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하는 코타키나발루 4박5일 결혼 10주년 여행 – 3일차- feat.샹그릴라 탄중아루, 프라이빗 비치, 수영장, 먹방, 반딧불이 투어, 맹글로브 투어, 하이말레이시아, 6월 우기, 비오는 날의 석양.

여기는 코타키나발루. 오늘도 눈은 일찍 떠졌다. 그래도 서아 만큼은 푹 재우고 싶었는데, 나의 인기척 때문인지 아이도 일찍 일어나버렸다. 아이는 일어난 후에도 어제 머리 부딪힌 게 크게 남았는지, 자꾸 머리가 아프다 했다. 어제 많이 놀랐던 건지, 진짜 아픈 건지 확인할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좀 추이를 보기로 했다.

공기가 상쾌하니 업그레이드한 발코니로 성큼 성큼 나가 산책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서아를 데리고 나갔는데, 밝게 깬듯한 아이가 매가리 없이 계속 안아달라고 투정을 부리는 게 아닌가. 피곤해서 그런 것 같긴 한데… 한번 조식을 좀 먹여볼까 하고 데리고 가봤으나 아이는 계속 의자에 누워서 자려고 하고, 몸을 제대로 못가누며 나한테 계속 엉겼다. 불안해졌다. 어제 혹시 머리를 크게 다친 게 아닐까. 결국 나는 조식은 포기하고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나나 남편 둘 다 이미 예민할 대로 예민해져 버렸다.

아침부터 손가락을 필요로 했던 둘째.

조금이라도 재워보려 했으나 아이는 잠에 쉽사리 들지 못했다. 그래서 차라리 기분 좋게 놀아보기로 결정했고, 실제로 아이는 수영복과 튜브를 보더니 에너지를 조금씩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래 놀이와 수영을 하며 에너지를 충전하기 시작했다. 감사..

서우는 어제 만난 친구를 한참이나 기다렸는데 도통 오질 않았다. 아이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며 같이 놀았는데, 다행히 그 둘은 오후가 되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서우의 수영복이 달라져서 그 친구는 서우를 알아보지 못했고, 서우도 긴가민가 하면서 쉽사리 말을 걸지 못했다. 결국 내가 나서 “어제 같이 놀았던 친구지?”하고 말을 걸자 그 아이는 기다렸다는 눈빛으로 끄덕였고, 그 둘은 그렇게 드디어 재회했다. 알고보니 그 친구의 동생이 새벽에 급하게 병원에 다녀오면서 아침엔 놀 정신이 없었다더라. 둘째들은 왜 다 그렇게 아픈걸까…

인생 놀이를 찾음.
같이 놀 친구를 기다리며.
친구와의 재회.
언젠가 다시 만나자 친구야.

어쨌든 그 둘은 그렇게 다시 만나 행복해했으나 이를 어쩌나..우리는 오늘 반딧불이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남편은 속상해 했다. 반딧불이 투어 괜히 하기로 했다고 핀잔을 놓기 시작했다. (으잉..? 어쩌라고..?) 애들이 이제서야 잘 노는데 이걸 끊어야 한다는 게 속상하다며.. 그런데 난 남편이 이제는 바꿀수 없는 예약건을 가지고 짜증을 내는걸 받아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남편에게 확 짜증을 내버렸다. “뭐!! 그래서 어쩌라고!! 가지마!! 그럼 그냥 가지마!!” 남편도 자신이 어이 없는 투정을 부렸다는 것을 인정했는지 금방 수그려주었다.

한편, 우리는 서아를 반디불이투어를 나가기 전까지 푹 재웠다. 그리고 깰 시간에 맞춰 또 한번 “먹방”에다가 잡채와 떡볶이, 간장치킨(마늘치킨 이었나? 하여간 너무 바사삭 맛났다)을 시켰다. 서아는 다행히 적당한 때 깼고 역시 잡채는 성공적이었다(사랑해요 먹방 Mukbang). 푹 자고 일어난 아이가 잘 먹으니 이제야 여행이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아이 컨디션 Ok. Good.

