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는 환자가 자기자신을 믿도록 돕는 것이다.

(2022.10.13.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병원에서 이런저런 처치를 하다보면 유난히 겁이 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병원에서 뭔가 해야하고, 그게 자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걸 안다면 싫은게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잘 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유난히 공포에 사로잡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전에는 그렇게 울며불며 몸으로 버티는 아이들을 마주하면, 처음에는 어르고 달래보지만 나중에는 쫒기는 시간에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었습니다. 우리 딸래미 치과 치료 전까지는 말이죠.       제 딸은.. 병원 포비아로 치면 제가 그동안 마주한 모든 아이들 중 최고였습니다. 아마도 충치 치료의 첫 경험이 아이에게 배신감을 줬던게 분명합니다. 제가 고집을 부려 갔던 (수면이나 웃음가스를 하고싶지 않아) 일반 치과에서, 아이에 대해 섬세하게 접근하지 못하고 … Read more

간호는 진정성 있는 눈맞춤이다

(2022.10.12.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전 Jean Watson의 돌봄이론을 좋아합니다. 돌봄이론은 간호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고, 간호사로의 소명을 인식하게 하며, 간호사도 간호를 통해 성장한다고 믿는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왓슨의 돌봄 이론은 하루의 간호를 시작하기에 앞서 성찰할만한 내용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리고 전 그것을 인스타그램에 조금씩 공유를 하며 저 또한 그 내용을 성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오늘 하루 대상자와 진정성 있는 눈맞춤을 하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의 이러한 다짐은 오늘 저의 하루를 조금 더 나은 하루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오늘 마주친 수많은 눈들 중 한 어머니의 눈이 제게 많이 남습니다. 초등학생 2학년이 된 여자아이의 어머니의 눈은, 처음엔 다소 피곤해보이셨습니다. 아이는 다리에 힘이 부족하여 휠체어보행을 하고 있었고, 아이의 … Read more

나, 다니엘 브레이크

(2021.10.30. 페이스북 기록물) “나, 다니엘 브레이크” 라는 영화를 보았다. 다른 무엇보다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복지 신청 과정이 낯설고 복잡해서 다니엘 브레이크가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을 때, 한 사회복지사가 그를 도왔고, 그것을 목격한 그녀의 상사가 그 복지사를 불러 한소리 하는 장면이었다. 내용인 즉은, 그렇게 선넘어서 해주다버릇하면 우리까지 제대로 일을 할수가 없게 돼요. 그 상사 뿐 아니라, 관료제 속에서 부속품같이 일하는 직원들이 한결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었고, 그것은 도움이 필요한 소외된 시민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시스템 속 인간성의 상실. 이 영화를 본 다음날 하루종일 우울했다 그것이 내 안에 더 오래 남아 답답하고 괴로웠던 이유는, 병원 환경에서도 쉽게 경험하는 모습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시스템을 유지하기 … Read more

6개월 동안 6번의 리비전

얼마 전 새벽 출근길에 지도교수님으로부터 한통의 메일이 전달 되었다. 전달해주신 메일은 한참을 기다렸던 저널로부터의 메일이었다. ‘우훗.. 드디어 온건가!!’ 가벼운 마음으로 메일 제목을 클릭했는데, 교수님이 써 보내신 한마디. “리뷰어 3, 정말 너무하네요.”   리뷰어(Reviewer) 3. 낯선 그 이름. 지난 6개월 동안의 6번의 리뷰 라운드 중에 리뷰어 3는 없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너무하게 등장했단다.  뭐가 얼마나 너무하길래.. ? 고쳐야 할 것들을 많이 제시했나?   걱정되는 마음에 전달해주신 메일을 찬찬히 읽어봤는데, 리뷰어 3는 정말 너무했다. 편집자도 정말 너무 했다. 결과는 리젝(Reject)이었다.     솔직히 이번엔 진짜 될 줄 알았다. 실은 한 4번째 정도 라운드부터는 거의 다 됐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리고 이번 투고 직전에는 … Read more

이남인 교수님과 응용현상학

이남인 교수님은 서울대 철학과 교수님이시다. 이남인 교수님은 정말 우연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운명이라고 해도 되겠다. 학위 논문 연구 주제를 정하고, 연구 방법을 질적연구로 하기로 결정한 후,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접근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 유튜브에서 그냥 한번 현상학을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AIR KLASS라는 교육 플랫폼에 ‘간호학과 응용현상학’ 이라는 주제로 패키지 강의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그래도 간호학과 박사과정생인데, ‘간호학과 응용현상학’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강의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 다시 당황스럽긴 하였으나, 연구 방법을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여 수강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남인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다. 놀랍게도 이남인 교수님은 간호학이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와 방향을 아주 잘 알고 계셨다. 응용현상학이 왜 간호학에 … Read more

간호사의 균형감, 돌봄과 돌봄 사이

간호사는 건강 상의 결핍이 있는 사람을 직업적으로 돌보는 사람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언젠가는 죽는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본인 자신을 돌보게 끔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사람이라는 존재는 결코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타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여져 있을 수 있다. 자신을 돌보면서, 타인을 돌본다는 것. 그것은 엄청난 균형감을 요구한다. 일례로 자신만 돌볼 줄 아는 사람은 결코 간호사가 되어서는 안된다. 모든 관심과 에너지가 자신의 안위에만 향해 있다면, 간호사로서 다른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을 자격이 없다. 이는 오히려 악에 가깝다. 그로 인해 수많은 환자가 진정한 돌봄을 받을 기회를 박탈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로 인해 주변의 동료 간호사들도 피해를 입고 제대로 …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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