 올해는 유튜브에 녹화본이 업로드되었다 (since 2024).

김상운 교수님의 “이분척추증 환자의 요실금 치료”

소아정형외과 박건보 교수님의 “이분척추증 환자의 정형외과적 치료”

소아재활의학과 나동욱 교수님의 “이분척추증 환자의 재활치료”

그리고 나의 “이분척추증 환자의 대변관리와 삶의 질”

소아신경외과 심규원교수님의 강의는 사정 상 업로드하지 못했다.

오프라인으로 공개강좌를 할 때만 해도 그것이 최선 같았다.

공개강좌를 통해 환자 보호자 및 의료진이 진료실 밖의 비교적 자연스러운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고, 그 가운데 이루어지는 대화는 훨씬 편안했다. 쉬는시간에는 소아정형외과의 김현우 교수님과 박건보 교수님께서 아이들의 발 변형 상태를 하나하나 점검해주시기도 했었다. 보호자들이 강의를 듣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연세대학교 자원봉사동아리 멘토스가 아이들과 놀아줬고, 도뇨관 업체는 홍보 부스를 차린 후 강의 참석자를 위한 간식을 제공하기도 했었다.

이런 저런 준비가 들어가긴 했지만 끝내 놓고 나면 매우 뿌듯했다.

그런데 꼭 받는 피드백이 있었다.

실시간으로 방송 해주시면 좋겠어요.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요청이었다.

토요일 오전 일찍 진행하는 강의는 지방에 계신 분이나,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있는 보호자에게 버거울 수밖에 없을 노릇..

그렇게 필요성은 알고 있긴 했었으나, 막상 시작하긴 어려웠다. 솔직히 그땐 각이 잘 안나오기도 했었다. 실시간 생중계를 하려면 카메라, 오디오 시스템은 어떻게 할 것이며, 송출 플랫폼은 어떻게 할 것이며.. 어떻게든 하면 했겠지만, 익숙했던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코로나는 너무 당연하게 온라인 공개강좌를 가능하게 했다. 코로나 때문에 캠프도 미룬 마당에 공개강좌까지 미룰 수는 없었다. 다행히 의료진들도 이에 대해 수용적이었고, 보호자와 환자들은 환영했다.

처음 시행했을 때는 우리 간호사들은 많이 긴장했었다. 혹여라도 중간에 멈추면 어떡하나.. 소리가 잘 안들리거나, 영상이 끊기거나 하면 어떡하나.. Zoom을 잘 모르는 보호자나 환자가 어려워하시면 어떡하나..

그래서 그때는 미리 한 이틀 동안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사전 접속 테스트도 했고, 강좌 시작 후 전화로 일일히 문의를 받아가며 해결해주기도 했었다. 그리고 비상 상황에 대비하여 와이파이도 별도로 준비하고, 사회를 봐야하는 나는 여러 번 사전 테스트를 하면서 연습 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온라인 공개강좌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수님들 대부분께서 모처에서 강의를 진행하시는 것이 아니라 중앙 회의실로 오셔서 강의를 하신다고 했었기 때문에, 교수님들이 들어오시고 나가시는 타이밍에도 적절하게 잘 대응했어야 했다. 은근히 신경 쓸 게 많았다.

그런데 이게 이년, 삼년 되다보니 이제는 뭐.. 너무 편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익숙해지다보니 미뤄둔둔 피드백들이 슬금슬금 떠오르기 시작했다.

녹화해서 공유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녹화는 워낙에 보관차 하고 있긴 했었다.

그런데 이게 교수님들의 내공과 공력이 들어간 강의다보니 함부로 공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은 그렇게 공유해도 되는가에 대한 질문조차 죄송해서 차마 입을 못 떼고 있었다.

그러다 이번에는 강의 요청을 하면서 사전에 이런 녹화 및 배포에 대한 동의여부를 여쭈었는데,

세상에나.. 대부분의 교수님들께서 다 동의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너무 자연스럽게 말이다. 이렇게 업투데이트 되어있는 좋은 강의를 무료로 공개한다고?

이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런데 그것을 기꺼이 동의하셨다. 난 우리 교수님들을 정말 존경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 홍보팀의 도움을 받아 유튜브에 업로드 하였다.

정말 적은 인력으로 33만 구독자를 가진 채널을 아주 잘 운영하고 있는, 진짜 대단한 우리 홍보팀.

언제나 호의적인 우리 하선생님께 줌 녹화한것만 띡 드리고, 약간 생동감 있게 강의자 얼굴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요청드리기만 했는데, 예쁘게 편집하고 썸네일까지 만들어서 짜잔 하고 올려주셨다. 항상 기꺼히 협력해주시는 감사한 우리 홍보팀.

강의는 순차적으로 업로드 되었고, 클리닉 대상자들에게는 그 링크 안내 문자를 돌렸다. 강의에 참석하지는 못했으나 갈급함이 있으셨던 몇몇 분들께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 질환에 대한 강의 영상이 정말 희귀한 고로, 앞으로도 꾸준히 시청될거라 생각된다.

이런 작지만 누군가에게는 결코 작지 않은 변화를 조금씩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그것도 신뢰를 받으며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참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이 또한 나의 전문간호사로서의 Nursing practcice 중 하나라는 사실.

후설. 논리연구. 6절. 심리학주의의 조명에서 삼단논법 추론. 추론공식과 화학공식.

후설의 논리연구 1권의 6절을 공부하며 정리하였다.