열 No.

뇌진탕 Almost No.

반딧불이 투어는 원래는 제셀톤 포인트(?)인가로 가서 흥정을 해볼 것도 고려해보았으나, 애 둘을 데리고 예약만을 위해 나가는 것도 일일 것 같아 출발하는 날 급하게 하이말레이시아를 통해 예약을 했다. 몇 개 한국 업체가 눈에 띄긴 했는데 하이말레이시아라는 이름이 좀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어쨌든 카톡으로 픽업 안내를 받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로비에 갔더니 우리 넷이 어슬렁하고 로비에 진입하자마자 현지인 가이드가 나에게 지윤혜~? 라며 다가와주었다. 가이드 눈치가 하루이틀이 아니시구만..

그렇게 우린 크고 쾌적한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는데, 가이드가 갑자기 “날씨가 비가 안오길 바란다” 라는 멘트를 날리는게 아닌가? 이 쨍쨍더워 죽는 날씨에 무슨~? 이라는 순간 창에 맺히는 빗방울들..? 이게 무슨일이고? 그리고 머지않아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세상 황당하게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무슨… ㅠㅠ 바리바리 들고와서 숙소에 놓고 온 우비가 너무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비는 좀처럼 멈출생각을 안했다. 비가와도 이런 저런 투어는 진행한다고 미리 알고있긴 했었으나 오늘도 석양은 확실히 나가리일것이었다.

반딧불이 투어 가는 길의 비.

낚시터 같은 집합지에 갔더니 우리 말고도 여러 팀이 더 도착해 있었었다. 간단한 간식과 커피를 마신 후 천막이 달린 편평한 모터배에 탑승을 했다. 다행히 비바람 까지는 아니래서 우비 없이 있어도 크게 비에 젖지는 않을 것 같았다. 우리는 미리 의자에 놓여져 있는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아이용으로 작은거를 달라는 3번의 부탁이 결론적으로 다 무시됐다. 결국 서아는 구멍조끼 없이 내가 옆에 앉혀서 신경쓰며 안고 갔다. 실은 그것을 나는 크게 걱정하진 않았는데, 남편은 내내 불안했단다. 특히 구명조끼 달라는 3번의 부탁이 무시된 후 삔또가 나갔었단다. 이러다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뒤집어지면 가뜩이나 깜깜한 밤에 구조될리가 만무하다며..배에서 몇몇의 사람들이 갑자기 일어나서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면 배가 넘어가는 건 일도 아닐거라며. 하긴..강에서 쉬고 있는 악어를 보니.. 아찔하긴 하다. (그래도 뭐..우리 막내 빼곤 다 구명조끼 입고 있긴 했다..;; 애기 사이즈도 있는 것 같긴 하니, 아이 동반 시 꼭 챙겨 받아 입으시거나 직접 가져가실 것을 추천드린다)

하이말레이시아 투어. 맹글로브 및 반딧불이 투어를 기다리는 집합지에서.
맹글로브 및 반딧불이 투어를 하는 배.
통통배 같았지만 꽤나 스피드가 빨랐다.
악어.. 혹여라도 배가 뒤집히면 큰일나겠다 싶다.

어쨌든 한국인 가이드의 맹글로브나무에 대한 설명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실은 아무기대 없었는데, 이 맹글로브나무의 특성과 가치는 상당히 의미 있었다. 물을 향해 뻗어나가는 나무, 새끼를 낳는(?) 나무, 엄청난 산소의 보고.  그래서 말레이시아에서도 더이상 수출하지 않는다는 나무. 가이드는 그 나무에 둘러싸여있는 그 순간에 복식호흡 하는 것을 잊지말라 강조했다. 공기가 정말 좋았다.

맹글로브의 새끼나무를 들고.
비 가운데 빛을 보여주기 시작한 하늘.

맹글로브 투어를 마친 후 비빔밥과 미역국을 먹었다. 밥은 역시나 흩날렸지만 맛은 꽤 있었다. 그런데 서아가 미역국을 엎어버리는 바람에 옷을 갈아입히느라 선셋포인트를 갈 때는 배의 맨 뒤에 타고 말았다.

