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멀쩡하다

어제는 남편이랑 저녁때 급 데이트를 하느라 엄마가 아이를 재워주셨다. 남편이 석사논문만 끝내놓으면 가서 방청하고 싶다던 ‘다스뵈이다.’를 보고 들으러 가기로 한 것이다. 남편 혼자 보내서 혼자만의 시간을 줄지, 아니면 요즘 이래저래 심경이 복잡하니 같이 가서 힘이 되어줄지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 결국 늦게 도착해 서서 방청하느라 다리가 아파 중간에 나오긴 했지만 아이는 이미 잠든 뒤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원래는 엄마나 아빠 중 한명이 꼭 같이 있던 시간인데 이상하게 없어 그런가 아이가 울면서 엄마 올때까지 안잔다고 했단다. 아이도 나처럼,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빼앗길 수 없는 시간이 있는것 같다. 하여간 너무 속상해 하는 아이를 본 울 엄니도 괜히 안쓰러워 눈물이 살짝 나셨다는데 아이가 그것을 보고 … 더 읽기

일단 하나 또 마무리

성격상 닥쳐서 하는것을 싫어하는듯 하다. 나름의 기한을 정해놓고 마감이 닥치기 전에 미리 완성해둬야 마음이 편하다. 그러고보니 학창시절 시험공부도 그랬고, 과제도 그랬고, 일터에서 발표를 준비할 때도 그랬고, 심지어 휴가를 계획할때도 그랬다(휴가는 5개월 전부터 계획해둬야 제맛..ㅋ). 내가 나의 시간을 통제하는것이 중요하다. 올 한해, 예측하긴 했지만 일+alpha에서 alpha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이 알파가 일이라면 일이고 알파라면 알파겠지만 어쨌든 쉴새없이 바쁜 체험 삶의 현장이다. 하반기에 주어진, 알파라고 칭하고 싶은 나의 과업은 초록 한개 제출, 질질 끌어온 논문 한개 마무리, 학회와 심포지움에서의 발표 혹은 강의 3개, 방재실20주년책 편집발행, 그리고 겨울 캠프이다. 초록 한개는 무사히 제출 후 발표여부를 기다리는 상태고, 논문 리비전도 마감 이틀을 남겨놓고 드디어 … 더 읽기

섣부른 판단

판단: 개개의 사실이나 의문에 대하여 단정하는 작용 오늘 내게 주어진 업무 중 가장 당혹스러웠던 업무는 입원중인 청소년 환자인 K에게 자가 도뇨를 교육해달라는 과제였다. 내게 업무를 전달하며 부탁한 이도 나의 황당함을 미리 감지했는지 “아무래도 안되긴 하겠지만, 시도는 해봐야 할것 같으니 부탁한다.”라며 어차피 버리게 될것 같은 시간에 미리 사과하는 듯 했다. 내가 그 아이를 경험해본 적은 한차례 있었는데 도저히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 같아 보였다. 눈빛은 허공을 바라보거나 눈마주침을 피했고, 질문에는 전혀 리액션이 없었고, 뭔가 말을 하는 듯 할때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이의 상태를 검사하기 위해 “기침 해볼래?”, “배에 힘 줘볼래?” 등의 행동을 요청할때는 전혀 반응하지 않고 기분 나쁘다는 듯이 몸을 비틀곤 했다. … 더 읽기

페이스북

처음 페이스북을 알게 된건 2008년이었고, 그 연도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나는 미국에서 싸이월드에 블로깅을 하고 있었는데 얼리 어답터였던, (결혼 후 소식을 접할 수 없게된 내 친구였던) 승준이가 페이스북을 하며 외국에 네트워킹을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흥미롭긴 했지만 저장방식과 소통방식이 낯설고, 당시에 페이스북 이용자가 한국에선 거의 없었기에 그냥 가입만 해두었었다. 그런데 몇년 뒤 싸이월드는 추억속으로 사라지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우리의 가상공간의 인간관계망으로 자리잡았다. 그래서 나도 다시 사진도 올려보고 내 생활도 올려보고 좋아요도 눌러보고 그랬다. 그러다 페이스북의 알람도 끄고 눈팅만 가끔 하던 이유는, 내 스스로가 나쁜 일보다 좋은 일만 올리게 되고, 부끄러운것보다 자랑스러운 일만 올리게 되는게 싫었다. 그리고 웃기지만 약간의 신비주의도 있었던것 같고. 그런데 … 더 읽기

소아 난치성 과민성 방광. 꼭 치료해야 하나?

