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그룹 인터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오늘 간호대학 질적연구 수업에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의 최문희 박사님께서 오셔서 포커스그룹인터뷰(FGI)에 대해 정말 생생하고도 심도 깊은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안그래도 최근, 질적 연구 수업을 듣지도 않은 상태에서 혼합연구방식의 연구법을 선택했었습니다.
우선적으로는 익숙하게 연구 계획에 따라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FGI는 책을 보며 준비하고 진행을 했던터라 (그것도 지난주 토요일까지) 박사님의 강의는 정말 많은걸 깨닫고 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전 그저 FGI는 그동안 탐구되어보지 않은 주제 (10여년 전 대변관리 방식으로 하행성 대용량 관장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던 이분척추증을 가진 아동이 경험한 관장의 효과와 대변관리 관련 삶의 질) 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서로의 경험을 들으며 더욱 개인적인 경험을 끌어내게 하는 방식으로 더욱 생생한 경험적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박사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놓치지 말고 가져가야 할 연구자적 초점을 강조하셨는데, 바로 인터뷰 사이 발생하는 그룹 내 상호작용 이었습니다.  개인이 돌아가며 각자 이야기하는 것은 초점그룹인터뷰의 가치를 살릴수 없고, 서로가 주고받는 영향과 역동을 잘 캐치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네번의 소그룹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룹별 특성에 따라 볼 수 있었던 상호작용의 특성이 확실히 다르긴 했었습니다. 다만 그것에 대해 인터뷰 중과 직후에 면밀하게 따져보려고 하진 않았어서, 그 역동을 돌이켜 생각해보려니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여자 청소년들 간, 남자 청소년들 간, 성인 여자 간, 성인 남자 간 보여준 상호작용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이건 나중에 논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하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제가 더 집중해서 사회를 봤더라면 더 풍성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도 있었을 갓 같습니다.

기회가 되어 또 FGI를 할 기회가 생기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학기는 질적 연구의 학기인것 같습니다. 질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게, 이미 진행중이던 질적 연구도 있고, 질적 연구 문헌을 통합하는 작업도 해야 하고, 그룹 프로젝으로 질적 연구를 하나 새로 수행도 해야하고, 별도의 질적 연구 강의도 수강할 계획도 하고 있습니다.

연구자 자신이 도구가 된다는 질적연구는, 그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고 도전이 됩니다. 한편 그만큼 연구자에 대한 신뢰를 세상에 쌓아야 한다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이 질적 연구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어떤 연구자가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양적 언구를 할땐 그게 너무너무 재밌고, 질적 연구를 배워보니 이것도 너무 매력적입니다.

어쨌든 이번 학기는 질적연구에 풍덩 빠져볼 생각입니다.

(2023.03.16. 티스토리 블로그 기록물)

윤리적으로 질적연구 수행하기 (1). 익명성 지키기는 쉬운가, 어려운가?

연구에서 “익명성”을 지킨다는 것.

쉬울까요, 어려울까요?

질적연구에서 익명성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

한번은 대학원 동료로부터 어떤 사례를 들었었습니다.

해당 연구에서 대상자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아 어떤 인터넷 자조모임 카페를 통해 모집을 했다고 합니다. 모집이 쉽진 않았지만 어떻게 어떻게 되었고, 인터뷰를 잘 진행하게 되었고, 연구 결과를 보고할 때도 일반적인 질적 연구 보고와 같이 실제로 대상자가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하여 보고했다고 합니다. 물론 익명으로 보고가 되었지요.

그런데 그 연구가 보고된 이후, 참여자로부터 문제제기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렇게까지 자신이 한 말이 그대로 인용될 줄은 몰랐다구요.

그 이후 다시는 그 자조모임 카페에서 연구 관련 모집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요?

전 다음과 같이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1. 사전에 연구자가 대상자에게 녹취된 내용이 그대로 인용될 것이란 것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했을 것이다
  2. 실제로 익명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을 것이다.

1번이라면 아마도 대상자에게 연구를 설명할 때, “익명성”이 지켜진다는 것은 강조하면서도 “인용문”이 그대로 보고될 것이란 것은 강조하지 못하면서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상자에게 연구를 설명할 때 이 부분을 최대한 강조하여 인지하실 수 있게끔 하고 있습니다.