그런데 거기는 명당이었다. 엉덩이 마사지 명당. 그곳은 정말 모터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모터의 진동에 엉덩이랑 정수리가 가려웠다. 우리는 어떻게든 그 달달거리는 자리에서 반딧불 투어를 하는 것 만은 피해야 했다.

다행히 우리에겐 선셋포인트가 있었다. 배에서 내렸다가 다시 타는 절호의 기회. 그때를 노리기로 마음 먹었다.

우리의 통통배가 거닐던 강은 바다와 연결되어있었고, 우리가 그 바다에 도착했을 때는 희안하게 비가 멈췄다. 신기한 타이밍에 감사하며 우리는 부랴부랴 가족사진을 남겼다. 여기서 사진 찍는다고 많은 분들이 예쁘게 신경써 입고왔더라. 그러나 우리는 모기 기피를 위한 전투복장으로 왔기에 그냥 기념샷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예쁘게 입고 왔어도 좋았겠다 싶었다. 숙소에서 볼 때와는 확실히 다른 감정이 들더라. 어쨌든 우린 예쁘게 입지도 않았고, 빨리 배를 타야만 했다.

기가 막히게 비가 안 왔다는 것 만으로도 성공적.

급한 보람이 있었는지, 다시 배에 타서는 아까보다는 앞쪽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많은 관광객이 개인 짐으로 자리를 맡아 놓고 석양을 보러 갔던지라, 일단 어디라도 비어있는 앞자리에 자리 잡고 앉은 후, “어? 우리 자리가 어디었더라?”하는 다른 승객의 목소리와 눈빛을 애써 모면해야 했다. 미안.. 어쩔 수 없었어. 우린 애들이 있잖아.

그렇게 우린 약간의 능청과 함께 반딧불이 투어를 시작했다.

이 동네 개똥벌래는 날파리같이 작다했다. 실제로 나무에 조그맣게 전구같이 반짝이는 반딧불이들을 볼 수 있었는데, 가이드가 초록색 불을 비추며 반딧불이를 배로 끌어들였다. 수십마리가 동시에 반짝이며 배로 들어오는 모습은 진풍경이었다. 남편도 나도 아이들도 너무 신기해했다. 다만 서아는 반디불이를 멀리서 볼 땐 좋아 하더니, 반딧불이 제 다리에 앉아 반짝이는 걸 본 이후로는 반딧불이에게 ‘저리가~!!!!’ 하며 반딧불이 날아올 때마다 기겁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내내 나한테 안겨서 반딧불이들에게 “잘있어~ 나는 갈께~ 안녕~”을 연달아 외쳤다는…

한편, 서우 신발에 앉은 반딧불이도 한참을 반짝이다 떠났는데, 이날 반딧불이 비춰져서였을까..서우는 양 발에 합쳐서 스무방이나 모기에게 물려버렸다. 내가 양말을 신겨놨다가 비가 오길래 젖으면 추울까봐 투어 직전에 벗겼는데, 진짜 후회가 막심하다. 전투복을 입으면 뭐해..

어쨌든 코티카니발루의 반딧불이는 사람말을 알아듣는다(는 동심을 우리는 지켜야지). 서우는 특히 행복하자~ 라고 외쳤던 순간의 반딧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배에 탄 우리 모두는 가이드의 구호에 따라 다같이 반딧불이를 향해  “마리마리~ 찐따~ 우리가족 사랑해~ 행복하자~ 자기이름 부르며 ○○야 사랑해~ “라는 등 신나게 외쳤고, 그때마다 반딧불이가 반짝이며 우리에게 날아왔다. 마지막에는 엄청나게 많은 반딧불이가 동시에 한번 반짝였는데, 남편은 조명을 달아놓은 것 같다 하였고 난 설마.. 하는 그런 상태이다. 그것의 정체는 뭐였을까..조명이었을까 반딧불이었을까? 조명이라기에도 너무 많았고, 반딧불이라기에도 너무 많았다. 그게 뭐래도.. 반딧불이인걸로 하자.