이것저것 다 고민해보고 적용해봐도 좀처럼 호전이 안되는 경우는 “정말 정말 정말 ×100” 답답하다. 물론 소아요실금와 아동의 정서문제 간에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오긴 했으나, 그와중에 막상 환자나 보호자가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없고, 치료 과정에 대한 순응도가 떨어지면 이거 꼭 치료해야 하나 싶어진다. 현재 환자 및 부모가 치료에 대한 니즈도 없고 이미 가시화된 문제도 인식되지 않는데, 훗날 발생 가능할 정서 문제 및 가족문제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이것저것 다 해보는게 맞나 싶기도 하다. 일단 증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신경적인, 해부학적인 문제가 다 배제 된다면, 적극적인 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환자와 가족의 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도와 정서행동 상태 먼저 평가한 후 치료의 적극성 수위를 … 더 읽기

워킹맘

워킹맘 아주 가끔 힘들때가 있다. 단단한 자존감과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 덕분에 좀처럼 쉽게 지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가끔씩 깊은 우울이 찾아온다. 아무것도 할 힘이 안나는 상태. 잠잠히 돌아보니 엄마 윤혜와 직장인 윤혜 사이의 안정감이 흔들릴때 발생하는 일인듯 하다. 엄마 윤혜 만으로 살아본 시간이 얼마 없었다. 출산 휴가 기간인 3개월이 전부다. 그나마 그 기간에도 대학원 실습 차 병원에 와서 시간 맞춰 유축을 해야하곤 했었다. 온전히 엄마만으로 살아본 기간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나에게는 퇴근 후 저녁시간과 주말이 너무 중요하다. 퇴근 후 서우가 잠들때까지 주어지는 2시간, 그리고 주말에 함께 하도록 주어지는 약 14시간. 일주일에 서우에게만 집중할수 있는 시간은 고작 38시간이다. 난 그것이 … 더 읽기

기록

기록 수년 전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기억이 저장된 시냅스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것은, 아마도 ‘기록’ 덕분일 것이다. 방광요도재활실 20년사 발행을 준비하며 한상원 교수님으로 부터 전달받은 수많은 기록을 보며 여러모로 느끼는 바가 많다. 그 기록에는 20년 전의 생각과 삶이 고스란이 담겨 있었다. 기록은 내가 살아온 흔적이 되고, 그 흔적은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이 잘 다듬어진 수필이든, 흘겨 쓴 메모이든. 그리고 기록보다도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저장 방식이다.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활용할 수 있는 방식이 너무 많다.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것 뿐이지. 나도 나름 기록이란것을 하긴 했었다. 주로 싸이월드였는데 유행이 지난 후 네이버로 잠시 넘어왔고 생각을 글로 정리할 여유가 없어지며 … 더 읽기

남편의 석사학위

남편의 석사논문이 드디어 책으로 완성됐다. 처음 세브란스에 이직을 준비하면서, 하나님의 마음으로 세우신 세브란스에 정직하고 건강한 하나님의 일꾼 한명 들이시라고 간구했었다. 병원에 막상 입사하니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존재로서 무슨일을 할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결국 답을 내리지 못한채 즐겁게 할 수 있는 공부를 하며 찾아보기로 잠시 결정을 뒤로 미뤘었다. 그리고 논문의 과정, 안할수도 있었지만 하겠다고 선택했다. 이 과정을 지나가야만 할것 같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리고 정말 괴롭게, 힘들게 완성했다.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사는, 누구보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 그 안의 다이아몬드를 발견하고 사귐을 결정했었다. 10년전에. 그는 여전히 물음표 달린 앞길에 답답해하지만, 하나님은 지금도 그를 사용하고 계시며, 길을 예비하고 계신다는 것을 믿는다. 남편 수고했옹♡♡♡ … 더 읽기

소유욕 VS 균형

난 평소에 별로 가지고 싶은게 없다. 남편이 가끔 나에게 선물해주기 위해 뭐가 필요하냐고, 뭐가 가지고 싶냐고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매우 난감하다. 정말 별로 필요한게 없기 때문이다. 그냥 가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그걸 그냥 살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평소에 크게 꿈을 갖지도 않았다. 20대 때는 치열하게 고민도 하고 꿈이라고 설정해보기도 했으나, 요즘은 내 꿈은 오늘을 잘 사는 것으로 설정하고 매일의 삶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때가 되면 기회가 다가오고 길이 열리더라는 것을 삶으로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역량을 내가 오늘 최대한으로 사용하고 발전시키는 것, 그것이 내 꿈이라면 꿈이었다. 어쩌면 그 덕분인건지, 오랜만에 내 마음을 뜨겁게 하고 나의 관심을 사로잡는 기회가 보였다. … 더 읽기

덕업일치業一致

남편이 요근래 매일 같이 언급하던 삶의 모양.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매일같이 괴로워했는데 도대체 여기서 ‘덕’이 뭘 말하는 걸까 찾아봤더니 세상에, 덕후(오타쿠)의 덕질의 ‘덕’ 이었다. 결국 남편은 스피노자의 삶에서 답을 찾았다며 위로받고 있기는 하지만, 난 정말 남편이 덕업일치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정말 즐겁게 빠져서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온몸을 던졌으면 좋겠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돌아보면, 꽤 덕업일치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다. 내가 몸 담을 수 있는 바운더리 안에서 나의 성향과 강점을 최대한 잘 살릴 수 있는, 나름 최고의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것은 분명 하나님의 은혜이다. 나의 영역을 잘 가꿔야지라고만 생각하던 중, 새롭게 가슴 설레게 하는 … 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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