2번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럴수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연구자가 전혀 의도치 않았더라도 까딱하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일반적으로 질적연구에서 “익명성”을 지킨다고 하면, 그 내용을 누가 말했는지에 대해 인용하면서 가명을 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구 대상자가 희귀하거나, 특수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집단이 좁을 수록 익명에 가려져 있는 대상자를 특정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구 보고서에는 대상자의 특성이 별도로 보고가 되기도 하고, A라는 사람이 언급한 말 몇 마디에 A가 누구인지 금새 추측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한 다른 이야기들이 줄줄이 다 노출이 되버릴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저렇게 인터넷 카페를 통해 모집을 했고, 누가 그 연구에 참여했는지를 어느 정도 알거나 추측할 수 있는 경우에는 더욱이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 보고를 할 때 익명성은 단순히 가명을 쓰는 것으로 커버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대상자 자신이, 원치 않게 공중에 드러났다고 느끼게 됐다면, 그 연구는 분명 윤리적이지 않은 연구가 되어 버립니다. 연구자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말입니다. 이를 연구자가 뒤늦게 알게된다면.. 정말 큰 죄책감을 갖게 되겠지요.

Confidentiality is a separate issue from anonymity but also important. In
research where words and ideas from participants are used, full confidentiality cannot be promised, especially as qualitative research contains quotes from the interview data. In these studies, confidentiality means researchers keep confidential that which the participant does not wish to disclose to others. Patients, in particular, sometimes disclose intimate details of their lives which the researcher cannot divulge, although the information could be useful for the research. Hammersley and Traianou (2012) discuss the issue of privacy in particular as qualitative research often involves inner feelings and thoughts of participants.

Holloway, I., & Galvin, K. (2023). Qualitative research in nursing and healthcare. John Wiley & Sons.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요?

첫째로, 이 연구에서 인용문이 익명으로 인용될 수 있음을 대상자가 분명히 인지할 수 있게끔 설명해야 합니다.

둘째로, 질적연구는 반복적인 동의의 과정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대상자가 연구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하여 모든 것이 다 허용되는 건 아닙니다. 물론 우리는 대상자가 연구동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연구 참여는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고 미리 안내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인터뷰 중 취소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인터뷰 녹취가 끝난 후에 취소하는 것일 수도 있고, 연구 분석이 끝난 후 연구 보고 직전에 취소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하고, 대상자에게 그럴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합니다. 즉, 연구가 보고되는 시점까지 대상자가 그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끔 해야합니다. 분석 결과가 대상자의 의도와 다르지 않은지도 검토받아야 하고, 보고가 되기 전에 어떻게 보고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검토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Consent in qualitative research is an ongoing process. Whilst consent may be implied in one phase of the research, it cannot be assumed at another stage when the researcher’s ideas change on the basis of the information provided, or indeed, when participants change their minds. Thus, consent is not a once and forever agreement by participants but requires ongoing consent. For a discussion of the complexity of these staged issues in relation to negotiating the journey of a qualitative research study, see Redwood and Todres (2006).

Holloway, I., & Galvin, K. (2023). Qualitative research in nursing and healthcare. John Wiley & Sons.

그리고 참가자를 식별할 수 없도록 참가자에 대한 사소한 정보를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경우에서는 나이가 연구에서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면 모든 참가자의 나이를 2-3세 정도 변경하기도 합니다(이 또한 대상자의 동의가 있어야겠지요?). 대상자가 동의한 연구자만이 정확한 신원과 녹취록, 분석보고서를 일치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Researchers sometimes change minor details about the participants so that they cannot be identified. For instance, researchers may change the age of all participants by two or three years when age is not an important factor in the research (Archbold, 1986). This of course must be reported in the research account without giving exact particulars. Only the researcher should be able to match the real names and identities with the tapes, report or description.

Holloway, I., & Galvin, K. (2023). Qualitative research in nursing and healthcare. John Wiley & Sons.

저도 희귀한 질환을 가진 대상자를 연구하다보니, 이런 부분에 특히 더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요한 내용을 사실적으로 보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참여자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가장 안전할 수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중요한 순간 순간에 (분석&보고)에 대상자에게 확인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일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다행히 처음 연구 동의를 구할 때, 향후 “의미 검토 과정”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동의를 받아 두었습니다. 원래는 현상학적으로 “상호주관적 검증”을 위해 넣어둔 장치였는데 (일반적으로는 삼각검증의 목적으로 넣어둘 수 있겠지요), 윤리적으로도 맞는 것 같습니다. 이 때, 어떤 식으로 인용문이 보고가 될 예정인지에 대해서도 확인을 받으려고 합니다.