이렇게 반딧불이 투어 패키지가 끝났는데, 남편은 투어 끝에 “비싼 돈 주더라도 한국인 가이드를 해야 하는 이유를 알겠다”고 했다. 가이드의 설명과 적당한 텐션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여기와서 계속 예민했던 남편으로부터 긍정적 코멘트를 받으니 뭔가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우린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숙소로 돌아왔고, 남편은 여기와서 삼일 동안 망고를 못먹은 게 도대체 말이 되냐고 상심해하다 결국 홀로 필리피노 마켓에 가서 망고 한무데기를 썰어왔다.

와.. 이제야 좀 휴가 같다.

코타키나발루 6월 우기, 비오는 날의 석양

<여행비용: 3일자 지출>

하이말레이시아 반딧불이 투어(성인 2인, 아동 1인, 유아 1인): 계약금 45,000원 + 현장 지급 (360링깃) 105,000원 = 150,000원
먹방(잡채+밥+떡볶이+간장치킨) : 17,556원

아이들과 함께하는 코타키나발루 4박5일 결혼 10주년 여행 – 2일차- feat.가야스트리트, 선데이마켓, 이펑락사, 샹그릴라 탄중아루 탄중씨뷰,먹방, 도미노피자, 그랩, 여행비용

아침은 다행히 맑았다.
일기예보 상 일주일 내내 강수확률 8-90프로를 보고 온 상황에서, 비오지 않는 아침을 맞이할수 있는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천천히 일어난것 같은데도 한국보다 1시간 느린 덕분에 우리의 아침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남편이 알아본 맛집이 숙소 근처에 있다 했다. 식사하기 위해 나와보니, 아침부터 거리가 많이 분주해보였다. 알고보니 장이 서는 날. 운이 좋은건지, 의도치 않게 가야스트리트 선데이마켓을 마주하게 되었다. 여러 일상 용품도 팔고, 기념품같은것도 팔고 그러긴 했는데.. 언뜻 보기에 눈에 딱 들어오는 것도 없고, 무엇보다 이 찌는 더위가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아서 인파를 뚫고 앞으로 나가기에 바빴다. 심지어 서아가 계속 안아달라는 통에.. 정신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조금 덜 덥고, 서아가 보채지만 않았다면.. 여름 휴가용 원피스 몇벌은 기념품처럼 샀을수도 있을것 같긴 하다. 어쨌든 우리는 밥집으로 고고.

가야스트리트 선데이마켓, 의도치 않은 보너스를 받은 기분.

남편이 일아봤다는 락사 맛집(이펑락사)이라는 곳에 갔는데, 이른 시간부터 웨이팅이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먹어봐야지. 다행히 순환율이 높아서 금방 들어가긴 했는데.. 음.. 뭐랄까.. 양도 너무 소박하고..맛도 좀 별로였다. 한국인들이 많이 먹는다는 걸 시키긴 했는데, 서우도 국수는 맛이 이상하고 밥은 탄맛만 났단다. 음.. 그리고 서아는 거의 입에 대지를 않았다. 우리 입맛엔 좀 아닌걸로.. 그래도 서우가 “서우 용돈”으로 산 우리의 “현지식 첫 끼”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이펑락사. 국수 깨작. 젓가락질하길 좋아하는 28개월 여아.
이펑락사. 할머니가 주신 용돈으로 한국에서 진작에 환전을 해온 첫째가 쏘는 첫 현지식!
이펑락사. 맛은 뭐.. 그럭저럭.. 현지 분위기 느낄 수 있어 좋았음.

