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는 진정성 있는 눈맞춤이다

전 Jean Watson의 돌봄이론을 좋아합니다.

돌봄이론은
간호의 본질을 생각하게 하고,
간호사로의 소명을 인식하게 하며,
간호사도 간호를 통해 성장한다고 믿는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왓슨의 돌봄 이론은 하루의 간호를 시작하기에 앞서 성찰할만한 내용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그리고 전 그것을 인스타그램에 조금씩 공유를 하며 저 또한 그 내용을 성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오늘 하루 대상자와 진정성 있는 눈맞춤을 하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의 이러한 다짐은 오늘 저의 하루를 조금 더 나은 하루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오늘 마주친 수많은 눈들 중 한 어머니의 눈이 제게 많이 남습니다. 초등학생 2학년이 된 여자아이의 어머니의 눈은, 처음엔 다소 피곤해보이셨습니다.

아이는 다리에 힘이 부족하여 휠체어보행을 하고 있었고, 아이의 어머니는 여전히 하루 종일 아이의 도뇨를 직접 해주고 계셨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 있을 때라도 도뇨시간이 되면 잠시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도뇨를 한 후 다시 학교에 데려다 주시는 상황이었습니다.

아..  오롯이 아이만 지켜내는 삶을 살고 계시는구나.

아이 어머니는 저의 “OO이도 혼자 도뇨할 때가 되었어요.”라는 질문에 당황하시며 왜 이 휠체어를 보지 못하냐는 듯한 눈빛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OO는 다리에 힘이 없어요.”

“우리 이분척추증이 있는 아이들중에는 OO이같이 휠체어보행을 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어요. 그리고 스스로 도뇨도 매우 잘하구요. OO이도 팔의 힘으로 변기에 앉는 연습먼저 시작해보면 좋을것 같아요.”

아이 어머니는 처음엔 믿기 어렵다는 눈빛을 보이셨지만 저의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계속 들으시더니 조금씩 귀를 더 기울여주셨습니다.

“정말 잘 할 수 있어요. 코로나 이전같으면 캠프를 같이 가서 언니들 보면서 배워봐도 좋을텐데..

OO야. 이제 OO도 스스로 도뇨할 때가 되었어. 실은 이미 늦었어. 이미 충분히 언니가 되었거든. 지금부터라도 우리 조금씩 연습해서 고학년이 되거든 혼자 해보는걸 목표로 해보자. 우선 화장실에서 혼자 앉는것부터 연습 해보는거야!!.”

다행이 아이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이 어머니께서는 이전에는 인터넷 자조모임 커뮤니티에 들어가면 정신건강에 너무 안좋은것 같아서 일부러 외면했었다고 하셨습니다.

아이 어머니께서 충분히 그러실 수 있으나, 자조모임을 통해서 아이가 얻는 부분이 분명히 클 수 있음을.. 그곳을 통해 OO이가 자신과 비슷한 질병을 가진 친구들이 세상에 분명히 존재하고 아주 행복하게 잘 살수 있음을 알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말씀드리자, 아이 어머니께서는 공감이 되며 기대된다는 듯한 눈빛을 하시며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리고 그 카페를 직접 찾아 여기가 맞나 저에게 확인을 하셨습니다.

아이 어머니는 여러가지 상담을 마친후 나가시기 전에  약간 붉어진 눈빛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아이를 못떼어놓았던것 같아요.”

“네 맞아요. 아이는 충분히 잘 할 수 있어요. 믿어주셔도 돼요.”

아이 어머니는 여러가지 TO DO LISTS를 가지고 집으로 향하게 되셨지만, 전 그분의 뒷모습을 보며 조금은 힘을 얻고 가시는구나 하고 느끼며 마음 한켠이 채워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좋은 하루였습니다.

(2022.10.12.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좋은 소식

좋은 소식입니다.

일상에서 소변줄로 소변을 스스로 빼야하는 (자가 도뇨) 사람들이 있는데 혹시 들어보셨나요? 너무 이상하게 느껴지시지요..?

소변 보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수 있을까 싶지만, 하루 대여섯번 소변줄로 소변을 빼야만 합니다. 살기 위해서요.

그리고 평생 요실금으로 패드나 기저귀를 착용해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모자라서가 아니라, 자기관리 안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태어나서, 혹은 그렇게 되도록 다쳐서..(누구라도 그렇게 태어날수 있고, 누구라도 그렇게 다칠수 있습니다).

남들에겐 자연스러운 배뇨훈련이라지만.. 그게 의지와 다르게 안되고, 남들처럼 쉽게 할 수 없는 특별한 기술이 되어버려서, 남들 모르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정말 그럴수 있을까 싶으시지요?

제가 매일 만나는 친구들입니다.

그렇게 남들과 다른 하루를 매일같이 살아내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안타까웠던 사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질환을 국가도 잘 보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감사한 것은 2012년, 환자 및 보호자, 한상원 교수님과 최은경 교수님의 헌신으로 선천적 질환 자가 도뇨 소모성 재료에 대한 급여 지원 시행이 시작된 바 있었고, 이는 2017년엔 후천적 질환까지도 확대 적용되었습니다. 정말 환자 보호자에겐 엄청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평생 도뇨를 해야해도,

평생 소변이 그냥 나와도..