아! 이런 향후 추가 연락에 대해 미리 동의를 받아두는 것도 중요한데, 왜냐면 대상자는 인터뷰 이후에는 다시 연구와 관련하여 일절 연락 받길 원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 참여자를 지키면서 연구하기.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현상학적 질적연구를 한다면 이 학교 이름 정도는 알아야지! – 듀케인 대학교(Duquesne University)-

미국 펜실베니아의 피츠버그에는 미국의 유일한 성령수도회(Congregation of the Holy Spirit) 소속 교육기관인 듀케인 대학교가 있습니다.

만약 현상학적 체험연구(질적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이 대학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

경험과학을 하는 학계에서 현상학을 수용하여 탐구할 때 방법론적으로 많이 따르는 학자인 반 캄(van Kaam), 지오르지(Giorigi), 콜라지(Colaizzi)가 모두 이 듀케인 학교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반 캄과 지오르지는 심리학의 “듀케인 학파”의 창립 멤버였고, 이곳에서 “심리학을 위한 현상학적 방법”을 공식화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Adrian van Kaam (반 캄)

1920년도에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반캄은 가톨릭 사제이며, 성령수도회(Congregation of the Holy Spirit) 소속이자 신학교의 교수였습니다. 그러다 반캄은 미국 피츠버그의 성령수도회 소속 교육기관인 듀케인 대학교에 1954년에 파견이 되었는데, 신학(영성 형성)을 가르치기 위한 것인 줄 알았으나 도착하고보니 총장이 그에게 심리학과를 맡아달라고 했다고 했습니다.

심리학 경험이 없던 그는 이에 따라 미국 전역을 다니며 칼 로저스(Carl Rogers)와 에릭 에릭슨에게 심리학(Erik Erikson)을 배우고, 따뜻한 교제를 나누었으나

Karl Rogers
Person-Centered Approach,
인본주의&윤리적 심리학

Erik Erikson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그들의 접근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영어에 능통했던 반캄은 당시 영어로 충분히 번역되지 않았던 현상학에서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정말로 이해 받는다는 경험”에 대한 탐색을 통해 현상학을 적용하였고, 이것으로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게 됩니다.

KAAM, A. L. (1959). Phenomenal analysis: Exemplified by a study of the experience of” really feeling understood”. Journal of Individual Psychology15(1), 66.
이 논문은 데이터베이스 “https://www.proquest.com/” 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연구로 인하여 반캄은 현상학을 심리학에 명시적으로 연결시켜 발전시키기 시작한 첫번째 연구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의 문헌에서 후설의 이름은 단 한 차례만 거명되고 있다고 하네요.

Amedeo Giorgi (지오르지)

Amedeo Giorgi

여전히 현역 교수로 샌프란시스코의 세이브룩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지오르지는 포드햄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맨해튼 칼리지와 듀케인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원래 양적 연구방법을 토대로 하는 정신물리학의 전문가였으나,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그는 주류 심리학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면서 대안적 방식으로 철학적 현상학을 채택하였고 현상학적 심리학의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반캄과 함께 심리학의 “듀케인 학파”를 창립하였으며, 한편 그는 반캄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후설의 현상학을 언급하고 그 근본정신을 살려나간 학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여전히 심리학에 대한 현상학적 접근의 가치를 입증하는 논문을 계속해서 작성하고 있으며 칼 로저스(Karl Rogers)와 프리츠 펄스(Friedrich (Frederick) Salomon Perls, 게슈탈트 요법)와 같은 저명한 선구자들과 함께 인본주의 심리학 운동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Paul Francis Colaizzi (콜레지)

지오르지의 제자인 콜레지는 듀케인 대학에서 심리학&철학의 학사&석사, 현상학적 심리학에 대한 박사를 받았으며, 이러한 연구를 종합해서 1973년에는 “심리학에서의 반성과 연구: 배움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라는 저서를 출간했습니다.

Colaizzi의 “Reflection and research in psychology”는 대학교 도서관에서 대출 가능합니다.