다시 숙소쪽으로 돌아오는 길은 거의 사람에 밀려서 가야하는 수준으로 혼잡해져있었다. 서아는 졸려서 정신을 못차리는 상태. 인파에 치여 밀려밀려 앞으로 가다가, 등의 인기척이 괜시리 좀 싸해서 허리 뒤로 가버린 핸드백을 앞으로 확 돌렸는데.. 소름.. 핸드백 지퍼가 열려있었다. 분명히 닫아놓았었는데..우리가족이 환전하기로 하고 뽑아돈 돈 전부와 신용카드, 심지어 서우지갑, 핸드폰이 떡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다. 계속 앞으로 걸으며 모든 게 다 무사하다는 것을 0.2초만에 파악한 후, 인기척을 낸 대상자와 최대한 멀리 빨리 가야겠다 판단하고 발걸음을 빨리 옮겼다. 몇미터 앞으로 간 후 인파에서 떨어져서 모든게 다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남편에게 가방을 넘겼다. 끝도없이 안아달라며 엉기는 둘째와 돈을 동시에 간수하는게 어려울 것 같았다. 아찔했지만 감사했다. 우리의 여행의 시작이 괴로워질뻔 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마음을 추스린 후 목이 말라 호텔 앞에 위치한 카페로 들어갔다. 올드타운커피. 이게 여기있었네. 숙소 참 잘 잡았다.

식스티3 앞 올드타운커피. 에어컨 너무 좋아. 더위 탈출. 애들은 영혼 가출.
커피는 남편이 라떼랑 가장 비슷하다는 걸 시켜왔는데 왠지모르게 맥심 커피 같았다.

땀을 좀 식힌 후 숙소에 돌아왔는데, 식스티3 건물 입구의 유리가 완전히 아작이 나있었다. 무슨 차량이 급발진 한 것 같이 유리가 통째로 깨져있었는데 한국인 여행객의 이슈였던듯 했다. 한분이 머리로 유리를 깨게 된건지 온가족이 그분의 머리를 살펴보며 발을 동동구르고 있었다. 유리를 피해가며 겨우걸어서 우리 숙소로 들어갔는데,괜찮냐고 말한마디 못걸었던게 뒤늦게 내심 죄송했다. 잘 해결되셨는지요..

그랩 기다리며.
식스티3 건너편의 포토존에서.
그랩 기다리며. 날씨 맑음.

빨리 이 찜통더위를 해결하러 숙소에 가서 수영하자 하고 짐을 싸고 그랩을 불러 출발했는데, 찜통 더위가 황당해하게 비가 어마무시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보통 동남아에서 경험했던 스콜은 전반적으로 맑은 하늘에서 내리는 소낙비였는데, 이 비는 먹구름을 같이 몰고온 비였다. 이럴줄 알았으면 밖에서 점심이라도 먹고 오는건데.. 방 입실 시간을 기다리며 가장 가성비 없고 후회되는 식사를 하게 되었다.. 로비에 붙어있는 식당이었는데 미니햄버거랑 코리안스타일 치킨, 그리고 새우가 들어간 스프링롤, 마실것 4잔을 시켰는대 무려 7만원돈이 나왔고.. 코리안스타일 치킨 때문에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 느껴졌다. 살다살다 그런 이상한 맛의 양념치킨은 처음 먹어본다.

로비의 식당에 앉아 밥을 기다리며.
제일 비싸게 먹었던 식사. 코리안 스타일 치킨은 제발 먹지 마세요.

그래도 돈값만큼은 써야지. 뷰 좋은 레스토랑에서 한참 비멍을 하며 앉아있다가 업그레이드를 한 방으로 입실했다. 업그레이드를 받았으면 좋았을테지만, 그런 호사는 벌어지지 않았고 내돈내산으로 박당 6만원돈을 더 주고 업그레이드를 했다. 원래는 키나발루 씨윙이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을 데리고는 1층이 나을것 같아 탄중윙 씨뷰로 옮겼다. 발코니는 넓었고, 입실후에도 틈틈히 비멍을 하기에 좋았다.