장애는 아니었습니다.

왜 아닐까.. 왜 아니어야 할까??

대부분의 도뇨하시는 분들이 이미 ‘마비’ 관련으로 장애를 받으셔서, 추가로 장애 명목을 만들어야 하는 니즈가 없었기 때문인걸까… 라는 나름의 추론 후, 우리 소수정예 선천적 질환 친구들은 얼마나 더 힘을 모아야 이게 가능해질까 싶었고, 항상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어느 젊은 청년 환자분이 개정된 사항을 봤다고 문의전화를 줬고 , 아직까지 들은건 없다고 전화를 마무리하고 끊었는데..

설마 하는 마음으로 찾아봤더니!!

정말??!!

심사 기준이 생겼고 공포되었습니다!! 바로 어제!!!

이게 뭐 대단한거냐고,

장애등록을 해준다 해도 안하고 싶은 사람도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자녀가 어릴땐 ‘내가 다 해주면 되지’ 라고 생각했지만, 아이가 커가는 걸 보면서 새로 생길수밖에 없는.. ‘내가 없을때 우리 아들딸들은 괜찮을까, 사회적으로 배려 받을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하며 노심초사 무겁게 근심하시던 부모님들의 간절함과 미안함을 알기에..

이런 사회적 관심과 배려는 너무 기쁘고 감사한일입니다.

전 멀리서 환자만 보고, 마음만 있었지, 이런일이 진행이 되는줄도 모르고, 아무것도 못했는데..ㅠㅠ 애써주신 모든 분들과 정책적 의사결정을 내려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1.4.14. 페이스북 기록물)

섣부른 판단

판단: 개개의 사실이나 의문에 대하여 단정하는 작용

오늘 내게 주어진 업무 중 가장 당혹스러웠던 업무는 입원중인 청소년 환자인 K에게 자가 도뇨를 교육해달라는 과제였다. 내게 업무를 전달하며 부탁한 이도 나의 황당함을 미리 감지했는지 “아무래도 안되긴 하겠지만, 시도는 해봐야 할것 같으니 부탁한다.”라며 어차피 버리게 될것 같은 시간에 미리 사과하는 듯 했다.

내가 그 아이를 경험해본 적은 한차례 있었는데 도저히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 같아 보였다.

눈빛은 허공을 바라보거나 눈마주침을 피했고, 질문에는 전혀 리액션이 없었고, 뭔가 말을 하는 듯 할때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이의 상태를 검사하기 위해 “기침 해볼래?”, “배에 힘 줘볼래?” 등의 행동을 요청할때는 전혀 반응하지 않고 기분 나쁘다는 듯이 몸을 비틀곤 했다.

그런데 그 아이에게 스스로 도뇨하는 법을 알려주라는 것이었다.

될까..?

자가도뇨 교육을 하더라도 3-4주 정도 계획을 잡고 점진적으로 하나씩 해나가야겠다 마음을 먹은 후 매주 성취해나가야 할 단계를 적어 프린트해놓고 아이와 엄마를 맞이했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가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말씀하시길, 학교에선 본인이 혼자 한다고 들으셨다는 것이었다. 집에서는 혼자 절대로 안해서 진짜 하는 것은 못보긴 했지만..

난 놀라서 ‘여러’차례 “보조 교사 선생님이 해주시는게 아니라구요? 정말 본인이 한다고 들으셨어요?”라고 되물었다. 난 K뿐만 아니라 엄마의 느린 톤의 목소리로 엄마까지 이미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후, 아이는 매우 느린 속도긴 하였지만 정확하게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자가도뇨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카테터는 어떻게 준비하고, 윤활젤리는 어떻게 짜두고, 장갑은 어떻게 준비해두고, 기저귀는 어떻게 풀러서 준비해두고.. 느리지만 분명한 자신만의 프로세스가 있었다.

엄마도 ‘”너 장갑 끝은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잖아~ 엄마 그렇게 안하잖아.” 라며 도뇨관을 잡게되는 손의 청결에 대해 느리지만 정확한 지적의 목소리를 내며 아이를 교육했다.

“K! 정말 잘하네! 바로 그거야. 그렇게 앞으로도 꾸준히 집에서도 해봐야해!!.”라며 감동해하는 나의 얼굴을 보는 엄마의 얼굴에서도 안도감을, 아이의 눈빛에서도 부드러움을 감지할수도 있었다.

하지만 남은 부끄러움은 나의 몫이였다. 나의 어줍잖은 판단으로 아이가 홀로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한번의 기회를 소멸시킬뻔 했다. 진심으로 부끄러웠다. 내가 뭐길래 겉모습으로 수준을 판단하는가. 내가 정말 싫어하는 성질인데, 나에게서 오늘 또 발견했다.

의료진으로서, 그리고 그리스도인으로서 경계해야 할 성질이다.

형제 여러분, 영광스러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답게 여러분은 사람의 겉모양만 보지마십시오.
야고보서 2:1 KLB

(2019.07.30. 페이스북 기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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