이 저서는 반캄의 방법이 지닌 한계를 보완하여 배움이라는 현상에 대한 경험적 심리학적 연구 수행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절차가 다소 복잡하여 이 연구보다는 1978년에 발표한 논문에서의 방법이 주요 수용되어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Colaizzi, P. F. (1978). Psychological research as the phenomenologist views it. – 그런데 원문을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는 못찾았습니다). 콜레지 선생님은 2010년에 72세의 나이로 별세하셨네요.

정리

미국에서 심리학적 현상학이 붐을 일으켰고, 이것이 간호학에까지 흘러올 수 있었던 것(참고: 간호학이 현상학을 만났을 때)은 네덜란드 신학자이자 다국어에 능통했던 반캄 신부가 듀케인 대학교로 오게 된 것이 중요한 계기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가 없겠습니다.

펜실베니아에는 듀케인 대학교가 있습니다.

Reference

Adrian van Kaam – Wikipedia

DanielBurstonPh.D. (2008) Adrian van Kaam, (1920–2007), , 36:1, 90-91,
DOI: 10.1080/08873260701829225

Amedeo Giorgi, PhD – University Professors Press

이남인(2005), 현상학과 질적연구, 한길사

나에게 현상학적 질적연구란 (2): 인터뷰 대상자 모집하기

학위 논문 연구계획서에 대한 IRB 승인 이후, 본격적으로 인터뷰 대상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두 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했고, 두 명의 인터뷰 날짜를 추가로 잡아 놓은 상태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첫 두 분은, 나의 인터뷰 요청에 바로 흔쾌히 응해주셨다. 이미 어느 정도 라포가 형성되었던 분들이라 그런지, 정말 기꺼히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특히 “전 당연히 해야죠” 라는 말씀과 함께, “전 언제나 선생님을 지지해요.”라고 해주신 첫 번째 대상자의 격려는 연구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정말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세번째.. 네번째 요청까지는.. 너무 감사하게도 바로 수락을 해주셨다.

그런데 다섯번째부터 약간의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억을 되살리는 것에 대한 감정적인 어려움, 육아로 인해 쉽게 빼기 어려운 시간..등이 인터뷰의 장애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억을 되살리는 것에 대한 불편함.

난 그 말씀을 듣기 전까지는 그럴 가능성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듣자마자 알 것도 같았다.

나의 인터뷰가 누군가에게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일이 된다면.. 절대 안될 것이다. 거절 사유를 명확하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인터뷰에 응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큰 용기와 에너지를 내어주신다는 것이란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육아로 인해 쉽게 빼기 어려운 시간에 대한 문제.. 그리고 연구계획서를 보여드렸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두 개의 사례는 나 자신을 좀 반성하게 만들고 있다. 내가 대상자들에게 그 동안 더 잘 했다면 좀 다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하고 말이다.

윤리적이게 한답시고, “참여하지 않으셔도 전혀 상관 없어요.”를 너무 강조한 것 같기도 하다. 아니야.. 해야 할 말이긴 했지.. 아니 그래도 너무 강조했나.. 아니야. 그래도 말했어야 했어.

————- 뭔가 거절에 가까운 이 상황은 나를 좀 위축되게 하기도 한다. 뭔가 앞으로 연구 참여를 권하는 입 떼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것만 같은 이 기분.

아직 시간 있어.. 조급하지 말자. 아직 두 명이나 인터뷰 예정이고, 아직 대답이 없으신 두 분은 조만간 병원에 오시니..그 때 다시 한번 말씀을 드려봐야겠다.. 그 때까지 기도나 해야겠다..하고 다시 마음을 추스려본다.

지금 한 명 한 명의 인터뷰가 너무 절실하기 때문에.. 대상자 모집이 잘 되는 것이 너무 간절하다.

의미있는 연구를 위해, 대상자의 마음을 열어주옵소서.. 아멘..