그런데 비가 좀 잦아들어서 남편이 첫째데리고 수영장을 가보겠다 했다. 나는 그래서 흐리긴 하지만 둘째를 데리고 모래놀이를 하기로 했다. 모래놀이는 챙겨오길 잘했다. 리조트에 있는 프라이빗 비치는 아이가 놀기에 아주 적당했다. 요상하게 기운 없어하던 아이가 모래놀이라도 하는 걸 보니 행복해졌다. 바닷물은 비가 한참 왔는데도 따뜻해서 발 담구고 놀기에도 좋았다. 첫째랑 남편도 미끄럼틀 타며 좋아했다. 수영장 물도 따뜻하다고 어서 오라며 아주 신났다. 그래서 아이 몸의 모래를 물로 씻고 수영장을 갔는데 진짜 따뜻했다. 서아도 조금씩 눈치를 보다 적응을 했고, 서우는 또래 여자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도 6살배기 동생이 있긴 했지만 같이 놀 또래를 찾고 있는듯 했다. 둘은 마음이 잘 통했는지 짧고 굵게 놀고 내일 다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그 사이 난 혼자 서아를 씻기다 욕조에서 미끄러져서 손가락을 베었다..

구름 아래 촉촉한 비를 맞으며 수영하기 좋았던 날.
너는 무슨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들어와서 씻을때 보니 또 비가 좀 굵어지는 듯 했다. 그렇게 코타키나발루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어떤 석양도 보려주지 않았다.

저녁은 아무래도 서아를 위해 한식을 시켜먹기로 했다. 먹방이라는 한식집이었는데, 진짜 괜찮았다. 밥이야 뭐 날리는 건 어쩔수 없었으나, 잡채랑 마늘맛 치킨, 불닭볶음면. 모두 성공적이었다. 특히 서아가 이제야 제대로된 식사를 했다. 입맛 까다로운 녀석.. 드디어 한끼 먹어 너무 다행이었다. 아! 그리고 도미노 피자도 시켰었지.. 이건 황당하게 그랩기사한테 전화도 못받았는데 배달 완료로 떠서 우리의 짜증을 돋군사건이었다. 리셉션에 나가봤더니 도미노가 그런 사건이 많으니, 그랩에서 나중에 어떻개든 환불을 해주긴 할거라고 해서 포기했었다. 그런데 한 10시쯤 갑자기 방으로 전화가 왔다. 알고보니 그랩기사가 벨보이 구역에 던져두고 떠났던 모양이다. 뒤늦게야 방번호 확인하고 연락이 온것.. 배민이었으면 이래도 환불 받을수 있었겠지. 그랩은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모르겠다. 하아.. 식은 피자..

코타키나발루 한식집 “먹방”
잡채와 간장치킨 강추
그랩 기사가 그냥 던져놓고 가서 3시간 후 발견된 도미노피자. 도미노피자는 그랩 관련해서 여러 문제가 많단다. 비추.

그 와중에 벌어진 사건.. 서아에게 두번의 낙상사고가 발생했다. 한번은 침대에 앉아있다가 뒤로 넘어갔고, 한번은 또 침대에 앉아있다가 옆으로 굴러떨어졌다. 침대가드를 안한 쪽에서 생긴, 심장 떨어지는 사건이었다. 샹그릴라 탄중아루 침대.. 폭신하고 좋지만 너무 높았다.  나와 남편은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이렇게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둘째날이 비와 함께 저물었다. 일이.. 아니.. 추억 할 거리가 많다.

침대 가드를 설치해두었긴 했는데,
사방에 둘려쳐야 했나보다.

<여행비용: 2일자 지출>

올드타운 커피(커피 두잔, 음료 한잔, 빵 한개): 11,062원
그랩(식스티3에서 샹그릴라 탄중아루): 4,666원
호텔 방 업그레이드 비용(키나발루 씨뷰 –> 탄중 씨뷰): 1박당 약 49000원, 3박에 147,000원
가성비 최악의 리조트 점심(스프링롤, 미니버거, 감자튀김, 치킨, 음료 4잔): 72.589원
리조트 풀바의 아이스크림 1개: 5,531원
식은 도미노피자(라지 한판): 13,502원
먹방(잡채, 밥, 치킨, 불닭볶음면): 13,502원

아이들과 함께하는 코타키나발루 4박5일 결혼 10주년 여행 – 1일차- feat.6월, 감기, 티웨이, 식스티3, 여행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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