30. 삼단논법의 명제를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는 시도

삼단논법도 심리학적 법칙이라고 해석되곤 한다.

그런데 한번 “모순적 명제는 함께 참일 수 없다.”는 논리법칙에 대한 심리학적 통찰을 한번 따져보자.

정말 그런가? 라고 따져가는 가운데 만약 눈에 띄지 않았던 모순이 그 추리 과정 과정 가운데 새롭게 등장하면, 기존의 추리 방식은 잘못된 것으로 간주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는 언제나 심리학적으로 이해되는 것이고, 사유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게 된다.

31. 추리공식과 화학공식

심지어 헤이만스는 ‘사유의 경험법칙’을 화학 공식과 같이 추리공식으로 만들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화학의 경우 공식으로 표현되는 ‘상황’이 명백하고, 이 상황이 상당히 정밀하게 규정될 수 있음에 반해, 우리의 경험 및 사유의 경우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지식이 너무 적어서, 그 상황이나 조건은 우리에게 은폐되어 있다.

Ref. Edmund Husserl(2018). 논리연구 1 (이종훈,역). 서울: 민음사. (원서출판 1900).

논리연구 1권 6절 감상평

심리학주의가 논리적 근본법칙을 해석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지만, 그 조건과 결과가 애매하고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챕터. 여전히 이해하긴 어려워서 겨우 읽었지만, 읽었다고 이야기하기도 애매하고 모호하다. 논리학을 알았어야지 원..

방광요도재활실 20주년 행사

기분이 좋아서 누웠지만 잠이 잘 안온다. 어제 잠을 설쳤음에도.

고뇌가 사라지니 글이 잘 안써지지만, 그래도 오늘은 기록해둬야지.

심포지엄은 교수님들이 중심이 되어 준비해주셨다. 그러나 20년을 기념하는 이 심포지엄이 “감사”와 “신의”를 표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시는 한교수님의 의중을 알게 된 이상 최선을 다해 교수님의 마음을 전달하는 메신저 노릇을 해야겠다 싶었다.

감사하게도 의미있는 분들께서 많이 함께해주셨고, 우리가 표할 수 있는 감사의 마음을 나름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0년사 책자는 정말 뿌듯하다. 부담감은 1년 넘게 가졌으나 정작 스타트가 늦어져서 두달만에 완성했다.

내 생애 처음으로 우울감을 경험하게 할 정도로 스트레스받는 과정이었다.

아마 유난히도 많은 환자를 받아내는 방학기간과 겹쳐서 더 부담스러웠던것일수도.. 정말 나자빠지기 직전까지 갔었는데, 어쨌든 결과물로 잘 나왔다!

도움이 되는 자료로 쓰여진다면 정말 행복하겠다.

(2019.9.27. 페이스북 기록물)

아이랑 함께 잠드는 마음

아이를 낳기 전에는 아기침대를 써서 아이를 빨리 스스로 혼자 자게 하고 싶었다. 출산전에 우연히 보게된 ‘똑게육아’라는 책은 엄마 및 부부의 삶을 위한 성경과 같이 읽혀지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나니, 그리고 일을 하다 보니, 아이와 체온을 함께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의 동침을 결정했다.

퀸과 슈퍼싱글 침대를 바닥에 나란히 두고, 아이와 나는 슈퍼싱글에서 붙어자고 남편은 퀸침대에서 잔다. 어쩌다 보니 같은 방 동침이긴 하나 각침이다. 확실히 부부만의 시간은 예전만 못하다.

아이는 9시에 잠들고 알람과 같이 6시15분경 일어난다. 아마도 우리 부부의 출근준비시간에 맞춰서 그 인기척에 깨던것이 아이의 리듬이 되어버린것 같다. 수면 부족을 만성화 시킨것 같아 미안하다.

잠들때는 나름의 의식이 반복된다. 업어서 노래를 불러주고, 짐볼에 안고 앉아서 짐볼을 통통 튀기며 ‘꿈나라로 갈까요(우리 집만 아는 꿈나라 가기 구호 같은 것이다)’ 챈트를 읊어주고 잠깐 누었다가 다시 한번 업어주고를 한 20여분 반복하다 누워서 한 1분 뒤척이다 잠든다.

아이가 완전히 잠들길 기다리며 같이 누워 있다보면 나도 잠들기 십상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육퇴를 하고 나름의 시간을 보내는데, 고요한 가운데 쌕쌕 거리는 숨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꿈나라 가는건 금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커가는 아이의 체온을 놓칠수가 없어서,
아이의 숨결을 느끼고 싶어서,
다 자는 밤에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나의 욕심에 아이를 내 옆에 두고 잔다.

혹여라도 아이가 잠든 후, 정신줄 겨우 부여잡고 일어날수 있으면 그때부턴 진정한 퇴근이다. 피로가 노곤하게 몸에 뭍어있어 금방 다시 아이 곁을 찾게 되긴 하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얼마나 의미있게 보내느냐가 워킹맘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 한때는 야식에 드라마가, 한때는 독서가, 한때는 운동이 퇴근의 기쁨이었는데 요즘은 다시 야식에 드라마다. 다시 독서와 운동이 되길 바란다.

다시 돌아와 쌔근히 잘 자고 있는 소중한 아이을 감싸안으면 너무나도 행복한 잠자리다. 오늘 하루도 건강하게 하루를 살아내줬음에 감사하며 진정한 잠자리에 든다.

(2019.1.31. 네이버 블로그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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