나에게 현상학적 질적연구란 (1): 심층인터뷰를 앞두고

현상학적 질적연구 심층인터뷰를 앞둔 기대감

드디어 박사과정 연구계획서의 IRB 승인을 받아 심층인터뷰에 돌입하게 되었다.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나의 현상학적 질적연구를 위한 인터뷰가 시작되는데, 정말 무척이나 기대된다. 왜냐하면 이 과정은 나를 제대로 훈련 시킬 기회이기 때문이다. 간호사로서 대상자를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을 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간호사에게 현상학적 관점이 왜 중요한가

난 현상학을 공부하면서 현상학이야 말로 간호사들이 알아야 할 철학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 간호사는 대상자의 “삶”을 돌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를 위해 여러가지를 훈련받는다. 해부생리, 병태생리, 약리 등 지식적인 것 & 주사, 드레싱 등 임상에서 필요한 술기 등 뿐 아니라 대상자와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 까지도 훈련받는다.

대상자와의 의사소통은 나의 대상자를 잘 돌보기 위해서 정말 필요하다. 숙련된 간호사라고 하여 대상자의 표정만 보고, 몸짓만 보고, 그의 필요를 다 알아차릴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만약 간호사가 현상학적 관점을 장착하고 대상자와 의사소통을 한다면, 그에게 정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현상학적 관점은 짧게 정리해보자면, 1)내가 이미 나의 대상자가 경험하고 있는 그 상황에 대한 나름의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잠시 그것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는 내려놓고, 2) 실제로는 그 근거가 구축되기 이전에 이미 존재했을 대상자의 경험 그 자체에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자 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린 Evidence based 된 실무(근거-기반 실무)를 하도록 훈련받았다.

이는 우리가 간호를 수행할 때 이미 확인된 구체적인 근거에 따라 간호를 제공함으로써, 대상자에게 가장 효과적방식을 자신 있게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 evidence는 우리 ‘간호 실무’의 과학적 근거이며, ‘간호학’ 존재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Evidence-based practice는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너무 그것만 중요하게 생각하다보면, 나름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바로 내 앞에 있는 나의 대상자 그 자체는 간과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바일 헬스케어라는 방식이 자가관리에 도움이 된다라는 근거가 축적됨에 따라, 대상자에게 모바일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권하였다고 치자.그런데 대상자는 좀처럼 그걸 사용도 안하고, 자가 관리는 여전히 잘 되지 않는다. 그럼 일단 그 대상자는 compliance가 낮은 대상자로 규정 되기 쉽다.

그런데 그 대상자가 알고 보니 자기 핸드폰이 없다거나, 학교에 있을 때는 핸드폰을 꺼놔야 한다거나, 핸드폰으로 통해 노출되는 특정 이미지나 문구가 신경쓰여서 밖에서는 어플을 킬수 조차 없었다거나, 헬스케어를 한다고 핸드폰을 켰다가 다른 게임에 눈이가서 그 게임만 했다거나, 손가락이 너무 두꺼워서 제대로 터치를 못했다거나, 핸드폰 알림 소리를 들을 때마다 깜짝 깜짝 놀란다거나, 이런것까지 해야하나하고 자기비관속에 있다거나.. 등등등.. 너무나도 많은 주관적 경험이 있을 수 있다.

이 때, 현상학적 관점을 장착한 의사소통은 앞서 언급 하였듯이 나의 대상자가 그 경험을 ‘어떻게 주관적으로’ 경험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이 때 이미 과학적으로 효과적이라고 판명된 근거들은 잠시 괄호 안에 묶어둔다. 이건 결코 그 근거가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지금 이 순간에는 오롯이 나의 관심을 과학적 근거보다 대상자의 경험, 대상자가 부여하고 있는 의미에 맞추려는 의지적인 태도변경이다. 이미 확인된 근거를 대상자에게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는 그 다음 스텝이 된다.

대상자의 삶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대상자를 단순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오직 ‘근거 중심 간호’만의 강조일 수 있다.

간호가 예술이자 과학이라면, ‘근거-중심 간호’ 만큼 ‘대상자 경험-중심 간호’라는 구호가 함께 가야 할 것라고 생각한다.

현상학적 관점 장착 의사소통 트레이닝의 기회

하지만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 임상 속에서, 대상자의 주관적 경험에 대해 탐색해 볼 기회는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나름의 공식적인 연구 기회를 통해 의지적으로 현상학적 관점을 장착하여 심층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엄청난 의사소통 훈련과정이지 않겠는가?

난 이 과정이 결국 나에게 효과적으로 현상학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기술을 체화시켜줘서 언젠가는 바쁜 현장에서도 바로바로 발휘할 수 있는 테크닉이 되지 않을까..라는 나름의 기대가 있다. 아자아자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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