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가 노래하는 곳

(2021.3.3. 페이스북 기록물) 가재가 노래하는 곳(델리아 오언스) 어렸을 때부터 속독을 즐겨하던 나는, 책을 음미하면서 읽는 것을 어려워 한다. 빠르고 신속하게 큼직한 사건을 읽어내고 결론을 알아내는데 익숙하다. 특히 소설을 제대로 음미하질 못하는 것 같아서 소설을 읽을 때는 의식적으로 그 행간과 단어에 집중하고자 마음을 다잡고 노력하곤 한다. 이 책도 그랬다. 첫 몇페이지는..     아 정말.. 진짜 너무 재밌었다. 완전 빠져들어서 저녁부터 새벽까지 몇 시간동안 싹다 읽어버렸다. 돌아보니 습관을 못버리고 속독모드로 읽은듯 하다. 작가님과 번역가님의 섬세한 선택까지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는 반성을 다시 해보지만.. 그럴수밖에 없을정도로 정~말 너무 재밌고 궁금했다. 그냥 잠시, 타임캡슐을 타고 노스캐롤라이나의 늪지에 들렀다가 수십년의 시간을 하루같이 보내고 온 느낌이다. … Read more

뉴노멀

(2021.1.16. 페이스북 기록물) 이분척추증클리닉 공개강좌가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시행됐고, 무사히 마무리됐다. 워낙에 지방에 계셨던 분들께서 2-3년 전부터 요청해주셨었지만 차마 엄두가 안났었는데, 온라인 강의는 이제 대세가 되어버렸다. 타칭 원격 전문가 박지은 간호사 덕분에 시도할 수 있었고, 잘 진행할수 있었다. 우리 방재실 맨파워.. 인정!!! 모든 공을 박지은 간호사에게 돌립니다. 교수님들도 원격강의에 큰 거부감 없이 잘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어느때보다도 보호자 환자의 만족도가 높았던것 같아 기쁘다!! 참여자분들간에 대화의 시간을 위해 강의 종료 후 방을 잠시 열어두었던 것도 의미있었던 것 같다. 캠프도 원격으로 고민해보라는 지침이 떨어지긴 했지만 ㄷㄷㄷ 중요한 연례행사 하나를 잘 마무리할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 (2021.1.16. 페이스북 기록물)

덕분에..

(2020.12.24. 페이스북 기록물) 사기병(윤지회 ) 덕분에.. 미안하지만.. ‘덕분에’ 평범한 하루의 감사함을 기억했다. 두돌 아이 엄마의 갑작스런 위암 4기 진단. 이건 소설이 아니고 진짜 일기였다. 담담하게 그려졌지만 고스란히 전달된 두려움과 슬픔. 애틋함. 간절함. 그 인생을 어떻게 다 이해할까. 상상만 해도 막막하고 먹먹하고 버티기 어려운 삶인데. 상상조차 외면하고 싶은 삶인데. 나였다면 과연 살아낼 수 있었을까. 같은 고민 없이 평범하고 무난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음에 안도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니 그 삶을 살아낸 작가님께 미안했고, 미안하라고 그린 일기가 아님을 알기에 고인께 감사했다. 오늘도 병원에 오가는 수많은 사람이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을 살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걸 기억해야지.. 그래야겠다. 그럴게요. (2020.12.24. 페이스북 기록물)

반성문

(2020.9.7. 페이스북 기록물) 어제는 평소보다 피곤했다. 낮잠도 자고, 집에만 있었는데도. 운동 난이도가 높아서 그랬을까, 날씨가 우중충해서 그랬을까.. 하여간 너무 피곤했다. 토요일부터 감기 증상 없이 열만 가끔씩 오르락 내리락 거리던 아이를 평소보다 일찍 침대에 눕혔다.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려 그런지 아이의 에너지는 아직 방전이 더 필요한 상태였고, 30분이 지나고, 한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빨리 잠들어야 일어나서 뭐라도 하는데 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자 아이의 뒤척임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시간이 넘어가서 기어이 아이를 울려버렸다. “엄마가 옆에 있어서 못자는거 같으니까 엄마 나가야겠어! 엄마 나가서 잘테니까 여기서 아빠랑 자! (무논리의 대향현…)” “으아앙…. 엄마. 나도 정말 자려고 노력하는데, 눈이 자꾸 똑 떠져. 정말 노력했어.미안해..” 내가 또 괜히.. … Read more

의사파업

(2020.8.31. 페이스북 기록물) 의사 파업. 일정부분 공감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고, 고생하는걸 아는 만큼 같이 싸워주고 싶다는 마음도 분명히 있지만..솔직히 말해서 이렇게까지 하는것에 대해선 설득되지 않는다. 그저 슬프고 답답하다. 여론과 싸우는 입장에 서게 됐다는 것이. 온갖곳에서 얻어맞고 있다는 것이. 그동안 고생한걸 아는 만큼, 노력한걸 아는만큼 너무 속상하다. 그런데 하나, 부러운게 있다. 어쨌든 내새끼라고 지켜주기로 작정한 부모같은 선배님을 가졌다는 것. 그동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같이 총대맨 선배님을 가졌다는 것.. 진짜 내새끼니까.. 간호사. 지지리도 못모이는 우리 간호사.. 공부는 공부대로 하고, 일은 일대로 직살나게 하고, 몸고생 마음고생 다 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모로 병원에 남아 고생중인 우리 간호사는 누가 지켜주나.. 왜 누구보다 열심히 살면서, … Read more

면허

(2020.8.29. 페이스북 기록물) 운전면허가 있어야 운전을 할 자격이 생기지만, 마음대로 운전해도 될 권리가 부여되는 건 아니다. 사회적 합의에 따라 면허를 득한 사람에게만 질서에 맞게 운전 할 자격을 주자고 결정이 된 것 뿐이다. 간호사면허가 있어야 병원에서 환자를 돌볼 자격이 생기지만 그것이 환자의 굉장히 사적인 영역인 ‘신체’를 함부로 해도 될 권리가 부여되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하여, 특정 기준에 따라 면허를 득한 사람에게 윤리적으로 인간의 건강을 돌볼 자격을 주자고 결정이 된 것 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의 ‘국가자격시험’에 따르면, 국가자격시험은 국가기관 또는 그 대행기관이 전문직업분야에 종사할 사람들의 능력과 자질을 검정하여 자격을 인정함으로써 그들에게 일정한 권리와 의무가 발생하게 하는 것인데, 그렇게 하는 까닭은 …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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